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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6.14 00:18
연재수 :
252 회
조회수 :
11,354
추천수 :
690
글자수 :
1,347,047

작성
22.10.17 12:00
조회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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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99. 실패의 이유

DUMMY

"끄어억..."


붉은 머리의 여성이 꼴사나운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자칭 에우랄 엄마.

타칭 미친 여자.

2와4사이월, 아니, 트리아트 율레 부대장의 동생인 트리아트 다날이었다.


그녀가 쓰러진 이유는 방어막을 유지한다고 힘을 다 쏟아부었기 때문이었다.

방금 전에 쓰러진 다날을 마지막으로 트리아트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집 한 구석에 쓰러져 있었다.

남은 것은 하람과 율트나 부부, 대장 세 명, 마지막으로 떼르 이시아였다.


이제는 지칠만도 한데 창밖으로 붉은 빛이 어김없이 번쩍였다.

저 포기를 모르는 치안군 무리를 제압하겠다고 마법을 재현하는 순간 이쪽의 입장이 난처해지는 것이라 여전히 방어막 뒤에 숨는 방법 말고는 없었다.

즉 남은 여섯 명만으로 저들의 공격이 그칠 때까지 버텨야 한다는 뜻이었다.


아니.

혼자서 땅에 새겨진 각인이 망가지지 않도록 상대 마법사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율트나를 빼면 실제로는 다섯 명이었다.


다음으로 방어막에 힘을 제공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 중 가장 먼저 나선 것은 디율 사번대 대장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를 디넷 오번대 대장이 막아섰다.


"아뇨. 제가 할게요. 디율 대장님도 그렇고 유드바 대장님도 그렇고. 며칠 전만 해도 몸에 구멍 뚫렸던 분들이잖아요."

"다 나았으니 괜찮습니다."

"그래. 디율이 시켜. 쟤 다 나았으니까."


짜악


"끄악."


옆에서 지켜보던 이시아의 매서운 손바닥이 유드바의 등 위로 떨어져 내렸다.

깐족거림에 대한 가차없는 응징이었다.

아내의 부릅뜬 눈에 유드바의 입이 꾹 닫혔다.

그 사이에 방어막이 부서져 내렸다.


이를 본 디넷 오번대 대장이 서둘러 제 힘을 각인에 흘렸다.

어디까지나 지금 이들은 일백이 넘는 치안군 대원들과 다른 마법사들에 의해 포위된 상태였다.

무너진 방어막이 금방 다시 솟아올랐다.


사번대는 힘을 쏟고 있는 오번대에게 다가갔다.


"진짜 괜찮습니다만."

"무리 좀 하지 마세요. 그 짧은 새에 다 나으면 그건 사람이 아니죠."


오번대의 말대로였다.

지금 이번대나 사번대나 멀쩡한 척하고 있지만 지금쯤 저들 몸을 감고 있는 붕대에는 피가 묻어나올 것이다.

빨리 나으려면 격한 움직임은 당연히 안되거니와 마법도 이왕이면 자제하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이 각인... 마법이 네 개... 다섯 개?"


줄곧 각인에 관심을 두고 있던 오번대는 직접 힘을 쏟아넣으며 각인된 마법에 대해서 좀 더 알 수가 있었다.

하나가 빛을 산란시키면 다른 하나는 열을 흡수했고 또 다른 마법이 흡수한 열을 자원 삼아 방어막을 보강하는 식이었다.

각 마법이 따로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체계를 이뤄 이상적인 방어막을 만드는 셈이었다.


오번대는 이 각인을 만든 사람으로 보이는 하람을 보며 물었다.


"대단해요... 제다카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하셨나봐요?"


그녀의 말에 하람이 티 나게 기뻐했다.


"하여튼 단순히 방어 마법 하나로만 막을 때보다 효율이 좋아서 저 혼자로도 꽤나 오래 버틸 수 있겠어요. 그러니 두 분은 좀 쉬세요."


오번대의 말에 사번대는 얌전히 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반면에 이번대는 계속해서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하람이 물었다.


"누구인지 찾아냈어요?"

"... 아니요."


치안군 무리 중에 이번대 대장을 음해한 자가 있었다.

추측하건대 그 자의 정체는 떼르 가주의 명을 받은 독사 중 한 명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번대가 차기 독사의 수장이었다고 해서 모든 구성원을 알지는 못했다.


이번대는 방어막 뒤로 몸을 피한 이후 줄곧 자신의 소행으로 꾸며 치안군을 죽인 독사를 찾고 있었다.

일단 어두웠으며 거리가 좀 되기도 해서 사실상 눈으로 찾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지만 사방에서 정의의 숨결을 날려댈 때마다 흘러나오는 빛에 언뜻언뜻 모습을 살필 수는 있었다.


'만약 나를 흉내내는 사람이 독사가 맞다면 이대로 얌전히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떼르 가주 밑에서 일해온 그였던만큼 독사의 집요함은 그가 가장 잘 알았다.

이번 계획의 처음 목적은 아마 트리아트 가문의 멸문이 맞을 것이다.


