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7.01 00:42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11,613
추천수 :
694
글자수 :
1,372,149

작성
22.11.01 12:02
조회
35
추천
1
글자
12쪽

108. 장난 그만해 진짜 재미없어

DUMMY

치안군 본대.

치안군의 대원들은 본대, 별대 가릴 것 없이 대부분이 죽었기에 현재 별대의 업무는 모두 멈춘 상태였다.

남은 사람이라고는 고작 13명.

그나마도 현재 가주 회의에 참석한 율레 부대장과 치료소에서 쉬고 있는 넷과 세슈람을 빼면 열 명 뿐이었다.


기존의 조를 재편하여 새롭게 두 조로 만든 이들은 본대에 남아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의도치 않게 일개 대원에서 조장으로 승격한 남자는 빈 부대장의 집무실 중 하나를 잡고 쌓인 서류를 보고 있었다.


"쓰벌. 뭐가... 이렇게 복잡해..."


그냥 정말 보고만 있었다.

치안군으로 지급되는 보급품에 대한 문서였는데 이상하게 셈이 맞지 않았다.

이제는 죽은 치안군 대장이 생전에 돈을 삥땅친다고 손을 쓴 문서겠거니 싶었다.

뭐 이것도 아무 의미 없는 쓰레기 조각이 되어버렸지만.


이런 식으로 대부분 쓰레기로 전락한 문서들을 뒤적거리고 있으니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


"야... 아니. 2조장님."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치안군에 같이 들어온 동기 녀석이었다.


"뭐야. 나 바빠."

"그..."


동기 녀석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닫혔던 문이 다시 열렸다.


"안녕?"

"어... 이번대 대장님?"


떼르 유드바.

치안군에 얼굴을 비칠 일이 전혀 없는 사람이 뜬금 없이 여기는 왜?

그보다 가주 회의에 참석했던 거 아니었어?

회의는 어쩌고...


그러나 다 놀랄 새도 없이 유드바에 이어서 이번에는 트리아트 율레가 들어왔다.


"아! 부대장님! 회의는 끝난 겁니까?"

"... 일단 임시지만 대장을 맡게 되었다."

"아... 네. 주의하겠습니다. 대장님."


뭐 이건 대원들도 예상했던 바였다.

기존의 대장 부대장은 다 죽고 율레 부대장 혼자 남은 상태다.

그러니 그가 대장이 되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대장님... 유드바 대장님께서는 여기를 왜..."


2조장의 물음에 율레는 유드바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도 아니고 그쪽이 설명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라는 얼굴이었다.


유드바는 민망하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음... 좌천되었다고 해야하나. 오늘부터 여기서 지내게 되어서 말이야."

""에?""


얼마나 놀랐는지 2조장의 벌어진 입으로 침이 흘러내렸다.


"직책은 일단 부대장이긴 한데. 일반 대원들은 나랑 별 상관 없을 거고 난 내 밑으로 들어오는 애들만 통제할 거야."

"그게...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있어. 사람들 죽이고 다니던 애들. 좀 정신적으로 엇나간 애들이 많긴 한데 걱정은 안해도 돼. 너네한테 손대지 못하게 내가 잘 말할테니까."


지금 저 인간 뭔 소리를 하시는 거냐.

난들 알겠어?

따위의 눈빛을 주고 받고 있으니 유드바가 덧붙였다.


"그럼 이 방에서 나가주겠어?"

"네?"

"나가 달라고."

"혹시... 집무실때문에 그러신 거라면 다른 방도..."

"그래. 부대장 집무실은 두 개지. 알아. 그런데 둘 다 내가 써야 할 거 같아. 예전에 있던 곳에 비하면 너무 좁아서 말이야."


아니.

진짜 뭔데.


대원들의 썩어들어가는 표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가볍게 손을 휘저어 벽을 베어냈다.

깔끔하게 잘린 단면과 함께 벽이 무너지며 옆에 있던 빈 집무실이 나왔다.


"흠... 그래도 좀 좁은가?"


