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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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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17,972
추천수 :
6,320
글자수 :
678,215

작성
23.02.23 18:00
조회
833
추천
24
글자
11쪽

87화 - 또 하나의 사건이 끝나고

DUMMY

“으으으······!”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는 리벨러스. 몸이 산산조각이 났는데도 명줄이 붙어 있는 건 전투 중에 계속 보여줬던 녀석 특유의 끈질긴 재생능력 때문일 거다.


“어째서······ 어째서 안 되는······.”

“왜 몸이 재생되지 않냐고?”

“네 녀석······ 대체 무슨 짓을······!”


날 향해 질문을 던진 녀석의 두 눈엔 살의가 가득했다. 나는 그런 녀석을 내려다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별거 안 했어. 마의 존재에게 상성이 극악인 신성력에 영혼을 파괴하는 마왕의 필살기를 같이 사용한 것뿐.”


크샤크의 심판.

마왕으로 전직하면서 알게 된 크샤크가 숨겨두고 있던 비기. 적의 육신과 함께 영혼을 파괴하는 기술.

말은 거창하지만 실제로는 영혼에 아주 작은 금을 만드는 게 전부였다. 영혼을 완전히 베어내거나 없애버릴 위력은 없었다.

그런 주제에 사용하려면 엄청난 양의 마기와 상당한 생명력이 필요했다. 괜찮은 척하고 있지만, 머리가 어지럽고 시야가 뿌옇다.


사용에 상당한 리스크가 있지만, 그만큼 효과는 확실했다.


영혼이 파괴된다.

그건 다시 말해 이 세상에서 존재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제아무리 무한히 재생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도 영혼이 부서지면 끝이다. 설령 몸이 고쳐져도 그걸 조종할 의식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니까.


“서로 대척점에 있는 힘을 어떻게 그리도 자유자재로 사용한 거지?”

“영업 비밀이야. 그리고 곧 뒤질 녀석한테 알려줄 의리 같은 것도 없어.”

“홍주한, 그 애송이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게 될 날이 올 줄이야······.”


리벨러스가 자조 섞인 웃음을 내뱉었다. 그렇게 체념하는가 싶던 녀석의 주변에서 불온한 움직임이 보였다.


“내 패배를 인정하마. 하지만······.”

“응. 그냥 가.”


녀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녀석의 미간에 칼을 찔러 넣었다. 오러, 마기, 신성력 그중에 어느 것도 사용하지 않은 칼이었지만, 녀석의 최후를 장식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콰직!


“크아악!”

“두 번 다시 보지 말자고.”

“빌어먹을, 빌어먹을!”


녀석이 절규하며 남아있던 마기를 폭발시켰다. 나와 녀석이 있던 자리가 폭발로 인해 움푹 파였다.

고깃덩이가 된 것 치고는 제법 발악이 거센 편이었다. 그래봐야 내게는 상처 하나 내지 못했다.


내세가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설령 있다고 해도 녀석에겐 관련 없는 이야기일 거다. 영혼이 파괴된 이상 리벨러스, 아니 주천호라는 존재는 이제 영원히 소멸한 셈이니까.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

[칭호가 해제됩니다.]


메시지와 함께 전신에서 힘이 쑥 빠졌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탈력감과 함께 그 자리에 주저앉는데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히든 업적 ‘마왕 토벌’을 달성하였습니다.]

[종언의 마왕 리벨러스를 토벌했습니다.]

[스킬 ‘종언의 탄식’, 스킬 ‘안드라스 소환’을 획득하였습니다.]


[마왕으로서의 격이 올랐습니다. 조건이 달성되어 칭호 ‘마왕’의 지속 시간이 30분으로 늘어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은 이전과 같습니다.]

[마신의 계약자를 처치하였습니다. 마신의 힘에 대한 저항력이 올라갑니다.]


안 그래도 뿌연 시야로 어떻게든 읽어내고 있으니 옆에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살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걸음. 가까이 다가와 내 옆에 앉은 이에게선 피비린내가 풍겼다.


“너 왜 이렇게 주저앉아 있어? 괜찮은 거야?”


걱정 섞인 목소리로 물어보며 내 몸을 살피는 유하늘. 군데군데 보이는 상처가 싸움이 얼마나 고됐는지 알려주었다.


“괜찮아. 다른 사람들은?”

“네가 마왕인가 뭔가를 죽이고 나서 다들 게이트를 처리하러 이동했어. 아직 끝나지 않았다더라.”

“다행이네.”


다들 열심히 해주고 있지만 결정타가 부족할 거다. 그들이 간 이상 게이트는 얼마 안 가 닫힐 거다.

유하늘이 회복 포션을 꺼내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걸 저지하고는 품에서 텔레포트 수정을 꺼냈다.


“야.”

“응?”

“부탁 하나만 하자.”

“이 상황에서?”

“이런 상황이니까 하는 거야.”

“뭔데?”

“이것 좀 대신······.”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입 안 가득 차오른 비릿한 맛에 찝찝함을 느끼던 나는 앞으로 고꾸라지며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



“말도 안 돼요!”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말하는 정준성. 옆에 있던 임수진은 비틀거리다 못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떻게, 어떻게 그런 일이······.”

