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홍야(紅夜) 님의 서재입니다.

무당파 막내사형이 요리를 너무 잘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읽고쓰기
작품등록일 :
2023.05.11 22:08
최근연재일 :
2023.06.05 18:27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591
추천수 :
70
글자수 :
122,101

작성
23.05.12 08:00
조회
390
추천
4
글자
13쪽

서. 서호초어(西湖醋魚)

DUMMY

눈앞에 컴컴하다.

축축하고 습하다. 썩은 흙냄새 ? 식물의 뿌리냄새도 난다. 마치 무덤 속에 들어 앉은 느낌이다. 똥 냄새, 오줌 냄새가 사방에서 진동을 한다. 비명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오다 어제부터는 적막해졌다.


동창에 끌려온지 이틀이 지났다. 두눈이 뽑힌 황망함보다는 바지에 볼일을 볼 수 밖에 없다는 치욕이 더 컸다.


[꼬르륵···]


비위가 상하는 상황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살고 싶어 배가 고프다.

이렇게 강렬한 배고픔을 경험한 적이 있었던가··· 있었다. 아주 어릴적. 자금성에 들어오기 전이다. 나는 떠돌이 요리사였고 전국을 돌며 주방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하루살이처럼 살았다. 늘 배고픔을 달고 살았다. 밥을 먹는 날보다 굶는 날이 더 많았다.


열다섯인가···하루는 눈밭에서 노숙을 하다가 죽을 뻔 했다. 변양(汴梁,개봉의 옛이름)에 주방 일자리를 소개받아 떠나던 중이었는데 노잣돈이 떨어져 길에서 잠을 청하다 눈에 파묻히게 된 것이다.


그것을 마침 지나가던 마차가 발견했다. 그의 마차가 늦은 시간 그 주변을 지난 것, 아직 눈이 내몸을 온전히 덮기전에 나를 발견한 것은 모두 우연이었다.


“돈이 없어 이틀을 굶고 길에서 여드레를 노숙을 했다고? 등뒤에 메고 있는 철과(镬,웍)와 허리춤에 채도(菜刀,식칼)를 팔면 되지 않느냐?”


마차의 주인이 내어주는 따뜻한 차를 마시며 나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화려한 비단옷에 풍성하고 따뜻해 보이는 여우털 목도리를 하고 있었다. 얼굴은 나이들었지만, 어쩐지 중성적인 느낌이 들정도로 고왔다.

황제가 사치를 금했음에도 저런 것들이 자연스럽다면 그는 분명 고위직이다. 나이가 들어도 얼굴이 분칠을 한듯 곱다면 환관이다.

몽롱한 가운데서도 나는 그의 손끝에서 나는 땅콩기름과 옅은 쇠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는 아마 황제의 식사인 어선을 담당하는 상선감의 고위 환관일지도 모른다. 나는 평생을 가난했지만 바보는 아니었다.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평생 나를 피해 도망가기만 했던 그녀석 말이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대인께서도 요리사로 보이오만, 어찌 부모와 자식을 팔라 하시오.”


“하하하! 맞지. 맞아. 네 이름이 무엇이냐?”


“유귀(劉貴)입니다.”


그는 나를 태우고 북경으로 향했다. 북경에서 두번째로 큰 집이 그의 집이었다. 그의 이름은 장유. 모든 환관을 이끄는 사례감의 우두머리인 사례감 장인태감이었다.

권력과 너무 가까운 사람. 경험상 그런 사람과 같이 있으면 목숨이 바람 앞에 촛불처럼 위태로웠다.

나는 그저 굶지 않고 싶었고, 마음 놓고 요리가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내가 생각보다 지위가 너무 높더냐? 상선감 태감이 아니라 실망했느냐?”


장유는 당황하는 내표정에서 모든 것을 읽은 모양이었다.


“요리를 하나 내오거라.”


장유는 내가 만들어내는 요리로 나의 처분을 대신할 모양이었나보다. 그의 주방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마당을 비로 쓰는 하인들도 여섯이나 있었다. 이곳에서 걸레질만 하다가 죽더라도 노상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사는 삶보다는 분명 나을 것이다.


고민끝에 내가 선택한 것은 민물에 사는 초어(草魚)였다.