다만 중간중간 워낙 많은 변수가 끼어든 탓에 원하던 트리아트의 멸문은 이룰 수 없게 되었다.

치안군의 화력으로는 이쪽의 방어막을 뚫을 수 없으며 무리 중에 10단계를 넘길 정도의 위력을 낼 수 있는 마법사는 없는것 같았다.

방어 마법에서 권위자라 할 수 있는 오번대가 한참 막을 수 있다고 말했으니 이쪽에는 여유가 있는 반면 저쪽의 제다카는 이제 곧 힘을 잃기 시작할 터였다.


이 시점에서 처음 목표는 실패.

그렇다면 다음으로 독사가 해야 할 일은...


'최대한 이쪽의 입지를 불리하게 만드는 것.'


이 부분은 굳이 더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지금까지 독사가 보였던 수를 생각하면 이쪽의 입지를 불리하게 만들기 위해 독사가 할 행동은 뻔했으니까.


살벌한 소리가 이어지는 것과 상반되게 지루한 시간이 이어졌다.

과연 오번대는 자신의 말대로 혼자서 무수한 적들의 공격을 꽤나 오랫동안 막아냈다.

슬슬 치안군의 공격이 잦아들 무렵이었다.


그 긴 시간 창밖에서 시선을 떼지 않던 이번대가 손에 불의 창을 만들어냈다.


"디율아."


짜악


"아악! 디. 디율 대장님!"


이시아의 매서운 손바닥에 이번대가 얼른 말을 바꿨다.


"찾은 겁니까?"

"응. 좀 도와줘...세요."


짤막하게 할 일을 전달받은 사번대는 제 몸과 이번대의 몸을 바람으로 띄워 올렸다.


"어이쿠. 서둘러야겠네."


마침 아훔 부대장이 불로 된 작대기에 찔리고 있었다.


***


치안군 무리를 몰살시키려던 자를 막은 이번대는 손에 든 불의 창을 겨누며 물었다.


"독사야?"


하늘로 솟아오르던 불기둥은 공급되어야 할 힘이 끊기자 금방 꺼졌다.

이번대가 손가락을 튕기자 주변으로 작은 불꽃들이 일며 사방을 밝혔다.


"얼굴이 딱 몰래 사람 죽이고 다니게 생겼네."

"흐... 누가 누구 얼굴을 뭐라고 하는 거야."

"일단 독사가 맞기는 한가보군."


이번대 옆으로 뒤늦게 사번대가 도착했다.


"일단 사람들은 얼추 살렸네요."

"응."

"응이 뭐야. 네라고 해야죠."

"... 디율이 아주 재미 붙였지?"


적을 코앞에 두고 저런 여유를 부리다니.

독사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당장 자신이 저 두 괴물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저들도 그걸 아니 이렇게 여유를 부리는 것일 테고 말이다.


어떻게 해야할지 뒤룩뒤룩 눈을 굴리고 있으니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

저 멀리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고 있는 자가 소리를 질렀다.


"두 분! 더 이상 움직이지 마십쇼!"


아직 거리가 꽤나 멀어 정확한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번대나 사번대나 목소리만으로도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펠페림 유날, 육번대 대장이었다.


"쯧."


이번대가 혀를 찼다.

그녀의 등장으로 상황이 굉장히 귀찮아지고 말았다.

찰나의 시간동안 그는 머릿속으로 현재 그가 할 수 있는 최적의 행동이 무엇일지 계산을 시작했다.


'어차피 독사에 의해 죽을 뻔 했던 자들이 살아있다면 육번대의 오해는 자연스레 풀린다. 욕심을 부리자면 독사를 생포하고 싶지만...'


그들은 붙잡힐 것을 대비해 항상 나름의 수를 준비해 둔다.

독사를 생포한다고 살려뒀다가 오히려 예상치 못한 수에 일이 틀어질 가능성이 더 컸다.

특히나 육번대와 대치까지 하면서 독사를 확실히 묶어둘 자신이 없었다.


'만약 일이 꼬이기라도 한다면...'


욕심을 부려 성공하면 얻는 것이 많았지만 대신 그만큼 일이 잘못 되었을 때의 위험도 커진다.

평소 그의 성격이라면 욕심을 부렸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결정을 내린 이번대는 불의 창을 들어 눈 앞의 독사의 가슴을 향해 내질렀다.


하지만 그 순간 멀리서 샛노란 빛이 번쩍였고


콰르릉


공기가 떨리는 소리와 동시에 날아온 번개 줄기가 이번대가 내지른 불의 창의 궤도를 틀고 말았다.

그 탓에 창은 독사의 가슴이 아닌 어깻죽지를 찌르는 것으로 그쳤다.


육번대가 나타난 것이 성가신 이유였다.

번개 마법 특화인 그녀의 공격은 위력으로 치면 이번대 다음이었지만 그 속도가 말도 안되게 빨랐다.

그뿐만 아니라 집광 시간도 굉장히 짧아 과장 조금 보태서 대원들은 그녀를 살아있는 제다카라 부르곤 했다.


