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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4.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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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98,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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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3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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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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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격납고 II (2)

DUMMY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어떤 놈도 담그고 베어서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과감한 공격! 1대 1은 그 시작에 자신감이다. 금방 끝난다. 순간이다. 넌 나에게 죽는다. 나약한 군인은 없다. 칼을 든 군인은 저마다 강하다. 그러나 내가 이긴다. 안 찔리고 이기지 못한다. 그러나 네가 먼저 죽는다. 넌 죽어야 한다. 이 전쟁은 빨리 끝나야 하고, 그러려면 너 같은 훈련된 적은 빨리 죽어야 한다. 우리 군대 누구를 죽이기 전에 넌 죽어야 한다.‘


어, 손목을 쥔다. 피가 많이 나온다.


’피는 기본적으로 개 같다. 피비린내 역겹다 이런 소리는 하지 말고. 더럽고 지저분해지는 것이다. 피를 내 몸에 안 튀게 하는 방법은 창밖에 없다.‘


대치. 숨소리. 짧고 거친 숨소리. 그 한 호흡에 커, 커, 커, 커가 들어가 있다. 얼굴이 화끈거리며 실핏줄이 터질 것 같다. 너도나도. 총으로 해결해야 했어. 총으로 해결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 안 된다. 총을 잡아서 조종간을 돌리고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까지 가만히 되지 않는다. 그 틈에 분명히 당한다. 무엇을 해도 서로 눈치챈다. 10초도 안 되는 순간 모든 것이 불타오른다. 지금도 활활 탄다.


”이 개새끼야 이 씨벌 넘이. 악!“


들어갔어. 허... 허...


’칼이 빠져야 출혈이 제대로 나온다. 피를 뽑아야 한다. 그래서 사회라면 박힌 상태로 빨리 응급실 가는 것이 좋다.‘


빼. 빼! 어?


’너무 찌르는 데 주력하면 뼈가 걸린다. 너무 힘을 주는 거다. 실제로는 두부다. 상대가 내장에 힘을 주면 칼이 걸릴 수도 있다. 감기는 거다. 칼을 뽑을 때, 내 칼에 상대 핏줄이 잘렸다면, 뽑을 때 잘려진 핏줄에서 죽죽 뿜는다. 그래서 스냅으로 빨리 찔렀다 빨리 뺀다. 맞아도 생각보다 더 버티다 절명할 수 있다.‘


무섭다. 이 자식. 안 빠져.


’남은 하나의 방법은, 찌른 상태에서 칼날을 돌리는 것. 폼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복부에서 찌른 칼을 돌리면, 내부에 공간이 생기면서 피가 안에 고인다. 찌른 상태에서의 출혈 유도. 반항이 없는 상황에선 칼날을 밑으로 돌려서 밑으로 강하게 (자르듯이) 그며 뺀다. 물고랑을 밑으로 만들어주는 거다. 크라브 마가에선 찌른 칼을 180도 반대 방향으로 돌린다. 돌리면서 뽑는 거다. 연속동작으로 목을 쳐라. 찌르고 180도 돌리면서 빼고 수평치기!‘


헉... 헉...

생각보다 금방 포기하네.


’어느 잔인한 범죄자는 사람을 많이 죽이고도 아무런 정신적 방황 피해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자기가 그렇다고 생각해서 그렇다. 누구에게 어떤 트라우마가 올지 모른다. 저놈은 흉악해서 인간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 거 없을 사이코패스다? 그건 본인이 그런 차가운 인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의 무의식을 네가 통제해? 사이코패스에게도 올 수 있다. 올 것은 온다. 난 외모 인상 안 믿는다. 올 것은 온다. 그리고 너는 깨닫겠지. 아, 난 아니었구나. 난 그런 놈들에게 말하고 싶었지. 만일의 일에 대비하라고. 노인이 되어 찔찔 짜지 말라고. 그런 놈은 그때 죽여버려야 한다.‘


”왜 이라...“


왜 이러긴. 전쟁인데, 너와 나는 적인데.


‘오래 보지 마라. 끝났으면 그냥 뒤돌아 가라. 뭘 묻히지 마라. 그러니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밤이 좋다.’


그래. 밤은 밤이다.


‘지난 건 내가 아니다. 난 지금 살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한다. 상대의 너의 영혼이 나에게 묻기 전에 빨리 가라. 시간이 길어지면 인간 냄새가 나에게 묻는다. 미련 두지 말고 떠나라. 다시 쳐다보지 마라.’