“자기들도 노력했지만, 이미 본인들 손을 떠난 일이었대.”

“그렇게 끝날 리 없어요! 분명, 분명 뭔가 방법이 있을 거라고요!”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 같아. 정말 슬프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해.”


덤덤히 말하는 유하늘. 셋의 시선은 불룩 솟은 새하얀 이불이 있는 병실 침대에 향해 있었다.

침대를 바라보는 그들의 얼굴은 우울하기 그지없었다. 허탈함이나 상실감 같은 단어로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니네 지금 뭐 하냐?”


침대를 에워싸고 있던 셋이 고개를 돌렸다. 난 어이없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잠깐 편의점 다녀온 사이에 아주 난리가 났네. 누가 보면 사람이라도 죽은 줄 알겠다.”

“하지만······.”

“기대했는데······.”

“정말 하늘이 내려준 기회였다고! 고작 이틀 남기고 못 가게 되었는데 어떻게 그렇겠거니 하고 받아들여!”

“나, 참.”


그랬다.

이 녀석들이 이렇게 원통해 하는 건 내가 죽어서 같은 이유가 아니라, 한 달 전 예약한 식당에 가지 못하게 된 것 때문이었다.


조금 전 병실을 나설 때 전화를 받던 유하늘의 표정이 굳어있긴 했다. 뭔가 심각한 일인가 싶었는데, 막상 돌아왔을 때 알게 된 진상은 내 예상을 완벽히 빗나간 것이었다.


작년 초부터 유하늘이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던 레스토랑이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 취재 요청이 쏟아지고, 몇 년 치 예약이 진즉 차 있는 유명한 레스토랑.

원래도 유명했지만, 게이트가 열리게 된 이후 주방장들이 각성자가 되면서 요리가 한층 더 맛있어졌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한 번 맛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천상의 맛이라나 뭐라나.


그런 소문이 돌다 보니 다들 어떻게든 가보고 싶어 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예약이 차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그러다 유하늘의 오랜 지인이 일정 때문에 못 가게 되었다며 그녀에게 예약을 양보했었다. 그게 딱 저번 달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오늘.

이번에 발생했던 게이트로 인해 가게가 무너져 당분간 영업을 중단한다는 연락이 전해졌다.


안 그래도 다들 이번에 큰일을 치른 뒤라 한껏 기대에 차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찬물을 아주 세게 끼얹은 셈이니 이해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물론 그걸 남들이 오해할 만한 상황에서 하고 있으니 문제였지만.


“알겠으니까 다들 나와. 나 아직 환자야.”


셋은 얌전히 자리에서 비켜줬다. 이불을 걷어 대충 던져뒀던 베개를 옮기고는 그 위에 머리를 기댔다.


“그래서. 다들 무슨 일로 온 거야? 레스토랑 이야기를 하러 온 건 아닐 테고.”

“협회에서 전해달라는 게 있어서.”


유하늘이 옆에 있던 봉투를 건넸다. 봉투를 열자 안에서 서류 뭉치가 나왔다.


[경과보고]


“양이 제법 되는 거 같던데. 전부 읽을 수 있지?”

“아, 갑자기 팔이 아픈데. 누가 들고 읽어주지 않으려나.”

“국어책 읽기도 그렇게 하면 욕먹겠다, 인마.”


유하늘이 피식 웃고는 서류를 가져갔다. 녀석의 입을 빌려 알게 된 내용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일단 주천호, 아니 리벨러스를 따르던 추종자들은 현재 진행형으로 체포 중이었다.

주천호의 거처에서 발견된 명단에 따르면 그 수가 상당했다. 대부분이 유명인이었고, 주천호가 죽음과 동시에 종적을 감춘 사람도 제법 있었다. 시간이 늦어지겠지만, 모두 잡아들이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그와 동시에 녀석과 그 일행이 벌였던 악행들도 하나둘 밝혀졌다. 전혀 그러지 않을 것 같던 사람이 상상도 못 할 악행들을 저질렀단 사실에 대한민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지금도 매스컴에선 주천호와 그 일당이 벌였던 일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열렸던 게이트는 무사히 처리되었다. 사망자가 나오긴 했지만, 헌터와 군경의 노력으로 민간인 피해는 어떻게든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리벨러스와 함께 이 일을 벌였던 마신은 이번 일로 상당한 힘을 소진했다.

최근 비정상적으로 게이트가 많이 발생했던 게 녀석의 소행이었던 걸로 밝혀졌었다. 이번 사건 역시 녀석이 개입해 있었는데, 리벨러스가 쓰러진 다음 날부터 게이트 발생 빈도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협회에 조력하라고 보낸 루그와 베우스가 마계에 다녀와 확인까지 마쳤다. 그렇게 되었으니 당분간 마신의 개입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마신이 아니더라도 마왕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번 일을 지켜본 이상 쉽사리 넘어오진 않을 거다.


