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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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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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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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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0
글자수 :
678,215

작성
23.02.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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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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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2쪽

80화 - 재회의 기쁨은 잠시 내려두고 (수정됨)

DUMMY

나이트메어 키메라와의 싸움이 끝난 뒤.

나는 뒤에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일행에게 다가갔다. 간단한 응급처치를 마친 채 지친 표정으로 앉아있는 녀석들을 하나씩 살폈다.


“아야야······.”

“이러고도 용케 움직이고 있었네.”


치료받으며 미간을 찌푸리는 유하늘. 브레스를 받아내고 여기저기 긁힌 외상도 외상이었지만, 내상이 제법 있었다.

신성력으로 치유하고도 부족해서 갖고 있던 물약을 먹였다. 보기엔 괜찮아 보이지만, 돌아가 정밀 치료를 한 번 받아볼 필요가 있었다.


“너는 좀 괜찮냐?”

“네. 덕분에요.”


준성이 왼팔을 들어 보였다. 기괴하게 뒤틀렸던 팔은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만에 하나라도 있을 후유증을 고려해 유하늘과 함께 병원에 가기로 했다.


그 옆엔 임수진이 눈을 감은 채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나와 키메라의 싸움이 끝날 때까지 정령과 함께 보호막을 펼치고 있었다. 치료했다곤 해도 마기가 남아있었을 텐데, 용케도 잘 버티고 있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한동안 안정을 취해야 했다.


루그 녀석은 딱히 손을 쓸 필요가 없었다.


-주군께서 각성하신 영향인 것 같습니다.


권속의 힘이 강해진다는 문구를 본 것 같은데, 그게 상처를 치료하는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확실히 녀석의 마기가 한층 순수해졌다. 불순물이 없는 건 아니지만, 힘의 밀도가 높아졌다.


루그의 상태를 확인한 뒤, 나는 눈을 감고서 일어나지 않는 베우스를 쳐다봤다.


가슴께에 새겨진 수많은 이빨 자국. 몸이 잘렸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깊은 상처에선 독기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 괴상한 녀석이 지면을 뚫고 솟아났을 때, 녀석이 나와 똑똑이를 지키겠다고 우릴 밀쳤어. 그리곤 녀석의 머리 하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다가······.”


유하늘이 말하다 말고 입술을 깨물었다. 좋든 싫든 정이 들었던 거겠지.

녀석이 나선 덕에 더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만일 기습을 허용했다면, 상황이 지금보다 나빠졌을 건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상황이 끝났음에도 녀석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죽은 게 틀림없지만, 아직 포기하기엔 일렀다.


[스킬 : 숙련자]

[힘을 사용하는데 익숙해졌습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입니다.]

[칭호의 효과 중 일부가 지속 효과로 적용됩니다.]


마왕으로 각성하면서 얻은 스킬.

칭호 시스템이 생기면서 업적이 주던 고유 효과가 사라지는 단점이 있었는데, 이건 그러한 단점을 없애주는 스킬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칭호 ‘마왕’을 해제했으니 그 힘을 쓸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사용에 제약이 있을지언정 어느 정도는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었다.


아직 베우스와의 계약이 끊어지지 않았다. 권속의 힘이 강해진다는 효과가 유지되는 이상, 녀석도 그 영향을 받을 터였다.


몸 안에 남아있던 마기를 끌어냈다. 마왕이 되면서 한층 강해진 마기가 손안에서 금방이라도 흩어질 것처럼 강하게 요동쳤다.

베우스의 상처 부위에 손을 쑤셔 넣었다. 터지듯 흩어진 마기가 상처 부위에 스며들었다.

손을 빼자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조금 있으니 괴성이 터져 나왔다.


“커허어억!”


두 눈을 번쩍 뜬 베우스가 상반신을 일으켰다. 아직 죽을 때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건지 녀석은 숨을 헐떡였다.


“아, 아프······ 어라?”


