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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6.21 18:00
연재수 :
254 회
조회수 :
11,420
추천수 :
692
글자수 :
1,360,283

작성
22.10.19 12:01
조회
43
추천
2
글자
11쪽

101. 빛이 어둠에 비치되

DUMMY

바위 거인의 등 뒤로 밝아오는 붉은 빛이 어둠을 걷어냈다.

정규군 칠번대가 만들어낸 정의의 숨결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일촉즉발의 상황.


"마지막으로 제안하지. 내 성격 알 거야. 두 번 묻지 않는 내가 이리도 인내하는 것은 그만큼 자네들을 존중한다는 뜻이야."

"..."

"그러니 내 제안을 받아들이게. 이대로 얌전히 따라온다면 누구 하나 다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지."


칠번대 대장의 제안은 무척 관대해보였지만 실상은 대장 세 명과 충돌하는 것이 그만큼 부담스럽기 때문이었다.

유드바나 디율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싸움이 벌어진다고 해도 그 끝은 무조건 칠번대의 승리로 돌아갈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부대의 피해 역시 작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정황상 여기서 세슐이 저들을 붙잡아야 하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이뤄내야할 일이었다.

좋으나 싫으나 해야만 한다면 기왕이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싶은 것은 인간의 당연한 심리였다.


"세슐 대장님의 제안에 감사드리지만 안타깝게도 물러날 구석이 없는지라..."

"... 그래. 이렇게 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속이 쓰린 것은 어쩔 수 없군."

"죄송합니다."


칠번대가 바위 거인에서 내려와 육번대를 챙겨 뒤에 있는 부대에 합류하였다.

그가 부대로 빠지는 동안 바위 거인 양 옆으로 그와 똑같은 크기의 거인 두 체가 만들어졌다.


"디율아. 저들 상대로 버티는 것은 무리야."

"압니다."


치안군이면 모를까 저들은 본격적으로 훈련을 받은 정규군이다.

이번대의 말대로 버티는 것은 무리였다.

오번대가 물었다.


"어떻게 할 거예요?"


그녀의 질문에 대한 답은 뒤에서 들려왔다.


"버텨요."


떼르 이시아였다.

하람과 율트나 부부와 함께였다.


"여보. 그게 안된다니까? 이미 일은 틀어졌어. 버티면 승산이 없지만 공세로 전환하면 이 중에 몇은 살 수도 있어."

"..."

"당신만은 내가 절대 죽게 놔두지 않을 거야. 그러니 나를 믿고..."


짜악


이시아가 이번대의 등을 후리는 소리였다.


"아무 대책 없이 버티라는 게 아니야... 신호가 왔어."

"무슨 신호?"

"버티라고."

"아니. 그건 지금까지 우리가 계속 하고 있던 거..."


대화를 나누는 사이 바위 거인 두 체가 완성되었다.

다 완성된 바위 거인들이 걸음을 옮겼다.


쿠르릉


묵직한 그들의 걸음에 땅이 진동했고.


쐐애애액


이를 신호로 정의의 숨결이 쏘아졌다.


"하아..."


유드바는 한숨을 내쉬며 저에게 날아오는 정의의 숨결을 세었다.

다른 대장도 마찬가지였다.

공세로 전환을 하든 아니면 버티든 이번 공격은 막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칠번대 대원 수는 총 187명.

187개의 정의의 숨결이 여섯 명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하람과 율트나.

이시아와 이번대.

사번대와 오번대.

그들은 날아드는 정의의 숨결을 막기 위해 각자의 방법으로 마법을 재현했다.


이번대가 휘두른 불의 창이 거대한 불길을 뿜어냈다.

사번대 앞으로 거대한 폭풍이 일어났으며 오번대가 펼친 방어막이 아군을 감쌌다.

이 외에도 각자의 최선으로 재현된 마법이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재현되었다.


이윽고 마법과 마법이 충돌하려는 순간.

이변이 벌어졌다.


쏴아아아아


하늘에 깔린 짙은 밤을 몰아내며 큰빛이 떠오른 것이다.


