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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B

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5.20 12:00
연재수 :
3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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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09,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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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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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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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For Anarchy in DPRK 3

DUMMY

For Anarchy in DPRK





형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헌데, 갑자기 눈동자가 휙 사라졌다. 그림자는 온다 간다 말도 없이 돌아서 가기 시작했다. 형식은 바라본다. 멀어지는 그림자는 바라보는 형식의 시선을 아는 듯했다. 돌아서 가던 그림자가 문득 선다.


“어떤 곳에서 낼로 그렇게 쳐다봤음, 닌 1회전. 이미 죽었쓰.”



다시 가던 길을 가며 작아지는데,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렸다.


“중사 달고 와. 네 놈이 날 낮에 알아볼 수 있다면...”


민형식은 마지막으로, 상사로 추정되는 그 사람의 목에 기다란 상처를 본다. 목에 올가미가 씐 건지 무언가에 베였는지 모를 상처. 군복 컬러 바로 밑이라 평상시에 안 보일 위치였다. 그리고 삐딱한 오다리 걸음.


‘찾겠습니다. 꼭.’



나는 장래의 일을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틀림없이 곧 오게 될 테니까.

-아인슈타인



“어두운 미지를 향해 떠나는 병사들에게 굳건한 용기를 주시고, 신음하는 자들을 구하기 위한 전투에서 승리를 주시고, 세상 불결한 것을 없애고 평화를 찾기 위해 싸우는 전사들에게 힘을 주소서. 수송기들이 올바른 곳에 무사히 다가서고, 낙하산을 착용한 용사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무사히 점프해 지상에 접지하기를 바라며...”


피식 웃었다. 그러자 옆에서 툭 친다.


“기도하는데 이게...”


“무사히 접지하게 하시고.... 안 웃겨?”


대원 입은 더욱 벌어지고 눈가에 주름이 잡힌다.


“예비낙하산 개방동작이 정확히 나오게 해주시고...”


그러는 와중 군목의 기도가 끝났고, 모두 “아멘!” 했다. 불교도 부두교 이슬람교도가 아멘 하는 곳이다.


“너 때문에 죽을 뻔했다.”


점프마스터가 모두 일어나라고 수기하면서 맨 앞사람 손을 잡아 일으킨다. 비행장 콘크리트 바닥에서 먼지를 털고 서로 도우며 일어난다. 저 멀리 요나가 들어갔던 고래의 뱃속처럼, 어두운 가운데 수송기 뱃속이 밝게 빛나며 어서 와~~~ 손짓한다.


“요즘 시대에 육항도 아니고.”


힘겹게 걸어가면서 후미문에서 마지막 메인패스트 명단 확인으로 열에 병목현상이 일어나 지체된다. 순번이 되자 여단 참모가 명단을 호명한다.


“우측문 외측 11번.”


“하사 김. 원. 기!”


흔들리는 수송기 안, 이륙 직전의 희열. 요때가 살짝 익스트림이다. 이륙대기선에 정지해 엔진 네 개가 완전히 발광을 하다가 - 갑자기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동체가 쭈욱 미끄러져 전진하고, 덩달아 몸들이 한번 출렁하고 몸이 뒤로 밀리면서 달리고, 동그란 창에 비행장 불빛들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턱! 브레이크가 풀리고 기체가 질주하자 대대원들이 “가자~!” 환호성을 질렀다. 아무래도 격리지역에서 지지고 볶는 건 체질 아니었다.


“뭐 그렇게 신나십니까?”


원사가 엔진굉음을 이기며 말한 사람에게 소리친다.


“그냥! 우리가 함경도 일빠따잖아! 하하하!!!”


옆 사람은 예비산 위에 결속한 소총 총끈에 주기표가 달려 있는 것 본다. 대검을 꺼내 쓱싹이며 떼기 시작한다.


“문또라이. 대검 진짜 예리하게 갈았다.”


“칼을 어디 쓰라고 줘요?”


“까칠하긴...”


스피드 기록경신을 위한 자동차처럼 달리던 수송기 앞이 들리면서 이륙의 첫 발을 딛는다. 앞이 들리고 뒷바퀴가 활주로에 걸린 상태로 달리는 이때가 가장 개 같다. 안 뜨면 축 사망! 이때 수송기가 물리적으로도 가장 힘겹다. 그 상태에서 속도가 줄어들거나 하면, 사고다.


드디어 뒤가 들린다. 떴다.


“이게 가장 거시기해이?!”


그러자 옆 사람이 소리친다.


“먼 환호성이야? 뒤지러 가구마, 다 미친갑다!”


“존나 시크한 척 하네.”


