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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야(紅夜) 님의 서재입니다.

무당파 막내사형이 요리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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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1 22:08
최근연재일 :
2023.06.0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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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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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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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삼재검법(三才劍法)_오타수정

DUMMY

“처음은 저부터죠?”


백천이 정원의 가운데로 뛰어들자 백하는 훈련을 멈췄다.


“백하 사형, 조일명 소협께서 훈련을 봐주신데요. 저 먼저. 흐흐.”


“그래. 먼저 써.”


의외로 백하는 순순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우리는 장문인이 마련해 둔 목검을 한자루 씩 받아 양쪽에 섰다.


“산해방의 직원일 때는 모르겠지만, 검을 든 이상 나 역시 무인이야. 존대는 듣기 어려울지도 몰라.”


“그래요. 저보다 열살은 많아 보이시는데 편하게 부르세요.”


백천이 가볍게 몸을 푸는 사이 나는 조일명의 기억을 뒤적였다.

나같은 문외한도 최대한 이해 가능한 무공이 있지 않을까.

그러자 어떤 검법이 눈 앞에서 펼쳐졌다.


‘천(天),지(地),인(人)’


3가지로 시작해 3가지로 끝나는 간단한 무공.

그러나 극한으로 파고들면 천지인 삼재(三才)는

일원(一原), 이극(二極), 삼재(三才), 사상(四象), 오행(五行), 육효(六爻), 칠성(七星), 팔괘(八卦), 구궁(九宮)으로 확장된다.


그러나 나는 이같이 깊은 뜻을 알지 못한다.

오직 조일명의 기억 속에서 삼재의 움직이는 원리와 감각 들을 되찾았을 뿐이다.


‘통으로 얻은 기억 덕분에 무공을 떠올리는 것은 비교적 쉬웠다. 그러나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겠지.’


삼재검법은 저잣거리 파락호들도 사용할 줄 안다.

내리긋기(天), 횡베기(地), 찌르기(人) 세 가지로 이루어진 간단한 무공이니까.

너무 간단한 나머지 아무도 소중히 하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요리도 결국은 기본에서 시작하지 않는가?


‘작은 것을 완벽하게 해야 큰일을 도모할 수 있다. 주방에서는 그게 법도다.’


나는 오른손에 든 검을 하늘로 바짝 올리고 왼손을 앞으로 내밀어 바닥을 가르켰다.

이것이 삼재검법(三才劍法)의 기수식이었다.


“조소협, 방금 기수식은 앞으로 삼재검법만 쓰신다는 뜻인가요?”


그녀 역시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다.


“그래. 양의검을 쓰면 너는 죽어.”


“그럼 양의검을 쓰게 해드리죠.”


그녀는 손목을 가볍게 풀어 목검 허공에서 하방(下方)을 베는 원을 그렸다.

그러자 검끝을 따라 바닥에서 먼지가 꽃잎처럼 피어올랐다.

동작이 춤처럼 아름다웠다.


“방금 것은 기수식··· 그리고 이것이 진짜 매화노방(梅花路傍)입니다!”


그녀의 몸이 바닥을 길 것처럼 숙여지며 내 발목을 향해 순식간에 쇄도했다.

반원을 그리며 바닥에 붙어 다가오는 그녀의 검.

먼지와 낙엽이 휘몰아치며 딸려왔다.


‘어떻게 사람이 뱀처럼 움직일 수 있는거지?’


나는 여전히 천지인의 기수식을 풀지 않은 채였다.

기다리는 것은 그녀의 검이 내 발목에 닿기 직전의 찰나.


이윽고 나는 하늘 높이 치솟은 오른손의 검을 그대로 내리 찍었다.

검이 허리께에 다다르자 자연스레 왼손이 검의 손잡이에 합세했다.

두 손으로 잡고 내려치자 검의 속도는 아까의 배 이상이 되었다.


백천의 작은 눈이 세배는 커졌다.


[빡!]


그녀의 검이 내 발목을 베기 전, 내 검이 백산의 뒷통수를 후려 갈겼다.

