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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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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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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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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19
글자수 :
678,215

작성
23.03.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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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
추천
19
글자
11쪽

91화 - 지나간, 그리고 나아갈 (수정됨)

DUMMY

“이거 참······.”


전화를 끊은 박강수는 고개를 저었다.


조금 전 서해상에서 포착된 비정상적인 힘의 파동. 가이아 드래곤에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일 수도 있는 반응에 헌터 협회 전체가 비상에 빠졌었다.

신호는 금방 사라졌지만, 만에 하나를 대비하기 위해 협회는 드라니아 길드에 요청해 수색대를 파견했다.

그렇게 하새벽을 필두로 긴급 편성된 수색대가 해상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바닷속에서 나오던 최선호 일행과 마주쳤다.


-다들 무슨 일입니까?

-그러는 최선호 헌터야 말로······.

-아, 설마 조금 전 일 때문에 온 겁니까?


상황을 얼추 이해한 그는 수색대에게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말해줬다.


휴가차 놀러 왔는데 게이트 반응이 느껴져서 해결하러 왔다. 그 과정에서 위험에 빠진 선원들을 구조했고, 게이트는 사소한 문제가 있었지만 안전하게 닫았다.


하새벽이 직접 확인한 결과 그의 이야기는 전부 사실이었다.

선원들은 지금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받는 중이었고, 심해엔 갑옷째로 잘려 나간 정체를 알 수 없는 집채만 한 손이 잘린 채 놓여 있었다.


-너무 일 처리가 깔끔해서 할 말이 없네요.


감탄을 넘어 어이없다는 감정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


해저에 있던 게이트는 탐지조차 안 되었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챘는지는 둘째치고, 아무렇지 않게 그걸 해결해냈다는 게 경이로울 따름이었다.


-이제 그만 S급으로 올려야 하는 거 아닐까 싶은데요?


전화 끝자락에 하새벽이 했던 말.

그녀만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최선호를 빨리 S급으로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하나둘 나왔었다.

하다못해 정부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었다. S급 헌터가 많아지면 그만큼 국가적 위상이 높아지니 그런 거겠지만.


그러한 이해관계는 둘째치더라도 박강수 역시 최선호를 S급으로 올리고 싶었다.

가이아 드래곤을 쓰러뜨린 시점에서부터 충분히 조건을 갖췄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더해 최근 그가 이룬 성과를 감안하면 사실상 S급 헌터와 다를 게 없었다.


아직 이야기한 적이 없기에 본인의 의사는 모르지만, 이렇게 이야기가 많아지면 의사와 관계없이 승급시킬 수밖에 없었다.


“연락해봐야겠군.”


박강수는 내려뒀던 스마트폰을 들었다. 통화연결음이 이어지는 동안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하던 그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에 입을 열었다.


“나일세, 최선호 헌터. 혹시 통화할 시간 되는가?”



***



“여긴가.”


주차를 마치고 조수석에 뒀던 꽃다발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비교적 한산한 주차장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밝은 조명을 따라 들어선 건물 안은 차분하기 그지없었다. 간간이 보이는 사람들 역시 말없이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탁 트인 중앙 광장을 지나 안으로 향하자 유골함들이 안치된 유리 벽면이 보였다.


안치단들을 지나 더 안으로 들어갔다. 꽃과 사진들, 여러 물건이 놓인 유리장들을 지나 깊숙이 들어가자 유골함만 덩그러니 놓인 안치단이 보였다.


꽃 한 송이, 사진 하나 놓여 있지 않은 텅 빈 유리장. 그것들 중에서도 가장 아랫줄에 홀로 놓여 있는 유골함에 눈길이 향했다.


[최정혁]

[예나연]


새하얀 유골함 위에 정갈한 글씨로 적혀 있는 두 사람의 이름. 내 생물학적 부모의 이름이었다.


“이렇게 외진 곳에다 해둘 건 뭐람.”


사무소에서 건네받은 열쇠로 안치단을 열었다. 봉안당에서 제대로 관리조차 안 했는지 손짓 한 번에 먼지가 훅 일었다.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유골함을 닦았다. 주머니에서 작은 빗자루까지 꺼내 안치단 안을 깨끗이 청소한 나는 유골함을 원래 자리에 놓았다.


옆에 내려놨던 꽃을 유골함 옆에 놓았다. 칙칙했던 안이 조금이나마 밝아진 느낌이 들었다.

품에서 사진을 꺼냈다. 정말 간신히 얻은 두 사람의 생전 모습 너머로 유골함이 겹쳐 보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이 사람들을 날 버렸다.

하지만 정말 그러고 싶어 그러지 않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두 사람은 옳다고 생각한 것을 행하다 죽었다. 그 과정에서 나만큼은 어떻게든 살리고자 그들이, 세상이 모르게 나를 버렸다.


인제 와서 원망의 말 같은 걸 내뱉을 생각은 없었다. 그 선택이 있었기에 나는 살아남았고,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다만 그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고 싶었다.

