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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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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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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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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0
글자수 :
678,215

작성
23.02.06 18:00
조회
1,250
추천
33
글자
12쪽

74화 - 제자 2호

DUMMY

“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한 채 나무 막대를 들고 있는 임수진. 얼마나 긴장했는지 아무것도 안 했는데 두 팔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긴장하지 말고 해! 저 녀석이 이상한 짓 하면 바로 내가 나설게!”


그녀의 옆에서 잔뜩 신난 표정으로 외치는 유하늘. 그 옆엔 말없이 고개를 젓는 준성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셋의 반대편.

나는 장비 하나 없이 임수진의 시험 상대가 되어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분명 카페에 인형 옷을 반납한 뒤 밥을 먹으러 갔었다. 거기서 유하늘과 각자 2인분씩 식사비를 내고, 마저 못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근처 카페에 가려 했다.

하지만 밥때가 늦어 그런지 주변 카페는 성황리였고,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하다 얼떨결에 내 집으로 오게 되었다.


임수진은 집에 오는 걸 한사코 반대했고, 유하늘은 집이 좁다고 거절했다. 준성이야 말할 필요도 없이 할머님 때문에 넘어갔다.


그렇게 집에 와선 유하늘이 산 후식을 먹으며 임수진의 지금까지의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엔 별로 풀지 않았던 자기 이야기를 풀기에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임수진이 한때 헌터를 꿈꿨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대단하잖아요. 사람들을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확실한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는 성취감 같은 것도 있어 보이고.


처음 만났을 때 ‘이거 돈 되는 일이죠?’라고 말했던 사람과 동일인인지 의심될 정도의 이야기.

거기서부터 뭔가 인지부조화가 왔다가 정신 차렸을 땐 상황이 이렇게 된 뒤였다.


“자, 그럼 준비하시고······.”

“자, 잠깐!”

“뭐야? 아까는 기꺼이 상대해주겠다고 했으면서?”

“아니. 다 좋은데, 왜 하필 나야?”

“왜긴. 여기서 너보다 이것저것 많이 아는 사람이 있어?”


당당히 외치는 유하늘. 치켜세워주는 건 고맙긴 한데, 어째 써먹기 좋은 녀석처럼 보는 표정은 좀 숨겨줬으면 좋겠다.


부정할 수는 없었다.

녀석 말대로 이것저것 배우고 들은 것도 많고, 짧기는 해도 튜토리얼 교육자도 해봤다. 간단한 실력 평가 정도라면 여러 번 해봤으니 이 정도 일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었다.


“가, 갑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달려드는 저 아가씨는 근접 전투에 특화된 헌터가 아니란 사실을 말이다.



***



“헉, 헉······.”

“괜찮아, 수진아?”


훈련장 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고르는 임수진. 미리 준비한 수건을 가져온 유하늘이 땀으로 흥건해진 그녀의 얼굴을 닦아줬다.


임수진은 녹초가 될 때까지 열심히 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녀의 공격은 내게 한 번도 닿지 않았다.


당연한 거였다.

제대로 된 훈련 한 번 안 해본 민간인의 공격이다. 전투만 수십, 아니 수백 번을 넘게 해본 입장에서 저런 공격은 방심하고 있었다 해도 맞아주기 어려웠다.


그래도 건질 게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처음 보았을 때도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반사 신경은 좋은 편이었다. 피로에 찌든 얼굴을 보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픽 쓰러질 것 같지만, 중간중간 찔러 넣은 공격을 어떻게든 피해내고 반격을 시도하는 건 나쁘지 않았다.


준성이야 짐꾼으로서 일하면서 헌터쪽 일을 보고 배운 게 있다 쳐도 이쪽은 순수하게 일상에서 단련된 몸이었다. 짬짬이 유산소와 맨몸 운동을 한 게 이 정도란 시점에서 말 그대로 타고난 신체라 할 수 있었다.


직접 전투에 나서지 않는 지원가라도 체력과 반사 신경은 필수다.

같이 싸우는 헌터들에게 맞춰 움직이고, 언제나 적의 공격에 반응해 도망칠 수 있어야 하며, 여차할 땐 뭐라도 들고 싸워야 하니까 말이다.


그런 점에선 어느 정도 합격점을 줄 수 있었다. 체력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훈련을 진행하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으니 문제라 보기 어려웠다.


그건 그거고.

지금은 내색하지 않아도 풀죽어 있는 티를 팍팍 내는 제자와 마저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임수진.”


내 부름에 임수진이 고개를 들었다. 처음 봤을 때보다 한층 더 지친 표정이었지만, 어딘가 개운해 보이기도 했다.


“너 각성 테스트는 봤어?”

“아, 네.”

“내가 비용 대주겠다 하고 받아보게 했어. 결과는 보시다시피 아무것도 없었지만.”


옆에서 아쉬운 표정을 짓는 유하늘. 얘도 보다 보면 오지랖이 참 넓다. 내가 할 말은 아닌가.


“그럼 소질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단 거네. 그런데도 굳이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뭐야?”