그녀가 뒷통수를 붙잡고 바닥에 구르는 걸 백하와 화산파의 장문인도 지켜보고 있었다.

덕분에 미안한 마음이 조금 들었다.


“아프지 않잖아? 그치? 마지막에 힘을 뺐는데?”


너무 아프면 말이 안 나오는 법이다.

그녀는 두 눈에 눈물을 그렁이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약 올리지 말라는 듯 아랫 입술이 댓발 튀어나왔다.


“백산, 조일명 소협의 승리다. 네가 왜 졌는지 아느냐?”


“아뇨. 그러니 한번 더 할께요.”


화산 장문인의 말에도 백천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묵묵히 다시 자세를 잡았다.


이번엔 기수식 없이 몸을 오른쪽으로 빙글 틀며 초식을 시작했다.

그녀의 검은 원심력을 이용해 반원을 그리며 들어왔다.

나 역시 그녀를 따라 반원을 돌며 검과 검을 맞붙였다.


[팍!]


검과 검이 만난 순간이었다.

반탄력으로 밀려나긴 커녕 백천의 검이 미끌어지 듯 밑으로 뚝 떨어지며 왼 무릎 위 혈해혈(血海穴)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허초(虛招)!’


나는 오른발을 축으로 삼아 몸을 빙글 회전시켰다.

그러면서 횡으로 검을 그어나갔다.


노리던 왼 무릎을 숨기면 그녀의 공세가 멈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 백천의 공격도 당황하지 않고 다음 수를 이어나갔다.


내려 찍던 검의 힘을 줄이지 않고 그대로 바닥을 때려 버린 것이다.

이때 생기는 작은 반탄력을 이용해 검을 튀기며 축이 되는 오른 다리를 베어왔다.


‘집요할 정도로 상대하기 귀찮은 곳만 노리는군.’


결국 나는 그녀의 공세에 일일이 따라가며 대응하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간결하고 빠른 찌르기로 백천의 견정혈(肩井穴,어깨에 있는 혈도)을 노렸다.


“젠장!”


결국 백산은 다리를 노리는 것을 포기하고 급하게 검을 쳐올리며 검막을 취했다.


[뚜뚝!]


나의 검은 백천의 검막을 뚫고 견정혈에 닿아 있었고, 백천의 목검은 중간이 부서져있었다.


“말도 안돼···.”


백천은 어깨를 잡고 일어섰다. 이번에는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잔뜩 애를 쓴 모습이었다.


“이번에 쓴 초식은 무엇이었지?”


“매화구변(梅花九變)”


“두 번째 변화에 잡아서 다행이네. 앞으로 두 세번의 변화만 더 거쳤어도 나는 막지 못했겠어.”


화산파 무공이 화려하고 변화가 많다는 것은 조일명의 기억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마주한 매화검법은 더 매서웠다. 구변을 자유자재로 다룬다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끊기지 않고 변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제 변화가 미숙했다는 이야기죠?”


“아니야. 오히려 반대지. 너무 괴로워서 빨리 끝내려 한거야. 다리와 어깨를 바꾸자고 말이야.”


“아까 처음도 그렇고! 어떻게 그렇게 무식한 생각을 할 수가 있죠? 자신의 몸이 아깝지 않나요?”


“하하하, 목숨을 건 싸움을 할 때 찰나의 틈이라도 벌 수 있다면 다리 하나는 아깝지 않지.”


문득 주재경과 남경으로 가던 배 위가 기억이 났다.

나는 그를 대신해 동창에게 칼을 맞았고, 그 틈에 주재경은 빡빡머리 고수의 머리를 베었다.


“때론 다리 하나, 팔 하나로 동료의 목숨을 구하게 될 수도 있다. 지금이 태평성대라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녀는 무엇인가 충격을 받은 듯 한 표정이었다.


“그런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기껏해야 비무인데···”


“왜 화산파 장문인이 나같은 놈에게 부탁했는지 알 것 같군.”


백천과 조일명은 스승 없이 외롭게 무공을 익혔다.

무엇을 위해 강해질 것이냐 고민 없이 무공이 목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

본질을 잃으면 결국 무공에게 잡아먹히게 될 것이다.

