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홍야(紅夜) 님의 서재입니다.

무당파 막내사형이 요리를 너무 잘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읽고쓰기
작품등록일 :
2023.05.11 22:08
최근연재일 :
2023.06.05 18:27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454
추천수 :
70
글자수 :
122,101

작성
23.05.28 16:14
조회
116
추천
3
글자
13쪽

송가난전(宋家亂廛)

DUMMY

나는 구효기를 찾았다.

무당파가 직접 참여하는지 확인하는게 순서였다.


마침 어떤 음식을 노점에 올릴지 숙수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구효기가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아, 조일명 공자. 혹시 송가난전(宋家亂廛)에 참여하시려 하십니까?


“송가난전, 송가장의 노점행사를 그렇게 부르기로 했나보군.”


“네, 앞으로 삼일 뒤면 송가장에서 정식 접수를 받는다 합니다. 접수는 개인은 받지 않고 5년이상 운영한 가게로만 받으며, 음식종류와 인원을 미리 알려야 한다는 군요. 저희 산해방에 조공자께서 함께해 주시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 하하핫!”


태도가 이렇게 전병 뒤집듯 하다니. 역시 사람은 요리를 잘 해야 한다.


“아니오. 무당파 행사에 파문제자가 참가하는 것도 모양새가 나쁘오.”


은근 슬쩍 그를 떠봤다. 그러자 그는 아쉬운 듯 주절주절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렇긴 한데··· 무당파에서는 이번에 송가난전 쪽으로 지원을 안할 모양입니다. 무당논검에 인원과 금액이 전부 들어간데다가 손님들을 불러놓고 두 대회 모두 무당파에서 쓸어가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나요? 쩝, 무당파 깃발하나 꼽는게 뭐가 어려워서 그런지···”


‘깃발이라니··· 낭패군’


산해방은 호북 제일의 음식점이다.

구효기의 인성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할수 있는 요리의 폭이 넓어 다양한 곳에서 찾아온 손님의 취향을 맞추기 좋았다. 그렇다고 하나, 산해방이 송가장의 음식점인 송가방보다 음식이 월등히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성세는 순전히 ‘무당파’라는 이름값에서 비롯된 것이다.

무당파를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무당산을 찾는 향화객들이 있기에 산해방의 명성이 높아질 수 있었다.


송가난전도 마찬가지다.

무당논검을 보기 위해 모인 인원들인만큼 무림방파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문파의 깃발을 건 노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띌 것이다.


‘특히 해당 문파와 연고가 있는 사람들은 반가운 마음에, 도와주려는 마음에 선뜻 지갑을 열게 되겠지. 그렇다면···송가난전은 단순히 맛으로 평가받는 자리가 아니야. 각파의 대리전, 혹은 인기투표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화산파 앞에서는 1등을 하겠다 당당하게 이야기했지만 솔직히 쉽지 않았다.


쪽방으로 돌아온 후, 나는 가소소에게 부탁해 먹과 종이를 구했다.

오랜만에 먹을 갈고 있자니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가셨다.

빈 종이 위에 내가 하고 싶은 요리들을 적어 보았다.


‘유귀였을 때, 내가 했던 요리들을 최대한 정리해 보자. 그 속에 답이 있을 지 모른다. 특히 황제의 입맛에 맞췄던 손이 많이가고 까다롭던 진선보다는, 신하들에게 단체로 내렸던 연회음식을 중심으로’


가장 최근에 했던 연회음식은 5월, 단오절(端午节)의 종자(粽子)였다. 찹쌀 안에 달걀 노른자나 돼지고기를 넣은 뒤 종려나뭇잎으로 감싸 쪄낸 음식이었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초나라의 충신 굴원(屈原)은 진(秦)나라에 의해 수도가 함락당하자 유배 중이던 와중에도 망국지탄(亡國之恨,나라가 망해 슬퍼함)의 심정으로 멱라강에 몸을 던졌다. 백성들은 죽은 굴원의 시신을 찾고자 멱라강을 뒤졌는데, 혹여 물고기들이 굴원의 시신을 먹을까 찹쌀밥을 던졌던 것이 종자의 유래가 되었다.


멱라강은 상강(湘江)의 지류이며 동정호로 흘러 들어간다.

