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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h 님의 집필실 입니다.

강호 운명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괴인h
작품등록일 :
2018.11.12 13:31
최근연재일 :
2019.04.0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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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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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5. 그들에게 답은 정해져 있었다.

강호




DUMMY

혹시라도 대력파라는 이들이 보복하겠다고 밤에 기습하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에 비하면, 놀랄 정도로 아무 일도 없었다.

하설영은 이미 뇌리에서 대력파란 존재를 지운 것 같아서, 그녀에게 물어보기도 뭣했다.

어쨌든 지금 그런 약소한 토착 사파를 신경 쓸 때가 아니긴 했다.

고신교의 거점 중 하나를 털러 가는 것에 비하면 대력파 따위가 무슨 대수겠는가.

하설영이 전혀 신경도 안 쓰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나저나...’

고신교의 숨겨진 거점 중 하나를 공격하러 가는데, 운명록 임무가 뜨지 않는다는 점이 좀 신선했다.

‘이 정도는 그렇게 특별한 일도 아니라는 걸까.’

하긴 운명록 임무가 뜨는 것에 조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두 가지 요소 중 뭔가가 부족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모르는 소리긴 하지. 당장은 몰라도 그 거점에 가서 행동하다가 뜰 수도 있는 거고...’

어쨌든 신오진은 하설영과 가까워지기 위해 다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애초에 이 여행(?)이 시작된 목표가 그것이 아닌가.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우는 것도 좋지만, 그 외에도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했다.

그래서 그가 택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그녀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이었다.

어릴 적 아버지가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나갔다가 소식이 묘연해진 이야기, 어린 나이에 가족의 생계를 위해 점소이로 일을 나간 이야기, 그렇게 일하다가 어느 날 소양이도에게 목숨을 위협받고 암혼객에게 구함받은 이야기, 그 과정에서 운명록을 얻게 된 이야기 등을 그는 담담하게 하설영에게 말해주었다.

하설영도 당대의 운명록 사용자가 어떤 사람인지 관심이 있는 듯, 별말 없이 그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어주었다.

신오진의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 하설영이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 신 소협이 어떻게 자랐는지, 어떤 사람인지 좀 알 것 같네요.”

그리고 그녀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갑자기 불쑥 입을 열었다.

“저 같은 경우 어릴 적에 별다른 기억은 없어요. 어머니는 제가 어릴 적에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밖으로 한번 나가시면 집을 오래 비우셨었죠. 제가 좀 더 나이를 먹은 다음에야 그것이 아버지가 고신교를 상대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셨기에 그랬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러면서 고신교의 존재도, 제게 아버지가 기대하셨던 일도 알게 되었죠.”

“......!”

“그래서 제 어린 시절의 기억은 대부분 무공을 수련하던 기억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제가 열네 살이 되었을 때부터 아버지가 저를 데리고 실전 경험을 쌓게 해주기 위해 같이 돌아다닌 것이 추억이라면 추억인 것 같네요.”

“아아. 그래서...”

문득 신오진은 하설영이 자신과 친해지기 위한 방법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이 싸우는 방안을 생각해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녀의 아버지와의 추억이 바로 그런 식이었으니, 그녀가 그런 방법을 생각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쩌면 당대의 운명록 사용자인 나는 그녀에게 있어 그녀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존재일지도 몰라.’

나이로 보면 터무니없는 생각이지만, 같은 운명록의 사용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근거가 없는 생각도 아닌 것 같았다.

그게 아니더라도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내려준 사명을 생각하면, 운명록의 사용자란 존재는 그녀에게 있어 중요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문득 신오진은 하설영의 이야기를 듣고 하나의 의문을 떠올렸다.

‘가만? 전대의 운명록 사용자였던 하진후 선배님이 하 소저가 어린 시절에서 더 클 때까지 건재했고, 그녀의 실전 경험을 쌓아주기 위해서 같이 다니기도 했다면... 강호에서 나름대로 활동을 했다는 의미인데 그러면 분명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을까?’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고신교의 이름이 최근에야 알려지기 시작한 걸 생각하면 뭔가 아귀가 맞지 않았다.

