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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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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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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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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78,215

작성
23.01.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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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9화 - 영입 거절의 대가

DUMMY

[마신이 당신의 싸움에 크게 흥미를 느꼈습니다.]

[마신이 당신에게 현재 공백인 마왕의 자리에 오를 것을 제안합니다.]


눈앞에 나타난 반투명한 창. 그 위에 적힌 메시지 너머로 거대한 눈동자가 나와 시선을 맞추는 게 느껴졌다.


저 머나먼 우주의 성운을 연상케 하는 붉은색 눈동자, 그 안에 세로로 자리한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세로 동공.

단순히 마주 보고 있는 것뿐인데 정신이 저 심연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군주 시해자의 영향으로 상태 이상 ‘심연의 공포’가 일부 무효화 되었습니다.]

[군주 시해자의 영향으로 상태 이상 ‘정신 오염’이 일부 무효화 되었습니다.]


요란하게 울리는 알림. 이게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는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당장에라도 고개를 돌리고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칭호가 덜어내지 못한 공포에 잠식당한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녀석은 그저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질문에 빨리 답이나 하라는 것처럼.


여길 벗어나려면 좋든 싫든 저 눈깔과 대화하는 방법밖에 없어 보였다. 지금 내게 쏟아지는 순수한 악의를 자력으로 벗어날 방법은 없고, 그 당사자 역시 좀처럼 물러날 낌새가 보이지 않았으니까.


주변에 있는 마족들은 겁에 질린 상태라 당장 내게 위협이 되진 않았다. 저 눈깔과 대화할 여건은 마련된 셈이었다.


쉬지 않고 떨리는 손을 꽉 쥐었다. 최대한 호흡을 가다듬고서 간신히 입을 열었다.


“나보고 마왕이 되라고? 지금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마신이 긍정합니다.]


“왜 마족도 아닌 나한테 마왕의 자리 같은 걸 권하는 건데?”


.까니으같 것 을있미재-


머릿속을 꿰뚫듯 들어온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성. 이것저것 기워서 만들어낸 것 같은 기괴한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 잠깐 정신을 잃었었다.


[군주 시해자의 영향으로 상태 이상 ‘혼란’이 일부 무효화 되었습니다.]


보고 대화하는 것만으로 이 정도 상태 이상이라니. 도대체 무슨 힘을 가지고 있는 건지 감도 안 온다.


“고작 그런 이유로 날 마왕의 자리에 앉히겠다고?”


?면다한 고다렇그-


“내가 옳다구나,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들일 것 같기라도 하냐?”


마왕은 인류의 적이다.

게이트 너머에서 나타난 그 어떤 마왕도 인류의 편에 선 적이 없었다. 그 휘하에 있는 녀석들도 다를 건 없었다.


“내가 마왕이 되어서 좋을 게 뭔지도 모르는데, 뭐 좋다고 그 제안을 받아들여?”


.다이것 할세맹 을성충 게네 이들재존 의계마 은많수 ,고이것 될 게얻 을힘 래아 호가 내-


구미가 당기긴 했다.

마왕이란 존재가 얼마나 강한지는 잘 알고 있다. 가이아 드래곤에 필적, 아니 그 이상의 힘을 가지기도 한 존재들.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일대를 붕괴시키는 가공할 힘의 소유자.

그런 녀석의 곁엔 언제나 수많은 휘하들이 있었다. 마수와 마물, 나아가 마족까지 그 수만 해도 상당한 위협이었다.


하지만 내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좋은 건 알겠는데, 나는 그딴 자리에 관심 없어.”


녀석이 주겠다는 가호를 받아 마왕이 된다면 그다음엔 어떻게 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무스카.

현 마왕 중 유일하게 인간이 타락해 탄생한 마왕. 그 정체는 게이트에서 실종된 줄 알았던 미국의 S급 헌터 ‘더스틴 앨런’이었다.

경위는 모르지만, 마왕이 된 그는 인류를 지키던 손으로 인류를 위협해왔다. 그가 나타나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후쿠시마는 아직도 원래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걸 아는 이상, 녀석의 말대로 해줄 생각은 없었다.


