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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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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17,987
추천수 :
6,320
글자수 :
678,215

작성
23.02.13 18:00
조회
1,012
추천
25
글자
11쪽

79화 - 반역의 마왕

DUMMY

“그롸아아아아!”


정면을 향해 쏟아지는 브레스. 짙은 마기의 숨결이 벽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길게 늘어진 녀석의 목을 노리며 도약했다. 텅 빈 목덜미를 향해 칼을 휘두른 순간, 옆에 있던 머리가 내 옆구리를 후려쳤다.


“크윽!”

“크샤아아아!”


자세가 무너진 나를 향해온 날카로운 이빨을 칼로 튕겨냈다. 그대로 등 위에 착지하자 발아래에서 가시들이 솟아났다.


파사삭!


날카롭게 솟아난 가시가 오토 가드에 그대로 갈렸다. 방어막이 유지되는 동안 그대로 등에 칼을 찍어 넣으려 했지만, 뒤통수를 노리고 쏟아진 브레스에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거리를 벌리기 무섭게 키메라의 등에 솟아났던 가시들이 날아왔다. 칼로 받아치며 물러선 나는 뒤에 있던 다른 쪽 머리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서걱!


깔끔하게 베인 머리가 땅으로 떨어졌다. 녀석의 입에 물려 있던 베우스를 낚아챈 나는 유하늘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괜찮아?”

“하나도 안 다쳤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보다 이 녀석 좀 봐줘.”


품에 들고 있던 베우스를 바닥에 눕혔다. 옆에 있던 루그가 다가와 녀석의 맥을 짚었다.

루그의 표정이 알기 쉬울 정도로 굳었다. 데려올 때부터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었지만, 차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잘 데리고 있어.”

“주군.”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그워어어어어!”


나이트메어 키메라가 포효했다. 녀석이 공격하기 전에 재빨리 자리를 옮겼다.


“어떻게 된 건가!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이었던 건가?”

“넌 좀 닥쳐!”


반지에서 사출된 마기 덩어리가 바르가스를 덮쳤다. 검은 폭발과 함께 피어오른 아지랑이가 걷혔을 때 녀석은 나이트메어 키메라의 꼬리에 보호받고 있었다.


나이트메어 키메라를 상대하며 틈틈이 바르가스를 노렸지만, 그럴 때마다 키메라가 귀신같이 녀석을 감쌌다.

키메라를 먼저 처리한 뒤에 노리면 되는 것 아니냐 싶겠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단하다 못해 질긴 피부. 상처가 나도 순식간에 봉합되는 회복력.

단순히 맷집만 좋은 것이면 어떻게든 하겠지만, 녀석은 거기에 더해 변칙적인 공격을 구사해왔다. 하나하나가 위력도 강한데 개중엔 한 번도 본 적 없는 마물의 능력도 있었다.


그나마 몸이 커다란 만큼 노릴 수 있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 단점마저도 녀석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세 개의 머리가 뒤엉키지 않은 상태로 서로를 보조하고, 사각인 뒤쪽은 뱀의 머리를 한 꼬리와 바르가스 녀석이 지켰다.


이렇다 할 약점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난적. 어떤 점에선 가이아 드래곤보다 성가셨다.


‘내가 생각이 짧았어.’


위험한 녀석이 있을 거란 예상은 했지만, 내 예상을 벗어난 존재가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주변에 널려있는 키메라들의 시체들. 이것들을 상대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실력이 좋은 이들이었지만, 그 이상의 존재에게도 그 실력이 통할 거라 판단한 내 잘못이었다.


그 과신의 결과가 이랬다.

내 판단으로 인해 벌어진 처참한 결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가 해결해야 했다.


“──────!”


정중앙의 머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녹색의 브레스. 오토 가드의 방어막을 훼손한 브레스의 산성에 일대가 녹아내렸다.


브레스를 뿜어내고 있는 키메라를 똑바로 바라봤다.


저 안에 엘리고스가 있다.

정확히는 녀석의 기운이 느껴지는 거지만, 주변에 있던 키메라들의 정체와 바르가스의 말로 미루어 보아 아마 틀리지 않을 거다.


“······이런 식으로 다시 보게 될 거라곤 안 했잖냐.”


마지막으로 본 녀석의 모습이 떠올랐다.

입고 있던 옷 아래로 엿보였던 붕대와 커다란 상처. 칼을 휘두를 때마다 입가에서 흘리던 피와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자꾸 비틀거리던 다리.

제 한 몸 제대로 가누기도 힘든 상태였던 녀석은 단 한 가지, 날 도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마신의 앞에 섰었다.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해야 할 말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건넬 수 없다.

그 말을 들을 상대는 이제 없다.


내 앞에 있는 건 그저 괴물. 나와 내 일행을 위협하는, 그들을 지키기 위해선 반드시 쓰러뜨려야 할 적이다.


“해치워라, 나이트메어 키메라!”

“──────!”