“지금은 뭔가 조금이라도 변한 게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리고······.”

“그리고?”

“오늘 일을 겪고 깨달았어요. 난 아직도 헌터가 되고 싶은 거라고.”


임수진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어딘가 동경 어린 눈빛을 본 나는 입을 열었다.


“임수진.”

“네?”

“착각하는 것 같아서 알려준다. 헌터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꿈의 직장이 아니야.”


내 말에 임수진의 표정이 굳었다. 옆에 있던 유하늘과 준성이가 뭐라 하려 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네 생각과 현실은 달라. 우리는 시민을 구했다고 감사받지 못해. 아무튼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았느냐고 뜯기기나 하지. 성취감? 그런 걸 느끼기 전에 생명의 위협을 더 많이 느껴.”

“······.”

“방금까지 이야기를 나눴던 사람이 시체가 되는 일도 빈번해. 매체가 다루지 않는 면에선 언제나 사람이 죽어 나갔어. 그건 여기 있는 두 사람도 동의하는 사실일 거야.”


유하늘과 준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둘의 표정이 내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이런 게 현실이야. 단순히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덤비는 거라면······.”

“알고 있어요. 전부 다.”


임수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더더욱······.”

“그래서 뭐가 어떤데요? 세 사람은 그런 걸 다 알면서도 헌터를 하고 있잖아요? 거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니에요?”


임수진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저도 그런 이유예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언젠간 죽을 거, 지금처럼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사느니 꿈꾸던 걸 하고 싶은 거예요. 그리고······.”


임수진은 손으로 고리를 만들어 보였다.


“돈 되잖아요, 이거.”

“······하.”


그 말에 웃음이 나왔다.

역시. 이래야 내가 알던 임수진이지.


“네 생각이 그렇다면 헌터가 되는 걸 말리진 않는다. 정 원하면 도와줄 수도 있고.”

“정말요?”

“친구의 친구는 친구라잖아. 거기다 너 안 도와주면 이 녀석이 노발대발할걸?”

“잘 들으라고 하는 말이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유하늘은 아직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만일 내가 거절했다면 녀석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주려고 했을 거다.


“그런데 어떻게 하려고? 다시 각성 테스트라도 보게 할 생각이야?”

“아니. 지금 가봐야 같은 결과만 나올 거야.”

“그럼 어떻게······.”

“나중에 한턱내.”


그렇게 말한 나는 훈련장 구석으로 향했다. 아까 내려오면서 챙겨온 상자를 가져와 덮개를 열었다.


붉은 쿠션 위에 놓인 투명한 수정구. 내려놓으면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물건의 등장에 주변에 있던 세 사람의 시선이 몰렸다.


“이게 뭐야?”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설명 없이 바로 가자고. 임수진, 여기 손 올려봐.”

“이렇게요?”


내 지시에 따라 임수진이 왼손을 올렸다. 하지만 수정구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뭐야. 아무 반응도 없는데?”

“가만히 있어봐. 그렇게 뚝딱하고 나오는 물건이 아니니까.”

“그게 무슨······.”

“어, 어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임수진이 당황했다. 놀란 그녀가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접착제라도 붙은 건지 손이 떼지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 수정구에서 변화가 생겼다. 아무것도 없던 것만 같던 수정구 중앙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녹색과 푸른색이 뒤엉킨 회오리 그림. 그와 함께 수정구 주변에서 산들바람 같은 게 불었다 사라졌다.


‘역시 이게 나왔나.’


원래 그녀에게 들었던 기연이 없었기에 어떻게 되나 싶었다. 하지만 타고나는 게 있다고, 그녀가 각성하는 것 역시 바뀌진 않았다.

수정구는 그대로 빛을 잃고는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손을 뗀 임수진이 두 눈을 껌뻑였다.


“이, 이게 뭐예요?”

“왜 그래? 뭔가 이상해?”

“뭔가 처음 보는 게 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는데······.”


그렇게 말하는 임수진에게선 방금까지만 해도 없었던 마나의 흐름이 아주 미약하게나마 느껴졌다. 마나 보유자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였지만, 티끌조차 없던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달랐다.


이 수정구의 이름은 선지자의 예지. A급 아이템으로, 사용자의 잠재되어 있던 혹은 앞으로 갖게 될 힘 일부를 끌어낸다.


이런 게 있으면 개나 소나 헌터가 되는 것 아니냐 싶을 거다. 하지만 효과가 좋은 만큼 제약이 만만치 않았다.


우선 이걸 쓸 수 있는 건 비각성자 뿐이다. 각성한 사람은 이걸 써도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었다.

거기다 한 번 쓴 사람은 다시 사용할 수 없으며, 다시 쓰기 위해선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정석을 소모하면 기간을 줄일 수는 있지만, 필요로 하는 마정석의 등급이나 양이 장난 아니라 사실상 쓰지 말라는 쪽에 가까웠다.


얻은 지 제법 된 물건이라 언제 쓸지 몰랐는데,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뭘 봤는데?”