사제와 사부를 잃게 된 조일명처럼 말이다.


“너, 나처럼 되기 싫으면 무당논검 기간 동안 찾아봐. 무엇을 위해 강해질 것인가를.”


백천은 내말을 곱씹으며 뒤로 물러났다. 화산 장문인은 그런 백천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


“이제 내 차례요?”


호리호리한 미소년이 목검을 들고 앞에 섰다. 백하. 당대 화산파 제일 기재다.


“이해하시오. 백천은 아직 사문을 위해 싸워본 적이 없소. 한번이라도 그 무게를 어깨 위에 올려 보면 보란 듯이 성장할 꺼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창천회 회원이라면 수도 없이 사문을 위해 싸워왔을 것이다. 패배하고 설욕하면서 성장했을 것이다.


‘미치지 않고 잘 버텨주고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거지.’


초식의 완성도, 실전경험등에서 백천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가오.”


그는 기수식 없이 바로 달려 들었다.


‘과연!’


“매화빈분(梅花頻紛)!”


그는 고맙게도 초식이름을 외쳐주었다.

이름 그대로 어지러워 죽을 정도로 모든 방위에서 쉬지 않고 들어오는 공격이었다.


‘그래, 감각을 알았으니 손이 눈에 따라갈 수 있는지 한번 해보자.’


백천을 상대로 연습한 것은 ‘찰나’를 사로잡는 것이었다.


찜통에 들어간 만두는 언제 꺼내는 것이 가장 좋은가.

반복된 경험과 그날 그날 만두를 빚을 때 생기는 미세한 차이, 날씨와 계절을 종합해 매번 다르게 내려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

몇 번의 성공이 가져다주는 경험.

그것이 쌓여 숙달되면 최적에 가까운 ‘찰나’를 감지할 수 있게 된다.


경험상 무공도 마찬가지다.

검을 찔러 넣을 그 찰나만 감지할 수 있다면 어떤 무공이든 대응 할 수 있는 것이다.


베고, 베고, 찌른다!


나는 그의 검로에 맞추어 하나 둘 씩 요격하기 시작했다.

7번의 검격이 막히자 백하는 허초를 섞기 시작했다.

검의 변화는 더 난해해지고 따라가기 복잡해졌다.


내가 하는 일은 검을 더 간결하고 빨리 움직이는 일 뿐이었다.

그러자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가 움직이려 하는 검로 마다 내 검이 먼저 당도해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계속되다 보면 공방이 서로 바뀌게 된다.


“....!”


백하는 검을 멈췄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를 노려보았다.


“조소협께서는 매화빈분을 상대해 본 적이 있소? 아니 혹시 검로를 아시오?”


“아니. 그저 맞춰나가다 보니 길이 보였을 뿐이야. 무수한 변화라 다룬다 하더라도 네가 좋아하는 검로가 있잖아.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듯이 말이야. 검을 맞대 보더니 알겠더라고.”


“길이 보인다니···”


나 역시 놀랐다.


‘혹시 나 무공에 재능 있는 거 아니야?’


검세를 몰아쳤지만 숨이 몰릴 정도로 힘들지 않았다.

평소에 조일명이 어떤 훈련을 거쳐 왔는 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자, 맞는지 한번 봐.”


나는 그가 했던 움직임을 떠올렸다.

그가 내쉰 호흡, 발의 움직임, 손목의 각도까지 세세하게.

기억을 더듬는 행위는 횟수를 더 할 수록 감각이 예민해졌다.


인당을 막는 금제. 그것의 부작용인지, 환생을 통해 내가 얻은 어떤 능력인지 지금은 알 수 없었다. 다만 약간의 두통을 감수한다면 나는 무공을 배우는 데 사기라고 해도 좋을 만한 높은 기억력을 손에 얻은 것은 확실했다.


내 손에서 난생 처음 전방 8방위를 휩쓰는 날카로운 검공이 펼쳐졌다.

그 검공은 각기 다른 변화를 품고 어지럽게 흩뿌려 졌다.

처음 이걸 맞게 되는 순간에는 눈으로 따라가기 급급하다.