포효와 함께 나이트메어 키메라의 머리들이 허공을 향해 입을 벌렸다. 머리 위로 모여든 거대한 마기의 덩어리가 광선이 되어 날 향해 쏘아졌다.


거침없이 날 향해 날아오는 고농축의 마기. 닿는 모든 걸 그대로 없애버릴 위력의 공격을 보며 나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하?”


내 앞에서 광선이 빨려 들어가듯 사라진 것을 본 바르가스가 당황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성 몇 채는 가뿐히 없애버릴 공격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할 수단 같은 게 있을 리가······.”


바르가스 녀석이 말하다 말고 뒷걸음질 쳤다.


“그, 그 힘은······.”

“한 가지 말해두지.”


나는 바르가스를 쳐다봤다.


“곱게는 못 죽을 거다.”



***



기분이 이상하다.

나는 틀림없는 나다.

눈앞에 쏟아진 고열량의 공격을 받아낸 것도, 다음 수를 생각하며 칼을 쥐고 있는 것도, 눈앞의 적을 향해 살의를 뿜어내는 것도 모두 나다.


그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온몸에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빠져나오는 마기와 몸을 감싼 마왕의 갑옷에 자꾸만 내가 아니란 착각이 들었다.


[마왕(魔王)]

[마의 정점에 오른 지배자. 그 힘 앞에 모든 이들이 무릎 꿇게 될 겁니다.]

[마 속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 속성 공격에 상당한 내성을 갖게 됩니다.]

[마의 존재들이 당신에게 두려움을 느낍니다.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존재에겐 통하지 않습니다.]

[마의 존재를 상대할 때 강해집니다.]

[권속의 수에 제한이 없어집니다. 권속이 당신의 가호 아래 강해집니다.]

[마왕 크샤크의 자리를 계승하였습니다. 크샤크의 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불완전한 각성 상태입니다. 칭호 사용에 제약이 생깁니다.]

[칭호 해제 시 전직 ‘마왕’이 해제됩니다. 능력 일부가 칭호 해제 시 사라집니다.]

[지속 시간은 10분이며, 재사용에 일주일이 필요합니다.]


메시지를 보고는 고개를 내렸다. 손에 들려있던 검은 수정이 빛을 잃고서 조각나 있었다.


크샤크의 부서진 영혼.

크샤크의 부활을 위해 필요했던 마지막 조각. 이 안에 힘을 주입하면 크샤크가 부활하지만, 이걸 부숴버린 이상 녀석이 부활할 일은 없다.

그동안 마족들을 사냥하며 모으고 정제했던 마기와 수정 속에 남아있던 녀석의 힘이 합쳐지며 마왕으로서 각성했다. 마신의 축복을 받지 못했기에 제약이 생긴 것 같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미쳤군.”


바르가스가 경이로운 눈을 하고서 나와 눈을 맞췄다.


“어지간해선 미쳐버리거나 힘을 받아들이지 못해 그대로 터져 죽을 텐데, 나약한 인간 주제에 마왕의 힘을 받아들이다니! 마신께서 눈여겨본 이유가 이거였군!”

“할 말은 그게 다냐?”


끓어오르는 마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칼을 휘둘렀다. 달리 힘을 주지 않았음에도 칼의 궤적을 따라 거대한 마기의 칼날이 나이트메어 키메라의 몸을 그대로 갉아냈다.


“그와아아아!”


처음으로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치는 키메라. 세로로 길게 생겨난 상처에서 터져 나온 피가 몸을 타고 흘러내려 바닥을 적셨다.


“아무리 마왕이라고 해도 풋내기! 나이트메어 키메라, 저 녀석을 짓뭉개버려라!”


바르가스의 명령에 키메라가 나를 쳐다봤다. 여섯 개의 눈을 마주 보며 마기를 뿜어내자 키메라가 움찔하며 한발 물러났다.


“뭐, 뭐 하는 거냐! 당장 달려가 저 녀석을 공격해라!”


바르가스의 당혹스러운 외침을 들으며 도약했다. 단번에 거리를 좁히고는 왼손으로 키메라의 턱주가리를 올려쳤다.


빠각!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키메라의 머리가 홱 젖혀졌다. 양옆에서 다가온 머리들을 피하고는 그대로 칼을 휘둘러 머리를 베어냈다.

머리를 잃은 목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 남아있던 머리들이 날 향해 입을 벌렸다.


“결전의 때가 도래했다.”


[크샤크의 결전검이 당신의 부름에 응합니다.]

[크샤크의 위압이 발동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터져 나온 힘의 파동.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압박감에 키메라가 거대한 주먹에 짓뭉개지듯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 이건······ 전대 마왕의······!”


덩달아 무릎을 꿇은 바르가스를 두고서 키메라의 목을 붙잡았다. 손안에서 꿈틀거리는 목에서 가시들이 솟아났지만, 내게 이렇다 할 상처를 주지 못했다.

손아귀에 힘을 주어 그대로 쥐어짰다. 단단했던 키메라의 목이 잘 익은 수육처럼 아주 부드럽게 짓이겨지며 사방에 피를 튀겼다.


