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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6.21 18:00
연재수 :
254 회
조회수 :
11,417
추천수 :
692
글자수 :
1,360,283

작성
22.09.13 12:00
조회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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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81. 이젠 가망이 없어

DUMMY

장로가 수많은 셋들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을 제 집으로 돌려보내고 남은 자리.

자신을 에우랄이라 소개한 붉은 머리의 아이는 장로의 말에도 자리를 비킬 줄을 몰랐다.


"음므무므."


장로는 도통 말을 듣지 않는 아이라면서 에우랄의 볼을 길쭉이 잡아늘렸지만 그의 얼굴에 만발한 미소를 보면 그가 얼마나 에우랄을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장로의 품에 매달려있는 카콜은 이 상황이 재밌는지 장로가 하는 것처럼 제 앞발을 뻗어 에우랄의 얼굴을 만지작대고 있었다.


"아 할아버지. 잠시만 이러고 있는다고요!"

"이놈아. 이제 이들은 돌아가야 한다니까."


장로의 말에도 그녀는 붙들고 있는 이모의 팔을 놓을 줄을 몰랐다.

그는 아이의 마음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 할아버지. 저 엄마 보러 가면 안돼요?


죽음의 숲, 그 속에 위치한 엑살라니스라는 마을.

이곳은 카밀로테와 마찬가지로 외부로부터 단절되어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카밀로테에는 그것이 비록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는 해도 데클락이라는 출입구가 있는 반면에 엑살라니스는 완전히 숲에 둘러싸여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길잡이의 도움 없이는 자력으로 바깥으로 통할 수 없는 엑살라니스.

이곳에서 지내기 위해서는 따라야 할 절대적인 법칙이 한 가지 있었다.


마을에 거하는 자들은 때가 오기 전까지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오직 선택을 받은 극소수의 외부 사람만이 이곳 엑살라니스를 잠시 잠깐 방문할 수 있었다.

매달 태어나는 '셋'을 마을에 전달해주는 이트나 학교장이 바로 그 예였다.


그렇기에 이트나에 의해 이곳으로 옮겨진 아이들에게는 제 부모에 관해서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법칙에서 이야기하는 그 '때'라는 것이 언제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볼 수 없는 부모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면 오히려 해소할 수 없는 그리움만 키울 것이라는 판단 하에 이뤄진 결정이었다.


아이들은 모두 자기를 길러준 어른들을 제 부모라 여기며 지내게 하고 대신 나이가 차 성인이 된다면 비밀을 알려주기로 한 것이다.


다만 이곳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셋'이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두 해는 더 지나야 했기에 아직은 그 누구도 비밀을 알아선 안 되었다.


- 하부지! 맘마!

- 응? 맘마 먹자고?

- 아냐! 맘마! 맘! 마!

- 맘마가 아니라고? 에효... 이건 또 뭐라고 하는 거야.


그러나 어려서부터 에우랄은 제 어미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에우랄은 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자세한 원리는 모르지만 에우랄 엄마의 능력이라고.


아무튼 그로 인해 에우랄은 저에게 엄마가 있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며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라왔다.

좀 크고 난 이후 에우랄은 제 엄마와 이야기하는 것을 하루도 빼먹지 않았으며 자신이 엑살라니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는 곧 그림을 그려대기 시작했다.


- 할아버지! 우리 엄마는요 머리가 빨간색이래요! 그리고 머리가 허리까지 오고. 또 길고. 또 수치가 많대요! 수치가 뭐냐면 머리가 풍선하다는 말이래요! 풍선은 뭐냐면...

- 오늘은 엄마가 이모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어요. 되게 멋진 사람이래요. 치료사라는데 치료사는 사람이 다치면 고쳐주는 사람이래요. 머리가 엄마랑 다르게 짧고 또 머릿결이 많이 상했대요. 숱도 많이 없고... 또...


뭐 이런 식이었다.

그리고 이모란 존재는 에우랄이 항상 보고싶어하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던 이모를 만난 것이니 떨어지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이모! 나랑 여기서 살아!"

"이모는 너무 좋을 거 같은데! 진짜 우리 조카랑 여기서 살아버릴까?"


아이의 해맑은 미소를 어지간하면 지켜주고 싶어하는 장로이기에 평소라면 그대로 놔뒀을 테지만 오늘만큼은 그래선 안됐다.


"에우랄. 네가 지금 고집 부리면 안된다는 것은 네가 가장 잘 알지 않느냐."


장로가 조심스레 하는 말에 에우랄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녀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듯 입술을 오물거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율레가 말했다.


"왜 그래?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도 돼."

