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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4.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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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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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CSAR 15

DUMMY

후... 이유를 알았다. 정보보고서에 정확히 다 나와 있었다. 특각은 알려진 것만 여러 개다. 복합타운처럼 수령을 위해 병원 포함 모든 것이 준비된 곳. 특각은 최소 1개 연대, 어떤 곳은 다 합해서 사단급이다. 분명 써 있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경호를 담당하는 부대는 가장 강력하다는 호위총국 안에 더 정예가 있어. 974부대였나 그래. 지도자가 가는 평양의 모든 기관, 김정은 일가 방문 장소, 열차 호위, 그리고 특각 경호. 호위사령부가 12만 명인데, 974가 2만 5천 정도일 거야. 이런 특각에는 상시 주둔하는 경계부대가 있고, 누가 뜨면 경호부대가 또 투입돼. 내가 기억하는 특각만 여덟 개인데, 묘향산은 여기 사람들의 정신적인 그런 면이 있지.’


‘특수부대랑 호위총국 합하면 32만 명이네. 이게 말이 되요?’


그러나 우리가 직접 보는 마음은 달랐다. 내가 지금 묘향산에 있는지 그 옆 산에 있는지 알 게 뭐야. 우리가 바라는 산은 우리가 만날 지점. 참고점. 그 외에 없다. 우리 타격 목표와 은거지, 재집결지. 끝. 그 참고점과 대상 봉우리를 보기 위해서 능선을 오른다. 우리 전술은 항상


[산의 7~8부를 택해서 이동하라.]


[그 7~8부에서 내려가도 올라가도 적을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7~8부는 올라오면 적도 대열이 늘어지고 틈이 생기며 힘들어하는 곳.]


말은 좋다. 7~8부를 길도 없이 방향으로 뚫어?


‘교전 시 후방 1km, 20분. 입력?’


모두 대답 복창했다.


‘김중사 일은 잊어라. 모두 잡다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우리가 살아야 한다. 우리도 살아야 한다. 그게 우선이다. 자, 군장 모두 풀어. 2개 조, 반팀으로 나뉜다는 가정으로 재분배하고, 타격조도 그 조에 맞게 재편성한다. 무거운 건 어디 정해서 묻자. 지금은 폭파와 통신 주특기가 군장과 조가 뭉쳐 있어. 기본 전술대로 반 팀이 똑같이 타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해. 그 다음 무거운 걸 묻어. 이 무게로 잡힌다. 잡혀.’


중대장님의 마지막 말. 내가 들은 마지막 말.


‘병훈이 거 너무 넣지 마. 폭파 물건 많잖아.!’


후회. 계급장 없는 중대장의 검은 얼굴. 선택. 죄책.

혼자가 되어 난 분명히 거기 갔다. 그 지점을 봤다.


군장 은거지에 도착했을 때 아무도 없고, 나 앞서 서둘러 지고 간 넷. 예상이 넷이다. 다섯보다 적을 수도 있다. 나도 내 군장을 정리해 지고 가다가, ‘우리 중대의 산’으로 가다가, 총소리를 들었다. 그 총소리는 분명 아군 구경, 익숙한 소리. 난 사라진 군장 넷, 재집결지에서 먼저 떠난 팀원으로 간주했다. 혹은 내 뒤로 남은 사람이 군장 은익처에 도달해 금방 따라와 합해졌을 수도 있다. 경험 많은 중사님들은 충분히 나보다 빠를 수 있다. 이동하다 길에서 만나 넷 이상일 수도 있었다.


이어지는 피아가 뒤섞인 총소리들.

처음 생각은,

‘찾았다!’


군장 은거지에서 내 걸 들고 이동한지 한참. 우리 중대를 찾았다. 다른 중대일 리가 없다. 기뻤다. 혼자는 백배 힘들다. 혼자 있으면 산이 무섭고 같이 있으면 아무 상관 없다. 다른 중대 은거지가 어딘지 모르고 여길 지나갈 수도 있으나, 나 내 생각은 또렷했다. 저건 우리 팀이야.


