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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야(紅夜) 님의 서재입니다.

무당파 막내사형이 요리를 너무 잘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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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1 22:08
최근연재일 :
2023.06.05 18:27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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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글자수 :
12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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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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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오륜금시(五輪金匙)

DUMMY

산해방 숙소의 조용한 개별 후원.

백천은 나를 화산파 장문인에게로 데리고 갔다. 화산파의 다른 인원들은 모두 자리를 비웠고, 장문인 혼자 백동의 훈련을 봐주고 있었다.


곰방대를 피우며 멀찍이 지켜보던 장문인은 내가 오자 백동을 손짓으로 가르켰다.


“어떤가?”


“외부인인 제가 봐도 괜찮나요?”


“뭐 어떤가. 화산파의 무공이야 이미 새로울 것이 없다네.”


백동. 그가 훈련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았다.

백천의 말로는 그 역시 창천회의 회원이라 했다.


보통 키에 호리호리한 몸이었지만 팔 다리가 길어 검격(劍隔, 검의 간격)이 대단했다. 자신도 그것을 잘 아는지 순식간에 상대가 대처하지 못할 방위로 공세를 펼쳐나가고 있었다.


‘상대가 없는데도 마치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군. 저것이 천재의 재능인가.’


백동을 보고 있자니 죽은 태경이 떠올랐다.

그 역시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상대를 몰아가는 것을 즐겼다.


‘내가 무공을 논하다니···조일명에게 고맙다 해야하나.’


기억여행을 한 뒤로 조일명의 기억과 전생의 기억은 구분이 희미해졌다.

굳이 따지자면 조일명의 기억이 최신의 기억처럼 선명했고, 유귀일 때의 기억은 어릴적 기억처럼 피상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나는 조금 두려움을 느꼈다.

요리에 대한 기억이 없어지기 전에 최대한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전을 통해 감각도 꾸준히 유지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화산파와의 일을 매듭짓는 게 순서였다.

당장에라도 주방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화산 장문인에게 물었다.


“지금 백동 소협이 훈련하는 게··· 매화검법입니까?”


“그렇다네. 그가 잘 하고 있는 것 같나?”


“나이에 비해 정말 대단하군요.천재소리를 들을 만 합니다.”


“그게 전부인가?”


“저 정도하는 천재들이 문파 마다 한 두명 씩 있으니 문제입니다. 후지기수들의 모임인 창천회, 그곳에서는 각파와 세가의 진산비기를 주로 사용한다 하더군요. 진산비기는 말그대로 비기(秘技,비밀기술)일때 빛을 낼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이 알려진 뒤에는 오히려 특징이 너무 커서 결국 파훼 당할 겁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그래도 어쩌겠는가. 상대가 판돈을 올렸으니, 우리도 판돈을 올려야 자리에 맞지 않는가?”


태경은 그렇게 해서 죽었다. 그가 죽은 나이가 17세. 백동도 그만한 나이다. 백동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커졌다.


“그렇다면... 알아도 막지 못하는 걸 준비해야겠죠.”


내 말에 화산파 장문인은 놀란 눈치였다.

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그렇지. 당금에 이르러서 창천회의 비무도 초식보다는 내공 싸움으로 흘러가게 되었다네. 내공의 격차야 말로 단시간에 메울 수 없는 부분이니까. 내공의 우위로 짖 누른다면 알고도 당할 수 밖에 없는게지.”


정파의 내공은 정순함을 으뜸으로 친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정신을 집중하고 호흡을 통해 축기(築氣,내공을 쌓음)를 한다.


무공이 재능인 것과는 다르게, 내공이야 말로 들이는 시간에 비례해서 차근히 성장하는 공부인 것이다.

그래서 나이가 어릴 수록 서로 간의 차이는 크지 않는게 보통이다.


‘영약, 격체전력같은 기연이 없다면 말이지···’


대운하가 생기고 상업에 뛰어들어 부자가 된 사람이 많아졌다.

신흥 부호들이 가장 먼저 쓸어 담은 것은 진귀한 약재였다.

과거에도 영약 값이 비쌌지만 이제는 청정부지로 올랐다.

그럼에도 문파 별로 영약을 구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무당파는 이번 무당논검의 우승 상품으로 태청단을 걸었다네.”


태청단은 재료가 복잡해 많이 만들 수 없다.

게다가 정마대전 때 이미 두 개를 사용해 현재는 3개가 전부였다.


‘솔직히 놀랍군. 자파의 고수에게도 내리지 않던 태청단 아닌가? 그걸 상품으로 걸다니···’


태경이 태청단을 복용했다면 태극혜검에 목을 메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무당파에서 태청단은 귀한 대접을 받았다.