나는 초어를 항아리에 담아 이틀을 굶겼다.


그리곤 목욕을 하고 깨끗한 옷을 받아 입고 남는 시간마다 칼을 갈았다. 실력있는 요리사들이 매끼 주는 요리들은 순식간에 내몸에 살을 찌웠다. 그 당시 내 모습은 꽤 귀티가 나고 준수했는지 장유의 하인들은 나를 ‘공자’라고 불렀다. 특히 ‘이삼’이라 불린 중늙은이는 나에게 꼬박꼬박 존대를 하며 불편함 없이 나를 챙겨줬다.


그는 나의 말동무가 되어 이곳의 사정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주었다. 관심이 가는 것은 그의 양아들에 관한 것이었다. 다른 하인들에게 듣기론 태감 어르신에게는 양아들이 둘 있었는데, 모두 어선요리를 하기 위해 외부에서 들여온 자식들이라 했다.

일이 잘 풀린다면 나 역시 같은 신세가 되는 것이 아닌가?


그들에게 인사라도 하려고 이삼에게 물으니 그는 못들을 걸 들은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허허··· 모르십니까? 두 공자님들은 모두 죽었습죠.”


“어쩌다....?”


“줄을 잘 못 선 모양입니다. 공자님도 태감님의 심기를 너무 거스르지 마십시오.”


‘씨발···도망칠까?’


이삼이 떠나고 나자 심란함이 더 커졌다.


‘내 목줄을 내가 쥐고 사느냐, 장유 그자에게 맡기느냐··· 젠장, 눈밭에서 얼어죽을 뻔한 녀석치고는 배부른 고민이군.’’


수심이 밤낮없이 깊어갈 때쯤 장유가 나를 호출했다. 그는 짜증이 난 얼굴로 날 훑어보았다.


“요리를 내오라고 한지 이틀이 지났는데, 아직 요리를 시작도 안했다고 들었다.”


“...”


“흔해 빠진 초어를 항아리에 넣고 굶기며 시간만 보내고 있다지? 반대로 너는 그동안 잘 먹었는지 피둥피둥 보기 좋아졌구나. 보기 좋아.“


“이 곳 요리 실력이 워낙 좋아 제가 혈색을 되찾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태감 어르신”


“쯧···.아직 무슨 요리를 할지 결정하지 못한것이냐? 혹여 실력이 미천하여 시간을 끌 생각이라면 지금이라도 그만두거라.”


굶긴 것은 초어인데, 기다리는 장유도 함께 굶은 듯 초조해 했다. 그가 이 요리를 모른다는 확신이 들자 나는 그제서야 칼을 들 마음이 생겼다.


“그럼 오늘 저녁에 식사를 올리겠습니다. 태감.”


나는 서호초어(西湖醋魚)를 만들었다. 아가미,지느러미,내장을 제거한 초어를 끓는 물을 부어 비늘을 제거한 뒤 칼집을 내 생강을 띄운 물에 삶아 건져 낸다. 그 뒤 설탕과 식초, 간장으로 만든 달큰하고 윤기나는 당초(糖醋)를 붓고, 다진 생강을 올려 내면 향과 빛깔이 모두 아름다운 서호초어가 완성된다. 언뜻 쉬운듯 보이지만, 초어의 흙내를 잡는 것과 먹기 좋을 정도로 강렬한 당초를 배합하는 비율등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서호초어를 받아든 장유의 얼굴은 기이했다. 언뜻보면 기대하는 것 같으면서도 거북함이 함께 있었고, 그럼에도 음식에 대한 탐욕 때문에 초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꽤나 요사스러운 녀석을 가져왔구나.”


“이 요리의 이름은 서호초어로···”


“안다. 절강요리··· 그중에 으뜸이 항주요리 아니더냐. 서호초어를 내가 모를 성 싶으냐?”


낭패였다. 평생 북경을 떠난 적 없어 보이던 장유였건만 음식에 대한 조예는 중원 곳곳에 닿지 않은 곳이 없어 보였다.


“하나만 묻겠다. 서호초어를 만든 까닭이 무었이냐?”