”새끼야... 이 새끼야.. 이 새끼야...“


누가 떠드냐. 누가. 뭐래는 거야 내가.

잠시 앉자. 제기랄. 몸이 뜨겁다. 몸이 너무 뜨거워.


”니가 믿는 곳으로 가라. 믿는 곳이 없으면 아무 생각 없이 빨리 가라.“


‘상대를 무시하지도 말고, 이겼다고 자랑스럽지도 말고, 말을 해도 듣지 마라. 그냥 바로 떠나라. 어차피 죽는다. 마지막 죽는 모습을 확인하려는 병신 짓도 하지 마라. 자신의 감상을 기억할 그 무엇도 하지 마라.’


하지만 칼은 닦아야지.

깨끗하게.

여긴 너의 영혼이 묻어 있으니까.

너를 연상시키니까.


바로 떠나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쪼그려 앉았다.


”처음치고는 그런대로 괜찮아. 살았다 휴...“


오늘은 내가 했다.

이 사람은 내가 한 것이다.

배운 걸 실천해야 하지만 안 된다.


‘미련 두지 말고 떠나라. 다시 쳐다보지 마라.’

‘그냥 뒤돌아 가라.’

‘나에게 뭘 묻히지 마라.’

‘나에게 뭐가 묻을 시간을 허락하지 마라.’


내가 너보다 컸다. 난 183에 75,. 넌 중학생 같았다. 하지만 그건 이유가 안 된다. 너와 나는 군인이기 때문이다. 그냥 나에게 진 것이다. 너도 날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남조선 항공륙전에게 당한 것이다. 넌 나에게 묻히지 마. 그냥 가버려. 찐다 붙지 마라. 그건 군인이 할 짓이 아니야. 우린 정당하게 싸웠어. 내가 이긴다는 보장도 없었어. 그쪽에 내가 특화되어 있었을 뿐, 영혼이 있다면 분할 필요도 없다. 알았니?


”난 너 몰라.“


나는 칼을 땅에 여러 번 꽂고 앞뒤로 흙에 닦고, 마지막으로 잎사귀에 닦는다.


다시 눈에 보인다.

이 개같이 무거운 군장.


”어휴 씨브...“


장교는 욕하면 안 된다...

아무도 안 보지?

그래도 욕하지 않는 품위를 지켜라.


교전행위를 했다. 안중근도 군인이고 나도 군인이다.

난 모자란다고 생각했다. 아직 모자라다고 생각했다.

아니야. 난 이미 충분해. 군인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냐.

난 사람을 대할(?) 정도의 준비는 돼 있었어.


심호흡 열 번만 하고 출발하자.

숨이 가라 앉지가 않네. 에이 씨...


군인은 어렵게 생각할 거 없다. 모든 전쟁에서 군인들은 훈련이 부족했다. 평시에는 모든 종류에 부족함이 없이 훈련 시켰다고 대게 생각하는 법이다.


1차대전 영국에선 16세까지 들어갔고, 그 당시 영국의 (하층 노동자) 징집병들은 오랜 노동과 영양결핍으로 키도 작고 체력이 적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영국의 식민지 전쟁과 1~2차대전을 치러냈다. 어린 나이에 참전해 트라우마가 극심한 사람들이 많았으나 사회는 ‘전쟁터 갔다 와서 조금 이상해진 사람’이 진단의 전부였다.


특히 1차대전에서 영국은 엄청난 미성년자들이 나이를 속이고 입대했으며, 징집관들은 나이를 적당히 눈감아줬고, 고향에서 입대를 안 부모가 내 미성년 아들을 내놓으라고 해도 본인이 안 돌아가겠다고 하면 놔뒀다.


훈련은 항상 모자라다. 전쟁터에 가자면 모자라다. 전장에서 배운다.


기병이 없어진 1차대전부터 현대의 기준이 생겼다. 군인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훈련시간이 짧아졌다. 무거운 군장을 지고 수십 km 걸을 수 있고 총을 쏠 줄 알면 된다. 그리고 병과 교육을 시키면 끝. 너 완성! 자대로 가!


여기까지가 병사다. 장교는 여기에 추가해, 병사가 하는 모든 걸 다 알고 잘해야 하며, 명령을 내릴 전술을 배워야 한다. 각 주특기의 교관 수준이 돼야 한다. 하지만 신임장교가 교범만 잔뜩 외우고 있다고 뭐가 되나. 가서 지휘를 해봐야 안다.


