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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야(紅夜) 님의 서재입니다.

무당파 막내사형이 요리를 너무 잘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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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1 22:08
최근연재일 :
2023.06.0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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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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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글자수 :
12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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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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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복마전(伏魔殿)

DUMMY

“송가난전에 참가하지 말라니··· 그게 무슨 말이죠?”


“말그대로요. 송가방으로 송가난전에 참가해서는 절대로 오륜금시를 얻을 수 없소.”


나는 좌우를 살폈다.

우리의 대화를 수많은 사람들.

그 안에는 분명 송천기와 송지상의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송정니 역시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4층에 제 집무실이 있어요. 중요한 이야기는 거기서 나누죠.”


**


총관의 집무실에는 집기들이 아무것도 없었다.

탁자 하나와 의자 둘, 작은 책장이 전부였다.


벽에는 녹이 쓴 철구(철냄비)가 걸려 있었다.

표식을 따로 하지 않았지만 나의 것이라 생각되었다.


“신기하세요? 방치해둔 것 같아서?”


“애지중지 할 것이라 생각되었는데··· 전혀 길들이기를 하지 않았군.”


“녹을 관리한다고 불에 올리고 기름을 먹여 닦아내면··· 그분의 흔적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 철구가 간직한 마지막 기억이 그분의 요리였으면 해서요.”


그녀는 철구를 보며 눈을 빛냈다.

양아버지였던 장유는 시선(詩仙) 이백(李白,당나라의 시인, 호는 태백)의 글을 모았다.

그의 글이 단지 수집가들 사이에 비싸게 거래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장원 한 가득 그의 글이 있었지만, 정작 장유는 시선의 정신과는 반대되는 삶을 살고 있었다.


“내가 저 철구라면 새로운 요리를 담아보고 싶을꺼요. 녹슬어 과거의 영광에 박제된 것 보다는 주방에 있는 게 행복하겠지. 그래야만 언젠가 더 나은 요리를 품어 볼 수 있는 것 아니겠소?”


송정니는 알수 없는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궁금해하는 표정같기도 했고, 슬픈 표정 같기도 했다.

나는 여자들의 그런 표정을 받아 본 적이 없어 해석할 길이 없었다.


“당신은 정말 유채론을 보았군요. 주신이 남긴말을 전부 이해할 수 없지만요, 그는 죽는 순간까지 더 나은 요리를 하기위해 애를 쓴 건 잘 알고 있어요.”


그녀의 말에서 지난 삶이 위로 받는 느낌이 들었다.

계속 그녀와 이야기하다보면 이상한 감정이 들 것만 같았다.

나는 화제를 바꿨다.


“송가난전에 송가방 이름으로 참가하지 말라는 이유는 하나요. 당신이 견제를 견딜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요.”


“그게 무슨 소리죠?”


“당신의 두 오라비가 당신보다 송가난전의 본질과 가깝기 때문이오. 빼앗아 쟁취하는 것 말이지.”


“...!”


나는 어제 화산 장문인과 송가장에 대해 꽤나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앞으로 누굴 상대해야 하는지 최대한 정보를 모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가주 송현길에 대한 정보는 감춰져 있었지만, 그의 세 자식들에 대한 정보는 꽤나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오륜금시. 당신이 오륜금시를 통해 유채론으려 하듯 송천기와 송지상도 얻을 것이 있소. 바로 탈혼검의 무공이오.”


“가문의 비급들···”


“송천기. 그자는 타고난 무골이자 황궁무예의 달인이오. 허나 아직 가전무공을 익히지 못하고 있다 들었소. 오직 가주 송현길만이 그 무공들을 다룰 수 있다 하더군. 송천기 그자는 이기회에 오륜금시를 통해 가문의 비급들을 손에 넣으려 할 꺼요.”


“첫째 오라버니는 인내심이 대단한 사람이에요. 더불어 아버지 말이라면 죽으라는 말도 그대로 따를 사람이죠. 그래서 결혼도 평생 사랑하던 여자를 버리고 아버지가 지어 준 짝과 했어요. 남궁세가 말이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송지상은 표국을 운영하오. 그런데 그동안 장강의 수로채와 싸워 한번도 진적이 없다 하더군. 특히 물 속 수공만큼은 우내십대고수에 버금간다 들었소. 어릴 때 해남검파의 속가제로 들어가 무예를 닦은 탓이겠지.”