당황한 녀석이 자기 몸을 더듬었다. 나는 손으로 녀석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아야!”

“깼냐?”

“주, 주군! 언제 오셨······ 아니, 그것보다 이럴 때가 아닙니다! 괴물이, 괴물이······.”

“그거라면 내가 처리했어. 그나저나 너는 주인이 개고생하는데 잘만 자더라?”

“자, 자다니요! 그런 게 아니라······.”

“됐고.”


나는 녀석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수고했다. 네 덕에 모두 살았다.”

“네? 제가 뭔가 했습니까?”

“모르면 됐고.”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에서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껌뻑이며 베우스와 나를 번갈아보는 일행을 향해 말했다.


“다들 이러고 있지 말고 돌아가.”

“너는?”

“난 아직 볼 일이 남았어. 금방 돌아갈 테니 먼저들 가있어.”

“하지만······!”

“알겠습니다.”

“야, 똑똑이!”


유하늘이 크게 소리쳤다. 몸을 돌린 채 게이트를 여는 루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


“마무리만 짓고 돌아갈게. 걱정하지 말고 돌아가.”

“하지만 그래선 우리가 온 이유가······!”

“저 많은 키메라를 처리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할 일은 다 했어. 지금은 그 상처가 더 벌어지지 않게 돌봐야지.”

“맞아요, 누나. 아직 손이 떨리고 있잖아요.”


준성의 지적에 유하늘이 왼손으로 오른팔을 쥐었다. 힘을 꽉 주고 있지만 여전히 손이 떨리고 있었다.


“정말 금방 올 거죠?”

“그래. 걱정말고 돌아가.”

“······라면 끓여놓고 있을게요. 불어 터지기 전에 와요.”


준성이 애써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임수진을 안아 든 녀석이 먼저 게이트를 넘어갔다.


“······정말 금방 올 거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내 눈을 한참 동안 응시하던 유하늘은 몸을 돌려 게이트를 넘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래. 가서 애들 잘 봐줘.”

“분부대로.”


루그 녀석이 베우스를 데리고 게이트를 넘어갔다. 게이트가 닫힌 걸 확인하고는 바르가스와 나이트메어 키메라가 있던 자리로 향했다.


키메라의 거대한 몸에 가려져 있던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폭발의 여파로 인해 찌그러진 문 너머로 공간이 있는 게 보였다.


발로 걷어차자 육중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입구를 넘자 아래로 길게 뚫려있는 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주저 없이 아래를 향해 뛰어내렸다. 뺨을 스치는 매서운 바람을 느끼며 통로를 내려가자 아래에서 마기가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통로를 빠져나와 사뿐히 착지했다. 마정석이 깔려 있는 바닥에서 고개를 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다들 안 데려오길 잘했네.”


나란히 줄지어 세워져 있는 거대한 시험관들. 그 안에는 제각기 다른 마물들이 배가 갈라진 채 반투명한 검은 액체에 담겨 봉인되어 있었다.


고블린부터 트롤, 오우거, 리자드맨 같은 마물부터 헬 하운드와 와이번 등등. 개중엔 S급 마수인 드레이크도 있었다.

여태 보아온 마물이나 마수가 여기 전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다 특별히 제작된 시험관에는 마족들의 사체가 담겨 있었다. 분명 죽은 녀석들이었지만, 시험관 안에서 풍겨오는 마기가 상당했다.


시험관 몇 개는 비어 있었다. 아마도 나이트메어 키메라를 만들기 위한 재료가 있던 자리 같았다.


이것들을 그냥 둘 수는 없지만, 볼일은 따로 있었다.

시험관들을 지나쳐 보다 안으로 들어서가 커다란 제단 같은 게 나타났다.


제단 위에 그려져 있는 커다란 마법진. 희미하게 남아있는 마나과 마기의 흔적으로 보아 여기서 키메라를 연성한 모양이다.