그의 눈빛은 매서웠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들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옛날 서호에 송씨 형제가 살았다고 한다. 두 형제는 학문이 높지만 공부하여 관직에 오르지 않고 서호에서 낚시를 하며 어부로 생을 이어갔다. 형에게는 부인이 있었는데 그 미모가 매우 빼어났다.

이 때 항주에 부임한 조대관(趙大官)이라는 관리가 그 부인을 보고 탐하여 음모를 꾸며 형을 죽게 했다. 동생과 부인은 관청에가 고발장을 접수했으나 조대관과 관청이 미리 작당을 한 탓에 오히려 벌을 받고 쫓겨나기까지 했다.


동생과 형수는 조대관의 보복을 피해 도망가는 수 밖에 없었다. 그 바쁜 와중에도 형수는 고기를 삶아 요리를 만들었다. 서호에서 나는 초어. 거기에 달고 신 당초를 얹어 먹는 것이다.


동생은 처음 맛보는 조리법을 의아해 했다.


‘이 고기는 달기도 하고, 시기도 합니다.’


이에 형수는 이렇게 답했다.


‘도련님. 이제 우리는 헤어져 서호를 떠나 살아야 합니다. 세월이 흐르더라도 형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잊지말아요. 생활이 달콤할 때, 신산에 세월을 보내는 사람들과 저를 기억해 주세요. 그래서 달고 신 초어를 만들었습니다.’


달고 신 생선요리. 처음 서호초어를 맛본 이들은 그 강렬함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동생은 서호를 떠나 공부에 매진했고, 관직을 얻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원수인 조대관을 처단하였다. 그러나 형수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간 연회자리에서 익숙한 맛을 발견했고, 형수가 정체를 숨기고 서호초어를 요리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동생은 관직을 사직하고 형수와 함께 서호로 돌아가 어부일을 하며 남은 생을 살았다고 한다.


“저는 떠돌이 요리사입니다. 눈밭에서 얼어죽을 뻔한 걸 태감께서 구해주셔서 목숨을 건졌죠. 저는 결코 제 본분을 잊지 않을 겁니다.태감께서 떠나라면 떠나겠습니다. 떠돌이로 돌아가겠습니다.”


내 대답을 들은 장유는 만족한 듯 젓가락을 들었다. 초어의 살은 부들거렸고, 입안에서 부드럽게 풀렸다.


“과연··· 강렬한 신맛과 단맛의 조화로다. 이 맛을 한번 보면 절대로 잊을 수가 없겠어. 암···”


장유는 눈을 감고 서호초어를 즐겼다. 그의 젓가락질은 멈출줄 몰랐다. 내가 초어를 삶는 시간이 완벽했음에도 녀석은 민물고기인 탓에 잔가시가 많다. 그러나 장유는 유려하게 뼈와 살을 갈랐다. 그것은 하나의 완성된 검술처럼도 보였다.

그의 움직임은 초어의 한쪽 면을 완전히 먹어치운 뒤에야 끝이 났다.


[짝!]


식사를 멈춘 장유는 손뼉을 쳤다. 그러자 총관과 하인이 들어와 팔선탁에 놓인 요리를 치웠다. 아직도 반이나 남은 서호초어였다. 장유가 맛있게 초어를 먹어치우는 것을 본 탓인가. 총관이 초어를 치우며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어왔다.


장유 역시 눈앞에서 사라지는 빈접시를 아쉽다는 듯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네 요리실력이 마음에 드는 구나. 내 밑에서 일해볼 생각 없느냐?”


“자금성··· 어선방에서 일할 기회를 주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동안 내 집에서 놀기만 한 건 아니고 귀도 열고 있었나보구나. 그래, 나는 사례감의 수장인만큼 상선감, 동창과 함께 황제의 어선을 책임지고 있다. 내 밑에서 일하겠다 약조한다면 어선방에서 배를 곯지 않고 요리를 실컷하게 해주마.”


“변양의 소면집에서 육수를 끓이는 것보다 어선방일이 훨씬 낳지요. 암요. 모든 요리사가 한번은 꿈꾸는 일 아닙니까. 다만, 태감께서 제 서호초어를 다 드시지 않고 남기셨습니다. 그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손님 상에서 남은 요리가 나온 것은 오랜만이었다. 나는 분명 심혈을 기울였다. 서호에서 이 요리를 처음 배울 때 바닥을 햝아 먹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이 요리의 맛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다.