“자네의 금제를 푸는데 영약이 필요하네. 금제는 인당만 막는 것이 아닌 그 주변 혈도를 모두 막아 생긴것. 그 흐름을 다시 잇는데는 막대한 내공을 가진 자가 억지로 뚫어주거나, 영약의 기운을 이용해 하네. 자네가 화산파에 입문하겠다 하면 우린 자하신단(紫霞神丹)을 사용할 생각이었네.”


자하신단(紫霞神丹)은 화산파를 대표하는 영약이었다.

화산파에서는 자하신단을 선택된 소수의 후지기수를 위해서만 사용하고 있었다.


‘젠장, 그 귀한 걸··· 지금이라도 하겠다 해야 하나? 아니야. 아니지···’


이럴 때는 먼 미래를 내다 보는 게 낫다.


“화산이 우승해 태청단을 얻는다면 자네에게 주겠네.”


화산파 장문인은 마치 우승을 예약해 놓은 사람처럼 말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것이 가능할 것처럼 생각되었다.


“저에게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저는 무당의 문하에 있었기에 화산파의 호의에 감사함보다는 의문이 앞섭니다.”


“그래, 내 솔직히 말하지. 그건 자네의 요리 실력 때문일세.”


화산 장문인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실로 믿기 어려웠다.


원래 무한에서 열릴 뻔한 이번 무당논검을 의창으로 끌고 온 것은 의창 제일거부인 송현길(宋賢吉)이다.

의창 송가는 원래 잘 사는 집안이었으나 명대에 이르러 군벌로 일어섰고, 그의 증조할아버지 송희문(宋熙文)은 정1품인 좌군도독(左軍都督)에까지 올랐다. 좌우 두명의 도독이 13개 성의 병권을 나눠 쥐고 있으니 얼마나 큰 힘이겠는가.


송희문은 군사에 관한 최고의 권력을 누렸으나 영락제 때 몽골과의 전쟁을 통해 병부의 권한이 커지자 스스로 낙향 후 가문을 키우는데 집중했다.


“그것이 지금의 송가장(宋家場)이군요.”


송가장의 이름 역시 들어봤다.

가주 송현길은 대단한 미식가이자 상인으로 고향인 의창뿐만 아니라 북경, 남경, 낙양, 개봉 등에 ‘송가방(宋家房)’이라는 고급 음식점을 세웠다.

나 역시 떠돌이 요리사 시절 낙양의 송가방에서 짧은 시간 일을 해본 적이 있어 잘 알고 있었다.


‘체계가 잘 잡혀 있고, 조리법 관리가 깐깐했지. 사람이 갈려 나가는 곳이라 떠났지만···’


“송가장은 이번 무당논검 참가인원의 비무장소와 숙박을 제공한다네. 바로 송가장의 대장원이지. 게다가 이를 보러 오는 엄청난 수의 인파들의 흥을 돋우고 가문의 위세를 알리는 계책을 세웠네.”


“그게 뭔가요?”


“바로 송가장 앞 대로변에 노점들이 출점(出店)하는 걸세. 이미 호북을 대표하는 수 많은 가게들이 참여했고, 저 멀리 북경 등지에서도 유명한 가게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장의 노점이야 새로울 것이 없지만, 전국의 맛집이 한 군데 모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야 말로 가슴 뛰는 풍경이 아닌가.


“게다가 무당논검 기간 동안 매출을 합산 해 1위 가게에게는 송가장이 특별 선물을 주기로 했네. 그것 때문에 무당파가 격을 맞추기 위해 급하게 태청단을 준비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


“도대체 어떤 선물이기에 태청단까지 준비해야 했던 겁니까?”


“오륜금시(五輪金匙)일세.”


오륜금시. 화산 장문인의 설명에 의하면 그건 단순한 금열쇠가 아니라고 한다. 송가장에는 그간 송가장이 모아온 보물이 가득한 창고가 있는데, 오륜금시가 있으면 그곳에서 3가지 보물을 가지고 나올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중에 화산파가 원하는 보물이 있겠군요.”


“그렇다네.”


내가 눈치를 채자 화산 장문인의 표정이 밝아졌다.

나는 앞으로 내가 해야 할 것들을 정리했다.


“무당논검 기간 동안 산해방의 이름으로 노점에 참가한다. 매출 1위를 기록해 오륜금시를 얻는다. 화산파의 보물을 얻어낸다. 제가 해야 할 일 맞습니까?”


“아주 명확하네. 솔직히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고민이 많았네. 그런데 자네의 태도를 보고 있자니 걱정이 사라지는 군.”


“화산파가 무당논검에 우승해 태청단과 보물을 서로 교환해야 수지타산이 맞지 않겠습니까? 제가 보물을 얻었는데 화산파는 빈손으로 돌아오면 어떻게 되는겁니까?”


“아니, 지금 화산파를 능멸하는 건가요? 우리가 우승 못할 것 같아요?”