“캬, 캬아아아아!”


하나 남은 머리가 고통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꼬리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 내 몸을 물고자 했지만, 마기를 가득 머금은 크샤크의 결전검이 녀석을 깔끔하게 반으로 잘라냈다.

마지막으로 남은 머리를 향해 왼손을 뻗었다. 주변의 마기를 끌어들이며 생겨난 거대한 마기 덩어리는 나이트메어 키메라가 만들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컸다.


“그라아······!”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는 키메라를 향해 마기 덩어리가 날아갔다. 머리를 짓이기며 몸을 그대로 갈아버린 덩어리가 폭발하며 천지가 뒤흔들렸다.

머리 위를 가리고 있던 땅이 폭발의 여파로 날아갔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검붉은 빛이 내리쬔 대지에 나이트메어 키메라는 그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


바르가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품에서 텔레포트 크리스탈을 꺼냈지만, 그게 빛나기 전에 폭발이 먼저 녀석을 덮쳤다.

무엇 하나 남기지 못하고 맞이한 최후. 녀석에겐 더할 나위 없는 결말이었다.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

[칭호 ‘마왕’이 해제됩니다.]


전신을 태워버릴 듯 피어오르던 마기가 사그라들었다. 분노로 움직이던 사고가 안정됨과 함께 전신에 격한 통증이 일었다.


마기를 다루는 데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마왕으로서 다루는 마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다른 힘을 끌어내지 못할 정도로 몰아쳤던 마기의 연쇄는 아직 적응이 필요해 보였다.


아픔을 삭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원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초토화 된 풍경을 내가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기분이 묘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신규 스킬 ‘칭호 통합’을 습득하였습니다.]

[마와 관련된 칭호들이 칭호 ‘마왕’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신규 스킬 ‘숙련자’를 습득하였습니다.]

[칭호의 효과 중 일부가 지속 효과로 적용됩니다.]


오랜 시간 잠잠했던 새로운 힘에 대한 메시지. 기뻐하기도 잠시, 본 적 없는 붉은 창이 나타났다.


[새로운 마왕의 탄생이 확인했습니다.]

[반역의 마왕이 탄생하였습니다.]

[마왕들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마신이 당신에게 깊은 분노를 느낍니다.]


경고문을 연상케 하는 메시지. 살벌한 내용이었지만,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저 올 게 왔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올 테면 오라지.”


전부 죽여버릴 테니까.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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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99화 - 잠깐뿐이었던 즐거움 23.03.13 520 14 13쪽
99 98화 - 연말 파티 23.03.10 565 14 13쪽
98 97화 - 또 익숙한 천장이다 23.03.09 526 15 12쪽
97 96화 - 신화의 최후 23.03.08 562 12 13쪽
96 95화 - 비장의 패 23.03.07 578 16 12쪽
95 94화 - 인마격돌 23.03.06 610 14 11쪽
94 93화 - 타르타로스로 23.03.03 723 16 12쪽
93 92화 - 숨겨져있던 악의 (수정됨) 23.03.02 703 16 13쪽
92 91화 - 지나간, 그리고 나아갈 (수정됨) 23.03.01 747 19 11쪽
91 90화 - 다시는 오지 마 (수정됨) +1 23.02.28 765 18 13쪽
90 89화 - 바다 위에서 23.02.27 753 21 12쪽
89 88화 - 가라는 휴가는 안 가고 23.02.24 825 22 12쪽
88 87화 - 또 하나의 사건이 끝나고 23.02.23 834 24 11쪽
87 86화 - 배신자에게 어울리는 결말은 23.02.22 889 26 12쪽
86 85화 - 인류의 배신자 23.02.21 888 25 12쪽
85 84화 - 악의 근원 23.02.20 848 23 12쪽
84 83화 - 허점을 찌르다 23.02.17 927 26 11쪽
83 82화 - 계획의 밑준비 23.02.16 914 25 12쪽
82 81화 - 엄습하는 위협에 맞서 23.02.15 932 22 13쪽
81 80화 - 재회의 기쁨은 잠시 내려두고 (수정됨) 23.02.14 955 25 12쪽
» 79화 - 반역의 마왕 23.02.13 1,013 25 11쪽
79 78화 - 반갑지 않은 재회 23.02.10 1,062 25 14쪽
78 77화 - 다시 한 번 그곳으로 23.02.09 1,069 30 11쪽
77 76화 - 혜성같은 신인 +1 23.02.08 1,103 29 12쪽
76 75화 - 고된 훈련의 성과 [수정됨] 23.02.07 1,160 29 12쪽
75 74화 - 제자 2호 +1 23.02.06 1,251 33 12쪽
74 73화 - 예상 밖의 인연 23.02.03 1,270 34 12쪽
73 72화 - 네가 왜 여기서 나와 23.02.02 1,304 35 12쪽
72 71화 - 뜻밖의 방문 (수정됨) 23.02.01 1,318 33 12쪽
71 70화 - 돌아온 뒷이야기 23.01.31 1,404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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