“바람을 일으키는 무언가를 봤어요. 형체를 알아볼 수는 없었는데, 뭔가 있었다는 건 확실했어요.”

“정령.”

“정령이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하늘이 놀라 말을 이어가려 했는데 준성이가 먼저 치고 나왔다.


“그렇다면 저 누나가 정령사라는 거예요?”

“그렇겠지. 정확히는 바람의 정령과 계약하는 쪽.”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단 20명만 나온 직업 아니에요, 그거?”

“저, 정말?”


임수진이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실이다.

4년 뒤엔 흔한 직업 중 하나지만, 아직 ‘대계약의 시대’를 겪지 않은 지금 정령사는 굉장히 희귀한 직업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수가 한정되어있는 고위 개체들이 아직 계약을 맺지 못한 상태란 이야기다.

지금 정령사로서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면, 단번에 A급 헌터가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임수진.”

“네, 네?”

“선택권을 줄게. 너무너무 편해서 어려움은 없지만 그만큼 재미도 없는 길과 정말 죽을 것 같은데 재미 하나는 끝내주게 보장되는 길. 어느 쪽을 택할 거야?”


예전의 그녀라면 당연히 전자를 택했을 거다. 하지만 그때보다 아직 꿈을 간직하고 있는 그녀라면······.


“당연히 후자요. 여기까지 와서 뭘 더 빼겠어요?”


한껏 기대에 찬 눈빛. 옆에 있던 둘도 당연한 것 아니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후회하기 없기다.”

“후회할 바엔 관두고 말죠.”

“그냥 관두면 안 되지. 그땐 이거 쓴 값은 내고 가.”


나는 상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알겠어요. 얼만데요?”

“4억.”

“······네?”

“못 들었어? 4억이라고.”


예상치 못한 액수에 임수진의 입이 턱 벌어졌다. 유하늘이 뭔가 말하려 했지만, 내 표정을 보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럼 잘 해보자고, 제자님.”


임수진의 잔뜩 기합이 들어간 모습을 보다 준성이에게 시선을 옮겼다.


“너는 어떻게 할래? 원하면 같이 끼워줄 수 있는데.”


녀석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당초 실력을 봐달라고 왔던 녀석이 이런 기회를 놓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럼 둘 다 일단 돌아가. 연락은 나중에 할 테니까.”


한층 더 바빠질 일정을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에 커리큘럼 짜는 맛이 있겠단 생각과 함께.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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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99화 - 잠깐뿐이었던 즐거움 23.03.13 519 14 13쪽
99 98화 - 연말 파티 23.03.10 565 14 13쪽
98 97화 - 또 익숙한 천장이다 23.03.09 526 15 12쪽
97 96화 - 신화의 최후 23.03.08 561 12 13쪽
96 95화 - 비장의 패 23.03.07 578 16 12쪽
95 94화 - 인마격돌 23.03.06 610 14 11쪽
94 93화 - 타르타로스로 23.03.03 723 16 12쪽
93 92화 - 숨겨져있던 악의 (수정됨) 23.03.02 702 16 13쪽
92 91화 - 지나간, 그리고 나아갈 (수정됨) 23.03.01 747 19 11쪽
91 90화 - 다시는 오지 마 (수정됨) +1 23.02.28 765 18 13쪽
90 89화 - 바다 위에서 23.02.27 753 21 12쪽
89 88화 - 가라는 휴가는 안 가고 23.02.24 825 22 12쪽
88 87화 - 또 하나의 사건이 끝나고 23.02.23 834 24 11쪽
87 86화 - 배신자에게 어울리는 결말은 23.02.22 889 26 12쪽
86 85화 - 인류의 배신자 23.02.21 888 25 12쪽
85 84화 - 악의 근원 23.02.20 848 23 12쪽
84 83화 - 허점을 찌르다 23.02.17 927 26 11쪽
83 82화 - 계획의 밑준비 23.02.16 914 25 12쪽
82 81화 - 엄습하는 위협에 맞서 23.02.15 931 22 13쪽
81 80화 - 재회의 기쁨은 잠시 내려두고 (수정됨) 23.02.14 954 25 12쪽
80 79화 - 반역의 마왕 23.02.13 1,012 25 11쪽
79 78화 - 반갑지 않은 재회 23.02.10 1,061 25 14쪽
78 77화 - 다시 한 번 그곳으로 23.02.09 1,069 30 11쪽
77 76화 - 혜성같은 신인 +1 23.02.08 1,102 29 12쪽
76 75화 - 고된 훈련의 성과 [수정됨] 23.02.07 1,159 29 12쪽
» 74화 - 제자 2호 +1 23.02.06 1,251 33 12쪽
74 73화 - 예상 밖의 인연 23.02.03 1,269 34 12쪽
73 72화 - 네가 왜 여기서 나와 23.02.02 1,304 35 12쪽
72 71화 - 뜻밖의 방문 (수정됨) 23.02.01 1,318 33 12쪽
71 70화 - 돌아온 뒷이야기 23.01.31 1,403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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