“둘째 오라버니는 욕심이 많아요. 기다리지 않죠. 무예를 익혀야 아버지께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스스로 6살 때 해남검파에 들어갔어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지만 정식제자가 될 기회도 있었어요. 그걸 버리고 돌아온거죠. 그 후 장강 수로채를 몇 차례나 쓰러뜨려 표국을 크게 키웠어요. 호북의 상인들, 어상들은 둘째 오라버니를 지지해요. 수로채를 박살내 주었으니까요.”


“둘에겐 있으나 당신에게 없는 게 있소. 무엇인지 알겠소?”


“무공이죠···”


“정확하게는 지지해줄 무림의 세력이 없다는 거요. 송천기에겐 남궁세가가, 송지상에게는 해남검파가 뒤에 있소. 당신의 아버지는 이기회에 보고 싶은거요. 자신의 자식들 중 그 동안 무림방파들과 협력관계를 잘 구축한 사람은 누구인지. 그 협력관계를 어떻게 써먹는지 말이오. 그래서 모든 문파와 세가가 모이는 무당논검에 맞춰 이런 행사를 벌인 것이겠지.”


송정니의 놀란 입은 닫히지 않았다.



“아버지가 당신을 본다면··· 단번에 양아들로 삼아 모든 걸 물려 주었을 거에요.”


“하하하, 유채론에 쓰여있지 않나보오. 부잣집 양자는 피해야 한다고.”


송정니는 이제 근심이 없어보였다.


“제가 송가방으로 송가난전에 참가한다면 오라버니들이 어떻게 나올까요”


“일단 송가방이란 이름으로 출전하게 되면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겠지··· 하지만 가문의 이름을 건 만큼 당신이 짊어져야 할 위험부담도 크오. 음식에 문제가 생기거나 매출이 급감하게 되면 곧바로 평판이 떨어지게 되니까. 이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되면 당신은 두번다시 재기 하지 못하게 될꺼요. 후계 경쟁에서도 제외되겠지. 그게 당신들의 오라비가 바라는 것이오.”


그녀의 진심으로 놀랐다는 표정이었다.


“조소협은 복마전(伏魔殿,음모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곳)에서 살아온 사람 같군요.”


왜 아니겠는가. 그 복마전에서 살다가 발을 헛디뎌 죽은 것이 유귀다.


“아무리 봐도 당신이 송가난전에 참가하고 제가 뒤에서 도와야 겠어요.”


“맞소.”


송정니는 이제야 내 말뜻을 이해했다.

답을 직접 주는 것보다 질문들을 통해 스스로 찾는게 더 중요했다.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나 역시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웠으니.


“제가 뭘 도울 수 있죠?”


“일단 식당을 찾아주시오. 의창에 뿌리내리고 산지 5년 이상. 하지만 송가난전에 참가하지 않는 식당으로.”



***


화산파 일행들이 묵고 있는 산해방의 후원.

다섯명의 화산 제자들이 바닥을 기고 있었다.

버티고 서 있는 것은 그림같은 미소년 백하와 자존심 강한 백동 뿐이었다.


“조일명 소협, 오늘은 끝입니까?”


지친 백산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그의 변칙적인 공격 때문에 여러번 애를 먹었지만, 백천이나 백하 때와 마찬가지로 눈에 익으면 변화도 대응할 수 있는 법이다. 그는 자신이 바닥에 누워 있는 쪽이란 것이 분해서 참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정중동(靜中動, 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음)의 검법을 실현하고자 하는 백동.

이제 막 껍질에서 깨어나 상승 검로에 접어 들고 있는 백하.


이둘은 무당논검에 참여하는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었다.


문파별로 3명까지 참가할 수 있으니 남은 자리는 한자리.

백산과 백천 두 사람의 치열한 경합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일단 점심 시간이니 쉬었다가 하지. 각자 수련을 하다가 저녁 먹고 다시 봐주겠다.”


“으아~”


끝났다는 말에 백산은 바닥에 대자로 누워 버렸다. 대문파의 제자임에도 마음 내키는데로 행동하는 것이 그의 성격인 듯 하였다.


