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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6.21 18:00
연재수 :
2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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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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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
글자수 :
1,360,283

작성
22.09.2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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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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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87. 끼잉

DUMMY

딜람은 허물어지는 엄마를 향해 달려갔다.

다행히 엄마는 제대로 숨을 쉬고 있었다.

파편이 사라진 탓에 손이 잘린 곳에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물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천을 찢어 손목에 둘러 지혈을 하고 있으니 경계막을 유지하던 독사들이 슬그머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임무는 안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완전한 은폐.

본래 목적인 사번대 대장을 죽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으며 이번대 대장 그 역시 독사의 임무를 져버린 사람이었다.

그 역시 죽이는 것이 맞았다.

뭐 그들이 무슨 수를 쓰지 않더라도 그대로 놔두면 죽을 정도로 이번대는 심한 상처를 입었으니.


결국 그들이 할 일은 남은 두 아이와 이번대의 아내.

총 세 사람을 죽여 여기서 벌어진 일이 외부로 드러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산 넘어 산이네."

"세슈람 부탁 하나만."

"... 싫어."


얘는 뭐 듣지도 않고 싫대?

내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아직 힘의 여유가 있으니 네가 저들을 막겠다. 그 사이에 너희 부모님과 내 아버지를 데리고 도망쳐라. 뭐 그런 말 하려고 했던 거 아니야?"

"너 잘 듣는다더니 막 생각도 들리는 거야?"

"뭐래."


굳이 듣지 않아도 그런 비장한 얼굴이면 대충 그 비스무리한 결심을 했겠거니 싶어서 이야기했을 뿐이다.


"다른 수가 있어? 이미 우리 아빠는 위험한 상태야. 시간을 너무 지체했어. 너희 아빠도 마찬가지고."


그녀가 내놓은 수는 만약 성공만 한다면 가장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수이긴 했다.

사실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성공할 확률이 그나마 높은 것이 그녀의 의견이기도 했고 말이다.


경계막에서 떨어진 독사들이 모두 딜람이 세워놓은 성벽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정확한 원리는 몰라도 빛을 뿜는 성벽 안에서 파편이 무슨 꼴을 당했는지 본 독사들은 함부로 안으로 들어올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멀리서 그들을 죽이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세슈람이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딜람은 그런 세슈람을 바라보았다.

그는 안된다고 말은 했지만 자신이 내놓은 방법이 가장 생존율이 높은 계획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일단 전투가 시작되면 그는 자신의 계획을 따라줄 것이다.


'내가 죽는 건 상관없지만...'


치료가 너무 늦지 않아 부모님이 죽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뭐.

가능하면 자신도 살 수 있으면 더 좋고 말이다.


키이이잉


독사들이 뒤집어쓰고 있는 스코아마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정의의 숨결이 만들어지며 내는 그 특유의 소리.

성벽 안에서 강화된 마법에 세슈람이 넘겨준 차고 넘치는 힘.

딜람은 곧바로 방어를 준비했다.


쒜에에엑


"음?"


아직 독사들이 정의의 숨결을 쏜 것도, 그렇다고 딜람이 방어막을 펼친 것도 아니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는 그녀가 세운 성벽 한쪽에서 나고 있었다.


푸슉


"커헉!"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독사 한 명이 피를 뿜으며 성벽 안으로 추락했다.

떨어져 내린 독사가 일으킨 먼지구름을 가르며 펠페림 디율, 사번대 대장이 걸어나왔다.


"내 아들이다. 건들면 죽여버리겠다."


배에 두른 천은 이미 피로 물든지 오래였으며 두 팔은 부러졌는지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척봐도 다 죽어가는 그였지만 그럼에도 그는 쓰러지지 않고 서있었다.


붉게 빛나던 정의의 숨결의 목표가 곧바로 사번대로 바뀌었다.

그때 한쪽에서 또 다른 사람이 몸을 일으켰다.


"못난 것들. 그래도... 내가 너네 대장인데..."


온몸이 피투성이인 떼르 유드바, 이번대 대장이었다.

사실 이미 죽었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처였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상처가 다 봉합되어 있었다.

어설픈 솜씨였지만 일단 암살이라는 업무 특성상 만일에 대비해 응급처치 정도는 배워둔 것이다.

여기까지 봉합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이미 피를 많이 쏟아 사실 움직이는 것도 기적이었다.


"이제 그만하고 우리 돌아가자. 우리가 좋아서 사람을 죽이던 게 아니잖냐. 어디까지나..."


그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독사들이 뿜어낸 붉은 광선이 두 대장을 향해 날아갔다.


"아이씨.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실 이번대 역시 이야기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손에 불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때마침 완성된 불의 창을 크게 휘둘러 날아오는 붉은 광선을 막아냈다.

이번대에게로 공격이 분산된 덕분에 사번대 역시 바닥을 구르긴 했지만 공격을 피해내긴 했다.


"하. 하하. 디율이 꼴 좀 봐. 말이 아니네."


물론 그렇게 말한 이번대 역시 정의의 숨결을 막아낸 여파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상태였다.