게이트의 발생이 안정화되면서 헌터들의 중노동도 끝났다. 한동안 밤낮없이 일하던 이들이 협회로부터 소식을 듣고 환호했을 모습이 저절로 그려졌다.


“내용은 여기까지야.”

“고생한 보람이 있네.”

“그건 그렇다 치고.”


서류를 집어넣은 유하늘이 나를 쳐다봤다.


“부상은 이제 괜찮은 거야?”


장난기 하나 없는 진지한 눈.

나중에 의사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날 데려왔던 유하늘은 패닉상태였다고 한다.

당시의 나는 회복 물약을 썼는데도 나아지지 않고 계속 피를 토했고, 그 영향으로 전신이 차갑게 식어갔다고 한다.


전신의 근육이 심각하게 손상되었고, 내장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출혈을 일으키고 있었다고 한다.

그대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지만, 내 끈질긴 생명력과 병원의 노력이 합쳐져 어떻게든 생존할 수 있었다.


수술이 끝난 뒤 유미나가 계속 방문해 회복력을 올려주고 있지만, 단기간에 회복하기엔 어려웠다.


-“풀 수 없는 저주에 걸린 거 같은데요.”


신성력을 있는 대로 때려 박고도 치료에 실패했던 유미나의 말이 떠올랐다.


하긴. 아이템이나 신성력으로 뚝딱 회복해버리고 끝날 거였다면 그걸 대가라 하진 않았을 거다.


“많이 나아졌어. 이렇게 움직이는 거 보면 모르겠어?”

“정말이지?”

“정말로.”

“······그럼 다행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유하늘. 내가 심각하게 다쳤던 걸 모르는 두 제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당분간 푹 쉬어.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잖아.”

“그랬던가?”

“그랬거든?”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동안 계속 게이트랑 던전, 그것도 아니면 병원에서 회복하는 게 일상의 전부였다. 말 그대로 휴가라고 할만한 걸 즐겨본 지는 꽤 되었다.


“안 그래도 5대 길드랑 협회에서 전해달라더라. 그동안 수고했으니 당분간 안정을 취하며 푹 쉬라고.”

“왠지 그렇게 말하면 꼭 일이 하나씩 터지던데······.”

“그런 불길한 소리 하지 말고 어떻게 쉴지 고민해!”

“어, 어어······.”


단호하게 밀어붙이는 유하늘에게서 시선을 옮겨 창밖을 쳐다봤다.


막상 가라고 하니까 머릿속이 깜깜하다.

휴가······ 뭘 해야 하지?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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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99화 - 잠깐뿐이었던 즐거움 23.03.13 518 14 13쪽
99 98화 - 연말 파티 23.03.10 564 14 13쪽
98 97화 - 또 익숙한 천장이다 23.03.09 526 15 12쪽
97 96화 - 신화의 최후 23.03.08 561 12 13쪽
96 95화 - 비장의 패 23.03.07 578 16 12쪽
95 94화 - 인마격돌 23.03.06 610 14 11쪽
94 93화 - 타르타로스로 23.03.03 723 16 12쪽
93 92화 - 숨겨져있던 악의 (수정됨) 23.03.02 702 16 13쪽
92 91화 - 지나간, 그리고 나아갈 (수정됨) 23.03.01 747 19 11쪽
91 90화 - 다시는 오지 마 (수정됨) +1 23.02.28 765 18 13쪽
90 89화 - 바다 위에서 23.02.27 753 21 12쪽
89 88화 - 가라는 휴가는 안 가고 23.02.24 825 22 12쪽
» 87화 - 또 하나의 사건이 끝나고 23.02.23 834 24 11쪽
87 86화 - 배신자에게 어울리는 결말은 23.02.22 889 26 12쪽
86 85화 - 인류의 배신자 23.02.21 888 25 12쪽
85 84화 - 악의 근원 23.02.20 848 23 12쪽
84 83화 - 허점을 찌르다 23.02.17 927 26 11쪽
83 82화 - 계획의 밑준비 23.02.16 914 25 12쪽
82 81화 - 엄습하는 위협에 맞서 23.02.15 931 22 13쪽
81 80화 - 재회의 기쁨은 잠시 내려두고 (수정됨) 23.02.14 954 25 12쪽
80 79화 - 반역의 마왕 23.02.13 1,012 25 11쪽
79 78화 - 반갑지 않은 재회 23.02.10 1,061 25 14쪽
78 77화 - 다시 한 번 그곳으로 23.02.09 1,069 30 11쪽
77 76화 - 혜성같은 신인 +1 23.02.08 1,102 29 12쪽
76 75화 - 고된 훈련의 성과 [수정됨] 23.02.07 1,159 29 12쪽
75 74화 - 제자 2호 +1 23.02.06 1,250 33 12쪽
74 73화 - 예상 밖의 인연 23.02.03 1,269 34 12쪽
73 72화 - 네가 왜 여기서 나와 23.02.02 1,304 35 12쪽
72 71화 - 뜻밖의 방문 (수정됨) 23.02.01 1,318 33 12쪽
71 70화 - 돌아온 뒷이야기 23.01.31 1,403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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