오래된 신문 기사나 타인의 말이 아닌, 직접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나 때는 말이야.’ 같은 말로 시작하는 훈수를 들어보고 싶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고 싶었다.


함께 무얼 하고 싶었는지, 나를 어떻게 키우고 싶었는지 알고 싶었다.


시답잖은 이야기로 하루를 보내고, 같이 어딘가에 놀러 가는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학교에 갔다가 돌아오면 나를 반겨주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언젠가 한 번은 그런 하루들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이젠 정말 이룰 수 없는 일들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당신들 아들이란 녀석입니다.”


어렵사리 나온 첫 마디.

돌아오지 않는 대답을 무시한 채 말을 이어갔다.


“걱정하셨을지 모르겠지만, 잘 컸습니다. 가족처럼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도 있고, 여기저기서 찾는 데도 많습니다. 남들 못지않게 부도 제법 쌓았으니, 어디 가서 자랑하기엔 부족하지 않을 겁니다.”


안치단의 문을 닫았다. 열쇠를 빼낸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냥 잘 지낸다는 말 전하러 왔습니다. 혹시라도 걱정했다면, 이젠 아무 걱정 없이 편히 지내십쇼.”


무덤덤한 인사와 함께 몸을 돌렸다.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밖으로 향하는데 한 줄기 바람이 내 몸을 끌어안듯 스치고 지나갔다.

봉안당 구조상 절대 바람이 불어올 수 없었다. 의아함에 고개를 돌린 나는 안치단에 놓아둔 꽃의 위치가 살짝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유리장 안으로 들어갈 정도로 세찬 바람은 아니었다. 안에는 여전히 나 혼자였고, 마법의 흔적 같은 것도 없었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헛웃음을 지으며 몸을 돌렸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봉안당을 빠져 나갔다.



***



“하아압!”

“으랴아아!”


훈련장 가득 울려 퍼지는 기합 소리. 유하늘과 엘리고스는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맹렬히 칼을 부딪쳤다.

시작한 지 제법 된 건지 둘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한껏 상기된 얼굴들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오셨습니까, 주군.”


날 발견한 루그 녀석이 고개를 숙였다.


“베우스 녀석은?”

“두 사람과 함께 저 안에 있습니다. 두 분도 시 서펜트를 상대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잡았다!”


유하늘의 칼이 엘리고스의 옆구리를 파고 들어갔다. 급히 세워진 칼이 어떻게든 공격을 받아냈지만, 그 공격은 미끼였다.


딱!


묵직한 소리와 함께 엘리고스의 머리를 내려친 목검. 몸을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엘리고스를 보며 앞으로 향했다.


“거기까지.”

“어라. 언제 왔어?”

“방금. 그보다 마지막에 그건 반칙 아니냐?”

“얘는. 서로 사전에 합의했거든?”


어깨를 으쓱하는 유하늘. 녀석의 뒤에 있던 분신이 똑같이 어깨를 으쓱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았는데, 아쉽군.”

“다음에도 내가 이길 거니까 포기하시지?”

“그건 모르는 일이지.”


호승심을 불태우며 엘리고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거의 동시에 옆에 열려있던 게이트에서 제자들과 베우스 녀석이 걸어 나왔다.


“으으, 다 말렸는데도 찝찝해.”

“바람으로 말려도 염분은 남았으니까요.”


미간을 찌푸린 임수진과 그 옆에서 건틀릿을 빼는 준성. 그 뒤에서 한껏 지친 모습으로 나오던 베우스가 나를 보고는 한달음에 달려왔다.


“오, 오셨습니까!”

“그래. 애들이랑 잘하고 왔냐?”

“어휴, 말도 마십쇼. 아이템 없이 싸우려니까 아주 곤혹이었습니다.”


진저리가 난 듯 고개를 젓는 베우스. 어제 해양의 보주를 내게 반납하고서 싸움에 임했을 테니 확실히 버겁긴 했을 거다.


“그럼 이걸로 전부 모인 건가?”

“그런 셈이지. 그런데 갑자기 왜? 뭐 할 이야기라도 있어?”

“아, 별 건 아니고.”


나는 품에서 서류를 꺼냈다.


“우리 아직 길드명 안 정했어.”


내 말에 주변에 있던 녀석들이 모두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정말이에요?”

“어쩐지 길드명으로 불리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그 중요한 걸 아직도 안 정했다고?”

“주군, 그건 좀 아닌 것 같네.”

“전 이해합니다. 주군께서 워낙 바쁘셨으니 그러실 수 있죠.”

“그, 그러실 수 있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가지각색의 반응. 딱히 변명의 여지가 없었기에 나는 군말 없이 펜을 들었다.


“그래서 이름 추천받으려는데, 좋은 거 있어?”

“헌터스!”

“너무 대충인 거 아니냐?”

“그럼, 선호와 아이들!”

“야.”

“리벨리온은 어떻습니까.”

“나쁘진 않은데, 그 자식 생각나서 조금 그렇네.”

“유성은요?”