"멍청하기는. 전. 힘을 아끼느라 그런 겁니다. 그러는 당신이야 말로 그렇게 무릎이 가벼워서야."

"에베베. 안 들려."


아니 둘이 뭐해.

두 사람의 유치한 말싸움을 보고 딜람과 세슈람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서로 기싸움을 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고 봐야 할지, 아니면 곧 죽어도 지기 싫어하는 두 사람의 성격이 위기 상황에도 분위기 파악 못하고 튀어나온 것인지.


일단 대장 두 사람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여기에 딜람이 조금만 도와주면 무사히 탈출할 수...


"흐읍."

"얍."


사번대와 이번대의 짤막한 기합과 함께 바람과 불길이 동시에 일기 시작했다.

소용돌이 치며 솟은 바람이 성벽을 따라 휘돌았고 곧 위로 불길이 더해졌다.

순간 독사의 시야를 가린 두 대장은 그 틈에 딜람과 세슈람에게로 다가왔다.


"딜람아 혹시 방어막 좀 펼쳐 줄 수 있을까?"

"... 몰라요."


그녀는 문득 제 아빠의 얼굴이 얄미워 그의 복부에 주먹을 갈겼다.


"커헉. 아니... 왜."


딜람은 그의 말은 들은채도 안하고 그들 주위로 방어막을 둘렀다.

반투명한 돌덩이가 그들을 두르며 한 겹 두 겹 쌓이기 시작했다.


불길을 뚫고 독사들이 쏘아낸 정의의 숨결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이번대와 사번대는 딜람의 방어막이 막지 못한 마법을 쳐내며 버텼고 세슈람 역시 제다카로 독사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오래지 않아 회오리치는 불길에 경계막이 타들어갔다.


공격한다고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두 대장의 합작품이 경계막에 신경쓰지 못할 정도로 위력적이었기 때문인지.

정확한 이유는 몰라도 독사들은 경계막을 지키지 못했다.


경계막이 사라진 시점에서 독사들 역시 이 자리에 마냥 머물 수도 없는 처지였다..

회오리치는 불길이 건물을 태우고 날려대면서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화려하게도 알렸다.

아니나 다를까 공격을 퍼붓던 독사들은 어느새 기척을 감추었고 주변으로 소란이 일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드디어 안전해졌다 생각한 것일까 두 대장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닥에 드러누워버렸다.

이번대가 말했다.


"음... 그러면 이야기를 어떻게 꾸며야 좋을까?"

"어떻게 꾸미긴. 그쪽이 나를 습격했으니 사실대로 말해야지."


사번대의 말에 딜람이 동조했다.


"그게 좋겠어요."

"끄응... 저기 딜람아? 아비를 죽일 셈이냐?"


마음 같아서는 저 바보같은 아빠가 고생 좀 하면 좋겠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그가 죽을 뿐더러 엄마에게도 피해가 간다.

그러니 일단은 엄마나 자신이나 세슈람이 사번대 대장님의 집무실에 있는 이유를 꾸며내야 했다.


"이건 어때요?"


가만히 있던 세슈람이 말했다.


"저희는 가족 만찬 중에 습격을 당한 거죠."

"이 시간에?"


마침 부서진 건물 너머로 큰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면 술 자리?"

"너랑 나는 아직 학생 신분인데?"

"으음. 부모님만 마셨다고 하면 되지."

"그러면 우리는 왜 여기 있는데?"


세슈람이 답을 못하자 딜람이 말했다.


"그러면 부모님께서 너랑 나를 서로 인사 시킨 걸로 하자."


인사를 시킨다는 말을 왜 저렇게 부끄러워하면서 말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딜람이 짠 각본은 나쁘지 않았다.

이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던 사번대가 입을 열었다.


"대충 정해졌으면 아무나 얼른 치료사 좀 불러주겠나? 농담이 아니고 죽을 것 같다."


***


듀시아가 공간이동으로 도착한 곳은 11월 마을의 치료소 건물 안이었다.


"움직이지 마."


날선 목소리와 함께 듀시아의 목 뒤로 날카로운 날붙이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옆으로 잿빛 집광체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집광체를 준비하고 있던 여자가 먼저 말했다.


"여보. 칼 거둬도 돼. 우리 듀시아야."

"오. 우리 듀시아."


듀시아가 이동한 곳은 2와4사이월의 율레 부대장이 있는 병실 안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율레 부대장의 병실 안에는 하람과 율트나, 넷의 부모님이 함께 있었다.


"우리 듀시아고 자시고 얼른 치료사를 불러야 해요."


빛의 검을 거둔 넷의 말이었다.

자신은 놔두고 우리 듀시아라고 부르며 듀시아만 찾는 부모님에 심통이 났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일번대 대장과 부대장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레 일번대 대장의 상태가 심각했다.


"당장 부르지."


심장이 뚫린 이레를 본 율레 부대장이 서둘러 움직였다.


"잠깐. 여기로 부르면 안돼요. 저희가 들고 가죠."