그러나 눈으로, 손으로 검로를 맞춰 따라갈 수만 있다면···

그 다음은 그걸 시전하는 사람을 볼 짧은 여유가 생긴다.

상대의 호흡과 노림수가 보이는 것이다.


“장문인··· 지금 내가 제대로 본게 맞죠? 저거 매화빈분이잖아요. 어떻게 한번 상대했다고 똑같이 따라 할 수 있는 거죠?”


백천의 놀란 눈은 나에게 뒷통수를 맞았을 때보다 더 커져 있었다. 그러나 놀란 것은 화산 장문인도 마찬가지였다.


“형(形)은 완벽하게 이루었다. 내공을 동반하지 않았다 뿐이지 매화빈분이 맞다.”


백하는 외부로 감정을 표출하는 성격이 아닌 듯 보였다.

그럼에도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가며 화가 난 듯 씹어 말했다.


“나에게··· 취향이란게 있었소? 나는 평생 나쁜 습관을 없애기 위해 애를 써왔소. 기본을 가장 중시했는데...”


“여기 4번째랑. 8번째 변화 때 말이야. 승장혈(承漿穴, 입술 아래 혈)을 노리더라고. 내가 키가 커서 전중혈(膻中穴, 가슴 중앙에 있는 혈) 정도면 충분할텐데 굳이 위를 노리는 걸 보고 알았지. 빈분(頻紛)이란게 규칙 없이 어지러워 보이지만 사실 네가 노리기 좋아하는 부위가 따로 있다고.”


“과거··· 창천회 비무도중 우연히 얼굴 쪽으로 검이 간 적이 있소. 상대가 순간 굳는다는 걸 그때 알았지. 그래서 그 뒤로 어려운 상대를 만나게 되면 승장혈을 섞어가며 검로를 구상했던 거요. 굳은 상대에게는 그 뒤의 변화를 감당할 힘이 없으니까.”


백하는 순순히 인정했다. 백천과 마찬가지로 백하 역시 승패를 중요시했다.


“그거 였군. 과거 손쉽게 이긴 경험 때문에 오늘 패배했다고 생각해. 너보다 조금만 더 여유 있거나 강한 상대를 만나면 너의 그 지점이 약점이 될테니까.”


백하는 양손을 모은 포권지례(抱拳之禮)로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하오. 조소협. 내가 앞으로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 지 알게 되었소."


둘의 훈련을 봐준 나는 화산 장문인을 돌아보았다.

아직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가의말

이름에 오타가 있어 일부 수정했습니다. 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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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십사수매화검법(十四手梅花劍法) 23.06.05 67 2 13쪽
19 복마전(伏魔殿) 23.06.02 73 2 13쪽
18 유귀지도(劉貴之刀) 23.06.01 89 3 15쪽
17 유채론(劉菜論) 23.05.30 104 4 15쪽
16 송가난전(宋家亂廛) 23.05.28 125 3 13쪽
15 북숭소림 남존무당(北崇少林 南尊武当) 23.05.27 131 3 14쪽
» 삼재검법(三才劍法)_오타수정 23.05.26 155 2 13쪽
13 오륜금시(五輪金匙) 23.05.25 163 2 11쪽
12 무당논검(武當論劍) 23.05.24 187 2 15쪽
11 양의검(兩儀劍) 23.05.23 187 4 12쪽
10 금제(禁制) 23.05.22 204 6 11쪽
9 청증무창어(清蒸武昌鱼) 23.05.20 201 4 13쪽
8 화산파(華山派) 23.05.19 229 4 14쪽
7 순장(殉葬) 23.05.18 221 5 12쪽
6 백유판압(白油板鴨) 23.05.17 181 5 15쪽
5 장강 전어(长江鲥鱼) 23.05.16 197 4 15쪽
4 동파육(東坡肉)_2 +2 23.05.15 235 5 14쪽
3 동파육(東坡肉) 23.05.14 252 3 16쪽
2 철과단(鐵鍋蛋) 23.05.13 303 3 13쪽
1 서. 서호초어(西湖醋魚) 23.05.12 403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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