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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야(紅夜) 님의 서재입니다.

무당파 막내사형이 요리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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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1 22:08
최근연재일 :
2023.06.0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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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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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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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양의검(兩儀劍)

DUMMY

‘하겠다고 하세요.’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전음.

백천이었다.


솔직히 나도 하고 싶다.

기억을 잃으면 요리에 대한 기억들도 감각들도 모두 잃어버리게 되니까.


그래도 거부해야 한다.

거대한 단체에 묶이게 되면 내가 감당해야 할 제약도 커지고 의무도 커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전생에서 겪은 고통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당장 쉬운 길이 항상 편하지만 않다는 사실도 이미 뼈저리게 배운 후였다.


금제를 푸는 것은 내가 무당파와 직접 해결하면 될 문제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보건데 그 방법도 힘들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닌 듯 싶다.


나는 힘든 결단을 마쳤다.


“도움은 감사합니다만, 파문당했다 했을지라도 지켜야할 도리는 남아 있습니다.”


“도우가 그렇게 대답할 줄 알고 있었네. 무당파의 이름이 하루 아침에 세워진 것이 아니겠지. 그대와 같이 뜻이 깊은 이들이 모였으니 무당파가 호북제일의 문파로 우뚝 선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그대의 됨됨이와 재주가 탐이나 잠시 망언을 한 것이니 개의치 말게.”


화산파 사람들은 내 결단을 존중했다.

그러나 몇몇은 아쉬워 하는 모양이었다.


“조일명 소협이 화산파에 들어온다면 매일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을텐데...”


“백산아 너는 어찌 먹을 생각밖에 못하느냐. 무당파의 제자 앞에서 화산파 망신은 네가 다시키는 구나.”


백동에게 혼이난 백산의 눈은 자연스레 사제들에게 향했다.


“어째 백천 네가 제일 아쉬워 하는 눈치다?”


“조일명 소협이 들어오면··· 제가 막내 탈출이니까요.”


‘그래서 들어오라고 한거였나.’


나는 잠시 무당산 제자시절 조일명의 기억을 떠올려봤다.

잠시 머리가 아팠지만 한번은 제대로 끄집어 올려볼 기억이었다.

파편이 아닌, 통으로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 저 요리들처럼 말이다.


일단, 조일명은 덩치는 컸지만 무공에 재능이 없었다.

다른 문파와의 모임에는 문파를 대표하는 후지기수를 대리고 가는 것이 보통.

그러나 기억 속의 나는 한번도 저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


입문제자들은 가장 기초무공인 삼재검법(三才劍法)을 석달, 양의검(兩儀劍)을 1년 연마하고 스승이 추천하는 다음 상승무공을 익히게 된다.

그러나 나는 부족한 재능탓에 양의검만 3년 째 수련하고 있었다.


땡볕 아래서, 폭우 아래서 우직하게 검을 휘둘렀다.

배운게 삼재와 양의뿐이니 다른 것들을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아무도 보지 않으니 숫자를 세지도 않았고, 쉴 시간을 따로 만들 필요도 없었다.


나에겐 자세를 봐줄 스승도 없었다.

스승님에게는 유능한 제자가 많았고, 그들을 봐줄 시간도 부족했다.

숙소 뒤 공터가 나의 집이요, 훈련소였다.


스스로 맞다 생각하는 길을 믿고 검을 뻗고 회수할 수 밖에 없었다.

초식이 부자연스러우면 익숙해질때까지 여러 시도를 했고, 자연스러워지면 기억하려 다시 수도 없이 반복했다.


“너는 양의검 이외에 다른 검법을 배울 필요가 없겠구나.”


훈련 도중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장문인이 있었다. 입문과 큰 행사 때마다 저 멀리서 지켜만 본 존재. 모든 무당의 아버지같은 존재가 나의 무공을 봐준 것이다. 그러나 장문인의 평가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이었다.


“상승무공을 익히지 말라는 것입니까?”


“양의검을 대성하란 이야기다. 양의는 태극, 곧 태극혜검(太極慧劍)의 근간이다. 양의검을 대성한다면 태극혜검을 알려주마.”


태극혜검. 모든 무당파 제자들에게는 꿈에 그리는 진산비기(眞山秘技)다.

장문제자로 낙점된이나, 당대 무당파 최고 고수들만 익힐 수 있는 전설속의 무공인 것이다.


장문인의 방문 이후로 나는 침식을 잊었다. 7년을 양의검법에만 매달렸다.

주변에서는 나를 ‘양의공자(兩儀公子)’라 불렀다.

나를 향한 조롱인 줄은 잘 알지만 나는 그 별호가 좋았다.


그런 나에게도 두명의 사제가 생겼다.

태진(太眞). 속세 이름은 양이군(陽怡君).

그리고 태경(太警). 속세 이름은 언지상(彦知上).