걸음을 옮겨 마법진 위로 향했다. 가운데 그려져 있는 사람 한 명 크기의 마법진에 주먹을 내리쳤다.


쩌저적!


충격을 버티지 못한 제단이 갈라졌다. 갈라진 틈 사이로 손을 뻗자 무언가 손에 닿았다.

한 손으로 잡히지 않아 공간을 더 만들고는 들어 올렸다. 커다란 관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땅에 파묻혀있던 것치고 상태가 아주 좋았다. 마정석으로 만들어진 관은 이런저런 후처리를 한 건지 마법의 흔적이 느껴졌다.

마나와 마기가 뒤엉켜 잡아내기 쉽지는 않았지만, 관 안에선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어쩐지 이상하더라.”


엘리고스를 소재로 삼은 키메라를 죽였다면 내 권속은 지금 두 명이 되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마왕이 되면서 확인되는 권속의 수는 여전히 셋이었다.

조금 전 베우스를 살려내면서 예민해진 감각이 아래에 뭔가 있음을 알렸다. 낯익은 기운이라 설마설마하며 왔는데, 그 예측이 틀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관을 열고자 뚜껑에 손을 가져가자 스파크가 일었다. 손끝에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칼을 꺼냈다.

안에 있는 녀석이 다치지 않을 위치를 선정하고는 칼에 마나를 듬뿍 실었다.


결계를 해제하는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결계를 해제할 수 있는 마법을 사용하는 것. 다른 하나는 결계가 버티지 못할 정도의 힘으로 찍어 누른다.

전자는 어느 정도 지식만 있으면 되지만, 후자는 어지간한 힘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특히 이 정도로 정교하고 섬세한 결계라면 말 그대로 압도적인 힘이 필요했다.


그리고 마침.

내겐 그런 힘이 있었다.


콰직!


결계를 자르고 들어간 칼이 관에 꽂혔다. 칼을 뒤로 당기자 뚜껑이 함께 딸려 나왔다.

뚜껑이 열리며 관 안에 잠들어 있는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관과 연결되어있는 족쇄에 전신을 묶인 채 자유를 빼앗긴 여인은 인기척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갑옷을 손 부분만 불러내 족쇄를 붙잡았다. 가시다 돋아있는 족쇄들을 손으로 붙잡아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하나씩 전부 풀어내자 여인의 몸이 힘없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받아내려 손을 뻗으니 두 손이 내 어깨를 내 어깨를 붙잡았다.


“······너무 오래 잔 것 같은데.”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 기간만 따지면 두 달이지만, 실제로는 게이트를 오가며 그보다 오랜 시간을 보냈으니 정말 오랜만이었다.


“다시 보게 될 거라더니. 내가 이렇게 찾으러 오라는 거였냐?”

“면목 없네. 무슨 벌을 내려도 달게 받지.”

“벌은 무슨. 알면 잘하기나 해.”


엘리고스가 비틀거리며 제 자리에 섰다. 전에 봤을 때보다 상처가 많아지고 핼쑥해진 녀석은 날 향해 웃어 보였다.


“다시 만나게 되어 영광이네, 주군. 아니, 이제 마왕님이라 불러야 하나?”

“편한대로 불러.”

-“저기 있다!”


재회의 기쁨은 만끽하기도 잠시. 뒤편에서 마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베스님의 영역에서 잘도 이런 난장판을 벌이다니!”

-“살려 보내지 마라!”


완전 무장을 마친 마족들이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아까 탑을 지키던 녀석들과 달리 전신에 마기를 양껏 두르고 있었다.


“아, 진짜. 아직 하려던 말도 못 했는데 방해가 들어오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네, 주군! 이대로라면 이전처럼······.”


[마신이 힘을 행사합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울리는 메시지. 엘리고스의 목에 다시금 생겨나는 검은 가시관을 향해 손을 뻗었다.


콰직!


완성되기도 전에 가시관이 산산이 조각났다. 가루가 되어 떨어지는 가시관을 확인한 나는 들으라는 듯 외쳤다.