내가 짐을 챙기자 백하가 다가왔다.


“조소협, 식사를 하러 가시오?”


“오늘은 밖에서 먹으려고. 왜, 따라오려고?”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리하겠소. 내 음식값은 내가 계산하겠소.”


“무공에 관련된 게 아니라 별로 재미 없을텐데···”


“사부님이 조소협을 따라다니면서 이것저것 배우라고 하셨소. 무공만 파고든다고 좋은 도사가 되는 건 아니라고 말이오.”


백하는 말수가 적고 낯을 가리는 성격 같았다.

그러나 위에서 시키는 일은 귀신같이 해냈다.


“여기서 훈련하는 게 백하 너에겐 더 이로울꺼야.”


“상관없소.”


그의 태도가 강경하니 어쩔 수 없었다.

백하와 함께 산해방의 1층을 지나자 가소소가 다가왔다.


“아까부터 금매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전할께 있다고. 흥!”


가소소에겐 주변 사람들에게 송가방과의 일을 비밀로 해달라 부탁했다.

그러나 내가 송가방과 협력한 것에 가소소는 서운함을 느낀 모양이다.

따로 음식을 해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나서야 겨우 풀렸다.

그것이 저 모양이다.


‘송정니에게 부탁한 것, 하루 만에 준비된 건가?’


“조일명 소협, 총관님의 서신이에요. 보시면 알거라고.”


금매가 건넨 편지에는 7개 음식점의 이름과 주인, 주방장, 개업일이 적혀 있었다.


“가게 위치가 없구나.”


내 말에 금매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건 제가 안내할 거에요. 계산도 저희 쪽에서 할거구요. 걱정마세요!”


“지금부터 바로 움직이지. 송가난전 접수일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으니 오늘 전부 돌아야 할꺼야.”


“그런데 저 공자님은 누구시죠?”


금매는 내 뒤에 있던 백하를 보고 얼굴을 붉혔다.

그 나이때 소녀들이 보이는 진실된 반응이었다.


“화산파의 백하. 오늘 나와 동행하기로 했으니 이쪽 식사도 함께 계산해줘.”


화산파의 이름에 금매는 놀란 표정이었다.


“아니오. 내 음식은 내가 계산하겠소.”


백하는 손사래를 쳤다.


“음식점 일곱군데를 돌꺼야. 배부르면 훈련도 힘들겠지. 그만두고 싶으면 지금 돌아가.”


식당 일곱군데라는 말에 백하는 주머니를 잠시 뒤져봤다.

노잣돈은 문파의 어른들이 들고 다니는 게 보통이다.

주머니 속 동전은 동 5문이 전부.

3~4군데에서 식사하는 게 고작이었다.


“금소저, 나도 시켜주시오...”


백하가 고개를 떨구었다.


***


서농관(西農館)을 나서니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이곳이 일곱번째. 그러나 식당의 수준은 형편 없었다.

음식을 해 놓은 지 오래 되었는지 전분물을 단단했고, 튀김은 눅눅했다.


“서농관은 영 아니었지?”


백하에게 물으니 구토를 겨우 참고 있는 얼굴이었다.


“겨우··· 삼켰습니다.”


“억지로 먹지 않아도 된다고.”


애초에 그는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편이 아니었다.


“금매, 총관님께서 소개해주신 식당들··· 손님들이 다들 뜨내기만 있더군.”


단골이 없다는 건 두번 올집이 아니라는 소리다. 무당논검 시기에 맞물려 관광객을 받아 자리를 채운 모양이지만 내 기준에는 못미더웠다.


“음식이 괜찮으면 송가난전에 참가하겠죠. 그래도 서농관 정도면 꽤 괜찮게 하는 거예요. 일반 서민들은 다 저렇게 먹고 산다고요. 산해방이나 손가방은 동 3문 아래로 파는 음식이 없지만, 서농관은 전음식이 1문 아래니까요. 돈이 없으면 서농관을 가야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지만 앞에서 봤던 식당 중에 고르는 게 맞았다.

서신을 열어 가게이름을 살피며 우리끼리 나름의 점수를 메겨보았다.

