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괴인h 님의 집필실 입니다.

강호 운명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괴인h
작품등록일 :
2018.11.12 13:31
최근연재일 :
2019.04.01 11:20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382,156
추천수 :
5,042
글자수 :
590,746

작성
19.02.19 18:00
조회
1,164
추천
14
글자
11쪽

74. 대력파가 날린 전서구

강호




DUMMY

신오진은 일단 예를 선택해보았다.

그러자 그의 시야 한구석에 작은 창 같은 것이 생기며 객잔 밖의 영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아. 이런 식이구나.’

역시 설명을 읽어보는 것보다 한번 써보는 것이 능력을 이해하기 편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식이라면 영상을 끄고 있는 동안은 사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보는 것이 의미가 없고, 영상을 키고 있으면 의식을 제대로 분산하지 못해 능력을 온전히 활용하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이래서야 겉만 번드르르하고 쓸모없는 능력이지 않은가!

그러나 그 판단이 섣부른 것이었다는 것을 추교가 가르쳐주었다.

“아니아니아니다. 사용자야. 영시 지도에는 두 가지 자체 기능이 있다. 하나는 특이 사항이 발생하면 즉시 운명록을 통해 글귀를 띄워 알린다는 점과 다른 하나는 네 임의로 보이지 않는 눈을 통해 보았던 영상을 되돌려서 보거나 빠른 속도로 보거나 할 수 있다는 거다.”

“......!”

그 설명대로라면 충분히 약점을 보완하는 기능이 있다는 의미다.

신오진은 시험삼아 보이지 않는 눈을 통해 본 영상을 앞으로 되돌려보았다.

보이지 않는 눈이 설치되어 있던 시간이 짧아서 대단한 건 아니었지만, 그것을 통해 기능이 어떤 것인지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특이 사항은 평소와는 다른 사건이 일어나거나, 혹은 운명록 사용자가 특별히 지정한 종류의 일이 일어날 경우를 말한다.”

‘아아. 이해했다.’

추교의 도움으로 영시 지도 능력에 대해 대략 파악한 신오진은 일단 적의를 가진 이들이 객잔 밖에 나타나는 일을 특이 사항으로 지정해보았다.

그리고 운명록이 그의 의지를 받아들여 곧바로 문구를 띄웠다.


영시 지도에 사용자가 지정한 조건이 저장되었습니다.


그런 다음, 그는 바로 염화마법 6단의 격지를 사용했다.

“......!”

그것은 참으로 생경한 경험이었다.

머릿속으로 지정한 범위 전체가 말 그대로 ‘격리’ 되었다.

범위 밖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뿐.

아마 기문진법 따위로 외부와 격리된 공간에 들어가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히이이익!”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객잔의 장궤가 겁에 잘렸지만, 이미 양해를 구하고 사례도 한 신오진은 더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 안심하고 자도 될 거 같습니다.”

신오진은 하설영에게 그렇게 말하고 방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아, 예...”

그렇게 각자 다시 방으로 돌아온 다음, 신오진은 운기조식을 하고 마법의 활용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해보다가 자기로 했다.

그리고 해야 할 일에 대해 계획도 세워야 하고...

‘하나씩 하자. 하나씩.’

신오진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일단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곧 방안이 정적에 잠겨 들었다.


* * *


신오진과 하설영은 그렇게 편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지만, 횡액을 맞은 대력파는 그러지 못했다.

“아이고...”

“으윽... 허리야.”

다들 하설영에게 당한 부상으로 끙끙 앓으며 대력파의 소굴에서 다 드러누워 있었고, 불려 온 의원이 식은땀을 닦으며 그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염병... 젊은 년이 그런 고수일 줄을 모르고...”

누군가가 한탄하듯 그렇게 중얼거리자, 대력파의 대형인 막대(莫大)가 벌컥 화를 냈다.

“시끄럽다! 뭐 좋은 얘기라고 그걸 자꾸 말해!”

막대는 대력귀라고도 불리는 외공의 고수로, 대력파란 이름도 그의 별호에서 유래된 것이었다.

그도 아무리 동네의 작은 토착 사파라고 하지만 한 문파를 이끄는 몸, 자기가 비빌 수 있는 상대와 아닌 상대를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은 가지고 있었다.

“이놈들아, 목숨 부지한 걸 다행으로 생각해라. 보통 무공 고수인 년들치고 성격 안 표독한 년들이 없느니라. 희롱 좀 했다고 팔다리 자르고 목 날리는 년들이 한둘인 줄 아느냐. 운 좋았다고 생각하고 다들 조용히 여기들 박혀 있어라. 소나기는 지나갈 때까지 숨어 있는 거다. 알겠냐.”

“예, 형님!”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막대도 솔직히 뭔가 본때를 보여주고 싶기는 했다.