동정호를 양쪽에서 품는 호남 호북.

이 두곳에서 굴원과 종자는 단오마다 잊지 않고 등장하는 명물이었다.

게다가 굴원의 고향이 바로 이곳 의창 아니던가.


‘단오가 지난지 한달 밖에 되지 않았다. 여전히 이곳에서는 관심도가 높은 시기야.

게다가 속 안에 다양한 재료를 넣을 수 있어 새로움을 주기도 좋아. 종려나무 껍질로 싸면 쉽게 쉬지 않아 한 여름에도 오래두고 먹을 수 있지. 좋아. 일단 종자는 고려하는 방향으로···’


그러나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뒤에 굴원의 초상화를 걸고 단오날에 맞춰 장사를 하면 모를까··· 종자는 노점에 올리기엔 자극성이 너무 떨어지는군.’


노점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시작이오 끝이다. 노점에 꼬치나 구이류가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일단 그 향이 사람들을 미치게 하기 때문이다.


‘보류’


나는 그 이전을 떠올려 봤다.


4월 5일 청명일. 북방에서는 꽈배기를 먹고 강남에서는 청단(靑團)이라는 쑥떡을 먹는다.


‘간식으로 좋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6월이니 쑥이 나올때도 아니고··· 꽈배기나 떡들도 종자와 다를바 없다.’


나는 연회 때 반응이 좋았던 음식들을 떠올려야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 특정음식을 떠올리려고 하면 머릿속이 뿌옇게 변한 것처럼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것이다.


‘인당에 자극을 많이 주면 옛기억이 사라진다더니··· 하필이면 요리에 관한 기억이군.’


충격과 허무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젠장···’


근본을 잃는 느낌이었다.

요리에 대한 기억을 잃고 무공을 얻는다면···

나는 더 이상 유귀가 아닌 조일명으로 온전히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건 싫군.’


나는 내가 기억하는 모든 요리들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기억들이 언젠가 나를 다시 살게 하리라.



***


“아니, 한숨도 안 주무신 거예요? 그러다 진짜 죽어요.”


가소소가 쪽방에 들어왔다가 내 몰골을 보고 기겁을 했다


“술에 취한 것보다 났잖아?”


나는 그녀가 건넨 미지근한 차를 단숨에 마셨다.

아침해가 뜬 직후, 책상 앞에 앉아 잠시 쪽잠을 잔 것이 다였다.


“후···이제 좀 살겠다. 그런데, 어디 나가는 거야?”


가소소는 녹색 비단으로 만든 세련된 비풍(披风,소매가 크고 둥근 겉옷)을 걸치고 있었다.


‘점소이 급료로 사기엔 지나치게 예쁜 옷이군.’


“호호호, 오늘 유독 눈을 못 떼시네요. 짜잔~ 예쁘죠?”


가소소는 비풍의 팔을 벌려 방안에서 한바퀴 빙글 돌았다. 비풍의 소매가 펄럭이자 옅은 사향 냄새까지 풍겼다.


“일은 안하고 제대로 놀기로 작정했구나.”


“저 오늘 하루 휴가를 냈거든요. 친구들이랑 놀러가기로 했어요. 송가난장 시작하면 정신없이 바빠질 예정이라 당분간 쉬는날 없이 일해야 하거든요. 놀려면 지금 놀아야해요.”


“네게도 친구가 있더냐?”


“그럼요. 송가방(宋家房)에서 일하는 금매(金梅), 취월루(醉月樓)에서 일하는 곤릉(昆凌)이 제 친구예요. 걔들하고 휴가를 맞추느라 얼마나 힘들었다구요.”


송가방과 취월루. 모두 산해방과 함께 의창을 대표하는 최고의 음식점이었다.

산해방이 생선요리로 정평이 난 곳이라면, 송가방은 닭이나 오리류가 유명했고, 취월루는 돼지와 양을 잘 다루었다.


“그거 잘 되었구나. 나도 같이 가자.”


“네? 아저씨가 여자애들 노는데 따라가서 뭐하게요?”


송가난전에 참여하려면 지역에서 5년이상 운영을 했다는 인증이 필요했다.

급조한 가게로 출전하는 것이 불가.