총소리가 나면 반드시 뛸 것이고, 난 총소리를 잠시 경청했다. 아군 총소리는 분명히 위로 올라가다 사라졌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동로 후방 1km’는 위쪽이다. 고함소리 없었다. 내가 못 들었을 수도 있고, 총성이 울리면 제대로 못 듣는다. 중대장님의 선 전술은 의미가 있는 것. 하나로 정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판단에 좋다. 올바른 결정이다.


거기가 어딘지 알 것 같았다. 길이는 1km지만 ‘분명 거기!’ 모일 것 같았다. [후방 1km]는 그 거리에 도달해 눈에 들어오는 지형에서 기다리게 된다. 떠올랐다. 분명히 ‘거기.’ 모인다. 우리 중대가 지나갔던 곳이다!


약간 높은 상향의 거길 향해 서둘렀다. 하지만 시간은 분명 20분을 초과했다.


난 이동로 1km 후방으로 갔다. 오르막이다. 길도 없는 수목을 헤치고 거품 물고 미친 듯이 버둥댔다. 길이 아니다. 길이 있다고 타도 안 되지만, 길 자체 존재가 없었다. 항상 피해왔던 경사 오르막은 힘을 쪼옥 뺀다. 양 발바닥이 평평하게 밟을 수가 없다. 계속 비탈을 비스듬히 걷고, 군화가 기울어져 밑으로 말리고 밀린다. 군화 끈을 완전히 꽉 동여맸다. 나뭇가지 잡고, 혼자 밀고 당기며 험난한 길을 갔다. 늦을까봐 미친 듯이.


‘20분. 20분.’


우리 재집결은 말처럼 쉽지 않다. 정말 어렵다. 까놓고 말하면 한 시간은 여유있게 줘야 한다. 하지만 그러다가 도피가 늦어진다. 어쩔 수 없다.


어둠 속에 산속으로 들어가면 그 산이 그 산 같고, 저기가 거기 같다. 산에 붙으면 멀리 큰 산이 안 보인다. 비슷한 굴곡이 너무 많고, 밤에는 더욱 어리벙벙하다. 밤에는 산 그림자가 겹쳐서 낮처럼 명확히 안 보인다. 지형을 식별하기가 무척 힘들다.


남한에서는 산에서 길을 잃어도 쉽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불빛과 등의 무리가 보인다. 작은 마을도 가로등이 있어 바로 보이고, 그 마을 불빛을 향해 나침반을 대면 내 위치를 찾는다. 지도를 동서남북에 맞게 정치하고 – 그 마을에서 측정한 나침반으로 선을 그으면 되니까. 하지만 여긴 산 저 아래를 봐도 암흑이다. 등화관제로 빛이 없다. 그냥 컴컴한 바다 같다. 종종 소름이 돋는다. 숨죽이는 괴물의 나라.


밑으로 추락할 뻔, 그게 몇 번. 갑자기 바위가 나타나고 길처럼 사용할 것이 사라진다. 절벽! 그런 절벽 면에서 무리하다 추락은 금방이다. 암벽화가 아니라 군화다. 군화 바닥의 깊게 패인 요철은 바위에 밀착이 안 된다. 절벽! 다시 빽도 해서 길을 찾고, 산이 온통 검게 시야를 가려 나침반도 보고, 갑자기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방향을 잃는다. 다시 올라가 길을 찾고 조금 높이 올라갔다.


‘우리 중대 산으로 그냥 가? 거기 안 올 수도 있어. 못 올 수도 있어. 지금 잡지 않으면 우리 중대 놓쳐. 빨리 가. 빨리. 20분.’


그렇게 땀에 젖고, 얼굴과 팔뚝이 잔뜩 긁히고 생채기를 내면서, 내장까지 토할 거친 숨을 쉬면서...


참고점이 보였다. 그 참고점을 보고 총성이 난 장소, 움직일 방향, 가던 방향. 어슴프레 알 것 같았다. 총성이 난 지점에서 상향으로 1km. 마음은 바쁘고 총은 걸리적거리기만 한다. 그때까지 총 자물쇠를 돌리지도, 단 한 발도 쏘지 못했다. 정말 단 한 발도 안 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맞추려고 쏜 적이 없는 거다.


오르막의 바위와 듬성듬성 나무들 사이에서 헤매다 멍하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그냥 포기하고 남에서부터 정해진 우리 중대 산으로 갈까 수십 번 고민했다. 하지만 눈앞에 바로 연결되는 것을 멀리할 수 없었다.


