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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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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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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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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0
글자수 :
678,215

작성
23.02.03 18:00
조회
1,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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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
12쪽

73화 - 예상 밖의 인연

DUMMY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할 무렵.


“뭔가 소란스러운데······.”


골목에서 빠져나온 임수진은 고개를 돌렸다. 쓰고 있는 인형 탈 때문에 좁아진 시야로 어딘가 급히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디서 행사라도 하나?”

“이봐요, 이봐요!”


멍하니 서 있는 임수진의 어깨를 누군가 두드렸다. 그녀의 눈에 겁에 질린 중년 여성이 들어왔다.


“여기 이렇게 서 있으면 안 돼! 빨리 도망쳐!”

“그게 무슨 소리예요?”

“못 들었어? 게이트야, 게이트!”

“예?”

“이럴 시간 없어, 학생! 빨리 도망쳐!”


그 말과 함께 여인은 자리를 벗어났다. 인형 탈을 벗은 임수진의 눈에 그제야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허공에 열린 검은 균열. 그 안에서 걸어 나온 트롤들이 먹잇감을 찾아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게이트가 열린 근처에 있던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게이트를 직접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TV나 기사로만 접했을 땐 뭐 별거 있겠냐 싶었다. 하지만 막상 눈앞에 게이트가 열리고 마물들이 등장하는 실제상황이 되니 공포가 전신을 휘감았다.


도망쳐야 한다.


피로에 찌들었던 몸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저절로 뒷걸음질 치는 두 다리와 함께 그대로 자리를 벗어나려던 그녀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사, 사, 살려주세요!”


길 한복판에 넘어져 있는 중년 남성. 한쪽 다리에 깁스한 그의 옆엔 목발이 떨어져 있었다.

정황상 인파에 떠밀려 넘어진 것 같았다.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했지만, 대다수가 대피를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다 그는 게이트에서 가까운 곳에 넘어져 있었다. 도우러 가면 트롤에게 같이 죽을 게 분명했다.


임수진은 그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오늘 하루 잘 부탁할게요, 임수진 양.’


오늘 전단지 배부 업무를 맡겼던 카페 사장. 개업한 지 얼마나 됐다고 다리를 다쳤다며 한탄하던 그가 지금 트롤에게 죽을 위기에 놓여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도와줄 수는 없었다. 그를 들어 올릴 힘도 없고, 괜히 나섰다간 둘 다 죽을 게 분명했다.


몸은 그 사실을 알고 발을 움직였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녀의 손은 주변에 있던 간이 의자를 집어 들고 있었다.


“주, 죽기 싫어!”

“우워어어!”


트롤의 손이 닿기 직전. 있는 힘껏 던진 의자가 트롤의 머리를 홱 젖혔다.


“그, 그워어!”

“오, 오, 오늘 일당 받아야 하니까 내 고용인한테서 꺼져, 이 개새끼야!”


자기가 말한 거긴 해도 어이가 없긴 했다.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돈이 더 중요하다는 소리랑 다를 게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녀에겐 중요했다. 이대로 살아서 돌아가도 돈이 없으면 죽는 건 매한가지였으니까.


“그워어어!”


한껏 화가 치민 트롤이 사내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자신을 쳐다보는 트롤을 보며 임수진은 덜덜 떨면서 머리를 굴렸다.


화나게 해서 시선을 돌린 건 좋았지만, 그다음이 없었다. 이대로 도망치면 이미 대피한 사람들에게 다 같이 죽자고 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그워어어!”


격분한 트롤이 발을 내디뎠다. 성큼성큼 걸어온 녀석이 휘두를 몽둥이를 피하려던 임수진은 눈앞에 누군가 나타났음을 깨달았다.


촤아악!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달려들던 트롤의 몸이 양단되었다. 미끄러지듯 바닥으로 떨어진 트롤의 상반신을 보고 있던 임수진은 어디선가 나타난 사내가 자기 앞에 있음을 깨달았다.