제대로 장사하는 곳만 가려 받겠다는 의미다.


그리하여 내가 산해방이 아닌 다른 곳에 들어가 송가난전에 참여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게 되었다.


일단, 의창에 있는 오래된 가게들 중 무림방파에 연고가 없으며 어느정도 이름값이 있는 가게가 좋았다. 그래야 이름값만으로도 손님이 몰릴테니까.


둘째는 이름값은 떨어지지만 송가난전에 참가하지 않는 가게를 찾는 것이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요리를 할 수 있고, 보상을 받더라도 잡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려면 일단 의창에서 유명한 식당은 최대한 가보는게 좋겠지.’


“노는데 돈이 들지 않겠어? 먹을 것을 사주마.”


나는 화산파 장문인이 비상금으로 건네준 은정(銀丁)과 은자 주머니를 꺼내 흔들었다. 받지 않겠다고 했으나, 노점을 준비하려면 돈이 들것이라며 일단 받으라 준 돈이었다.




“좋아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그게 뭔데?”


“친구들 앞에서는 무조건 내편을 들어줘야 하고. 내가 망신 당할 것 같으면 막아줘야 한다는 거예요. 알겠어요?”


최근 나를 대하는 태도가 조심스러워진 가소소였으나, 놀 생각 앞에 다시 망아지가 된 모양이었다.


“좋아요! 일단 씻고 오시라구요.”


씻고 온 나에게 가소소는 이런저런 옷을 입혀보다 결국 제일 깨끗한 남색 도괘와 흰색 장삼을 입게 했다.


“맨날 일자건만 쓰지 마시고, 오늘은 영웅건 씁시다.”


머리에 일자건을 둘러준 가소소는 나를 빙 둘러보더니 만족해 했다.


***


의창 시내로 나가자 붉은 배자(褙子, 긴소매가 일자로 떨어지는 겉옷)를 걸친 깡 마른 소녀와 하늘색 비풍을 입은 둥근 얼굴의 소녀가 양산을 쓰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귀여운 미소녀들이라 주변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어이~! 금매! 곤릉!”


가소소가 손을 흔들며 그들에게 뛰어갔다. 붉은 배자의 소녀가 금매, 둥근 얼굴이 곤릉인 듯 싶었다. 가소소가 그들을 부둥켜 안자 금매가 배자 소매로 코를 막으며 힐난했다.


“곤릉, 어디서 생선 비린내 안나니?”


“야 넌 계속 입막고 있어라. 입 여니까 닭똥냄새 난다.”


귀여운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젊은 세대의 매운맛 대화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아마도 산해방이 생선을 잘하니 놀리는 듯 했고, 가소소가 이에 응수한 모양이었다.


“가소소! 왜 이렇게 늦었어? 뒤에 저 남자는 누구야?”


뒤에 있는 나를 발견하고 곤릉이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금매는 양산을 걷더니 나를 유심히 올려다 보았다.


“ 혹시··· 그 사람 아니야? 조일명이라는 말코도사···”


“조일명?”


“왜 있잖아. 가소소가 자랑했던 키 크고 몸좋은 도사.”


내가 가소소를 바라보자 그녀는 얼굴을 벌개지며 눈을 피했다.


“나는 산해방의 조일명이라고 하오. 그 동안 가소저에게 신세 진게 있어서 오늘 하루 식사를 대접할까 하는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소저들과 동행해도 되겠소?”


“와··· 소저래.”


곤릉은 난생처음 받아보는 호칭에 놀란 모양이었다. 점소이는 어딜가나 찬밥 신세였다. 특히 어린 여자라면 더 그렇다. 그들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경계를 풀기 시작했다.


“좋아요. 조공자! 돈 좀 있으신 모양인데 우리도 먹는거라면 어디서 지지 않거든요? 감당하실 수 있겠어요?”


여자 셋이 먹어봤자 얼마나 먹겠는가. 여럿이서 음식을 시키면 나눠 먹을 수 있어 음식 가짓수도 늘릴 수 있다. 나야 여럿이 다니는 편이 좋았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곤릉이 신이나 두손을 흔들며 외쳤다.


“좋아요. 일단 송가방으로 갑시다~!”