‘20분. 20분.’


죽을 정도로 산을 탄다는 건 산길을 타면서 나올 말이 아니다. 산길이 아닌 곳을 타야 죽을 정도가 된다. 고도가 높아지면 추락할 곳들이 늘어난다. 능선이 갑자기 높아지거나 계곡을 만나면 어김없이 절벽지대가 나온다. 가지를 잡지 않으면 추락하거나 한참 밑으로 미끄러질 장소들이 계속 이어진다. 가벼운 등산배낭으로도 위험한 곳. 바위. 한번 미끄러지면 끝이다. 길게 보지 못하니 자꾸 위험한 고각이 막는다.


[그래서 그런 곳에 산길이 안 뚫린 거다.]


툭. 가지도 부러진다. 떠걱! 소리가 더 겁난다. 미끄러지면 죽지 않아도 크게 다친다. 내 몸무게는 군장이 더해져 있다. 바위는 수평이나 수직이나 충돌해봐야 진짜를 안다. 어떤 경우 그냥 날 죽이는 대형 짱돌이다. 머리통만한 짱돌로 스매싱~ 날 치는 거다. 바위의 무서움은 고등산악에서 충분히 겪었다. 바위는 멀리서 보면 멋있고 가까이 가면 무섭다. 보기만 하면 멋있고 오르려면 침묵하는 괴물처럼 무섭다. 그리고 차갑다. 여름에도 존나게 차갑다. 붙으면 추워진다. 큰 바위 앞에 있으면 PT를 계속하는 거다. 가까이 있으면 냉기를 뿜어 나도 차가워진다. 용기는 공포부터 배우고 오는 것. 무엇인지 알아야 이기는 법도 나온다. 조신해야 한다. 바위는 조용히 무섭다.


팔다리가 추락의 공포로 후덜덜 떨린다.


‘추락하면 몸을 180도 돌려 군장으로 떨어져야 해!’


군인이 된다는 건, 부사관이 아니라도 군대에 입대한다는 건. 다른 말로, 인간에게 위험이 되는 것들이 얼마나 많으며, 한순간 실수로 하여 골로 간다는 걸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입대 전에 상상도 못 했던 것들을 본다. 세상에 위험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된다. 총 폭약 포탄 중기계만이 아니다.


군대의 입력 : 추락하면 죽는다. 기계 조작 하나 잘못하면 다른 사람이 죽거나 어디 잘린다. 내가 누굴 죽이는 건 총칼 없이도 금방이다. 잘못하면 물에 빠져 죽는다. 겨울산에서 양말 자꾸 교체하지 않으면 발가락 잘라야 한다. 박격포 포구에서 속사 타이밍이 딱 한 번 실수하면 손이 날아간다. 주포의 기어가 갑자기 이탈해 툭 떨어지져 머리에 맞으면 죽는다. 작은 암초 하나에 승조원들이 죽는다. 모든 주특기에서 사람의 목숨을 노리는 사고 위험성이 있고, 실제로 일어난다. 심지어 행정병 작전장교도 과로사할 수 있다는 걸 연말에 ATT RCT 때 느낀다. 그리고 행군.


[지쳐 죽을 것 같다.]


군대를 갔다 오면 사람이 죽을 수 있는 것들을 직감하기 시작한다. 사회의 노가다 아저씨들이 아는 위험들을 군대에서 일찍 체험한다. LPG 가스통이 터질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남자는 알고 여자는 모른다. 그래서 남자들은 더 겁이 난다. 여자친구가 위험한 행동할 때, 그 후의 여파가 어떤지를 모르는 것이 너무 불안하다. 겁은, 아는 사람이 많고 모르는 사람이 겁이 없어 무분별하다. 겁은 창피한 것이 아니다. 그런 ‘겁’이 나와 옆의 사람 목숨을 구할 수 있다.


봤다. 분명히 저기라고 생각한 곳을 봤다. 드디어 도달했다.

그리고 우리와 다른 생명체들이 중간에 끼었다.

난 정지했다.

이후, 수도 없이, 후회한다.