당연히 나도 전방 소대장을 꿈꿨다.


하지만 떨어진 부대는 의외였다. OBC에서 갑자기 특전반으로 가서 체력을 보강하라고 타이어를 끌게 했다. ‘가서’ ‘도착해서’ 장교가 지휘를 할 것이 없다. 대상이 없다. 나에게 배울 사람도 내용도 없다. 보병학교 전술이 무의미하다. 냉정하게 말해서 소위 계급장을 단 하사로 대우받는단 기분이 들었다. 밧줄 오르기가 안되자 주변에서 웃음이 터진다.


듣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인 줄 몰랐다. 다들 미쳤나? 다들 체력에 미쳐 있다. 체력. 체력. 태릉이나 진천인 줄 알았다. 무슨 군인이 이런 식으로 해야 하나. 하루 두 시간 체력단련을 하고 또 개인운동을 한다. 아침 체력단련에서 신임장교 퍼지는 맛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반말이 들린다. ‘그것도 못 하면 어떻게!’ 나에게 한 말인지 누구에게 한 말인지 모른다.


당연히, 나에게 한 말이냐고 인상을 긁었다.

그러자 부사관 전체가 얼굴을 바꾸고 날 버려둔 채 다음 체력단련장으로 간다.


오라 가라 소리도 없다.

투명인간 됐다.

10만 촉광의 소위는 충격이었다.

그 광경에 지역대장과 중대장들도 딱히 말을 안 한다.


‘운동 열심히 해야겠네. 그쟈?”


이 와중에 지역대장 중대장들은 지역대 업무처리 똑바로 안 하냐고 스트레스 준다. 난 손 들지 않았다. ‘특’ 자 써넣지 않았다. 이런 곳인 줄도 몰랐다. 또한, 내 전공이 왜 이런 데 와야 하는지도 몰랐다. 난 체대도 아니고 공대다. 내가 폭파부사관이라면 이해는 한다.


소위.

나는 소위다.

저 아래 있었다면 지금 중위 계급장 받았다.


지난 1년 반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른다. 정말 정신이 없었고 내가 뭘 하는지도 몰랐다. (전방 소대장도 똑같겠지만) 너무 많은 것을 듣고 배우고 받아들이느라 정신이 없다. 오히려 미몽에서 깬 건 [여기]다. 어떻게 보면 충격의 연속이다. 장교가 약자로 몰렸던 이 기분, 화가 나고 열이 받는다. 하지만 해내지 않고는 더욱 바보가 된다. 나만 특히 더 그렇다. 여기 장교들은 다 이렇게 시작하지 않는다. 처음 전입을 와도 대위다. 소위 전입자는 극히 소수다. 가끔, 날 보고 놀란다. 읽을 수 있었다.


‘소위가 여기 웬일이지?’


그리고 곧 무시하는 눈빛.


‘정작장교 뭐 하는 거 있어? 팀도 아니고.’

‘설마 벌써 부팀장은 아니지?’


경례 안 하는 사람에, ‘지켜보자’ 은근한 목소리. ‘지켜보자’가 ‘인간인지 아닌지 보자고’로 들린다. 체력 프로그램부터 날 죽이기 시작한다. 통용되는 명칭은 [정작잼] 풀어쓰면 정작장교님이다. 더 자세히 쓰면 지역대본부팀 정작장교. 지역대장의 모든 일을 처리한다. 그리고 소텍 교육 입교대상자. 하지만 날 다른 곳으로 보냈다.


지역대장.

“아~~~무 생각 없을 때 갔다 오는 게 좋아.”


행보관은 아직 이르다고 반대했다. 보내도 내년이라고.


“아니죠. 그냥 아~~~무 생각 없을 때가 좋아요.”

“그러다 돌쿠바 되면 어쩌려구요.”

“그렇게는 안 되고, 지역대 누구 있나? 수료한 사람 붙여서 교육 좀 시켜요.”

“그렇게는 해야 할 겁니다.”


지역대장은 마지막으로 말한다.


“퇴교하면 너 죽여버린다. 돌쿠바만 돼봐. 아주 그냥.”


전입온 지 6개월 만에 난 바다로 갔다.

지역대 상사가 그런다.


“이이고. 잘 해봐요. 707 팀장 되겠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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