“내 물건에 손대지 말고 네 물건 간수나 잘 해, 망할 자식아!”

-“죽어라!”

“니들은 이거나 먹고 꺼져!”


일갈과 함께 손을 튕겼다. 안으로 들어오면서 미리 깔아뒀던 폭발 주문들이 하나둘 터지면서 곳곳에서 화염이 치솟았다.


-“아아악!”

-“아, 안 된다! 어떻게든 재료들을 사수해야······.”

-“그게 안 됩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절규를 들으며 루그의 능력을 빌려 게이트를 열었다. 마지막 시험관에서까지 폭발이 일어나는 걸 확인한 나는 엘리고스를 데리고 게이트를 넘었다.

전신을 감싸던 마기 대신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 한결 깨끗해진 기분을 느끼고 있으니 엘리고스가 입을 열었다.


“안 본 사이에 많이 강해졌군.”

“괜히 늦게 온 게 아니란 말이지.”

“마음 같아선 축하하고 싶네만, 전해야 할 말이 있네.”


지친 몸으로 말하던 엘리고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녀석은 흐릿해져가는 초점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조심하게 주군. 지금 마계에서······.”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반 내용 삭제와 중후반부에 수정이 있었습니다.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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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99화 - 잠깐뿐이었던 즐거움 23.03.13 520 14 13쪽
99 98화 - 연말 파티 23.03.10 565 14 13쪽
98 97화 - 또 익숙한 천장이다 23.03.09 526 15 12쪽
97 96화 - 신화의 최후 23.03.08 562 12 13쪽
96 95화 - 비장의 패 23.03.07 578 16 12쪽
95 94화 - 인마격돌 23.03.06 610 14 11쪽
94 93화 - 타르타로스로 23.03.03 723 16 12쪽
93 92화 - 숨겨져있던 악의 (수정됨) 23.03.02 703 16 13쪽
92 91화 - 지나간, 그리고 나아갈 (수정됨) 23.03.01 747 19 11쪽
91 90화 - 다시는 오지 마 (수정됨) +1 23.02.28 765 18 13쪽
90 89화 - 바다 위에서 23.02.27 753 21 12쪽
89 88화 - 가라는 휴가는 안 가고 23.02.24 825 22 12쪽
88 87화 - 또 하나의 사건이 끝나고 23.02.23 834 24 11쪽
87 86화 - 배신자에게 어울리는 결말은 23.02.22 889 26 12쪽
86 85화 - 인류의 배신자 23.02.21 888 25 12쪽
85 84화 - 악의 근원 23.02.20 848 23 12쪽
84 83화 - 허점을 찌르다 23.02.17 927 26 11쪽
83 82화 - 계획의 밑준비 23.02.16 914 25 12쪽
82 81화 - 엄습하는 위협에 맞서 23.02.15 931 22 13쪽
» 80화 - 재회의 기쁨은 잠시 내려두고 (수정됨) 23.02.14 955 25 12쪽
80 79화 - 반역의 마왕 23.02.13 1,012 25 11쪽
79 78화 - 반갑지 않은 재회 23.02.10 1,061 25 14쪽
78 77화 - 다시 한 번 그곳으로 23.02.09 1,069 30 11쪽
77 76화 - 혜성같은 신인 +1 23.02.08 1,103 29 12쪽
76 75화 - 고된 훈련의 성과 [수정됨] 23.02.07 1,159 29 12쪽
75 74화 - 제자 2호 +1 23.02.06 1,251 33 12쪽
74 73화 - 예상 밖의 인연 23.02.03 1,270 34 12쪽
73 72화 - 네가 왜 여기서 나와 23.02.02 1,304 35 12쪽
72 71화 - 뜻밖의 방문 (수정됨) 23.02.01 1,318 33 12쪽
71 70화 - 돌아온 뒷이야기 23.01.31 1,404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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