다 일부러 그러고 있다. 두려움을 역으로 표현한다. 천리행군 출발 직전 개그가 판친다. 기 꺾이면 안 된다. 분위기 다운되면 하사들 기죽고 제대로 못한다. 즐거운 척 하는 게 결국 즐겁게 된다. 귀가 막힌 대원들이 입을 닫고 코로 킁킁거리며 귀를 뚫기 시작하고, 수송기가 운항고도를 향해 사선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한참을 앞이 들린 채로 고도를 높이더니, 드디어 수송기 앞뒤 수평이 고르게 맞는다. 중대장들은 수송기 경로가 1급에 해당되기에 대원들에게 대충만 말했다. 침투항로는 온갖 지랄로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그래도 ‘뱅기 떴다!’ 개념은 기분 좋다. 수송기가 이륙해서 안정을 찾기 전까지 굳이 말은 안하나, 아무리 그래도 추락의 공포를 가볍게 느낀다. 벗어나 안도하는 이유도 단순하다. 이제 수송기 고장 나면 뛰어내려 낙하산 타면 된다.


시간은 흘러 이제 남인지 북인지 모르겠다. 날아가는 감이 사라진지 오래. 수송기 안은 시간이 멈춘 듯, 어디로 간다는 기분이 안 든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엔진굉음도 한 몫. 어느 순간 엔진소리가 청각에서 사라진다. 좀 도는 것 같다. 전술루트에 북한 애들을 위한 구라가 들어간 거다.


사람들이 점차 문 쪽의 짬마를 본다. 점프마스터가 손목시계 보는 간격이 좁혀지고 있다. 사람들이 예비산 운반손잡이에 걸었던 생명고리를 풀러 목덜미 같은 데를 툭툭 치기 시작한다.


“저 봐라 저.” 김영남이 지용철에게 소리친다. “5지역대 표정 가관이다. 쟤들 왜 그렇게 꾸굼해?”


“넌 정말 괜찮냐? 이 미친 흐흐.”


둘은 선 채로 중심을 잡으며 생명고리 안전핀을 끊어져라 비비 꼰다. 5지역대는 시범케이스처럼 먼저 나가는 6지역대를 유심히 바라본다. 앉은 열 중간에서 동기를 향해 손을 흔드는 사람들이 보인다. 전통대로 동기의 손짓에 가운데 손가락을 기립하거나 엄지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 내밀어 흔든다. ‘먹어.’ 선 사람들은 산악헬멧을 써서 분간이 힘든데도 자기를 알아본다는 건, 점프마스터가 일어섯! 구령 시작할 때부터 동기를 보고 있었다는 뜻이다. ‘새끼 쪽팔리게.’ 군장으로 힘겨운 어구적 걸음으로 대원들이 문을 향해 밀착하기 시작한다.


“다섯 골프... 브라보다! 냉중에 봐... 먼저 간다.”


건너편 동기가 마지막으로 무어라 고함을 질렀다.


중령이 후미문을 바라보다 뒷 강하자 산악헬멧 안구를 본다. 안구가 고개를 삐딱하더니 엄지를 들었다. 특정대 대원들이 번들에 붙어 투하를 준비한다. 특정대원들은 저 아래 자기 여단이 있다고 생각하니 코끝이 찡하고 시리다.


저 어둠 아래 식당에서 같이 밥 먹던 사람들이 있다. 많은 수가 더 이상 숟가락을 들 수 없다고 들었다. 창피하다. 특정대 고참 부사관들은 모두 대대 출신이다. 형용할 수 없이 미안하다. 하지만 보급품부터 투하해 먹여 살리고 총알을 주어야 한다. 강하지원 나온 여단본부 인사참모가 벌어진 후미문 틈으로 DZ 패널을 보며 구부려 있다. 적색등은 들어와 있다. 중령과 중사는 걸어둔 생명고리를 끌어 번들 가까이 붙었다. 중령이 턱을 뒤로 돌린다.


“나 이제 니한테 빚 갚았쓰?”


“All in. 이...중위님.”


중령은 다시 앞을 본다.


“후미 강하 해봤나?”


“시누크 멧번 뛴는데.”


“가자. 맘 단단히 먹고.”


“바라던 데를 감미다. 뭐슨 맘을...”


인사참모가 공군근무자와 특정대 대원들을 향해 GO~~~!!! 팔을 뻗고 손가락을 후미문 저 멀리 어둠을 향해 뻗었다. 그린라이트가 번쩍인다. 후르릉 덜덜덜덜 레일에 달린 번들이 차례대로 나가고 낙하산이 펴지면서 먼지가 기내로 훅 밀려온다. 번들이 거의 다 나가자 인사참모가 손을 들었다. 그리고는 이중령을 본다. 고함.


“선배님~! 만~수무강하십시오~~~ GO~~~!!!"


후방 어둠을 향해 뻗는 인사참모의 손!