“누, 누구······.”

-“ad na hus kob!”


대답을 들을 틈도 없이 사내는 앞으로 뛰쳐나갔다. 넘어져 있던 카페 사장을 낚아채 돌아온 그는 자신에게 그를 맡기고는 곧바로 달려 나갔다.


“사, 살았다······.”


카페 사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다친 곳이 없음을 확인한 임수진은 고개를 들었다.


서걱!


휘둘러진 칼에 종잇장처럼 잘려 나가는 트롤의 몸. 어지간한 공격으론 흠집도 안 날 정도로 질기다는 가죽이 단칼에 잘렸다. 그 끈질기다는 재생력을 발휘할 기회도 없이 트롤의 몸이 바닥으로 엎어졌다.


사내는 거침없이 칼을 휘둘렀다. 그의 칼이 번쩍일 때마다 트롤의 절규와 살이 베이는 섬뜩한 소리가 주변에 메아리치듯 울려 퍼졌다.


게이트를 빠져나온 트롤들의 시체가 어느덧 도로 위를 가득 채웠다. 고깃덩이가 되어버린 시체에서 퍼져나온 피비린내가 코끝을 찔렀지만, 임수진에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igis aji!”


지금까지 나왔던 녀석 중 크기가 가장 큰 트롤이 포효했다. 뼈를 깎아 만든 날카로운 몽둥이가 등을 돌리고 있던 사내의 옆구리를 향해 휘둘러졌다.


“위험······!”

-“tnia?!”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내가 모습을 감췄다. 트롤 녀석이 당황해 두리번거리던 그때, 녀석의 가슴팍에서 칼이 튀어나왔다.

트롤이 고통스러워하며 칼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뒤에서 관통한 칼을 뽑아낼 방법은 없었고, 녀석은 얼마 안 가 쓰러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학살에 가까운 토벌. 그 광경을 전부 지켜본 임수진은 넋을 잃고서 사내를 쳐다보고 있었다.



***



“수고 많으셨습니다, 헌터님.”

“별말씀을. 다친 사람은 있습니까?”

“경상자가 몇 명 있긴 하지만,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됩니다. 다들 대피 중에 다친 거라.”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정말 다행입니다. 갑자기 나타나서 경보를 울릴 틈도 없었는데, 헌터님께서 여기 계셔서 피해가 적었습니다. 힘써주신 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협회 직원이 내게 고개를 숙였다. 인사를 받아준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의 말대로 피해는 정말 없다시피 했다. 내가 트롤 쪽을 막은 사이 준성이는 유하늘이랑 어렵지 않게 게이트를 제압했다.

듣자 하니 둘이 제압하던 게이트에선 히든 보스로 고블린 킹이 나왔다고 한다. 기억과 다른 녀석의 등장은 어쩐지 기시감이 느껴졌다.


‘그 녀석은 내가 처리했어. 다른 녀석들은 대부분 준성이가 처리했고.’


유하늘의 말을 들었을 땐 치켜세워주기 위해서 한 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고블린들의 시체를 보고 그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죽은 고블린들의 몸에 남아있는 거대한 피멍.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정확히 꽂힌 정권에 녀석들의 시체는 하나같이 우그러져 있었다.


그렇게 만든 당사자는 저 멀리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뺨과 팔에 생긴 상처를 제하면 다친 곳도 없었다.

별다른 도움 없이 저 정도로 성장한 거다. 조금만 밀어주면 어떻게 될지 기대됐다.


경찰 통제선이 세워진 지금 처리업자들이 도착해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새하얀 방진복을 입은 그들의 손에 들린 시체들이 하나둘 마물 운반용으로 특수 제작된 탑차에 들어갔다.


상황도 마무리되었고 청취도 끝났으니 여기 더 있을 필요는 없었다. 다만 신경쓰이는 게 있어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이건 못 받을 것 같아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걸음을 옮기자 통제선 너머로 손사래 치는 임수진의 모습이 들어왔다.