금매는 깐깐해보이는 얼굴과는 다르게 음식을 크게 가리는 편이 아니라 점수가 후했다.

백하는 생선 비린내를 견디지 못해 수준이 낮은 곳에서는 냄새도 맡지 못했다.

그 덕분에 가게의 우열을 가리기는 쉬웠다.


“정선당(正仙堂), 해화옥(海花屋), 일품각(一品閣) 이 세곳이 그나마 괜찮군.”


우연히도 모두 국수를 하는 집이었다.

가격이 저렴하고 호불호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금매는 내가 추려낸 명단이 마음에 안든 모양이었다.


“칫, 그래도 국수는 임선방(林膳房)이 더 맛있는데··· 임대가(林大家)가 노점을 열 형편이 안되니···”


“임선방? 그곳은 명단에 없었소”


백하의 물음에 금매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여기선 좀 멀어요. 여기서 강따라 올라가다보면 산을 끼고 채석장이 나오거든요. 거기서 일꾼들 상대로 국수를 팔아요. 고기 올린 국수가 동 8푼이니 엄청 싼거죠. 어렸을 때 아버지가 채석장에서 일해서 자주 먹었어요. 아버지가 바위에 깔려 돌아가시고 나서는 그 동네 얼씬도 하지 않지만 말이에요.”


“어렸을 때 먹었다면 5년은 확실히 넘었겠구나.”


“아직도 남아있다면 그렇죠. 혹시 임선방에 가시게요?”


금매는 놀란 얼굴로 다시 물었다.


“조일명 소협은 지금 가게 명의를 빌려고 하시는 거지요? 송가방을 대신해서 송가난전에 참여할 곳을 찾는 거잖아요.”


금매는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좋은 아이였다.

송가방의 집무실에서 나눴던 비밀을 알 정도면 그녀는 송정니에게 중요한 사람이란 이야기였다.


“그래. 사실 어느 가게라도 상관은 없다. 돈을 주고 명의를 빌릴 수 있으면 되니까. 노점의 음식은 모두 내가 준비하면 된다.”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지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임선방은 안되겠네요. 임대가는 가게에 애착이 많으세요. 명의를 빌려주실 분이 아니에요.”


그녀가 자꾸 이렇게 나오자 오히려 임선방이 궁금해졌다.


“백하, 저녁시간이 다 되었는데 배고프지 않아?”


백하는 내 말을 듣더니 토가 쏠리는지 손아귀의 합곡혈(合谷穴, 채했을 때 누르는 혈)을 연신 주물렀다.


“또···드실 겁니까?”


“가자, 금매. 저녁 먹으러.”


백하는 사색이 되어 우리 뒤를 따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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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파 막내사형이 요리를 너무 잘함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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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십사수매화검법(十四手梅花劍法) 23.06.05 62 2 13쪽
» 복마전(伏魔殿) 23.06.02 71 2 13쪽
18 유귀지도(劉貴之刀) 23.06.01 88 3 15쪽
17 유채론(劉菜論) 23.05.30 95 4 15쪽
16 송가난전(宋家亂廛) 23.05.28 121 3 13쪽
15 북숭소림 남존무당(北崇少林 南尊武当) 23.05.27 126 3 14쪽
14 삼재검법(三才劍法)_오타수정 23.05.26 151 2 13쪽
13 오륜금시(五輪金匙) 23.05.25 157 2 11쪽
12 무당논검(武當論劍) 23.05.24 181 2 15쪽
11 양의검(兩儀劍) 23.05.23 183 4 12쪽
10 금제(禁制) 23.05.22 197 6 11쪽
9 청증무창어(清蒸武昌鱼) 23.05.20 193 4 13쪽
8 화산파(華山派) 23.05.19 220 4 14쪽
7 순장(殉葬) 23.05.18 210 5 12쪽
6 백유판압(白油板鴨) 23.05.17 174 5 15쪽
5 장강 전어(长江鲥鱼) 23.05.16 188 4 15쪽
4 동파육(東坡肉)_2 +2 23.05.15 224 5 14쪽
3 동파육(東坡肉) 23.05.14 244 3 16쪽
2 철과단(鐵鍋蛋) 23.05.13 293 3 13쪽
1 서. 서호초어(西湖醋魚) 23.05.12 38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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