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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야(紅夜) 님의 서재입니다.

무당파 막내사형이 요리를 너무 잘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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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1 22:08
최근연재일 :
2023.06.0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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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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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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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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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청증무창어(清蒸武昌鱼)

DUMMY

“잠시 제 말을 들어 주시겠습니까?”


팽팽하던 분위기 사이에 끼어든 탓인지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특히 맨 앞자리에 앉은 젊은 여도사와 장문인으로 보이는 노도사의 시선은 뜨거울 정도였다.


“그래, 키 큰 도우(道友,도사끼리 서로를 부르는 말)께서 말해보게.”


노도사가 말하자 백산도 화를 삭히며 자리에 앉았다.


“구 숙수, 혹시 초어의 전처리는 어떻게 하셨소?”


“전처리라니··· 혹시 흙내 제거 말이야?”


구효기의 표정은 마치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는 식이었다.

그는 이 기회에 자신의 결백함을 증명하고자 좌중을 둘러보며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호북은 위에는 한수(漢水)가, 아래로 장강(長江)의 중류가 흐르고 동정호와 파양호처럼 큰 호수가 있어 수족자원이 풍부하오. 대신 바다에 인접하지 않아 잉어,병어,장어류의 민물고기가 대부분이고 여름에는 중원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덥고 습해 생선을 신선하게 보관하기 용의 치 않소.”


푹푹 찌는 장마 날씨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우리같이 큰 식당들은 생선들은 치어일 때부터 항아리에 옮겨 양식으로 키운다오. 산해방은 청어,대두어,무창어,백련어를 키우고 있소. 아예 따로 건물을 짓고 그 안에 연못을 파 정성을 다해 기르고 있다오.”


“양식을 위해 건물을 짓다니··· 대단한 정성이오. 그렇다면 초어는 키우지 않는단 말이오?”


백산이 조심스레 묻자 구효기는 그건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초어는 호북에서는 앞의 물고기보다 찾는 이가 적어 다 자란 녀석을 사다가 후원에 있는 작은 연못에서 따로 기르고 있소. 깨끗한 물에 민물고기를 풀어두면 흙내가 가신다는 건 소협도 잘 아는 사실일 꺼요. 그러니 흙내가 심해 못 먹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마시오. 이 주변에서도 산해방은 물고기 관리가 꽤 나 잘되고 있소.”


백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분명 그의 말 대로라면 음식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의 얼굴에서는 의아함과 억울함이 교차했다.


“초어는 충분히 굶겼습니까?”


초어 굶기기. 이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행동이었다. 장유를 위해 처음 서호초어를 만들 때도 나는 초어를 3일 정도 굶겼다. 그리하면 초어의 뻘이 배출되어 훨씬 더 흙내가 줄어드는 것이다.


구효기는 네가 그런 것을 어찌 아느냐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화산파에서 미리 예약을 주셨기에 깨끗한 물로 옮겨 이틀을 굶겼소. 민물고기를 굶기면 흙을 토해내기 때문에 실력 있는 숙수들은 모두 그렇게 준비를 하고 있소.”


이쯤되자 오히려 미안해 하는 것은 화산파였다.


“백산아, 우리가 생선요리가 입맛에 맞지 않아 애꿎은 구효기 대사부만 고생시키고 있는 듯 하구나.”


차석에 앉아 있는 부드러운 인상의 중년 고수가 입을 열자 백산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구효기의 표정도 부드러워졌다.


“그런데··· 구 숙수, 최근 일주일 넘게 비가 오고 계셨던 거, 알고 계십니까?”


“장맛비···? 비가 왜?”


“···”


화산파 인원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가운데, 구효기 혼자 표정이 굳어갔다. 그러더니 얼굴이 사색이 되어 덜덜 떠는 것이 아닌가.


“소소야. 후원에 가서 초어 연못을 살피고 오렴.”


“네, 알았어요.”


나의 진지한 표정을 본 가소소는 빠른 걸음으로 뛰어나갔다.


내 말 한마디에 의기양양하던 구효기의 표정이 사색이 되자, 백산을 비롯한 화산파의 인물들은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만, 아직 확인될 것이 있기에 섣부르게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고 있었다.


‘일반인들이었다면 바로 구효기를 물어 뜯었을 텐데··· 과연 화산파로군.’


“그런데, 도우께서는 어느 문하 소속인가?”


상석의 노도사가 물어왔다. 조일명의 기억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이런 경우 무당파의 이름을 올리는 것은 좋은 결과가 있기 어려워 보였다.


“도명을 받았었으나, 공부가 미천하여 버렸습니다. 다만, 마음만 이어진다면 언젠가 그 뜻이 닿을까 싶어 대괘와 남화건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


임기응변이었다. 그러나 노도사의 마음에는 든 모양이었다. 일단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어른들은 모두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우의 말이 맞소. 어떤 순간에도 자기 자신이 누군지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오.”


그의 눈빛은 나를 꿰뚫어 보고 있는 듯 날카로웠다.

그의 눈빛 앞에 내가 발가 벗겨진 느낌이었다.