“사양하지 말고 받아요.”

“아뇨. 전 정말 한 게 없어요. 주시려면 아까 본 헌터님께 드리는 게······.”

“수진 양 아니었으면 그 사람이 오기 전에 죽었어요. 그러니 사양 말고 받아요.”

“정말, 정말 괜찮으니까 일당만 주세요. 그 이상은 못 받아요.”


저렇게까지 사정사정하면 받을 만도 한데, 그녀는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단순히 액수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례금을 거절하는 임수진의 얼굴은 한없이 진지했다.


계속된 거절에 사내는 졌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저도 더 말은 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

“그럼 이건 선지급금으로 받아주세요.”


사내는 방금까지 사례비라는 명목으로 들고 있던 두툼한 봉투를 임수진의 손에 쥐여줬다. 당황한 임수진이 봉투를 돌려주려 했지만, 사내는 한발 물러났다.


“그럼 내일 봅시다.”

“저, 잠깐······.”

“참. 인형 옷 반납 잊지 말고 하고 가세요.”


임수진이 뭐라 할 틈도 없이 사내는 걸음을 옮겼다. 얼떨결에 봉투를 받게 된 그녀는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통제선을 넘었다.


“나선 보람이 좀 있는 것 같죠?”

“까, 깜짝이야.”


놀란 임수진이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친 그녀는 곧장 고개를 숙였다.


“아, 아까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할 일을 한 건데요, 뭘. 그래도 이렇게 말로 들으니 좋긴 하네요.”

“그런데 혹시 최선호 헌터님 맞으세요?”

“네. 맞습니다.”

“저, 정말 본인이구나······ 여기저기서 많이 봤어요. TV라던가 기사라던가······.”


당황해서 이래저래 말을 늘어놓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가 아는 그녀가 맞았다.


제자 2호 임수진.

겉보기엔 삶에 찌들고 세상에 지치다 못해 혐오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 내면은 작은 따스함에도 기뻐하는 평범한 아이였다.


그녀는 아직 각성하지 않은 상태였다. 애당초 각성자가 되고 헌터 일에 종사하기 시작한 게 4년 정도 뒤의 일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 제가 말이 너무 많았죠. 바쁘실 텐데 붙잡아둔 건 아닌지······.”

“괜찮아요. 일정이 있긴 했는데 아마 취소될 예정이라.”

“그러시구나······.”

“이봐요, 아저씨.”


뒤에서 어깨를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유하늘이 능글맞게 웃으며 내 볼을 쿡쿡 찔렀다.


“나랑 준성 헌터 두고 뭐하나 했더니 헌팅이라도 하고 있던 거야? 지금 이런 상황에서?”

“오해 살 만한 소리 하지 마. 아까 만나서 이야기한 것 뿐이니까.”

“아, 그러셔.”


어깨를 으쓱한 유하늘이 시선을 돌렸다. 눈이 마주친 임수진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놀랐으면 미안해요. 그냥 가볍게 장난친 거니까 신경 쓰지 마요.”

“아, 괜찮아요. 그렇게 놀라지도 않았고······.”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말고 유하늘이 임수진을 빤히 쳐다봤다. 옆에서 봐도 부담스러울 정도의 시선에 저지하려던 그때 유하늘이 뭔가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수진이?”

“에, 에?”

“임수진. 맞지?”

“맞긴 하는데······.”

“나 기억 안 나? 그때 도시락 배달하러 자주 왔었잖아.”

“아. 아아!”


뒤늦게 알아챈 임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를 알아본 둘은 반가운 나머지 손을 잡고 서로를 쳐다봤다.


“뭐야. 아는 사이야?”

“얘가 길드에서 자주 시키는 도시락집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로 일했었거든. 거의 고정으로 와서 안면 좀 트고 이야기 나눴었어. 그때 이후로 연락을 통 안 해서 어떻게 됐나 싶었는데······.”