그런 의문점을 신오진이 묻자, 하설영의 대답은 간단했다.

“당시에 아버지도 고신교도 서로 다른 이름을 내세웠습니다.”

“아...!”

“아버지는 당시 역용하고 신분을 감추고 다녔습니다. 혹시라도 고신교에게 신원이 파악되어 역공당할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 같습니다. 집에는 아직 어린 저도 있었고... 어머니가 어린 시절 돌아가신 것도 아마 아버지가 그렇게 하신 일과 관련이 없지 않다고 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랬군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신오진 그도 가족들의 안전을 고려한 대책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고신교가 가족은 건드리지 않을 거란 선의를 가졌을 거라고 믿고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는 거는 미친 짓이었다.

하설영은 당시 그렇게 신분을 숨기고 다녔던 하진후를 강호에서는 무영신존이라고 불렀다고 말해주었다.

“무영신존... 저도 들어본 이름입니다.”

거의 알려진 것이 없는 신비의 고수로 마교의 일맥이라 의심되던 현천교와 싸웠던 사람이다.

그의 활약으로 현천교는 멸망하고, 그 위업으로 무영신존은 강호삼존의 일원으로 칭송받게 되었다는 것이 그가 아는 모든 것이었다.

“현천교가 고신교가 외부로 내세우던 다른 이름이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정확히는 현천교를 고신교가 꼭두각시로 삼았던 것입니다. 실제로 마교의 일맥 중 현천교라는 이들이 있었지만, 이미 그들은 지리멸랄한 상태였으니... 고신교가 그들을 먹어치우고 그들을 가면 삼아 활동했던 것이었습니다.”

하설영은 비록 그런 이유로 아버지인 하진후가 무림삼존에 묶여서 평가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을 아래로 보는 존재였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건 신 소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같은 운명록의 사용자라는 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염화마법과 가진 장비, 능력들을 어떻게 사용하고 어떻게 응용하냐에 따라서 압도적인 범용성과 위력을 가질 수 있는 마도사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무림삼존은 강호의 최고수들, 강호의 최고 고수들을 논할 때 삼존, 삼마, 사객으로 나누지만 삼존이 삼마보다 한수 위고, 삼마가 사객보다 한수 위라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한다.

그 삼존을 밑으로 깔아봤다니... 하진후가 어느 정도의 강자였는지 신오진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몰라. 나는 운명록을 얻은 지 이 년도 채 안 된 상태에서도 지금의 힘을 얻었다. 내 몇 배는 운명록을 사용했을 하진후 선배님이 그 정도의 강자인 게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자, 한 가지 무섭고 암울한 사실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그건 자신이 당대의 운명록 사용자라는 사실이 가진 의미였다.

‘그런 강함을 가진 하진후 선배님도 결국 총사를 이기고 고신교를 파멸시키는 것은 실패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운명록이 내게 넘어오지 않았을 테니까. 대체 총사의 강함은 어떻다는 거냐!’

게다가 하진후에게 분명 고신교의 전력도 엄청나게 손해를 보았을 것이다.

비록 껍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고 해도, 강호에 알려지기는 무영신존에게 현천교가 멸망했다고 알려졌을 정도니까.

그런데 그가 죽고, 신오진 그가 운명록의 사용자가 되는 그 기간... 길어야 몇 년 정도에 불과한데 무림맹조차 안중에 두지 않을 전력을 다시 꾸렸다는 것이다.

총사의 능력과 그 저력에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법의 무서움이다.’

고신교의 전력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이 변형체들이다.

이러한 변형체를 생산해내는 것은 사람을 키우는 것과는 다르다.

사람을 키우는 것은 그만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변형체는 이야기가 다르다.

뭔가 그들을 만들어내는 마법이나 의식 따위로 만든다고 쳐도, 사람 하나를 쓸만한 무공 고수나 마도사로 키워내는데 걸리는 시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를 것이다.

‘무공 고수나 마도사를 키우는데 최소 십 년이라고만 가정해도...’