긴장감에 숨쉬기가 어려워 질 때 쯤 가소소가 헐떡이며 올라왔다.


“물이··· 물이 흙탕물이예요.”


구효기는 고개를 떨구었다.


“서호초어에서 흙내가 나는 이유는 비 때문이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내린 비로 후원의 연못은 바닥의 흙이 뒤섞이며 흙탕물이 되었고, 이를 먹은 초어는 평소보다 흙내가 심했던 것입니다.”


“과연···”


“그리하여 평소 이틀 굶기면 흙내가 빠지던 초어가 아직까지 진한 흙내가 나는 것이지요.”


나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이 난 것은 백산이었다.


“사형, 내 말이 맞지요? 서호초어는 못 먹을 음식이 아니라구요.”


“그 말이 맞습니다. 실제로 서호초어 항주를 대표하는 아주 맛있는 음식입니다.”


내가 맞장구를 치자 백산은 더욱 기가 살아 나에게 눈 인사를 보냈다.

나는 기가 죽어 있는 구효기를 바라보았다. 이제 그가 사과를 할 시간이었다.


“서호초어, 드셔 보시겠습니까?”


나는 주인 없는 빈 젓가락을 구효기에게 건냈다. 젓가락을 건네받은 구효기의 손은 덜덜 떨고 있었다.


“먹지 않아도···”


“그래도 드셔야 합니다.”


그는 눈을 질끈 감고 서호초어를 입에 넣었다. 최선을 다해 우물우물 씹었지만 결국 삼키지는 못했다.


[우엑!!]


구효기의 얼굴은 모든 자부심이 부서진 표정이었다. 가소소는 침착하게 바닥의 오물을 닦아내었다.


“화산파 도사님들에게 본의 아니게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혹시, 가능하시다면 새로운 서호초어를 올려 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포권을 쥐고 정중히 고개를 숙이자, 멍하니 있던 구효기가 정신을 차렸다.


“그런 흙내는 하루 안 에 빠지는 게 아니야! 네가 안 먹어봐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나는 구효기를 무시하고 상석의 노도사와 눈을 마주했다.


그는 그렇게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백산의 사형으로 보이는 까탈스러운 도사는 서호초어를 떠올리기도 싫은 지 고개를 저었다.


“가소소, 주방을 안내해 다오.”


허락이 떨어지자 나는 곧바로 움직였다. 이럴 때 시간을 지체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장문인, 제가 따라가 보겠습니다.”


“그래, 백천(白天)이 저 도우를 따라가 보거라. 배울 것이 많을 거다.”


내 바로 앞에 있던 여도사가 눈을 밝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천이란 이는 눈이 작고 얼굴이 갸름하여 여우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혹시 음식에 무슨 짓을 하는지 확인하려는 모양이군. 첫 번째 요리가 못 미더웠으니, 내가 준비하는 요리도 그다지 신뢰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려나.’


구효기와 나,가소소, 백천은 신해방의 주방으로 향했다. 구효기가 사색이 되어 돌아오자 모두가 하던 요리를 멈추고 돌아볼 정도였다. 요리하는 이가 얼핏 보아도 40명이 넘어 보였다.


“별일 아니니 계속 요리하거라!”


“옙!”


튀기는 화덕만 6개에 찜통을 놓는 자리는 15개에 이르고, 한쪽 구석에는 항아리 마다 생선과 고기, 채소와 물이 가득 차 있었다. 모든 것이 유기적인 생명체 처럼 끊임 없이 움직였다.


‘이것이 호북 제일 산해방의 주방이군.’


유귀로 전국을 떠돌 때, 사실 호북에는 오래 있지 않았다. 호북 요리가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것이 내 첫 인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 주방에 이 정도 인력이라면 그 어떤 요리를 해도 훌륭할 것이라는 것이 현재의 내 생각이다.


‘무엇을 만드느냐 보다,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지.’


어선방에서 10년을 보낸 시간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근데, 조일명 자네. 요리를 할 줄 아는가?”


구효기의 말투는 어느새 온건해져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요리에 대한 지식이 자기 아래가 아니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네, 할 줄 압니다.”


나는 물고기 항아리 쪽으로 가서 초어를 찾았다. 바로 옆에 무창어도 함께 있어 냄새를 맡아 보았다. 확실히 초어가 담긴 물에서는 흙내가 진하게 났다.


‘무창어는 지붕이 있는 양식장에서 자란 관계로 장마 속에서도 흙내가 적군.’


“조일명, 당신 뭐요. 누가 여기 들어와도 된다고 했소.”


입술이 두꺼운 30대 남자가 내 앞을 막아 섰다. 나도 키가 컸지만 이자는 더욱 더 컸다. 기억 속에 의하면 이자는 서중옹(西仲雍)으로 양식장과 생선에 관한 모든 일을 총괄하는 자였다.


“조일명을 그냥 두거라.”


구효기가 말리자 서중옹은 일단 길을 터주었다. 그러나 내가 물냄새를 확인하고 무언갈 꺼내 초어 항아리에 부으려 하자 그는 한 번 더 막아섰다.