“그러니 거절하겠······.”


?가건 은않 지싶 고알 이실진 한대 에힘 그 네 .여자귀회-


귀를 의심했다.

저 새끼 지금 회귀자라고 했냐?


.다이것 될 가재존 할못 지하접범 .다겠주려알 을것 든모 한대 에힘 그-


거대한 눈깔이 으쓱한 것 같았다. 이 정도 제안이면 충분히 받아 들일만 하지 않냐는 것처럼.


정곡을 찔린 셈이다.

줄곧 궁금하긴 했다. 하자가 없는 건 아니지만 무엇 하나 빼먹지 않고 뛰어난 성능, 소유자의 편의를 극한까지 봐주는 것 같은 등장 타이밍, 나아가 끝을 알 수 없는 잠재성까지.


지금도 이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만일 모든 걸 알게 된다면 녀석의 말대로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존재가 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을 거다.


하지만 그건 타인의 도움으로 쟁취할 게 아니었다.


온 힘을 쥐어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곤 눈깔을 향해 중지를 치켜들었다.


“엿이나 까 잡숴. 니 자리면 몰라도, 니 따까리 중 하나가 되는 건죽어도 사양이야.”


?가인심진-


“그래. 그리고 번역기 성능 좋은 것 좀 써라. 뭐라고 지껄이는지 알아듣기도 어려우니까.”


그 말에 공기가 진동했다. 그와 함께 전신을 짓누르는 마기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


-그렇다면 여기서 죽어줘야겠다.


“크아아아악!”


또렷한 목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광기 섞인 포효. 겁에 질려 엎드려있던 마족들이 어느덧 일어나 울부짖고 있었다.

이성이라곤 하나도 남지 않은 시뻘건 눈동자들이 날 향해 쏘아졌다. 어쩐지 몸집이 커진 녀석들의 입에선 숨결과 함께 검은 마기가 흘러나왔다.


[지속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칭호 ‘불굴의 투사’가 장착 해제됩니다.]


메시지와 함께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쩐지 좀 오래간다 싶더니 시간이 다 되어 버렸다.


[군주 시해자의 영향으로······.]


계속해서 울려오는 알림. 전신을 짓누르는 압박도 압박이지만, 뒤늦게 몰려온 충격의 고통에 전신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엿 날릴 때만 해도 올라갔던 손이 지금은 까딱하는 것도 어려웠다. 이를 악물고 움직여보려 해도 정말 티끌만큼씩 움직일 뿐이었다.


-“ad se gu joe ji ig lagi glag!”


마족들이 자리를 박차고 내게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개떼처럼 몰려드는 녀석들은 금방이라도 나를 물어뜯을 기세였다.


마신의 눈은 여전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죽는 그 순간까지 지켜보려는 것 같은 눈은 나를 비웃는 것처럼 이죽거리고 있었다.


“젠장, 좀 움직이라고!”


아프다 못해 끊어지려는 근육을 어떻게든 움직였다. 기적처럼 손이 주머니 안에 들어갔지만, 날카로운 칼이 내 가슴팍을 관통하기 위해 바짝 다가온 뒤였다.

부서진 갑옷 사이로 찔러 들어온 칼이 피부를 가르며 피가 튀기 직전.


서걱!


“카아악!”


위에서 떨어진 거대한 칼이 날 찌르려던 마족의 팔을 절단했다. 예상치 못한 도움이었지만,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주머니에서 텔레포트 수정을 꺼냈다. 남아있는 마나를 전부 쏟아붓자 수정이 푸른 빛을 뿜어냈다.


“잘 있어라, 빌어먹을 새끼야!”


-그렇게 둘 것 같나?


쨍!


수정이 작동하려다 말고 산산이 조각났다. 순순히 보내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되니 뼈가 아팠다.


-“raw nean lueg naj mis!”


차선책을 쓰고 싶었지만, 마족들이 한 발자국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마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던 그때.