아직 상승무공으로 나가지 못한 두 사제들은 바쁜 스승님 대신 나에게 양의검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양의검법만은 자신있었다. 7년 넘게 계속되던 외로운 시간도 사제들이 등장하고 충만함으로 가득찼다. 단지 두명이 내 시간에 들어왔을 뿐인데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내가 마음을 열고 사형들에게 다가갔으면 많은 것이 변했겠군.’


가르치는 것은 나였지만, 둘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재능있는 이들이 검법을 습득하는 방법과 속도는 나를 전율케 했다.


나의 가르침으로 그들의 검은 시시각각 변했다.

나는 열을 가르치면 하나를 제대로 하기도 벅찼지만, 이들은 하나를 가르치면 둘,셋을 스스로 깨우쳤다. 나는 꼭꼭 씹어 먹어야 겨우 소화되던 것이 이들에게는 다섯번 우린 냉차처럼 아무런 향도 감동도 없이 밍숭하게 넘어가는 것이다.

그들에게 양의검은 곧 시시한 것이 되었다.

우린 헤어질 때가 되었다.


“우리가 함께 양의검을 익힌지 반년이 되었다. 두 사제 모두 아주 잘해주었어. 이정도면 굳이 1년을 채울 필요가 없을꺼야. 스승님께 성취를 보이면 그 뒤를 봐주실꺼다.”


“태을 사형 덕분입니다. 무당파 안에서 태을 사형을 우습게 보는 이들이 많은데, 태을 사형의 진가를 본다면 함부로 하지 못할 겁니다. 어딜가도 하나의 검법을 이렇게 깊게 파들어가는 사람은 보지 못할 꺼예요.”


태경은 자신만만했다. 어딜가도 잘할 것이다.


“저는 아직 양의검에 배울 것이 남았다 생각해요. 사형처럼 양의검을 잘 알려주는 사람을 다시 만나기 힘들구요. 기왕 배우는 거, 남들처럼 1년을 채우겠습니다.”


태진은 남기로했다. 양의검법에 대한 그녀의 이해는 날로 성장해서 훈련보다는 논검이나 비무를 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사형제간 비무는 금지되어 있었지만, 숙소 뒤 공터를 찾는 이는 이미 나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찾는 이가 없었다.

같은 양의검을 휘두르며 우리는 서로의 머릿속을 수시로 들어갔다 나와야 했다.

그래야 천재의 검을 범재가 받아낼 수 있고,

7년 넘게 한 검술을 파고든 사형의 검을 1년도 익히지 않은 사제가 받아낼 수 있을 테니까.


나에겐 흥분되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럴수록 우리 둘 사이엔 사형제 간의 정, 그 이상의 어떤 감정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먼저 끊어낸 것은 태진이었다.


“오늘로 1년입니다. 태을 사형. 양의검을 대성하시기 바래요.”


그녀는 나를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떠나버렸다. 나는 오히려 잘된 일이라 여겼다.

나와함께 평생 양의검에 매진할 것이 아니라면 모를까 그녀에겐 성공이 보장된 미래가 있으니까.


다시 2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양의검을 휘둘렀다. 대성이 코 앞이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태진은 그동안 신문십삼검(神門十三劍)을 익혔다. 손목의 신문혈(神門穴)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초식으로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는데 이점이 있었다. 살생을 싫어하는 그녀의 성미와 잘 어울리는 무공이었다.


태경은 무당신룡으로 무명을 드날리고 있었다. 어쩌면 원로원에서 태극혜검, 태청검법 두개를 모두 그에게 전수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그가 사형인 태정(太正)을 사사로운 비무로 불구로 만들면서 없던 일이 되었다.


비인부전(非人不傳)이란 말이 있다. 인격이 부족한 이에게 재능이나 기술을 전수하지 말란 이야기다. 원로들과 장문인은 태경의 인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앞으로 어떤 상승무공도 배울수가 없게 되었으며, 죄를 충분히 뉘우칠때까지 대외활동도 금지되었다.


나는 그가 거만하긴했지만 그 나이 때 가질 수 있는 특징이라 생각했다. 비무도 그를 시기한 태정 사형이 먼저 자극해서 성사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태경이 마음을 추스리고 올바른 길을을 가길 바랬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나의 생각을 초월한 것이었다.


“불이야!”


불길은 내가 평소 수련하던 곳에서도 잘 보였다.

불은 무당산에서 가장 높은 천주봉(天主峯), 금전(金殿)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금전은 무당산 안에서도 금지(禁地,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가 아니던가!


금전에는 두가지가 보관되고 있다.

하나는 대명의 황제였던 영락제(永樂帝)께서 하사하신 검한자루.

다른 하나는 조사님께서 남기신 태극혜검의 진본(眞本)이다.


“맙소사”


놀라기는 아직이었다. 온 몸에서 탄 냄새를 잔뜩 흩뿌리며 눈이 붉게 충혈된 태경이 나타난 것이다. 그의 봇짐을 보건데 그 안에 검과 태극혜검이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숙소 뒤에는 산문을 통하지 않고 무당산을 내려 갈 수 있는 샛길이 있었다. 그곳을 노리고 온 모양이었다. 그들이 지쳐할 때면 나는 샛길을 통해 마을로 내려가 오리구이를 구해와 아무도 모르게 함께 먹었다. 어찌 즐겁지 않았겠는가.


