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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6.21 18:00
연재수 :
254 회
조회수 :
11,416
추천수 :
692
글자수 :
1,360,283

작성
22.10.13 11:58
조회
48
추천
2
글자
12쪽

98.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DUMMY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간듯 정규군 부대는 어지러웠다.

부대가 습격을 당한 것도 부대 내에서 싸움이 붙었던 것도 아니었다.

이 소란의 원인은 어디까지나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있던 세 명의 대장이 했던 말 때문이었다.

대원들은 모두 삼삼오오 모여서 펠페림 디율이 했던 말에 대해서 쑥덕거리고 있었다.


이 이야기에 충격을 받은 것은 비단 대원들만이 아니었다.

세유 세슐과 펠페림 유날.

각각 칠번대와 육번대의 대장인 그들은 저 망나니같은 세 대장이 터뜨린 일을 수습해야할 사람들이었지만 이들 역시 이 사태가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단상 옆에 우두커니 선 채 두 사람은 혼란에 빠진 대원들을 물끄러미 볼 뿐이었다.


"저주받은 마법사를 따른다니..."


특히나 칠번대는 그 충격이 큰듯했다.

상인 가문 세유 출신인 그는 모든 일을 예측하고 계산하기를 멈추지 않는 자였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도 못한 변수가 갑자기 끼어든 것이니 머리가 아플만도 했다.


"법적으로 저주받은 마법사를 따르는 일이 금지된 일은 아닙니다."


유날 육번대 대장의 말이었다.

가장 모범적인 군인이라 할 수 있는 그녀다운 접근법이라 할 수 있겠지만 칠번대는 그녀 역시 이번 사건이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말 한 번 더 해서 아주 열 번을 채우지 그러나."

"법적으로..."

"진짜 하라는 말이 아니잖는가."


아까부터 사고가 멈췄는지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는 그녀였다.


"후..."


일단 혼란스러운 부대를 수습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데 여기서 자신이 어떤 노선을 타야 자신에게 오는 피해가 적을지, 그 판단이 잘 서지 않는 칠번대였다.


- 지금 그 말은 카밀로테인의 적이 되겠다는 말인가?

- 아니요. 제가 트리아트 셋을 따른다는 말이 카밀로테를 적대하겠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저는 여전히 카밀로테를 위해서 일하는 자입니다. 제 전심을 다해 연합전에 임할 것이고 전력을 다해 제 사람을 지킬 것입니다.


세슐의 물음에 디율 사번대 대장이 했던 답이었다.

디율이 실제로 트리아트 셋을 따르기로 결정한 것은 굉장히 최근의 일이다.

그것도 실제로 죽음의 숲을 경험하고 온 것도 아닌 오로지 대략적인 설명만 듣고 결정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트리아트 셋을 따른다는 그의 마음은 진심이었으며 카밀로테를 지키겠다는 그의 마음 역시 한결같았다.


- 아니. 자네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네. 자네가 따르는 자가 저주받은 마법사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야.

- 엄밀히 말해 법적으로 금하고 있는 사안은 아닙니다.


그래.

유날 육번대 대장이 지겹도록 되뇌고 있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것이었다.


- 그건 법으로 금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지! 속죄일을 보게! 저 붉은 머리 가문의 이름을 빼앗은 것은 어떻고! 카밀로테에 피해가 오지도 않는 연합전에 꼬박꼬박 참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저주받은 마법사가 풀어놓은 용을 죽이기 위해서! 같은 마법사가 범한 죄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말이야!


그가 열변을 토해내는 것이 무색하게 사번대는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을 이어갔다.


- 압니다.

- 그런데도!

- 세슐 대장님. 트리아트 셋을 따른다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대한 사안이고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겠죠. 하지만 그건 지금 저희가 할 일이 아닙니다.


음?

이만한 사고를 냈으면 이를 수습해야하는 것이 우선 아닌가?


- 애초에 이 문제는 지금 저희끼리 얘기 좀 나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제 신념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나중 일이라는 말입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트리아트 가문이 엉뚱한 오해를 받아 멸문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죠.

- ...


사번대의 말에 맞춰 멀찍이서 누군가 다가왔다.

이번대 대장의 아내이자 집행관의 보좌인인 떼르 이시아였다.

습격 당시 입은 부상을 치료한답시고 지금껏 얼굴을 보이지 않던 그녀가 하필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명백했다.


- 서두르죠. 치안군이 이미 마을로 향했다고 해요.

- 자네들 처음부터 이러려고...


그들은 붉은 머리 가문의 마을을 지키기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 이번 일을 벌인 것이었다.


"저는..."


상황을 정리하던 칠번대의 귀로 육번대의 말이 들렸다.