“뭐야! 왜 하필이면 송가방이야! 나 방금 조르고 졸라서 휴가나온 거라고! 그런데 나온지 한 식경도 안되서 우리 가게로 돌아가는게 말이 되냐? 너는 쉬는 날 일하는 데 가고 싶냐고?”


“왜? 네가 맨날 송가방 음식 맛있다고 자랑했잖아? 지금처럼 돈 있을 때 먹지 언제 먹어?”


“그래, 금매야. 우린 점소이가 아니라 손님 자격으로 가는거라니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큰소리 치면서 음식 받아 보겠어?”


가소소가 곤릉에 맞장구 치자 금매의 찌뿌려진 얼굴에도 금방 비열한 웃음기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래··· 니들 말이 맞아. 손가방으로 가자.흐흐흐”


금매의 양산 밑으로 두 소녀가 들어가 앞장서기 시작했다. 나는 어딘가 불안했지만 그들을 따르기로 했다.


**


의창이 넓다 하나 행정구역만 크게 나누어 놨을 뿐, 실제로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장강 중류의 일부로 매우 한정적이다. 산지가 대부분이라 장강을 끼고 운수업과 상업으로 먹고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의창 시내는 보면 이삼일이면 가볼만한 곳은 거의 다 가볼 수 있다.


‘허나 정말 넓군···.’


의창이 작은 동네라 하나 송가장이 작다는 건 아니다. 끝없이 펼쳐진 송가대장원(宋家大場園)의 담벼락. 그 앞에는 송가장의 수많은 목수들과 인력들이 나와 송가난전에 필요한 기구들을 설치하고 있었다. 그 일사분란함을 보고 있자니 장관이었다.


“앞으로 일주일 후면 이곳도 볼만해 지겠네.”


가소소도 앞으로 다가올 축제의 열기에 기대가 되는지 들뜬 얼굴로 말했다.


“그럼 뭐해, 우리는 나가서 보지도 못할텐데.”


곤릉에 말에 모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축제 기간 몰려든 인파로 무당논검은 물론이고 송가난전의 밤거리 노점도 구경할 겨를이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금매야. 너는 이층 누각에서 고개만 내밀면 송가난전 다 볼 수 있잖아. 부럽다.”


“야, 보고도 못가는 게 더 기분 나쁘거든?”


의창의 자랑인 송가방은 송가대장원의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하고 있었다. 거대한 삼층 전각은 한낮에도 거대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점심이야. 그땐 앉을 자리도 없을테니까 들어가보자고.”


금매의 뒤를 따라 우리 모두 난생처음 의창최대 규모 음식점인 송가방에 들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당파 막내사형이 요리를 너무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안내 23.06.06 40 0 -
20 십사수매화검법(十四手梅花劍法) 23.06.05 61 2 13쪽
19 복마전(伏魔殿) 23.06.02 69 2 13쪽
18 유귀지도(劉貴之刀) 23.06.01 85 3 15쪽
17 유채론(劉菜論) 23.05.30 92 4 15쪽
» 송가난전(宋家亂廛) 23.05.28 117 3 13쪽
15 북숭소림 남존무당(北崇少林 南尊武当) 23.05.27 121 3 14쪽
14 삼재검법(三才劍法)_오타수정 23.05.26 146 2 13쪽
13 오륜금시(五輪金匙) 23.05.25 153 2 11쪽
12 무당논검(武當論劍) 23.05.24 176 2 15쪽
11 양의검(兩儀劍) 23.05.23 177 4 12쪽
10 금제(禁制) 23.05.22 190 6 11쪽
9 청증무창어(清蒸武昌鱼) 23.05.20 187 4 13쪽
8 화산파(華山派) 23.05.19 213 4 14쪽
7 순장(殉葬) 23.05.18 205 5 12쪽
6 백유판압(白油板鴨) 23.05.17 167 5 15쪽
5 장강 전어(长江鲥鱼) 23.05.16 180 4 15쪽
4 동파육(東坡肉)_2 +2 23.05.15 218 5 14쪽
3 동파육(東坡肉) 23.05.14 236 3 16쪽
2 철과단(鐵鍋蛋) 23.05.13 286 3 13쪽
1 서. 서호초어(西湖醋魚) 23.05.12 374 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