자신이야 운명록의 힘 때문에 명옥미로를 통과하는 그 기간만으로 격54의 마도사가 되었지만, 그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어쨌든 그 모든 것이 사실상 총사의 마법과 강대한 마력으로 가능한 일일 테니, 총사를 어떻게 하지 못하면 고신교를 쓰러뜨릴 수 없다는 말이 전혀 틀리지 않았다.

어쨌든 그렇게 그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은 효과가 있는지 서로 조금은 더 많은 대화를 주고받고, 분위기도 조금은 덜 어색해진 것 같았다.

그리고 이야기의 화제는 어느덧 현인회로 넘어갔다.

“현인회는 제게 있어서 아버지가 남긴 유산입니다. 제가 지금 아버지를 대신해서 수장 대리를 맡고 있지요. 원래라면 신 소협이 수장의 자리를 이어야 하지만...”

현인회에 대해 그가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고, 갑작스레 나타난 인물이 수장이 된다고 하면 기존의 현인회의 일원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기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녀의 말이었다.

“아, 이해합니다. 그리고 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하 소저.”

신오진은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차피 현인회라는 조직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없고, 원래부터 자신의 것도 아니라 그리 욕심이 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고신교와 싸우는 일을 도와줄 조력 단체 정도가 그가 생각하는 현인회였으니, 정말로 현인회의 수장이 되느냐 하는 문제는 아무래도 좋았다.

“오히려 여태까지 수장의 역할을 잘 맡아온 하 소저가 정식 수장이 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하설영은 작게 웃으며 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형문산으로 계속 길을 재촉했다.

도착까지 사흘을 예측한 여정은 이제 이틀째였다.


* * *


대력파가 보낸 전서구가 호북 사천맹의 지부로 날아든 것은 그날 밤이었다.

사천맹도 명색이 사파들의 무림맹(?) 같은 곳이라, 천하 모든 지역에 지부를 낸 단체다.

그래서 호북에도 제법 큰 규모의 지부가 존재했다.

그리고 거기엔 그 나름의 이유가 존재했다.

사천맹의 뼈대를 이룬 네 개의 사파는 각기 귀주, 강서, 강소, 산서가 터전이다.

그에 비해 호북은 구파 중 무당파가 있는 곳이라 무림맹의 세력이 강한 지역이다.

그래서 지부를 세우는 것도 부담이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말하면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일부러 무리해서라도 제법 규모가 큰 지부를 호북에 설치한 것이기도 했다.

사천맹은 결코 무림맹보다 못한 것이 없고, 그들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는 그런 의도를 피력하기 위한 조치였다.

물론 무림맹, 특히 무당파에서 그런 사천맹의 행위를 좋게 봐줄 리가 만무했다.

그래서 요 근래 그들은 무당파의 은근한 압박을 상당히 심하게 받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사천맹의 호북 지부는 매일 같이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런 사천맹의 호북 지부에 대력파가 보낸 전서구의 내용은 격렬한 논쟁을 불러왔다.




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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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80. 초신급 변형체 +2 19.03.02 1,015 16 11쪽
110 79. 하설영 대 다르얀 +2 19.02.26 1,011 18 11쪽
109 78. 변형체 라이산 +2 19.02.25 1,010 16 11쪽
108 77. 비밀 거점에서의 전투(2) +6 19.02.24 1,036 17 12쪽
107 77. 비밀 거점에서의 전투 +2 19.02.23 1,117 17 11쪽
106 76. 형문산의 비밀 거점(2) +6 19.02.22 1,098 18 11쪽
105 76. 형문산의 비밀 거점 +2 19.02.21 1,130 18 11쪽
» 75. 그들에게 답은 정해져 있었다. 19.02.20 1,177 16 11쪽
103 74. 대력파가 날린 전서구 +2 19.02.19 1,158 14 11쪽
102 73. 신오진과 하설영(2) +2 19.02.18 1,171 17 11쪽
101 73. 신오진과 하설영 +2 19.02.17 1,243 19 11쪽
100 72. 하설영과 병단 만들기 +4 19.02.16 1,291 22 11쪽
99 71. 현인회와의 접촉 +2 19.02.15 1,320 22 11쪽
98 70.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4 19.02.14 1,371 2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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