옆에서 조용히 듣던 백천이 화가 잔뜩 나서 끼어들었다.


“하하하! 그 문제 역시 조일명 도우께서 도와주실 수 있소.”


“그건 무슨 소립니까?”


“조일명 도우가 화산파 제자들의 무공을 봐주면 간단하지 않소?”


‘늙은 생강이 맵다더니··· 당했군!’


손 안대고 코풀기. 화산파 장문인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저는 내공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검에서 손을 놓은 지도 3년이 되었습니다.”


나는 손사래를 쳤다. 기억 속 조일명의 무공이 아무리 고강했다 해도, 그건 조일명일 때 이야기다. 한 낱 요리사가 대화산파의 무공을 한합이라도 제대로 받아낼 수 있겠느냔 말이다.


“경험.”


“네?”


“화산파 제자들에게 현재 부족한 것 말이오. 백동은 창천회를 통해 실전경험이 있지만 나머지 제자들은 실전경험이 적소.”


“맞아요. 사형들과 비무를 하긴 하지만, 우리끼린 서로를 너무 잘 알다보니까 끝까지 가지 않고 맥 없이 끝날때가 많아요. 휴···다른 문파 사람들은 어떻게 싸우는 지 알지 못하니 걱정이 커요. 까짓거 누가 한번 도와주면 참 좋으련만···”


백천이 팔짱을 끼고 한숨을 쉬었다.

장문인 앞에서 하기엔 자칫 무례할 수 있는 행동이었으나 귀여웠던 탓에 헛 웃음이 나왔다.


“정마대전 이후 화산파는 주축이던 2대 제자들을 거의 다 잃었네. 현자 배에선 현우도장(玄宇道長) 홀로 살아 남았지. 지금은 그 혼자서 40명이 넘는 제자들을 다 보고 있다네.”


“저는 막내라 사부님 얼굴도 자주 못 본다니까요? 어쩔 수 없이 검보(劍譜,검술을 기록해 둔 비급)를 보면서 홀로 익힐 수 밖에 없죠.”


‘조일명과 같구나.’


백천에게 측은감이 들었다. 저 과장된 행동, 승부욕등은 외로움의 또 다른 표현일지도 몰랐다.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제 무공은 무당파 안에서도 뛰어난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한 가지 검술만 다듬었기 때문에 화산 문인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학우진인(鶴羽眞人)에게 들었네. 자네가 태극혜검을 꺾었다고. 그것도 두 번이나.”


장문인의 말을 들은 백천의 눈이 커졌다.

학우진인. 그것은 무당 장문인의 도호였다.

장문인에게 직접 들었다면 조일명이 파문당한 이유도 들었을 것이다.


“손을 줘보게나.”


그는 나의 손바닥을 유심히 보았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했다. 3년을 쉰 손치고는 너무 단단하지 않은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3년의 시간동안 조일명은 어떤 시간을 보냈던 것일까.

사문에게 버림 받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두통으로 잠들지 못하는 날들.

그 속에서 이 손으로 쉬지 않고 무엇을 했던 것일까.


“3년 간 검을 버려 두었다 했지?”


“그랬습니다.”


“이 기회에 다시 잡아보는 게 어떻겠는가?”


분명 힘들다고 말하려 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입은 정 반대의 말을 하고 있었다.


“죽어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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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십사수매화검법(十四手梅花劍法) 23.06.05 62 2 13쪽
19 복마전(伏魔殿) 23.06.02 71 2 13쪽
18 유귀지도(劉貴之刀) 23.06.01 88 3 15쪽
17 유채론(劉菜論) 23.05.30 96 4 15쪽
16 송가난전(宋家亂廛) 23.05.28 122 3 13쪽
15 북숭소림 남존무당(北崇少林 南尊武当) 23.05.27 126 3 14쪽
14 삼재검법(三才劍法)_오타수정 23.05.26 151 2 13쪽
» 오륜금시(五輪金匙) 23.05.25 158 2 11쪽
12 무당논검(武當論劍) 23.05.24 181 2 15쪽
11 양의검(兩儀劍) 23.05.23 183 4 12쪽
10 금제(禁制) 23.05.22 198 6 11쪽
9 청증무창어(清蒸武昌鱼) 23.05.20 194 4 13쪽
8 화산파(華山派) 23.05.19 221 4 14쪽
7 순장(殉葬) 23.05.18 211 5 12쪽
6 백유판압(白油板鴨) 23.05.17 174 5 15쪽
5 장강 전어(长江鲥鱼) 23.05.16 188 4 15쪽
4 동파육(東坡肉)_2 +2 23.05.15 225 5 14쪽
3 동파육(東坡肉) 23.05.14 244 3 16쪽
2 철과단(鐵鍋蛋) 23.05.13 293 3 13쪽
1 서. 서호초어(西湖醋魚) 23.05.12 38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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