촤아악!


날 에워싼 마족들의 몸이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 폭죽처럼 잘려 나간 마족들을 베어낸 대검은 어딘가 익숙한 모양이었다.


“어째 익숙한 기척이 느껴져서 와봤더니 이거 참. 안 본 지 며칠 안 되었다고 상태가 말이 아니군.”

“너, 너······.”


보랏빛 생머리를 가볍게 손으로 쓸어내며 칼을 고쳐 쥐는 갑옷 차림의 여인.


엘리고스.

가이아 드래곤의 일격으로 죽은 줄 알았던 녀석이 지금 내 눈앞에 있었다.


“마음 같아선 재회의 기쁨 같은 걸 나누고 싶지만, 상황을 보니 그럴 여유는 없겠군.”


엘리고스는 주머니에서 회복 물약을 꺼내 냅다 퍼부었다. 상처가 아물었지만 여전히 움직이는 데는 제약이 많았다.


“주군! 자네라면 이 자리에서 벗어날 방법 정도는 갖고 있겠지?”

“그, 그렇긴 한데······.”

“그럼 빨리하게! 내가 버틸 수 있을 때!”

-“oe yaj nise ab!”


광분한 마족들이 우리를 덮쳤다. 몸을 비틀어 치명상은 피해도 상처가 생기는 것까진 피할 수 없었다.


“으윽······.”


엘리고스는 칼을 휘둘러 마족들을 베어냈다. 상태가 좋지 않은지 공격이 무뎠고, 몸엔 커다란 상처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었다.

빨리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하지만 마땅히 좋은 게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텔레포트 수정은 여분이 있지만 저 눈깔이 허용해줄 리 없었다. 귀환석을 박아놓긴 했지만 발동과 동시에 파괴될 게 분명했다.

칭호 ‘마법의 길을 걷는’을 사용해 텔레포트를 하더라도 처음 들어온 게이트가 있는 곳까지 갈 수는 없었다. 아직 그 정도 장거리 이동은 할 수 없었다.

저장해둔 게이트 안에 들어가 농성하는 방법도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몸을 지키기엔 더할 나위 없었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내가 게이트 안에 들어가 입구를 닫아버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었다. 나 혼자면 어떻게든 시간을 들여 방법을 찾으면 되지만, 게이트 안에는 대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역시 그것밖에 없나······.’


이런 상황에서 가장 성공률이 높은 방법이 하나 있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이걸 쓰면 상태 이상에 그대로 노출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마신 녀석의 마음대로 조종당하는 꼭두각시가 될 게 분명했다.

거기다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칭호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애당초 일회성이라 쓰지 못한 점도 있지만, 정말 작동할지 그 여부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해볼 가치가 있는 도박이었다.


정신 공격은 신성력으로 어떻게든 버텨내면 됐다. 있는 게 조금이지만, 시간 벌이 정도는 될 거다.

그리고 칭호가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한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마신의 상태 이상조차 견뎌내게 하는 힘이다. 녀석이 모종의 개입을 할 수 없는 이 힘이라면 작동에 문제는 없을 게 분명했다.


이것밖에 없다.

그렇게 결정을 내린 나는 신성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칭호 해제. 칭호 ‘뛰어난 도망자’ 장착!”


[칭호가 장착 해제되었습니다.]

[칭호 ‘뛰어난 도망자’가 장착되었습니다.]


[뛰어난 도망자]

[죽음의 문턱에서 몇 번이고 도망쳐온 자. 그 정도면 어떠한 위험에서도 무사할 수 있을 겁니다.]

[딱 한 번, 저장해둔 위치로 아무 조건 없이 귀환할 수 있습니다.]

[이 칭호는 일 년이 지나야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칭호는 중복 장착이 불가능합니다.]


-섬겨라. 위대한 의지를.

-받들어라. 위대한 의지를.

-따르거라. 위대한 의지를.


칭호를 해제하기 무섭게 머릿속을 헤집는 목소리들. 필터링 없이 들으니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고 쓰러질 것 같다.