첫 시도에 독사를 죽이는 데에 실패한 이번대는 독사의 어깨 채로 전신을 불태우려 했지만 독사의 행동이 더 빨랐다.




그는 너덜너덜해진 제 팔에 폭발 마법을 일으켜 불의 창에서 몸을 빼냈다.


"끄아아악! 죽고 싶지 않아! 살려주세요!"


그는 곧바로 치안군 대원들을 향해 뛰어갔다.

육번대가 듣기를 바라는 듯 일부러 고래고래 지르는 비명.

향하는 방향은 그나마 사람들이 많이 뭉쳐있는 곳.

속셈이 너무 노골적이었다.


굳이 이번대가 말하지 않아도 사번대 역시 그의 속셈을 파악했는지 달아나는 그를 향해 날카로운 바람을 쏟아냈다.


그에 맞춰 연달아 노란 빛이 깜빡였다.

번개 줄기가 도망가는 독사를 향해 날아가는 바람을 막아냈다.


"유날 저 애가 실력이 는 것인지 내가 나이가 든 것인지..."


한탄 섞인 불평을 늘어놓은 사번대는 숨을 들이키며 발을 굴렀다.

이번대 역시 독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어김없이 날아오는 번개 줄기를 이번대가 창으로 막아낸 사이 사번대가 폭발적으로 속도를 더했다.


- 디율아. 독사를 상대할 때는 언제나 목을 쳐. 아니면 숨이 완전히 끊기기 전까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무리에 다다른 독사를 따라잡은 사번대의 손에 날카로운 바람이 맺혔다.


쐐애액


바람이 몰아치는 소리와 함께 독사의 목이 떨어졌다.


"이러면 괜찮..."


무사히 치안군 무리를 구했다는 생각에 안심하는 것도 잠깐이었다.

목이 떨어진 독사가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는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독사의 목을 친 직후 그의 몸 한 구석이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크기로 보나 독사가 죽고도 기능이 멈추지 않는 것을 보나 마법석이 분명했다.


서둘러 몸을 뒤져 꺼낸 마법석은 꽤나 큼직했다.

군용 마법석으로 만들 때 쓰이는 싸구려 보석이 아닌 양질의 가넷이었다.

애초에 재현될 때까지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것부터 안에 각인된 마법이 평범한 마법이 아님을 뜻했다.


마법석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고급 가넷을 일회용으로 소모할 정도의 위력이라는 뜻이었다.


'최소한 9단계? 아니면 10단계?'


당장 사번대에게는 이를 피해없이 막을 수단이 없었다.

상황은 이번대 역시 마찬가지.


"이리 던지세요!"


들려온 목소리는 육번대의 것이 아니었다.

오번대 대장 디넷, 그녀의 목소리였다.

육번대의 개입을 보고 지원하기 위해 나온 참이었다.


사번대는 그녀의 말대로 얼른 가넷을 그녀를 향해 던졌다.


그녀의 지팡이에서 흘러나온 희끄무레한 막이 가넷을 감쌌다.

마법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한 겹, 두 겹, 세 겹...

마법석에서 붉게 흘러나오는 빛을 가리고도 남을 만큼 두꺼운 막이 순식간에 가넷을 감쌌다.


쿠르릉


작게 울리는 폭음 소리와 함께 두껍게 쌓인 방어막이 들썩였다.

크게 떨린 방어막은 직후 바스라졌고 그 사이로 까만 연기만 흘러나왔다.


어디까지나 방어 마법 특화인 오번대였다.

백여 발의 정의의 숨결을 막는 것은 범위도 그렇고 개수도 그렇고 막기가 훨씬 더 까다로워서 어쩔 수 없었지만 조건만 맞으면 그녀는 이번대의 불의 창도 막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독사의 계획을 무사히 막아냈다는 생각에 세 명의 대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사이 육번대가 도착했다.


"디율 대장님! 어째서 죽이신 겁니까!"


그녀는 분노에 몸까지 떨고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멀리서 보기에는 대장이라는 자들이 그녀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쫓아가 카밀로테인을 죽인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테니 말이다.


하늘에 떠있는 그녀의 주위로 번개가 튀기 시작했다.


"일단 내 말을...!"


분노한 그녀에게 사번대가 설명을 하려 했지만 설명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화아아악


바닥에서 솟은 불기둥이 치안군 무리를 뒤덮었기 때문이다.

카밀로테 작명표.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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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7. 끼잉 22.09.22 46 3 12쪽
86 86. 오 오오옷 이 맛은 22.09.21 60 3 12쪽
85 85. 구라 치다 걸리면 22.09.20 42 3 12쪽
84 84. 조금만 나에게 힘을 나눠 줘 +1 22.09.19 46 3 12쪽
83 83. 한 번 봐준다 22.09.15 48 2 11쪽
82 82. 넌 이미 함정에 빠져 있다 22.09.14 47 2 12쪽
81 81. 이젠 가망이 없어 +1 22.09.13 5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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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75. 멈춰 22.09.01 4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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