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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6.21 18:00
연재수 :
254 회
조회수 :
11,421
추천수 :
692
글자수 :
1,360,283

작성
22.09.21 12:00
조회
60
추천
3
글자
12쪽

86. 오 오오옷 이 맛은

DUMMY

제다카를 자신에게 겨누는 두 사람의 모습에 파편은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도 저 꼬맹이 두 명의 마법을 막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딜람의 성벽 마법은 성가시긴 한다.

그렇기에 그녀를 제일 먼저 죽이려고 했던 것이기도 하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딜람의 마법에 대장들의 공격이 더해지면 까다로워지는 것이지 그것도 아니라면 별로 무서울 것이 없었다.

마침 변수가 될 대장들은 쓰러진 참이고 말이다.


"하! 네년의 엄마가 진짜 죽어도 좋다는 거지?"


더군다나 자신에게는 붙잡고 있는 인질까지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도대체 뭘 믿고 저렇게 깝죽댄다는 말인가?


"무슨 멍청한 소리야."

"당연히 안되지."



쿠궁


딜람은 순식간에 엄마의 몸 주위로 작은 성벽을 쌓았다.


"하아... 멍청한 년놈들이 짜증나게 하네."


협박하던 것과 다르게 그는 함부로 인질을 죽이지 않았다.

인질이 살아있어야 저들이 함부로 공격을 못하지 않겠는가.

여차하면 방패로 써먹을 수도 있고.


파편은 결국 조금 더 힘을 쓰더라도 주제도 모르고 까부는 년놈들을 죽이기로 했다.


여러 색깔의 빛을 내며 밝아지는 성벽.

그와 동시에 파편은 갑갑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빌어먹을 감각은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군.'


성벽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자신의 존재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 끊임없이 밀어내고 있었다.

파편이 힘을 모으자 거대한 망치가 만들어졌다.


콰아앙


크게 휘둘러진 망치에 성벽이 무너져 내렸다.

얽매던 힘이 사라지자 파편은 망치를 그대로 딜람과 세슈람을 향해 내리찍었다.


"으악!"


세슈람은 딜람을 구할 때 재현한 나무 줄기로 망치를 막으려고 했지만 나무 줄기는 짓누르는 힘을 버티지 못하고 끊어져 버렸다.

흑빛의 망치가 두 사람이 있는 곳을 내리찍자 바닥이 진동했다.


파편의 공격을 피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세슈람과 달리 딜람은 여유가 있는지 적의 상태를 분석하고 있었다.


"혹시 약해졌으면 바로 없앨 수 있을까도 싶었는데 그건 안되나 봐."


딜람은 거리를 벌리며 현재 독사들이 유지하고 있는 경계막을 따라 성벽을 쌓기 시작했다.

파편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해도 힘을 약화시킨다는 것은 이미 확인한 바.

써먹을 수 있는 것은 다 써먹을 생각이었다.


물론 이를 파편이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경계막은 신경쓰지 말고 나를 도와라!"


그는 줄곧 경계막을 지키고 있던 독사들을 향해 외쳤다.

하지만 파편의 말에도 독사들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 이번 습격에서 너희는 오직 경계막을 지키도록 해라.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밖으로 드러나선 안될 것이야.


그들이 떼르 가주에게서 받은 명령은 한 가지였다.


- 설령 유드바 그 아이가 죽더라도 너희들은 나서지 말아라.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은폐하는 일이 우선이다.


떼르 유드바, 이번대 대장은 자신이 신뢰하는 부하들이라며 이번대에 속한 독사들을 끌고 왔지만 독사들에게 있어서 오랜 시간동안 따른 대장이라는 존재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임무를 충실히 따를 뿐.


그러니 저 정체불명의 존재가 나타났을 때에도, 그 존재가 자신들의 대장을 죽이려 할 때에도, 반대로 그 존재가 위험에 처한 지금에 와서도.

그들은 그저 경계막을 지킬 뿐이었다.


"하... 그 빌어먹을 노인네. 무슨 명령을 내려 놓은 거야."


혹시 모를 때 쓰라며 가주는 자신에게 독사 몇 명을 붙여 주기까지 했었다.

물론 얼마나 쓸모가 있겠냐는 생각에 파편은 그들을 유흥 목적으로 써먹긴 했다.

그 덕에 사번대 손에 다 죽어버렸지만.


하여튼 그렇게 협조적으로 나왔던 떼르 가주가 경계막을 지키고 있는 독사들에게는 무슨 명령을 내린 것인지 도무지 그의 말을 들을 생각을 않는 것이었다.


침묵하는 독사들을 보며 혀를 찬 파편은 다시 망치를 끌어올렸다.

망치와 더불어 대검과 창을 추가적으로 만든 파편은 만들어낸 흑빛 무기들을 동시에 딜람과 세슈람을 향해 쏟아부었다.


"온다!"


세슈람의 경고에 딜람은 몸을 움직이면서도 성벽 쌓기를 멈추지 않았다.

두 사람이 날아든 망치를 뒤로 풀쩍하고 뛰어올라 피했다.