-“ad nuen na ij ih chon!”


바로 앞에서 쏟아진 마탄의 비. 엘리고스가 급히 다가와 칼을 들었지만 막은 것보다 몸에 맞은 게 더 많았다.


“으읏······.”

“엘리고스!”

“준비가 끝났다면 어서 돌아가게!”

“무슨 소리야! 같이 가야 할 거 아니야!”

“난······ 늦었네.”


머쓱한 웃음을 지어 보인 녀석이 목을 가리켰다. 언제 생겼는지 모를 가시관이 녀석의 목을 옥죄고 있었다.


“알겠으면 돌아가게! 어차피 우린 다시 보게 될 테니까!”

“야, 그게 무슨······!”

“시간이 없어! 빨리······!”


엘리고스의 두 눈에 다른 마족들과 같은 붉은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녀석의 칼이 나를 향해 휘둘러지는 걸 본 나는 이를 꽉 깨물었다.


“강제 귀환!”


외침과 함께 나는 순식간에 집 지하의 훈련실로 돌아와 있었다. 방금까지 있던 일이 전부 거짓말 같게 만드는 풍경에 두 다리에서 힘이 탁 풀렸다.


“젠장······.”


애꿎은 바닥을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그래도 가시지 않은 분함에 나는 피부가 벗겨져 피가 터져 나올 때까지 연신 주먹을 내리쳤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중간에 짤막한 설명이 추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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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99화 - 잠깐뿐이었던 즐거움 23.03.13 520 14 13쪽
99 98화 - 연말 파티 23.03.10 565 14 13쪽
98 97화 - 또 익숙한 천장이다 23.03.09 527 15 12쪽
97 96화 - 신화의 최후 23.03.08 563 12 13쪽
96 95화 - 비장의 패 23.03.07 578 16 12쪽
95 94화 - 인마격돌 23.03.06 610 14 11쪽
94 93화 - 타르타로스로 23.03.03 724 16 12쪽
93 92화 - 숨겨져있던 악의 (수정됨) 23.03.02 704 16 13쪽
92 91화 - 지나간, 그리고 나아갈 (수정됨) 23.03.01 747 19 11쪽
91 90화 - 다시는 오지 마 (수정됨) +1 23.02.28 765 18 13쪽
90 89화 - 바다 위에서 23.02.27 753 21 12쪽
89 88화 - 가라는 휴가는 안 가고 23.02.24 826 22 12쪽
88 87화 - 또 하나의 사건이 끝나고 23.02.23 834 24 11쪽
87 86화 - 배신자에게 어울리는 결말은 23.02.22 889 26 12쪽
86 85화 - 인류의 배신자 23.02.21 888 25 12쪽
85 84화 - 악의 근원 23.02.20 848 23 12쪽
84 83화 - 허점을 찌르다 23.02.17 927 26 11쪽
83 82화 - 계획의 밑준비 23.02.16 914 25 12쪽
82 81화 - 엄습하는 위협에 맞서 23.02.15 932 22 13쪽
81 80화 - 재회의 기쁨은 잠시 내려두고 (수정됨) 23.02.14 955 25 12쪽
80 79화 - 반역의 마왕 23.02.13 1,013 25 11쪽
79 78화 - 반갑지 않은 재회 23.02.10 1,062 25 14쪽
78 77화 - 다시 한 번 그곳으로 23.02.09 1,069 30 11쪽
77 76화 - 혜성같은 신인 +1 23.02.08 1,104 29 12쪽
76 75화 - 고된 훈련의 성과 [수정됨] 23.02.07 1,160 29 12쪽
75 74화 - 제자 2호 +1 23.02.06 1,252 33 12쪽
74 73화 - 예상 밖의 인연 23.02.03 1,270 34 12쪽
73 72화 - 네가 왜 여기서 나와 23.02.02 1,304 35 12쪽
72 71화 - 뜻밖의 방문 (수정됨) 23.02.01 1,318 33 12쪽
71 70화 - 돌아온 뒷이야기 23.01.31 1,405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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