“미안해요, 언니. 일이 바빠서 연락하는 것도 잊어버렸어요.”

“하긴, 그게 벌써 6개월도 더 전 일이니까. 나도 잊어버렸으니 할 말은 없네. 그래서, 잘 지냈어?”


갑자기 피어난 이야기꽃에 얼떨결에 들러리가 된 나와 준성이는 서로를 쳐다봤다.

그 자리에서 5분을 내리 이야기하던 유하늘이 나를 쳐다봤다.


“그래서? 우리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원래대로면 필드에 가겠지만······.”

“아까 진을 다 빼서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럼 밥 먹으러 갈 거지? 얘 데려가도 돼? 돈은 내가 낼게.”


자연스럽게 임수진에게 어깨동무를 끼며 물어보는 유하늘. 거절한다고 될 게 아닌 것도 알고, 지금의 이야기도 좀 듣고 싶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말 가도 돼요?”

“당연하지. 그리고 이 녀석이라면 해줄지도 몰라.”

“내가 뭘?”


유하늘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옆에 있던 임수진도 뭔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형.”

“음?”

“포기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야, 그게 무슨······.”


준성은 뒤도 안 돌아보고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따라가는 두 사람을 보며 나는 있는 머리 없는 머리를 굴리며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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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99화 - 잠깐뿐이었던 즐거움 23.03.13 519 14 13쪽
99 98화 - 연말 파티 23.03.10 565 14 13쪽
98 97화 - 또 익숙한 천장이다 23.03.09 526 15 12쪽
97 96화 - 신화의 최후 23.03.08 562 12 13쪽
96 95화 - 비장의 패 23.03.07 578 16 12쪽
95 94화 - 인마격돌 23.03.06 610 14 11쪽
94 93화 - 타르타로스로 23.03.03 723 16 12쪽
93 92화 - 숨겨져있던 악의 (수정됨) 23.03.02 703 16 13쪽
92 91화 - 지나간, 그리고 나아갈 (수정됨) 23.03.01 747 19 11쪽
91 90화 - 다시는 오지 마 (수정됨) +1 23.02.28 765 18 13쪽
90 89화 - 바다 위에서 23.02.27 753 21 12쪽
89 88화 - 가라는 휴가는 안 가고 23.02.24 825 22 12쪽
88 87화 - 또 하나의 사건이 끝나고 23.02.23 834 24 11쪽
87 86화 - 배신자에게 어울리는 결말은 23.02.22 889 26 12쪽
86 85화 - 인류의 배신자 23.02.21 888 25 12쪽
85 84화 - 악의 근원 23.02.20 848 23 12쪽
84 83화 - 허점을 찌르다 23.02.17 927 26 11쪽
83 82화 - 계획의 밑준비 23.02.16 914 25 12쪽
82 81화 - 엄습하는 위협에 맞서 23.02.15 931 22 13쪽
81 80화 - 재회의 기쁨은 잠시 내려두고 (수정됨) 23.02.14 954 25 12쪽
80 79화 - 반역의 마왕 23.02.13 1,012 25 11쪽
79 78화 - 반갑지 않은 재회 23.02.10 1,061 25 14쪽
78 77화 - 다시 한 번 그곳으로 23.02.09 1,069 30 11쪽
77 76화 - 혜성같은 신인 +1 23.02.08 1,102 29 12쪽
76 75화 - 고된 훈련의 성과 [수정됨] 23.02.07 1,159 29 12쪽
75 74화 - 제자 2호 +1 23.02.06 1,251 33 12쪽
» 73화 - 예상 밖의 인연 23.02.03 1,270 34 12쪽
73 72화 - 네가 왜 여기서 나와 23.02.02 1,304 35 12쪽
72 71화 - 뜻밖의 방문 (수정됨) 23.02.01 1,318 33 12쪽
71 70화 - 돌아온 뒷이야기 23.01.31 1,404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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