그 순간에 맞춰 그들의 몸을 향해 대검이 횡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내가 막을게!"


딜람은 만들고 있던 반투명한 돌덩이로 대검을 막았다.


쩌억


묵직하기 그지 없는 대검에 부딪힌 돌덩이는 그대로 반으로 쪼개지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돌덩이 뒤에 있던 두 사람은 대검의 힘에 그대로 뒤로 날아가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컥."


울컥 피를 토하는 세슈람은 그들 위로 날아오는 창을 보고 있었다.

대검을 막은 딜람은 그 충격이 더 컸는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

세슈람은 결국 남은 한 번의 마법을 재현했다.


나무 줄기가 솟아 창을 휘감았다.


끼기기기긱


회전하며 떨어져 내리던 창은 그들의 코앞에서야 겨우 멈춰섰다.

그 사이에 세슈람은 얼른 딜람을 부축해 창 아래에서 벗어났다.


"허억... 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그는 다음 공격을 대비한다며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파편은 멈춰있었다.


"... 무슨 일이지?"


대검을 막으며 팔이 부러진 딜람은 부러진 팔을 늘어뜨리며 상황을 살폈다.

이유는 몰라도 간신히 생긴 틈이었다.

그녀는 남은 성벽을 마무리하며 말했다.


"세슈람. 이 성벽 안에서라면 네 마법이 강해져. 그러니 네가..."

"이제 난 마법을 못 써."

"뭐라고?"


그 사이에 멈춰있던 파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말을 잠시 멈춘 딜람이 성벽의 빛을 밝혔다.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성벽에 움직이기 시작하던 파편이 멈칫했다.


"마법을 못 쓴다니 무슨 말이야?"

"... 한계야."


굳은 것도 잠시 파편은 다시금 흑빛의 거대한 무기들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성벽이 완성된 영향인지 이전과 다르게 움직임이 더뎠다.

한층 더 여유가 생긴 딜람은 공격을 피하며 다시 물었다.


"한계라고?"

"응."

"이건 진짜 안 좋은데..."


나무 줄기로 창을 막아낸 세슈람은 가슴팍에 이는 통증으로 마법을 재현할 수 없는 상태였다.

정확히 말해 만들어낸 줄기에 힘을 부어 움직이는 것까지는 가능했지만 그것도 곧 한계가 올 것이었다.

힘이 다 빠져서 마법을 재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몸에서 알아서 제한을 거는 것으로 이건 정신력으로 극복하고 하고 말 문제가 아니었다.


여기서 나무 줄기 몇 번 휘두른다고 파편을 죽일 수는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한계가 찾아오고 나면 그에게 남은 공격 수단은 제다카의 정의의 숨결 하나 뿐이다.

하지만 이는 파편이 침묵시키면 사라지는 마법.

즉, 한계가 찾아온 그는 이 전투에서 짐덩이로 전락한다는 뜻이었다.


'어차피 내 남은 힘을 쏟아부어도 파편을 죽일 수는 없어.'


그가 힘을 배분한다고 어설프게 만든 나무 줄기로는 파편을 죽이기는 커녕 공격을 막는 것도 힘들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세슈람은 거대한 창을 막아낸다고 너덜너덜해진 나무 줄기를 바라보았다.


'할 수 있을까?'


일단 새로 배운 마법을 재현할 조건은 갖춘 상태.

이미 한계에 다다른 그이기에 새로 배운 마법을 제대로 재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그가 고를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애초에 없었다.

일단 마법을 재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충분한 시간.


"아버지! 시간 좀 끌어주세요."


그는 펠페림 디율, 사번대 대장이 누워있던 곳을 향해 외쳤다.

곱게 눕혀놨더니 어느새 다시 일어난 사번대는 비틀거리면서도 손에 집광체를 매달고 있었다.


"알겠다."


콰아앙


바닥을 차고 날아온 그가 단숨에 거대한 무기들을 쳐냈다.

물론 그때마다 옷을 찢어 동여맨 그의 복부에서 피가 비져나왔지만 그는 조금도 그를 개의치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시간을 끌거면 자신이 끌면 되는 것을 왜 다 죽어가는 제 아빠를 부른 것인지 딜람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에게도 마땅한 수가 없었기에 그녀는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사번대가 앞에 나서서 시간을 끄는 사이 세슈람이 자세를 잡았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쉬며 그는 너덜너덜해진 나무 줄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가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에게서 배운 마법은 조금은 특이한 마법이었다.

기본적으로 마법 자체는 간단하다.

나무를 만드는 것.


이건 그가 이미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니 특이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 마법은 그 다음부터가 진짜였다.


눈을 감은 세슈람의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칠 정도로 옅은 초록색의 무언가.

마치 안개와 같은 것은 곧 다 끊어져가는 나무 줄기에 흡수되었다.


나무에 열리는 열매는 항상 다른 이를 위해 열린다.


세슈람이 배운 마법이란 간단히 말하면 열매를 맺는 마법.