"있잖아..."


그러나 에우랄은 하려던 말을 꺼내지 못했다.

때마침 이트나 학교장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저희 볼 일도 다 마쳤는데 슬슬 돌아갈까요?"


입이 반쯤 열렸던 에우랄은 도로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에 뵈나 율레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 애들아 아무래도 우리가 서둘러서 돌아가야겠구나."


투실라고 옆에 딱 붙어있던 신비였다.

뚱뚱한 고양이는 심각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세슈람네 아버지가 습격을 당했다고 하는 구나. 그를 구하려던 다른 아이들도 전투에 참여한 상태고."

"!"


신비의 말에 넷이 놀란 얼굴이 되었다.

갑작스레 합류한 뵈나 율레 역시 무언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눈치껏 알아챘다.


"이런... 서두르도록 하죠."


이트나는 다급한 얼굴이 되어 다른 이들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조카와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말은 할 수 없었던 율레는 제 팔을 꼭 붙들고 있는 에우랄의 손을 조심스레 떼어냈다.


"이모가 꼭 다시 올게. 지금은 가봐야겠다."

"..."


율레와의 이별이 어지간히도 싫었는지 에우랄은 울먹거리고 있었다.


"자. 그럼 출발하도록 하자꾸나."


신비가 서둘러 뛰기 시작했고 그 뒤로 이트나, 넷, 율레, 듀시아가 따랐다.

그러나 그들이 속도를 제대로 내기도 전에 그들을 가로막는 자가 있었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에우랄이었다.


"이모! 지금 돌아가면 안돼!"


그녀의 갑작스런 행동에 장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에우랄!"


장로의 몸에 붙어있던 카콜이 몸집을 순식간에 키우더니 장로를 품에 안고는 펄쩍 뛰어올랐다.


콰아앙


거대해진 카콜이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에우랄 옆에 착지했다.


"쓸데 없는 말 하지 말거라! 집으로 돌아가자!"


호탕한 장로는 원래도 목소리가 컸으나 그가 화가 나자 그 목소리는 한층 더 커져있었다.

그러나 그의 호통에도 불구하고 에우랄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나 미래를 봐! 이모랑 같이 있고 싶어서 거짓말 하는 거 아니야! 지금 가면 다 죽어!"


그녀의 외침에 그녀를 붙들려던 장로도, 앞서서 무리를 이끌던 신비도, 그 뒤에 있던 이트나까지 모두 아연실색하였다.


"하아..."


이트나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 모습을 지켜본 넷은 에우랄이 조금 전 한 말에 대해서 이트나가 무엇인가 알고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몰랐다면 자신처럼 당황하거나 놀랐어야 했다.

일이 틀어진 사실에 화가 나 한숨을 내쉬는 것이 아니고 말이다.


"학교장님. 저게 지금 무슨 말이에요?"

"... 제가 오히려 묻고 싶네요. 에우랄양. 지금 그 말 무슨 말입니까?"


이트나의 날선 얼굴에 에우랄이 움찔하며 몸을 떨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에요..."

"혹시... 검은 장면을 본 겁니까?"

"... 네."


검은 장면을 봤다는 그녀의 긍정에 이트나는 물론 두 고양이와 장로까지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넷이 물었다.


"뭔가 일이 꼬인 거 같은데 저희가 따라갈 수 있게 설명을 좀 해주셔야 하지 않겠어요?"


관자놀이를 짚은 이트나는 잠시 망설이더니 설명을 시작했다.


"현재 펠페림 세슈람의 아버지 되시는 펠페림 디율 사번대 대장님께서 습격을 당하셨습니다."


이건 아까 이미 들은 이야기다.


"그리고 동시에 오르디나 이레 일번대 대장님께서도 습격을 당하셨고요."


이건 몰랐던 이야기다.


"정확히 말하면 사번대 대장님을 미끼로 이레님을 죽이려는 것이 바로 적들의 속셈이죠."

"네?"

"저희는 이걸 미리 알고 이에 맞춰 계획을 세워둔 상태입니다."


미리 알았다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전에 별대에 있었던 습격 때도 모든 마법에 거하는 자가 미리 그들에게 언질을 주긴 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요?"

"그런데 지금 이 계획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것 같네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으세요?"

"일단 에우랄양의 능력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네요."

"이보게 지금 말하면!"


잠시 장로가 끼어들었지만 이트나는 괜찮다며 말을 이었다.


"여기 에우랄양은 미래를 봐요."

"... 네?"

"정확히 말하면 현 상황에서 이후에 벌어질 수많은 가능성을 봐요."