사번대의 성명서 발표 이후 처음으로 다른 말을 하는 것이었다.


"디율 대장님의 말대로 이번 일에 대한 판단은 신중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그걸 모르겠나? 판단 자체가 필요한 일이 아닐 수도 있기에 고민하는 것일세."


막말로 저주받은 마법사를 따른다는 이를 얌전히 내버려 뒀다는 사실 자체가 나중에 그에게 덫으로 작용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또 넷이라는 계집을 통해 카밀로테의 변화를 꾀하던 대현자의 행보를 보면 여기서 함부로 저들을 해하는 것 역시 위험부담이 큰 선택이었다


"세슐 대장님께서 무슨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일이 복잡할 때는 원칙을 따르는 것이 가장 뒤탈이 적습니다."

"그 말은..."

"일단 2와4사이월의 멸문을 막는데 힘을 보태는 것이 옳은 것 같습니다."


일견 타당해 보이는 육번대의 말에 칠번대의 마음이 기우는 찰나였다.

저 멀리서 거대한 불기둥이 솟았다.

방향은 붉은 머리의 마을 쪽.


이렇게 먼 거리에서 보일 정도로 거대한 불기둥이라면 아무나 재현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위력적인 불 마법을 본 두 대장의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인물은 몇 없었다.

그리고 저 방향으로 향한 사람이라면 이번대 대장, 떼르 유드바.


두 대장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다.


"빌어먹을... 막으러 간다더니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거야."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세슐 대장님께서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부대를 이끌고 와주시겠습니까?"

"알겠네."


육번대는 몸에 바람을 둘러 날아갔고 칠번대 대장은 일번대를 제외한 모든 부대장을 모아 부대를 정비 시켰다.


"칠번대는 제다카만 챙기고 곧바로 2와4사이월 마을로 향한다. 나머지 부대는 일단 대기하고 있도록."


순식간에 어지러워진 부대.

각자 제 부대를 찾아 이동하는 중에 따로 구석으로 빠지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가장 가까운 건물 안에 숨어 들고는 서둘러 창문을 가렸다.


얇은 천을 뚫고 환한 빛이 퍼져나갔다 사라졌지만 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이번대 대장의 공격에 동료를 잃은 치안군은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공격하지 않으면 되려 당한다는 생각에 그들은 쉴 새 없이 정의의 숨결을 날려댔다.

그렇게 한참을 쏘아대니 차츰 제다카 끝에 박힌 루비가 제 기능을 멈추기 시작했다.


아무리 효율 좋게 만들어졌다고 한들 가져다 쓸 수 있는 힘이 무한하지는 않았다.

물론 지금까지 정의의 숨결을 날려댄 횟수가 백 번을 넘긴 이후부터는 세지 않았으니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지팡이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대로 며칠 놔두면 루비와 지팡이에는 힘이 다시 찰 것이지만 문제는 제다카를 쓰고 있는 자들이 치안군이라는 것이었다.

당장 제다카가 멈추면 그들로서는 공격할 수단이 사라지는 셈이었다.


아훔 부대장이 손을 들어올렸다.

그에 맞춰 무리가 쏘아내던 마법이 그쳤다.

멀리 먼지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먼지가 걷히고 나온 것은 익숙한 모양의 방어막이었다.

정의의 숨결을 능히 막아내던 그 방어막이었다.


"빌어먹을 방어막은 도무지 끝을 모르는군."


아훔은 얼마나 소리를 질러댔는지 목소리가 잔뜩 쉬어있었다.

물론 그 시간만큼 치안군은 저 방어막을 숱하게 부섰지만 어떻게 생겨먹은 방어막이길래 부서도 부서도 다시 생기는 것이었다.

설상가상 이제는 제다카마저 하나둘씩 힘을 잃어가고 있는 상태.


"저들을 죽이는 것은 무리겠어."


4월 마을의 마법 연구소 소속이라는 마법사가 아훔에게 다가가며 말을 걸었다.


"당신이 저 방어막을 무력화시키지 못해서 이런 것이다."

"그러면 어쩌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수단이 다 막혔는데."


집 주변으로 펼쳐진 방어막을 다시 본 즉시 아훔은 연구소 소속 마법사를 불러냈었다.


- 저쪽에 마법 각인에 능통한 사람이 있나보오. 순식간에 어그러진 각인을 복구한 것을 보면 보통 실력은 아닌듯 한데...

- 뭐가 되었든 저 땅을 다시 망치면 되는 것 아닌가?"


아훔의 말대로 그는 집 주변으로 마법이 각인된 땅을 망가트리려 했지만 이미 보완을 했는지 아무리 땅을 움직이려 해도 땅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남은 선택지는 힘으로 밀어붙인다는 것이었지만 결과가 지금 이 모양 이 꼴이었다.