“태을 사형. 나는 가급적이면 사형을 죽이고 싶지 않소. 나를 보내주시오.”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알겠지?”


나는 검을 들었다.


“사형은 이제 내 상대가 되지 못하오. 아니, 사형이 양의검에 머물러 있는 이상 나를 절대 능가하지 못한단 말이오!”


그의 얼굴은 답답함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러나 나는 양의검의 기수식으로 천천히 그를 압박할 뿐이었다.


‘답답하면 먼저 올것이다. 올 때 후발제인(後發制人,뒤에 손을 써서 상대를 제압한다)으로 승부를 본다.’


양의검을 수련하다보니 알았다. 양의검은 단순한 공세이기에 먼저 수를 쓰면 반드시 진다는 것을.


“얄팍한 수요. 내가 이 초식을 구사하면 사형이 왜 절대로 나를 이길 수 없는 지 알게 될 것이오.”


태경은 마음을 정한듯 조용히 검을 뽑아들었다. 같은 송문고검(松紋古劍, 날을 세우지 않은 비파형태의 검)이지만 그의 검에서는 강렬한 예기가 뿜어져 나왔다.


‘검기(劍氣)···!’


검기를 세울수 있다는 것은 그가 자신의 검을 완성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정신을 집중하고 손을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 기운을 내가 받아낼 수 있을까?’


고민은 했지만 나는 내 검법밖에 믿을 것이 없었다.

오면 받을 것이고 되받아 칠뿐!


“이것이 내가 이 버러지같은 무당파에서 훔쳐 익힌 태극혜검이요!”


그의 검이 일렁였다. 밀려오는 검이 마치 파도와 같았다.

그와 같은 천재도 온전히 펼치지 못하며 한번의 초식으로도 헐떡이게 만들었다.


나는 다가오는 검의 파도에 맞섰다. 도저히 막을 수 없어 보였지만 나는 그것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분명 양의검은 태극혜검과 뿌리가 같다했다.

그러니 양의검 안에도 태극혜검은 있을 것이며, 파훼법도 있기 마련이다.


‘무극(無極)이 태극(太極)을 낳고 태극이 양의(兩儀)를 낳는다 했다. 답이 있다면 모든 것의 시작인 무극일터!’


무극은 하나의 원이다. 천하의 원을 그리는 초식은 많지만 양의검법의 삼초식만큼 완벽한 원을 그리는 초식은 없을 것이다.


나는 파도 안에 검을 걸어 넣었다. 그의 검을 받아치지 않고 그냥 흐르게 두었다. 그러자 태극혜검은 자연스럽게 내 검의 기운과 맞물리며 둥글게 휘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감당하지 못해 손을 먼저 놓은 것은 태경이었다. 덕분에 그의 내부는 진탕이 되었고 검은 튕겨져 나갔다. 진경은 입가에 흐르는 피를 떨리는 손으로 닦아내었다.


“이게 양의검이다.”


나의 손 역시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고통이 아닌 전율 때문이었다.


‘너는 양의검 이외에 다른 검법을 배울 필요가 없겠구나.’


나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장문인, 당신이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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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십사수매화검법(十四手梅花劍法) 23.06.05 71 2 13쪽
19 복마전(伏魔殿) 23.06.02 75 2 13쪽
18 유귀지도(劉貴之刀) 23.06.01 90 3 15쪽
17 유채론(劉菜論) 23.05.30 107 4 15쪽
16 송가난전(宋家亂廛) 23.05.28 127 3 13쪽
15 북숭소림 남존무당(北崇少林 南尊武当) 23.05.27 134 3 14쪽
14 삼재검법(三才劍法)_오타수정 23.05.26 158 2 13쪽
13 오륜금시(五輪金匙) 23.05.25 163 2 11쪽
12 무당논검(武當論劍) 23.05.24 187 2 15쪽
» 양의검(兩儀劍) 23.05.23 188 4 12쪽
10 금제(禁制) 23.05.22 205 6 11쪽
9 청증무창어(清蒸武昌鱼) 23.05.20 204 4 13쪽
8 화산파(華山派) 23.05.19 232 4 14쪽
7 순장(殉葬) 23.05.18 221 5 12쪽
6 백유판압(白油板鴨) 23.05.17 184 5 15쪽
5 장강 전어(长江鲥鱼) 23.05.16 198 4 15쪽
4 동파육(東坡肉)_2 +2 23.05.15 236 5 14쪽
3 동파육(東坡肉) 23.05.14 255 3 16쪽
2 철과단(鐵鍋蛋) 23.05.13 308 3 13쪽
1 서. 서호초어(西湖醋魚) 23.05.12 41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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