‘젊은 년이 무공을 익혀봐야 얼마나 익혔을 것인가.’

그래도 그들도 사천맹의 휘하로 들어간 몸이다.

사천맹의 고수들이라면 혹시 모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괜한 짓 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있는 게 좋을 거란 생각도 들고... 그는 고민이 많았다.

‘......!’

생각하면 할수록 속에서 천불이 끌어올라 막대는 다시 끙끙 앓아야 했다.

고민하던 막대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뭔가 하지 않으면 성질나서 돌아버리겠다.’

그래서 그가 생각해낸 방법은 일종의 절충안 같은 것이었다.

대력파 그들 자신이 뭔가를 하기는 그럴 능력도 없고 위험하니까, 사천맹에다 사천맹의 이름을 무시하는 이들이 있다고 슬쩍 제보하고 모르는 체할 생각이었다.

‘사천맹에 가맹한 것이 그 이름에 보호받으려던 것 아니야. 사천맹의 이름을 댔는데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는 사실은 확실한 사실이니 수작을 부렸다고도 못할 거다.’

사천맹 쪽도 사천맹의 이름을 댔는데도 무시당했다는 사실을 그냥 넘어가진 못할 것이다.

그랬다간 대력파 같은 작은 사파들을 족족 휘하에 끌어들이면서 덩치를 키우고 세력을 불리는 작업을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된다.

사천맹의 이름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굳이 그 밑에 들어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계산을 마친 막대가 결정을 내렸다.

“야! 전서구 띄워라.”

그리고 곧 한 마리의 전서구가 푸르륵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 * *


한편, 전서구가 그렇게 사천맹의 지부를 향해 날아오르던 그때 사건은 서서히 시작되고 있었다.

고신교의 처형인 셋이서 강호를 돌아다니며 혈겁을 일으키고 신교삼마라 불리며 두려움의 대상이 된 후, 많은 무림의 문파들이 생존을 위해 뭉치고 세력을 키우고 끌어들였었다.

그중 사파들이 뭉쳐서 만든 연합이 바로 사천맹(邪天盟)이었다.

정파 계열의 문파는 무림맹의 그늘로 들어갔지만, 사파들은 태생부터가 무림맹의 그늘로 들어갈 수 없는 존재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신교삼마가 돌아다니며 혈겁을 일으키고, 고신교에게 피해를 보면서도 무림맹의 힘은 역설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면 파멸 혹은 먹이의 운명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사파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로 뭉쳐서 사천맹이라는 연합을 만들었다.

외형적인 덩치나 소속 인원으로 치면 거의 무림맹에 비견할 수 있을 거대한 세력이었다.

그러나 사천맹은 그 시작부터 심각한 문제를 안고 탄생한 연합이었다.

자기 이득만 챙길 줄 아는 놈들이 득시글거리는 사파들이 스스로의 의지보다는 고신교의 위협과 무림맹으로 정파 세력이 집중되는 것에 위협을 느껴서 어쩔 수 없이 모인 연합이기에 조직력이나 결속력이라는 부분이 모래알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던 것이다.

차라리 강력한 무공과 지도력으로 다른 사파들을 제압해서 굴복시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뛰어난 인물이 있으면 그 사람이 연합을 장악하는 식으로 결속력을 얻을 법도 하지만... 사천맹은 그러지도 못했다.

사천맹을 구성한 사파 중 가장 세력이 큰 사파들 네 곳의 수장이 서로 엇비슷한 수준의 고수들이고 그 누구도 상대의 밑으로 들어가거나 할 생각 따윈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그들 중 두 명은 서로 간신히 원수만 면했다 싶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은 인물들이었다.

그들 둘을 중심으로 사천맹은 내부적으로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바람 잘 날이 없을 정도로 불협화음을 내고 있었다.

그 자세한 속사정은 다음과 같았다.

사천맹을 구성한 사파 중 가장 세력이 큰 사파들 네 곳은 각각 적룡문, 염왕문, 사검회, 흑수방이다.

그중 적룡문의 수장인 적룡사검과 사검회의 도룡귀검이 문제의 두 앙숙이었다.

별호도 비슷하고, 쓰는 무기도 같고, 연배도 비슷하며, 무공도 엇비슷하고, 같은 사파의 인물이다.

이렇게 비슷한 점이 많은 두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까?

일종의 동족 혐오처럼 그들은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명색이 거대 문파의 수장들이다.

서로가 앙숙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대립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사실 그 싸움은 단순히 그 두 수장이 사이가 좋지 않아서 일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사천맹의 목적이나 앞으로의 전망 같은 것과도 관련이 있는 문제였다.

적룡문의 수장인 적룡사검은 강경파였다.

그는 사천맹의 힘이란 건 쓰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으며, 전력이 모였다면 고신교를 상대로 공세로 돌아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모한 주장처럼 보였지만, 그가 주장하는 것은 간단했다.