그가 건네고자 하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간에 열매로 맺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가 나무에 건넨 것은 아직도 그의 몸에 남아도는 무식할 정도로 많은 힘이었다.


곧 나무 줄기 끝으로 초록색의 빛나는 구체가 맺혔다.


"허억... 허억."


열매가 맺히자 세슈람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후우... 우웁! 우웩."


숨을 고르던 그는 갑자기 치미는 구역질에 그는 앉은 자리에서 토를 하고 말았다.


분명 가슴팍에 이는 통증을 생각하면 자신의 힘을 얼마 보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의 몸은 그가 가진 힘의 대부분을 열매로 만들기까지 버텨주었다.

일단은 긍정적인 부분이긴 하나 갑작스레 한 번에 많은 힘을 잃은 그의 몸이 이를 버티지 못하고 난리를 피우는 것이었다.


"세슈람! 아직인 것이냐!"


아.

아버지 죄송해요.

지금 아버지는 배가 뚫린 상태로 저렇게 뛰어다니고 계신데 그깟 토가 좀 나온다고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었다.

세슈람은 토악질을 하면서도 초록색의 빛으로 된 열매를 가리키며 딜람에게 말했다.


"저거. 먹어."


뭔지는 몰라도 일단 먹으라는 것 같으니 딜람은 너덜너덜한 나무 줄기를 향해 뛰었다.


수상한 낌새를 느낀 파편은 결국 힘을 더 끌어다 쓰기로 했다.

파편이 침묵 마법을 넓게 펼쳤다.

줄곧 파편의 공격을 막아내던 사번대 주위로 휘돌던 바람이 사라졌다.


갑작스레 사라진 마법에 사번대는 때마침 날아오는 망치를 피하지 못했다.


"크헉!"


그 충격에 사번대는 딜람이 쌓은 성벽까지 날아가 처박히고 말았다.

거슬리는 존재를 치운 파편은 서둘러 남은 무기를 딜람을 향해 휘둘렀다.

그녀는 이미 초록색으로 빛나는 열매를 입에 가져가고 있었다.


대검과 창이 흉흉한 기세를 뿌리며 딜람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입에 닿은 열매가 눈 녹듯 사라지더니 곧 그녀의 입을 타고 온 몸으로 흡수되었다.


"하...!"


그녀의 몸으로 타고 흐르는 힘은 지금까지 그녀가 느껴보지 못한 양의 힘이었다.

넘쳐나는 힘에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떨어져 내리는 무기들 사이에서 그녀는 멀쩡한 손으로 제다카를 바닥에 꽂아 넣었다.


우우우우우웅


성벽의 떨림이 커졌다.

덩달아 성벽이 뿜어내던 빛이 진해졌다.


우뚝


그 순간 그녀를 덮치던 흑빛 무기가 멈췄다.

잠깐의 정적.

그러나 그 정적도 오래지 않아 파편이 내지르는 소름끼치는 비명과 함께 깨지고 말았다.


끼아아아아악


찢어질 듯한 비명과 함께 파편의 검은 힘이 증기처럼 끓어올랐다.

끓어오른 힘은 곧 공기 중으로 어지러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화려하게 뿜어지는 빛무리 사이로 혼자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검은 연기.

연기가 사라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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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05. 내 옆에 계속 있어 22.10.26 14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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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2. 민낯에 자신 있는 편 22.10.20 52 2 12쪽
101 101. 빛이 어둠에 비치되 22.10.19 44 2 11쪽
100 100. 도입부는 빠르고 힘차게 +1 22.10.18 55 1 12쪽
99 99. 실패의 이유 22.10.17 43 2 12쪽
98 98.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22.10.13 49 2 12쪽
97 97. 악으로 깡으로 22.10.12 42 2 12쪽
96 96. 내가 누군지 아니 22.10.11 4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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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92. 누구인가 누가 소리를 내었어 22.10.04 43 1 12쪽
91 91. 맨날 술이야 22.10.03 42 2 12쪽
90 90. 그 느낌적인 느낌 느낌 22.09.29 56 2 13쪽
89 89. 입만 벌리면 거짓말이 22.09.28 49 2 12쪽
88 88. 아님 아무튼 아님 22.09.26 47 2 12쪽
87 87. 끼잉 22.09.22 46 3 12쪽
» 86. 오 오오옷 이 맛은 22.09.21 61 3 12쪽
85 85. 구라 치다 걸리면 22.09.20 42 3 12쪽
84 84. 조금만 나에게 힘을 나눠 줘 +1 22.09.19 46 3 12쪽
83 83. 한 번 봐준다 22.09.15 48 2 11쪽
82 82. 넌 이미 함정에 빠져 있다 22.09.14 47 2 12쪽
81 81. 이젠 가망이 없어 +1 22.09.13 52 2 12쪽
80 80. 산들바람에 바다가 마르고 22.09.12 50 2 12쪽
79 79. 가족과 함께하는 밀도 있는 시간 22.09.08 50 2 12쪽
78 78. 아가리 싸움꾼 22.09.07 52 2 12쪽
77 77. 왕 신 장군 황제 대장 22.09.06 3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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