트리아트 율레가 집무실에 뭘 더 하려는 유드바를 막으며 말했다.


"방은 나중에 꾸미고 일단은 처리할 일부터 하러 가시죠."

"아. 맞네. 그러면 갑시다. 대장님."


그의 호칭을 들은 율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유드바의 말을 들으면 완전히 존대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존대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처음부터 존대는 바라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런 어중간한 어투는 이쪽에서 사양이었다.


"그냥. 편하게 말하십쇼."

"그럴까? 사실 나도 좀 어색해서 말이야."


유드바의 얼굴이 눈에 띄게 피는 것이 괜히 얄미웠다.

율레는 다시 존대하라고도 할까 싶었지만 역시 그만 두기로 했다.

경험상 이런 부류는 최대한 상대하지 않는 것이 속이 편했다.


"쯧. 하여튼 서둘러 가시죠. 저희 신입 명단 받으러."

"응. 그... 감옥이 어디라고 했지?"

"따라오십쇼."


두 사람은 독사의 수장인 떼르 가주를 만나러 감옥으로 향했다.


***


11월 마을의 치료소.

현재 치료소는 정규군 칠번대 소속 대원들로 인해 정신이 없었다.


작은 용이 날뛴 날, 치료소는 유례없는 기록을 달성하며 백여 명에 달하는 환자를 치료해야 했다.

치료 받는 중에도 사람은 죽었고 지금도 아직 위기를 넘기지 못한 환자도 있을 정도로 당시 상황은 정말이지 끔찍했다.


그러니 첫날을 생각하면 지금은 굉장히 평온한 상태였다.

검진을 해야할 환자들은 넘쳐나 바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적어도 비명소리가 사방에서 터져나오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뵈나 율레는 지친 얼굴로 한 병실에서 나왔다.

다른 치료사의 환자였는데 갑자기 발작을 일으켰는데 원인을 도통 파악하지 못하겠다며 그녀를 부른 것이다.

한바탕 난리가 났고 간신히 원인을 찾은 그녀는 아물었던 환자의 피부를 다시 찢어야 했다.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녀는 발을 질질 끌며 윗층으로 향했다.

혁명단은 모이라는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후... 되다. 돼."

"고생이 많군."




등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놀란 그녀가 새된 소리를 질렀다.

놀란 가슴을 부여잡으며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트리아트 율레가 서있었다.

하나 밖에 없는 손에는 얼음이 가득한 음료가 들려 있었다.

까만 액체에서는 시큼 씁쓸한 향이 어우러져 코를 간질이고 있었다.


"그거... 혹시 카파야?"


검은 음료를 알아본 그녀가 침을 꼴깍 삼켰다.


루멘 대륙에서 넘어오는 물건 중 카파 열매라는 것이 있다.

이 열매의 씨앗을 잘 볶으면 풍부한 향을 낸다는 것을 누군가 우연히 발견했고 볶은 씨앗을 갈아 뜨거운 물에 내려 먹어 봤더니 이게 웬걸.

쌉쌀하면서도 묘하게 힘을 주는 신기한 음료가 탄생한 것이다.


5년쯤 전에 골락과의 거래를 통해 처음으로 카밀로테에 들어온 카파는 사람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게 돈이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퀴 가문은 세유 가문에 돈을 퍼부어 카파의 수입을 막아버렸고 이후 자체적으로 카파를 키워 높은 사람에게만 제공하기 시작했다.

카파가 고급 음료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요컨대 카파는 돈이 있다고 아무나 마실 수 없는 엄청 희귀한 음료라는 것이었다.

뵈나 율레가 마셔보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치료소장이 제 앞에서 뻐기며 카파를 들이키는 꼬라지를 볼 때마다 얼마나 배알이 뒤틀렸는지.


"고생했다며 주더군. 꽤나 내 취향..."

"누가? 누가 줬는데?"

"... 아까 치료소장이라는 사람이... 잠깐. 지금 어디 가는 거지?"


그의 말은 다 듣지도 않고 급하게 발을 놀리던 그녀가 홱 돌아서더니 말했다.