그래도 힘이 있고 기세가 있을 때 싸우는 것이 가장 승산이 높지, 우물쭈물하면 결국은 자중지란으로 지리멸렬할 거란 소리였다.

덩치가 크다는 건 운신이 느리다는 의미기도 하다.

우물쭈물하면 움직일 기회조차 놓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내분으로 지리멸렬하게 될 텐데... 그러면 사천맹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의미가 없지 않냐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에 비해 사검회의 도룡귀검의 의견은 신중론이었다.

고신교의 신교삼마나 백귀가 그들의 모든 전력이라는 보장은 없다.

심지어 무림맹은 어떤가.

그들도 고신교에게 된통 당하긴 했지만, 위협을 느낀 정파 계열의 문파들이 우르르 그 산하로 들어가서 오히려 세력은 더 강해진 상태다.

그들도 따지고 보면 사천맹의 잠재적인 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고신교와 싸운다면 막대한 피해를 각오해야 하는데, 그건 무림맹 좋은 일만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고신교가 꼭 우리 먼저 공격한다는 법도 없고... 무림맹과 먼저 싸움이 붙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는데 굳이 먼저 나서서 손해를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 도룡귀검의 주장이었다.

두 의견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의견들이라, 사천맹은 거의 절반으로 파벌이 갈려서 갑론을박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고신교가 바로 그 점을 부추겨서 사천맹을 쪼개놓을 생각이라는 것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고신교의 총사가 명한 사천맹을 둘로 쪼개버리라는 공작이 암운처럼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대력파가 날린 전서구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그때까지 사천맹의 누구도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 * *


아침이 되어 일어난 신오진과 하설영은 간단한 식사를 한 후, 다시

형문산으로 출발했다.

격지로 격리했던 객잔은 아침에 일어나서 마법 효과를 거두어 원래대로 돌렸고, 보이지 않는 눈도 시험 사용을 마쳤으니 일단 거두었다.

‘밤새 별일은 없었군.’




운명록


작가의말

재밌게 읽어 주세요 ㅎ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 운명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주인공 신오진의 어머니에 관해서... 19.01.16 1,283 0 -
공지 연재 시작합니다. +8 18.11.12 4,485 0 -
117 잠정적으로 연재를 중단하겠습니다. +1 19.04.01 1,416 2 1쪽
116 아무래도 오늘 연재를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4 19.03.07 989 4 1쪽
115 82. 다시 명옥미로로 +2 19.03.06 1,076 17 11쪽
114 82. 격 60에 도달하다. +4 19.03.05 1,037 14 11쪽
113 81. 사천맹에 이는 풍운 +4 19.03.04 977 15 11쪽
112 80. 초신급 변형체(2) +2 19.03.03 968 15 11쪽
111 80. 초신급 변형체 +2 19.03.02 1,019 16 11쪽
110 79. 하설영 대 다르얀 +2 19.02.26 1,015 18 11쪽
109 78. 변형체 라이산 +2 19.02.25 1,014 16 11쪽
108 77. 비밀 거점에서의 전투(2) +6 19.02.24 1,041 17 12쪽
107 77. 비밀 거점에서의 전투 +2 19.02.23 1,121 17 11쪽
106 76. 형문산의 비밀 거점(2) +6 19.02.22 1,103 18 11쪽
105 76. 형문산의 비밀 거점 +2 19.02.21 1,134 18 11쪽
104 75. 그들에게 답은 정해져 있었다. 19.02.20 1,183 16 11쪽
» 74. 대력파가 날린 전서구 +2 19.02.19 1,165 14 11쪽
102 73. 신오진과 하설영(2) +2 19.02.18 1,178 17 11쪽
101 73. 신오진과 하설영 +2 19.02.17 1,251 19 11쪽
100 72. 하설영과 병단 만들기 +4 19.02.16 1,299 22 11쪽
99 71. 현인회와의 접촉 +2 19.02.15 1,327 22 11쪽
98 70.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4 19.02.14 1,378 23 11쪽
97 69. 고신교 다시 움직이다. 19.02.13 1,365 22 12쪽
96 68. 마도사의 기본 자세 +2 19.02.12 1,351 20 11쪽
95 67. 현인회는 무엇인가. 19.02.11 1,337 22 11쪽
94 66. 백귀 내습(來襲)(5) +2 19.02.10 1,344 23 11쪽
93 66. 백귀 내습(來襲)(4) +5 19.02.09 1,365 19 11쪽
92 66. 백귀 내습(來襲)(3) +4 19.02.08 1,372 19 11쪽
91 66. 백귀 내습(來襲)(2) +2 19.02.07 1,410 26 11쪽
90 66. 백귀 내습(來襲) +4 19.02.06 1,516 2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