하람은 주변을 가리키며 율레를 멈춰 세웠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가 가리킨 것은 한 쪽 벽에 널브러져 있는 두 구의 시체였다.

설명을 요하는 넷의 눈빛에 하람이 율레 부대장을 가리키며 짤막하게 답했다.


"부대장님을 죽이러 왔던 암살자들."


정체가 뭐든 시체가 있는 곳에 치료사를 부르면 난리가 날 것이 분명했다.

하람과 율트나가 일번대를 들려고 하자 넷이 운동 마법을 이용해 대신 들었다.

사람 손으로 드는 것보다 이렇게 드는 것이 이레 대장의 몸에 무리가 덜 갈 터였다.


넷은 서둘러 치료사에게 이레를 데려갔고.


"이... 이게 무슨! 이건 나 혼자로 무리일세."


이레의 상태를 살핀 치료사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품 속에서 호박을 꺼내 다른 치료사를 불렀다.

오래지 않아 치료사 네 사람이 달려왔다.

급한대로 이레를 눕힌 치료사들은 그녀를 둘러싸고는 치료를 시작했다.

흰 빛이 쉴 새 없이 터져나갔다.


한창 치료가 이어지는 중.

치료사 중 한 명이 웅얼거렸다.

다만 갑작스레 일어난 긴급한 사태에 주변 역시 조용했기에 치료사가 웅얼거린 소리가 생각보다 잘 들렸다.


"이건... 힘들겠는데요."


문제는 근처에서 초조함에 하나 남은 손의 손톱을 깨물고 있던 율레 부대장이 이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냐!"


콰앙


흥분한 그는 주변의 탁자를 내리치며 고함을 질렀다.


"어떻게든 살려내라!"


이에 이레에게 달라붙어 있던 치료사 중 가장 나이가 지긋한 이가 엄하게 말했다.


"닥치고 있거라. 치료에 방해가 되니."


씩씩거리는 율레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태도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와 함께 있던 넷은 그를 진정시켰다.


"부대장님. 진정하세요."

"하지만 저들이 지레 포기하고 있지 않나!"


그가 좀처럼 화를 삭이지 못하고 있는 사이 그의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진짜 도움 하나도 안되니까 좀 닥치고 있어봐."


넷과 함께 죽음의 숲에서 빠져나오다가 잠깐 다른 곳에 불려갔던 뵈나 율레 치료사였다.

그녀는 행색이 엉망이 된 이트나 학교장을 부축하고 있었다.

뵈나 율레는 학교장을 대충 의자에 던져놓고는 서둘러 이레에게 향했다.


"넷. 이분 모시고 따라와."


열심히 치료를 하던 치료사들이나 돌연 이름이 불린 넷이나 어안이 벙벙한 것은 마찬가지.


"빨리! 살리고 싶으면 서둘러!"

"아! 아. 네."


이레를 든 넷은 뵈나 율레를 따라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율레 부대장이 그들을 따라 나서려 하자.

뵈나 율레가 짜증 섞인 얼굴로 말했다.


"쓰읍. 넌 안돼. 거기서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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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05. 내 옆에 계속 있어 22.10.26 14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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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2. 민낯에 자신 있는 편 22.10.20 52 2 12쪽
101 101. 빛이 어둠에 비치되 22.10.19 44 2 11쪽
100 100. 도입부는 빠르고 힘차게 +1 22.10.18 55 1 12쪽
99 99. 실패의 이유 22.10.17 43 2 12쪽
98 98.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22.10.13 49 2 12쪽
97 97. 악으로 깡으로 22.10.12 42 2 12쪽
96 96. 내가 누군지 아니 22.10.11 41 2 12쪽
95 95.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22.10.10 39 3 12쪽
94 94.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 22.10.06 43 2 12쪽
93 93.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22.10.05 58 1 12쪽
92 92. 누구인가 누가 소리를 내었어 22.10.04 44 1 12쪽
91 91. 맨날 술이야 22.10.03 42 2 12쪽
90 90. 그 느낌적인 느낌 느낌 22.09.29 56 2 13쪽
89 89. 입만 벌리면 거짓말이 22.09.28 49 2 12쪽
88 88. 아님 아무튼 아님 22.09.26 47 2 12쪽
» 87. 끼잉 22.09.22 47 3 12쪽
86 86. 오 오오옷 이 맛은 22.09.21 61 3 12쪽
85 85. 구라 치다 걸리면 22.09.20 42 3 12쪽
84 84. 조금만 나에게 힘을 나눠 줘 +1 22.09.19 46 3 12쪽
83 83. 한 번 봐준다 22.09.15 48 2 11쪽
82 82. 넌 이미 함정에 빠져 있다 22.09.14 47 2 12쪽
81 81. 이젠 가망이 없어 +1 22.09.13 52 2 12쪽
80 80. 산들바람에 바다가 마르고 22.09.12 50 2 12쪽
79 79. 가족과 함께하는 밀도 있는 시간 22.09.08 50 2 12쪽
78 78. 아가리 싸움꾼 22.09.07 52 2 12쪽
77 77. 왕 신 장군 황제 대장 22.09.06 3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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