"나도 달라고 할 거야. 그거."


치료소장이 트리아트 율레에게 그 귀중한 카파를 가져다 바친 이유는 간단했다.

뵈나 가주의 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떼르 가주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여긴 것인지.

이번에 작은 용을 죽인 혁명단이 카밀로테의 권력을 틀어쥘 것이라 여긴 것인지.

아니면 둘 다 인지.


뵈나 가주는 대소동 직후 혁명단을 특실로 모셨다.

치료소에 거액을 후원한 후원자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곳인데 이를 내어준 것이다.

거기에 치료소장에게는 혁명단의 모든 편의를 봐달라고 몇 번이고 강조하기까지 한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똥줄이 타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럴 때 눈치는 기가막히게 좋은 치료소장은 지극정성으로 혁명단을 대접했다.

트리아트 율레가 치료소에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카파를 가져다 바친 것도 이의 연장선이었다.


뵈나 율레 역시 혁명단 소속이었기에 치료소장은 예전처럼 그녀를 함부로 대하지는 못했지만 마지막 자존심인지 치료소장이 그녀에게 직접 무얼 가져다 주는 일은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그녀의 행동은 지금껏 치료소장으로부터 받았던 부조리한 대접에 대한 사소한 복수인 셈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녀의 복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트리아트 율레가 그녀의 달콤한 복수의 때에 재를 뿌렸기 때문이다.


"위에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게 마시고 싶다면 내껄 줄테니 그만 올라가지."


넌!

씨...

눈치도 없어?


이 빨간 머리 꺽다리는 대체적으로 미운 편이었지만 오늘따라 유독 밉상이었다.

뵈나 율레는 밉상을 한참을 노려보다가 손에 쥔 카파 잔을 뺏어들었다.


"뭐해! 기다리고 있다며!"

"... 왜 화를..."

"그 입! 다물어."


계단을 부술듯이 쿵쿵거리며 뵈나 율레가 앞서 올라갔고 그 뒤로 밉상이 따라 붙었다.

두 율레가 특실에 들어서자 이미 모여있던 이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모였다.

가주 회의가 끝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특실로 곧바로 올 수 있었지만 트리아트 율레와 유드바는 달랐다.


"독사... 아니. 치안군 새 대원들은 좀 보고 왔어?"

"아니. 일단 명단만 받아놓은 상태다."


꽤나 오래 이어진 가주 회의 동안 논의된 것이 몇 가지 있었다.

그 중에는 전 대현자인 뵈나 이트나와 떼르 가주의 처벌에 관한 논의도 있었다.


- 뵈나 이트나야 증거가 명명백백하니 형벌의 수위만 정하면 될 일이지만 사실 떼르 가주... 떼르 듀시아 그는 증언만이 있을 뿐 이번 일에 공모했다는 정확한 증거가 없지 않나. 이는 어쩔 것이지?


가주 중 한 명이 이에 대해 묻자 나선 것이 바로 떼르 유드바였다.


- 카밀로테에는 독사란 단체가 있습니다. 하는 일은 카밀로테에 위협이 되는 자들에 대한 암살 혹은 카밀로테의 사건이나 여론을 조작하는 정도? 이름은 몰라도 이런 일을 벌이는 비밀 단체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분들도 여럿 계실 겁니다.


그의 주장은 떼르 가주가 그 독사라는 단체의 수장이며 지금까지 카밀로테에 있었던 습격의 주축이었다는 것이었다.


- 역시 말뿐이지 않은가? 어떻게 증명할 셈이지?

- 제가 바로 그 독사의 일원이었습니다.


이어지는 그의 증언은 단순히 말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정교하고 세세했다.

유드바의 증언을 들은 가주들은 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 왜 자네가 독사의 일원이었다는 것을 굳이 밝힌 것이지?

- 그래야 확실하기 때문이죠.


떼르 가주, 그는 위험한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냉정하기는 해도 나름의 선을 지켰으나 어느순간부터 그는 그 선을 지워버렸다.