“이 요리는 황제께 올릴 수 없다. 이유를 알겠느냐?”


“격에 맞지··· 않아서 입니까?”


“하하하. 맛없다는 이야기는 않는구나.”


“태감께서 그리 맛있게 드셨는데 맛이 없을리 없겠지요.”


“그래. 네놈의 요리는 오히려 너무 맛있어서 문제다.”


“요리사 맛있는 요리를 하는게 문제가 됩니까?”


나는 어디서 음식을 맛 없게 해서 쫓겨난 사람은 봤어도, 맛있는 요리 때문에 문제가 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황제의 식탐은 문제가 된다. 뛰어난 미식을 즐기다보면 흔한 음식의 고마움을 모르게 된다. 유귀, 네 연자죽에 황제께서 감동하시고 봄이고 여름이고 연자죽을 찾으시면 어찌하겠느냐?”


“다음 연꽃이 피는 10월까지··· 기다리라고 하면 안될까요?”


“황명을 거역하는 것은 불충(不忠)이다. 불충은 국법에서 사형으로 다스리고 있다.”


“그럼 제철 음식은 하지 말라는 것입니까? 그렇다고 해도 초어는 가어(家魚,양식어)이니 초여름 산란기를 제외하면 어느 때나 먹을 수 있지 않습니까? ”


“하하하. 요리 실력만 보면 당장 양심전 어선방에 들어가도 될만한 녀석인데, 눈치는 많이 부족하구나.”


결국 나는 답답함에 스스로 머리를 조아렸다.


“제가 아둔하여 가르침이 필요합니다. 부디 하교해 주십시오.”


“일부러 맛없게 하라는 것이 아니다. 절제를 하라는 것이야. 시고 단맛을 줄여라. 모든 요리를 짜지도,달지도,맵지도,시지도,쓰지도 않게.”


“오미(五味)를 빼고 나면 흙내 나는 초어를 무슨 수로 맛있게 먹겠습니까? 맛없는 요리사야 당장 시내에 널렸는데 태감께서 절 택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유귀야. 모자른 것과 절제는 완전히 다른 것이란다. 모자란 음식을 황제께 내밀면 그날로 목이 날아갈 것이다. 네가 절제를 배운다면 자금성에서 순조롭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나는 장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때 나는 패기로웠고, 나의 음식으로 황제의 입맛을 사로잡을 포부를 남몰래 키우고 있었다.


그런 나의 불순함을 아는 지 모르는지... 장유에게 자금성의 금기 사항을 수백까지 듣고 몸에 벤 뒤에야 입성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당파 막내사형이 요리를 너무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안내 23.06.06 40 0 -
20 십사수매화검법(十四手梅花劍法) 23.06.05 63 2 13쪽
19 복마전(伏魔殿) 23.06.02 71 2 13쪽
18 유귀지도(劉貴之刀) 23.06.01 88 3 15쪽
17 유채론(劉菜論) 23.05.30 97 4 15쪽
16 송가난전(宋家亂廛) 23.05.28 122 3 13쪽
15 북숭소림 남존무당(北崇少林 南尊武当) 23.05.27 127 3 14쪽
14 삼재검법(三才劍法)_오타수정 23.05.26 152 2 13쪽
13 오륜금시(五輪金匙) 23.05.25 159 2 11쪽
12 무당논검(武當論劍) 23.05.24 183 2 15쪽
11 양의검(兩儀劍) 23.05.23 183 4 12쪽
10 금제(禁制) 23.05.22 200 6 11쪽
9 청증무창어(清蒸武昌鱼) 23.05.20 195 4 13쪽
8 화산파(華山派) 23.05.19 221 4 14쪽
7 순장(殉葬) 23.05.18 212 5 12쪽
6 백유판압(白油板鴨) 23.05.17 175 5 15쪽
5 장강 전어(长江鲥鱼) 23.05.16 188 4 15쪽
4 동파육(東坡肉)_2 +2 23.05.15 226 5 14쪽
3 동파육(東坡肉) 23.05.14 244 3 16쪽
2 철과단(鐵鍋蛋) 23.05.13 293 3 13쪽
» 서. 서호초어(西湖醋魚) 23.05.12 390 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