이트나는 말을 잠시 멈추고 장로을 바라보았다.

장로는 이트나의 지금 선택이 옳은 선택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이미 에우랄이 미래를 본다는 중요한 사실을 밝힌 이후였다.

그에게도 생각이 있으니 비밀을 밝히는 것이리라 판단한 장로는 거대한 상태의 카콜을 툭툭 치며 말했다.


"네가 먹은 것들 좀 써 봐라."


그의 말에 카콜이 순식간에 몸집을 줄이더니 발톱을 세워 바닥에 정신없이 무언가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휘갈겨 적히는 말은 이리저리 어지럽게 엮여 있었다.


"카콜은 말을 먹고 산다."


로구르스.

본래 엣슘에 서식하는 희귀종인 곰으로 이들은 사람의 의지가 담긴 말을 먹고 산다고 한다.

그들의 귀로 흡수된 말은 체내에 저장이 되어 그들이 살아갈 힘을 제공하며 아직 소모되지 않은 말은 들은 그대로를 언제고 적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로구르스의 능력이었다.


그리고 카콜이 적고 있는 말은 에우랄에게서 들은 그녀가 본 수많은 가능성들을 그대로 적어 놓은 것이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문장이 보였다.

'옛말의 아이가 엑살라니스에 방문한 이후 적이 펠페림 디율을 습격한다면...'

으로 시작한 문장은 이후 다시 수 갈래 경우로 나뉘어 각기 다른 결론에 도달하고 있었다.


옛말이 필연적으로 일어날 정해진 사건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 결과에 도달하는 중에 벌어지는 찰나의 순간에 대한 수많은 경우의 수를 보는 것이 에우랄의 능력이었다.


"저희 혁명단은 이런 에우랄양의 능력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워낙 많은 힘을 요하는 일이라 시도때도 없이 도움을 받을 수는 없지만 에우랄에게 무리가 가지않는 선에 한해 정보를 제공받고 있는 것이었다.

12월 마을에서의 습격은 대비하지 못하고 별대의 습격은 대비할 수 있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에우랄의 능력에 대한 설명을 마친 이트나 학교장은 에우랄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번에 정해진 계획 역시 에우랄 양이 본 가능성 중 하나를 정한 것이에요.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경우를 말이에요."


습격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도 일부러 엑살라니스까지 온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습격을 비교적 피해 없이 넘기는 데에는 넷을 비롯한 사람들이 전투에 개입하는 시기가 굉장히 중요했다.


그의 설명을 들은 넷은 그제야 엑살라니스에 들어오기 전에 투실라고와 이트나가 나눈 대화가 이해가 갔다.


- 그러고 보니 시간을 너무 많이 지체했네요.

- 아니요. 사실 이 정도가 딱 좋습니다. 어차피 여기 일 빨리 끝내고 가봐야 기다려야 해서요.


그때는 카밀로테로 돌아가는데 무언가 기다릴 것이 있나 싶었다.

그게 아니었다.

이번 습격에 개입하는 시기를 재고 있는 것이었다.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은 무슨 말인데요?"

"원래대로라면 지금 돌아가 전투에 개입하면 되는 거였습니다만... 검은 장면을 보았다고 했죠?"

"... 네."


미래를 보는데 검은 장면을 보았다.

잘 모르고 들어도 불길한 예감이 팍팍 드는 말이다.


"지금껏 에우랄양이 검은 장면을 본 것은 파편이 관련된 미래를 볼 때 뿐이었습니다."

"네? 잠시만요."


만약 파편과 관련된 미래를 보지 못하는 것이라면 별대의 습격도 볼 수 없었어야 했다.

유스 유람이라는 파편이 관련되어 있던 일이잖은가?


"아니요. 그런 작은 파편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그러면 누구를 말하는 건데요?"

"카밀로테에서 제일 커다란 파편."


대현자가 이 습격에 개입하였다는 뜻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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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 아님 아무튼 아님 22.09.26 47 2 12쪽
87 87. 끼잉 22.09.22 46 3 12쪽
86 86. 오 오오옷 이 맛은 22.09.21 60 3 12쪽
85 85. 구라 치다 걸리면 22.09.20 42 3 12쪽
84 84. 조금만 나에게 힘을 나눠 줘 +1 22.09.19 4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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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 넌 이미 함정에 빠져 있다 22.09.14 47 2 12쪽
» 81. 이젠 가망이 없어 +1 22.09.13 5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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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79. 가족과 함께하는 밀도 있는 시간 22.09.08 50 2 12쪽
78 78. 아가리 싸움꾼 22.09.07 5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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