“어감은 좋은데, 뭔가 우리답다고 여겨지진 않네.”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그러는 넌 뭐로 하고 싶은데?”

“내가 생각이 있으면 멋대로 정해서 밀어붙이지 않았겠냐?”


마땅히 좋은 걸 떠올리지 못한 채 10분이 지나갔다.


슬슬 소재가 고갈되어 다들 머리를 쥐어 싸매고 있는데 엘리고스가 입을 열었다.


“리퍼.”

“음?”

“거두는 자라는 의미로 알고 있네만. 헌터란 이름이 안 된다면, 목숨을 거두는 자라는 의미로 리퍼를 쓰는 건 어떤가?”

“그런 의미라면 그림 리퍼(Grim Reaper)라고 하는 쪽이 좀 더 의미도 통하고 멋있지 않아?”

“괜찮은 것 같네.”

“전 뭐든 좋아요.”

“다른 데서 쓴 게 아니라면 괜찮지 않겠어요?”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림 리퍼.

분명 그런 이름을 가진 해외 길드가 있었다. 나름 이름을 날린 A급 헌터들로 이뤄진 길드였다.


하지만 아직 녀석들은 결성되지 않았다. 그러니 이 이름을 선점해도 걸릴만한 건 없었다.

녀석들에겐 미안하지만, 이름 새로 지어줘야겠다.


“그럼 그걸로 하자.”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네. 우리 길드장님 이미지랑은 아주 잘 어울리는 거 같기도 하고.”

“너 그거 무슨 의미냐?”

“말 그대로의 의미인데?”


짓궂게 웃는 유하늘. 옆에 있던 녀석들도 혼잣말처럼 곱씹더니 맞는 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들이.


“다들 긴장이 많이 풀렸나 보네. 오랜만에 길드장 표 레이드 한번 뛰어볼래?”

“그건 좀.”

“사양하겠네.”

“저희 아직 더 쉬어야 하는데······.”

“주군, 가능하면 그것만큼은······.”

“왜들 그래. 어차피 너희에게 선택권 같은 게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잖아?”


날 쳐다보는 눈동자들이 흔들렸다. 씩 웃으며 허리께에 손을 가져가는 걸 본 녀석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너희 거기 안 서!”

“너 같으면 잘도 서겠다!”


멀어지는 녀석들을 보며 펜을 끄적였다. 작성을 마친 서류를 품에 집어넣은 나는 자리를 박차고 도망치는 녀석들의 뒤를 쫓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용 수정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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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99화 - 잠깐뿐이었던 즐거움 23.03.13 515 14 13쪽
99 98화 - 연말 파티 23.03.10 562 14 13쪽
98 97화 - 또 익숙한 천장이다 23.03.09 524 15 12쪽
97 96화 - 신화의 최후 23.03.08 556 12 13쪽
96 95화 - 비장의 패 23.03.07 572 16 12쪽
95 94화 - 인마격돌 23.03.06 607 14 11쪽
94 93화 - 타르타로스로 23.03.03 721 16 12쪽
93 92화 - 숨겨져있던 악의 (수정됨) 23.03.02 698 16 13쪽
» 91화 - 지나간, 그리고 나아갈 (수정됨) 23.03.01 745 19 11쪽
91 90화 - 다시는 오지 마 (수정됨) +1 23.02.28 762 18 13쪽
90 89화 - 바다 위에서 23.02.27 750 21 12쪽
89 88화 - 가라는 휴가는 안 가고 23.02.24 821 22 12쪽
88 87화 - 또 하나의 사건이 끝나고 23.02.23 830 24 11쪽
87 86화 - 배신자에게 어울리는 결말은 23.02.22 883 26 12쪽
86 85화 - 인류의 배신자 23.02.21 885 25 12쪽
85 84화 - 악의 근원 23.02.20 846 23 12쪽
84 83화 - 허점을 찌르다 23.02.17 921 26 11쪽
83 82화 - 계획의 밑준비 23.02.16 911 25 12쪽
82 81화 - 엄습하는 위협에 맞서 23.02.15 926 22 13쪽
81 80화 - 재회의 기쁨은 잠시 내려두고 (수정됨) 23.02.14 949 25 12쪽
80 79화 - 반역의 마왕 23.02.13 1,004 25 11쪽
79 78화 - 반갑지 않은 재회 23.02.10 1,054 25 14쪽
78 77화 - 다시 한 번 그곳으로 23.02.09 1,063 30 11쪽
77 76화 - 혜성같은 신인 +1 23.02.08 1,095 29 12쪽
76 75화 - 고된 훈련의 성과 [수정됨] 23.02.07 1,152 29 12쪽
75 74화 - 제자 2호 +1 23.02.06 1,243 33 12쪽
74 73화 - 예상 밖의 인연 23.02.03 1,260 34 12쪽
73 72화 - 네가 왜 여기서 나와 23.02.02 1,296 35 12쪽
72 71화 - 뜻밖의 방문 (수정됨) 23.02.01 1,308 33 12쪽
71 70화 - 돌아온 뒷이야기 23.01.31 1,393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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