"이제 어쩔 것이지?"


연구소 소속 마법사가 아훔 부대장에게 물었지만 아훔에게서 한참이나 답이 나오지 않았다.


"망설이고 있군."


그의 말대로였다.

아훔은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폭발로 대원들이 죽었을 때만 해도 적을 죽여야 한다는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한참이나 뚫리지 않는 공격을 하면서 이성이 차츰 돌아온 것이다.


그가 아무리 마법 실력이 달리는 반편이라고 하지만 정규군의 대장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지는 않았다.

가장 강한 마법사.

그런 자가 세 사람이다.


아무리 그들이 정의의 숨결을 난사한다고 하고 있다고 해도 공격할 틈이 전혀 없었겠는가?

제다카가 대단한 것은 9단계 위력의 마법을 숨쉬듯 쏘아댈 수 있다는 점에 있지만 딱 그뿐이다.

그보다 더 강한 위력의 마법들은 많았고 상황에 맞춰 재현하는 마법은 위력이 강하지 않아도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제다카라는 엄청난 무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정규군을 뽑을 때 마법사의 실력을 보는 것이다.

그 정점에 선 자가 바로 대장이라는 자들이고.


하지만 처음 몇 번의 폭발 이후로 대장들은 치안군을 공격하지 않고 줄곧 막기만 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래.

어쩌면 폭발 마법은 이번대 대장의 짓이 아닐지도...


"그래선 안돼. 그건 네가 할 일이 아니지."


어느새 연구소 소속 마법사의 손에 불꽃으로 된 검이 들려 있었다.


"!"


아훔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불의 검이 아훔의 옆구리를 꿰뚫었다.


"끄아아아악!"


내장부터 불에 타들어가는 끔직한 고통에 아훔이 비명을 질렀다.

고통에 가득찬 아훔의 귀에 그가 속삭였다.


"그냥 하던대로 분노에 몸을 맡겼어야지."

"이... 용새, 끼가... 아아아악!"

"크큭."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일이 벌어진 탓에 다른 대원들의 반응은 느렸다.

아훔이 불의 검에 찔린 이후에야 움직이려는 대원들을 향해 연구소 소속 마법사가 말했다.


"함부로 움직이지 말아. 바닥을 보면 뭐가 좀 다르지?"


그의 말에 대원들의 눈이 반사적으로 바닥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들 무리가 서있는 땅에는 어지러이 금이 그어져 있었다.


"그게 바로 각인이라는 거야. 그리고 내가 이렇게 힘을 불어넣는다면..."


그의 발 아래부터 바닥에 새겨진 금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불길함을 감지한 대원들과 일반 마법사들이 공포에 질려 각인 밖으로 나가려 했다.


"이미 늦었어."


순식간에 붉게 변한 금이 밝게 빛나며 열기를 뿜어내는 순간.

거센 바람이 일며 무리들은 물론 아훔과 연구소 소속 마법사까지 각인 범위 밖으로 날려버렸다.

그들이 날아간 직후 거대한 불기둥이 하늘높이 솟아올랐다.


미처 각인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몇몇의 신체 일부가 불기둥에 휩쓸리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무사했다.


화르륵


무리가 무사히 각인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연구소 소속 마법사 앞으로 후끈한 열기가 닥쳐왔다.

그는 간신히 몸을 굴려 열기에서 벗어났다.


"내 흉내를 낼 거면 좀 제대로 하지. 누가 이렇게 흉내를 못내는가 싶었는데."


그가 고개를 올려본 곳에는 유드바 이번대 대장이 손에 불의 창을 들고 서있었다.


"너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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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2. 민낯에 자신 있는 편 22.10.20 52 2 12쪽
101 101. 빛이 어둠에 비치되 22.10.19 43 2 11쪽
100 100. 도입부는 빠르고 힘차게 +1 22.10.18 55 1 12쪽
99 99. 실패의 이유 22.10.17 43 2 12쪽
» 98.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22.10.13 48 2 12쪽
97 97. 악으로 깡으로 22.10.12 4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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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 아님 아무튼 아님 22.09.26 47 2 12쪽
87 87. 끼잉 22.09.22 46 3 12쪽
86 86. 오 오오옷 이 맛은 22.09.21 60 3 12쪽
85 85. 구라 치다 걸리면 22.09.20 42 3 12쪽
84 84. 조금만 나에게 힘을 나눠 줘 +1 22.09.19 4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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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 넌 이미 함정에 빠져 있다 22.09.14 47 2 12쪽
81 81. 이젠 가망이 없어 +1 22.09.13 5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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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8. 아가리 싸움꾼 22.09.07 5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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