군장을 버리더라도 놈들을 향해 총을 쏘고 튀어야 했다. 조용했다. 내가 쏘면 일대의 우리 중대원들이 바로 이해한다. 말이 필요 없다. 분산탈출은 총 한 방에 100m 선수처럼 사방으로 용수철처럼 사라진다. 조준하던 대상이 2초면 완전히 사라진다. 그때는 다른 팀원들이 잘 안 보인다. 조수 사수도 그럴 정도였으니. 지금은 훈련이 아니다. 누가 쓰러지면 가보냐 그냥 가야 햐느냐, 그게 자기 목숨이다. 선택은 생과 사. 무수한 총들이 조준 꺼리를 찾고 있다. 잘 안 보이면 파인애플을 던진다.


그때 분명히 쏴야 했다.


왜냐. 우리 중대장이, 담당관과 중사님들이 20분 초과했다고 냉정하게 돌아설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과적인 것.


거기 있었다.

우리 중대였다.

누가 있었다.

하나도 아니었다. 그 이상은 내가 알 수가 없지.


혼자 끙끙대며 가다 총소리가 났을 때, 총성이 난 장소는 적격 1km 후방이었고, 만약 거기 아무도 없었다면, 그 길로 가지 않았거나 이미 지나간 거다. 아직 안 온 사람이 꼭 나를 상정하지 않았지만, 그 대표적인 이유는 너무 죄송스럽게도, 아마도, 내가 안 와서였을 거다. 내가 온다는 보장은 없었으나, 중대에서 ‘챙기는’ 대상은 항상 나였다. 중대원들은 몰랐지만 나도 우리 중대의 그 산으로 가고 있었다.


다시 결과적으로, 그 총성이 날 즈음, 넷 중에서 또 누가 늦거나 낙오한 거다. 내가 아니라도 20분은 훨신 자났다. 아니면 일부러 기다린 거다.


탕! 탕탕탕!

힘들게 다가간 곳에 우리 중대 누군가 있었다.

우리 중대가 맞다면 중대장은 분명 거기 있었다.


‘다 왔다. 다 왔어...’

그렇게 다가서는데, 소란스런 인적.

내 앞을 통과하는 검은 무리 대열.


그들은 나처럼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든 곳을 가고 있었고, 그럴 때는 그냥 앉아만 있어도 냄새 느낌으로 날 못 찾는다. 힘들게 행군하는 부대는 오감이 몸에 가 있다. 먼저 와서 숨어있는 사람은 소리와 냄새를 맡지만, 지나가는 사람은 숨은 것을 오감으로 느끼기 힘들다. 일단 자신들의 소음이 크다. 특히 자기 숨소리.


‘뭐야. 누구야.’


누구긴 누구야. 직잠으로 바로 알지. 아군이 아냐!


난 주춤하고 그들이 지나가길 기다렸어. 그들이 우리 재집결지를 알고 가는 것은 아니니, 지나가면 가려고 했어. 하지만 말이 그런가. 그 위치에서 최초 재집결지는 가까웠다. 200m?


속으로 생각했지. 애써 부정하려 했는지도 몰라. 내가 총을 안 쏘기 위해서.


‘갔어. 20분 훨씬 넘었어. 확인할 필요도 없어. 저기 내려갈 필요 없어. 우리 중대의 그 산으로 가자. 거기서 만날 수 있을 거야.’


[우리 중대의 산]


최고봉인 비로봉 높이 1,909m. 면적 375평방km. 묘향은 묘향산이 아니라 산맥이다. 그 산줄기 중앙의 최고봉을 중심으로 묘향산이라 한다. 그 많은 산 중에 우리 중대의 산. 산이 아니라 특징적인 봉우리. 1,243 고지. 유사시 중대 최종 재집결지. 한참 산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게 중대가 완전히 붕괴하거나 분산될 때 최후의 보루다. 누구든 혼자가 되면 일단 그리로 가서 자리를 잡고 위장하고 기다린다.


‘그다음은, 혹시나 그다음은? 지역대 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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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민족해방전선 2 21.05.17 374 13 13쪽
220 민족해방전선 1 21.05.12 487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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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성냥개비 1 21.05.03 445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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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주변인정전 1 21.04.19 541 13 10쪽
210 CSAR 18 +1 21.04.16 533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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