지금 확실히 손발을 묶어놔야 뒤탈이 적었다.

부차적으로 독사란 조직도 없애고 말이다.


- 뭐. 순수한 정의감에 불타올라 밝힌 것은 아니고... 저는 좀 봐주시죠?

- ...?

- 그래도 마지막에는 정신차리고 작은 용을 막는다고 열심이었잖아요? 처벌을 받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고 기회를 달라는 겁니다. 제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놀라운 것은 이런 식의 뻔뻔한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이유는 현재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 인력이 달린다는 것, 그리고 그가 실제로 이번 사건에 적지 않은 활약을 했다는 것 두 가지 때문이었다.


그 결과 유드바는 치안군 부대장으로 지내게 되었다.

물론 연합전에 참전한다는 조건을 덧붙여서 말이다.

남은 독사들에 대해서는 떼르 가주에게서 명단을 받아 잡아들인 후 그들의 반응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살릴 사람은 살리고 죽일 사람은 죽이고.


지금 유드바는 한창 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잡아낼 사람을 모으는 중일 것이다.


"그래. 뭐 그건 알아서 잘 할테고."


이어서 입을 연 것은 오르디나 이레였다.

연달아 몸을 혹사시켜 이번에도 오래 깨지 못할까 싶었는데 의외로 그녀는 금방 깼다.


"넷아. 넌 어쩌겠느냐?"


이번 가주 회의에서 논의된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역시 이것이리라.


"대현자의 자리에 오르겠느냐?"

"... 그거 농담 아니었어요?"

"아닌 듯하구나."


에이.

작은 용을 보고 다같이 미치기라도 하셨나.

농담도 참.

웃겨.

카밀로테 작명표.pn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108. 장난 그만해 진짜 재미없어 +1 22.11.01 36 1 12쪽
107 107. 이것들은 회의만 주구장창 22.10.31 51 2 12쪽
106 106. 개벽 22.10.27 43 2 12쪽
105 105. 내 옆에 계속 있어 22.10.26 148 1 12쪽
104 104. 왜 이제 왔어 기다렸잖아 22.10.25 45 2 12쪽
103 103. 검은 용이 울부짖었다 +1 22.10.24 38 2 12쪽
102 102. 민낯에 자신 있는 편 22.10.20 53 2 12쪽
101 101. 빛이 어둠에 비치되 22.10.19 44 2 11쪽
100 100. 도입부는 빠르고 힘차게 +1 22.10.18 55 1 12쪽
99 99. 실패의 이유 22.10.17 44 2 12쪽
98 98.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22.10.13 50 2 12쪽
97 97. 악으로 깡으로 22.10.12 42 2 12쪽
96 96. 내가 누군지 아니 22.10.11 41 2 12쪽
95 95.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22.10.10 39 3 12쪽
94 94.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 22.10.06 44 2 12쪽
93 93.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22.10.05 58 1 12쪽
92 92. 누구인가 누가 소리를 내었어 22.10.04 45 1 12쪽
91 91. 맨날 술이야 22.10.03 42 2 12쪽
90 90. 그 느낌적인 느낌 느낌 22.09.29 56 2 13쪽
89 89. 입만 벌리면 거짓말이 22.09.28 49 2 12쪽
88 88. 아님 아무튼 아님 22.09.26 47 2 12쪽
87 87. 끼잉 22.09.22 48 3 12쪽
86 86. 오 오오옷 이 맛은 22.09.21 61 3 12쪽
85 85. 구라 치다 걸리면 22.09.20 42 3 12쪽
84 84. 조금만 나에게 힘을 나눠 줘 +1 22.09.19 46 3 12쪽
83 83. 한 번 봐준다 22.09.15 49 2 11쪽
82 82. 넌 이미 함정에 빠져 있다 22.09.14 48 2 12쪽
81 81. 이젠 가망이 없어 +1 22.09.13 52 2 12쪽
80 80. 산들바람에 바다가 마르고 22.09.12 51 2 12쪽
79 79. 가족과 함께하는 밀도 있는 시간 22.09.08 50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