“어허! 뭐하는 짓이오?”


“서중옹, 당신이 물고기들을 관리하오?”


“그렇소. 산해방에서는 하루에만 300마리가 넘게 요리된다오.”


“초어도 당신 담당이오?”


“그렇소만.”


“그렇다면 오늘 서호초어를 망친 건 당신 탓이군.”


내가 쏘아붙이자 그는 기분이 언짢아졌으나 구효기의 표정을 보고 더 이상 물을 수가 없었다.


“초어 항아리에 넣는 것··· 식초군요.”


“맞소.”


관심을 가진 것은 화산파의 막내 제자 백천이었다. 식초를 반 국자 집어 넣자 초어가 괴로운 듯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급하게 뻘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초어를 잡기 전에 식초를 넣으면 스스로 뻘을 뱉어내어 흙내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고기 맛도 좋아 진다오.”


“그렇군요.”


나는 전처리가 된 초어를 들고 깨끗하게 손질하기 시작했다. 생선에서 비릿내가 나는 부위는 비늘과 지느러미, 아가미,내장들이다. 모양을 살려 낼 때는 지느러미를 살리는 것이 좋지만 나는 과감하게 잘라내었다. 내장은 아가미를 통해 깨끗하게 빼내었다. 내장에서 특히 흙내가 많이 나기 때문에 깨끗하게 씻는 것이 중요하다.


“무창어는 왜 가져 왔나요? 우리를 주려구요?”


백천은 모양만 보고 어떤 생선인지 알아보았다.

그녀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일단은 요리가 우선이었다.


“맞소. 무창어는 간장으로 깔끔하고 단백하게 청증(찜)할 것이고, 서호초어는 달콤한 당초를 만들어 뿌릴 것이오.”


“그렇다면 제대로 만들어진 서호초어의 맛이 어떤지 더 확실하게 비교할 수 있겠군요.”


“그렇소.”


그녀의 통찰력은 놀라웠다. 눈치 빠르기로 유명한 양소웅과도 비교해 볼만 했다.


내가 철과를 앞에 놓고 화덕 앞에 서자 불을 담당하는 요리사 몇이 내 주변에 모이기 시작했다. 나는 화구 두 개를 사용했다. 한쪽에는 철과에 물을 넣어 초어를 삶으면서 다른 한쪽에는 손질한 무창어를 찌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양념을 만들고 생선에 뿌려 그릇에 담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요리를 할 줄 알 수록

깊은 요리를 추구할 수록

내가 하는 과정과 목표가 이해될 수록

주변의 요리사들은 입을 벌리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구효기는 완전히 넋이 나가 있었다. 놀란 것은 요리사 뿐만이 아니었다.


“장문인께서··· 공부가 될 것이라 했을 때는 솔직히 의심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말이군요. 저는 솔직히 요리를 잘 모릅니다. 그럼에도 도우의 행동에는 모두 하나하나 의도가 있고, 뜻이 있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저는 초식 하나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힘겨울 때가 많은데··· 도우께서 두 요리를 동시에 하시는 것을 보고 감탄이 나오더군요.”


“하하하··· 백천 도우께서도 뭐든 많이 하다 보면 익숙해지실 겁니다.”


“많이 하면 익숙해진다라. 저는 능숙하게 하는 것 보다는···잘하고 싶습니다. 욕심이 많거든요.”


어선방에도 백천과 같은 이들이 많이 있었다. 전국에서 가장 요리를 잘한다는 이들이 수도 없이 경쟁해야 하는 곳이니, 결과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정을 완벽하게 지배한다면 어떤 요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요리의 매력이기도 했다.


“일단 많이 하십시오. 잘하는 것은 익숙해진 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저희 사부님과 같은 대답이시네요.”


“요리가 끝났습니다. 이제 올라가시죠.”


“기대되는군요.”


“구 숙수님! 우리 먼저 올라가요!”


가소소가 손을 흔들며 불렀지만 구효기는 철과 바닥에 눌러붙은 양념을 연신 손가락으로 찍어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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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삼재검법(三才劍法)_오타수정 23.05.26 151 2 13쪽
13 오륜금시(五輪金匙) 23.05.25 15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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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양의검(兩儀劍) 23.05.23 183 4 12쪽
10 금제(禁制) 23.05.22 200 6 11쪽
» 청증무창어(清蒸武昌鱼) 23.05.20 195 4 13쪽
8 화산파(華山派) 23.05.19 221 4 14쪽
7 순장(殉葬) 23.05.18 212 5 12쪽
6 백유판압(白油板鴨) 23.05.17 175 5 15쪽
5 장강 전어(长江鲥鱼) 23.05.16 188 4 15쪽
4 동파육(東坡肉)_2 +2 23.05.15 226 5 14쪽
3 동파육(東坡肉) 23.05.14 244 3 16쪽
2 철과단(鐵鍋蛋) 23.05.13 293 3 13쪽
1 서. 서호초어(西湖醋魚) 23.05.12 38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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