이성규 중령이 참모를 향해 고함쳤다.


“조! 국! 해! 방!”


둘은 간발의 차이로 어둠을 향해 몸을 날렸다.


보일 리도 없고 응례가 있을 리도 없지만, 인사참모와 특정대원들 모두 컴컴한 북한 상공을 향해 거수 경계했다. 수송기는 곧바로 후미문을 폐쇄하고 회피기동에 들어간다. 인사참모 눈은 닫히는 후미문에 고정되었다.


‘난 뭐냐... 팀장 골프장 출신이 쪽팔리게.’


부동자세 인사참모 볼에 물방울이 하나 주르륵 흐른다.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정말로 일어났다. 한명구가 기체문을 이탈했을 때, 예상대로 바람에 얹히는 기분으로 푸르륵 카나피 뜯기는 소리가 들려야 했다. 그러나 그 대신 몸이 어떤 센 것에 쿵 때렸다. 속으로 2만까지 셌고 산개충격이 아니라 신체 충격이 왔다. 시야는 꿈같은 암흑. 다시 쿵! 늑골이나 쇄골 나갈 거다. ‘매달렸어!’ 말도 안 된다. 비행기 안에 자기를 판단해 줄 근무자가 없다! 기체문에 꺾인 노란 생명줄들을 보고 미묘한 이상을 간파하고, 내다 봐줄 여단 근무자가 없다.


몸은 인력에 의해 C-130 꼬리 안쪽으로 붙었고, 나오고 있는 지역대원들이 계속 팔 벌려 차이로 스쳐 간다. 지역대원이 아니라 한명구 팀원들이다. 번뜩 비행장에서의 말이 기억났다. [매달려도 당겨주거나 잘라줄 사람이 없다. 본인이 잘라야 돼.] 그 소리에 한명구는 급하게 산악복 정강이 주머니에 대검을 넣었다.


계속 몸이 동체를 때리는 가운데 한중사는 태아처럼 웅크려 오른손으로 주머니를 더듬었다. 주머니는 천리처럼 멀다. 군장 때문에 다리를 구부리기가 힘들다. 언젠가는 생명줄 다발을 끌어들이겠고 그때쯤이면 자신을 발견하겠지만, 그건 작전포기이며 정말로 아니다.


충돌로 기절하고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도 있다. 오른다리를 제기 차듯이 들어 군장 위에 걸치고 손으로 더듬어 결국 산악복 하체 주머니에 대검을 잡았다. 약간만 느슨하게 쥐면 바람에 날아간다. 한중사는 왼손으로 칼집을 잡고 오른손으로 뽑았다.


방법은 하나. 오른손으로 예비낙하산 개방손잡이를 잡고 왼손으로 대검을 꽉 쥐어 생명줄을 수평으로 직직 긋기 시작했다. 칼을 왼손으로 바꿔 쥐면서 칼집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오른손으로 대검을 쥐어 자르다가 잘려나갈 때 다시 오른손으로 개방손잡이 잡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군 생활 동안 예비산 편 적이 없다.


엄청난 힘과 노력. 하도 잘리지 않아 오른손으로 더듬어 대검이 날 방향으로 생명줄을 긋고 있나 만져봤다. 날은 제대로 잡았다. 동체가 계속 때린다. 머리를 야구빠따로 갈기는 거 같다. 밖으로 나갔다 동체로 날아갈 때마다 턱을 내리고 몸을 돌려 주낙하산으로 동체를 때리려 노력했다. 자르려니 너무나도 힘겹고, 불가능한 거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썰었다.


‘이런 니미.’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이로드롭 같은 현상이 턱! 일어났다. 끊어졌다. 이제 땅이 중력으로 당긴다. 지구가 한명구를 대지에 패대기쳐 죽이려고 한다. 몸이 돌기 시작하는 가운데 한명구는 예비낙하산 개방손잡이를 뽑았다. 왼손이 예비산 왼쪽 손잡이를 잡느라고 대검을 놓쳐 공중으로 또 날아간다.


예비낙하산이 사방으로 열리고 푸드득 보조낙하산이 빙빙 소용돌이친다. ‘이거 왜 안 올라가고 여기서 뱅뱅 돌아!’ 한명구는 카나피와 산줄을 양손으로 뜯어 앞으로 던진다. 시간 너무 길다. 제발. 제발. 이러다 땅에 떨어져 축 사망하는 거 아닌가. 퍽! 산개충격. 고개를 들어 낙하산 산개검... ‘어?' 순간... ’뭐야 이 개 같은.‘ 욕이 나왔다. 예비낙하산이 멍텅구리인 건 이해하겠는데, 하얀색이었다. 북한군 사격표적 만들려고 작정했나.


“이런 정말... 어휴, 전시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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