***


시간을 조금 되돌려 율레 부대장의 병실.

듀시아와 딜람이 공간 이동으로 정규군 부대에서 병실로 넘어왔다.

병실에 도착하자마자 듀시아는 부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서 전했다.


"일이 틀어졌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충돌 없이 끝났어야 하는데 유드바 대장님의 것으로 보이는 불기둥이 솟았어요. 다른 대장님들은 이를 막기 위해 현장으로 가는 중이고요."


하지만 그의 보고를 들은 이트나는 전혀 놀란 눈치가 아니었다.


"불기둥은 저도 이미 봤어요. 하지만 아직 괜찮아요. 주황색이에요."


이트나의 손에 들린 주황색 돌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협상이 순조롭게 흘러간다면 초록 돌, 일이 틀어져 어렵게 되었다면 주황 돌, 아예 불가능해지면 빨간 돌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애초에 이트나와 이시아가 했던 약속이었다.


협상이 시작할 때쯤부터 신호가 온 것은 주황 돌이었다.

그래서 불기둥이 솟았을 때에는 일이 더 심해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신호는 주황색 그대로였다.

즉 불기둥과 관련된 일은 잘 해결했다는 뜻.


"아직은 협상의 여지가 있으니 지켜보는 것이 맞아요."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 다른 불기둥이 솟았다.

더 밝고 더 큰 불이었다.

불기둥이 솟음과 함께 주황색 돌이 꺼지고 빨간색 돌에 신호가 들어왔다.


협상이 불가능해졌다는 뜻이었다.


"마을로 향한 사람은 대장 두 명 뿐인가요?"

"아니요. 대장님 두 분과 칠번대가 갔습니다. 여차하면 다른 부대 역시 움직일 수 있게 준비하고 있었고요."


협상이 틀어지면 남은 것은 전투 뿐이다.

주황색 불이 들어올 때부터 이트나는 내심 짐작은 하고 있었다.

대현자는 적당히 찔러보고 혁명단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려고 이번 일을 벌인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대현자는 전쟁을 원하고 있었다.


'전쟁을 원하는 이유가 뭐지? 끝까지 넷이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대현자 속 파편의 속셈은 혁명단 역시 이미 알고 있었다.

넷의 몸을 차지하려는 것.

그러려면 무조건적으로 넷의 대외적인 평판은 긍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했다.

전쟁에 참여한 그녀가 해방주의자라는 오해를 사게 된다면 파편이 넷의 몸을 차지하는 계획도 틀어지는 셈이다.


'이제와서 넷을 죽이겠다고 마음을 바꿨을 리는 없다. 대현자는 여전히 넷을 원한다. 그럼에도 넷이 불리해질 상황을 만들어냈다...'


이트나는 당장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뭐가 되었든 지금 혁명단이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트리아트 가문, 딜람의 부모님, 세슈람의 아버지, 거기에 오번대 대장까지.

이들을 구하는 것.


이트나가 결정할 것이라고는 이들을 구하기 위해 누구를 보낼 것인가였다.


일단은 저쪽에 버티라는 신호를 보낸 후, 누구를 보낼지 고민하고 있는 사이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르디나 이레, 일번대 대장이었다.

그녀는 이센의 부축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방금 깨어났고 상황은 대충 전해들었다."


그녀는 율레 부대장 옆에 있는 율레 치료사를 보며 간단히 감사 인사를 건넸다.


"나를 구해준 치료사님께 제대로 감사를 드리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말이야. 꼬마야. 네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은 누구를 보낼 것이냐 일테지?"


그녀가 이트나에게 묻자 그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했다.


"넷양이 혼자 간다고 해도 침묵 마법이 있으니 전쟁을 막는 것 자체는 쉽게 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넷을 보내는 것이 맞는 선택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현자가 원하는 것이 바로 이번 일에 넷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대현자가 원할 리가 없는데도 그의 직감은 반대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이대로 대현자의 장단에 맞춰주기에는 영 찝찝한 것이었다.


"고민할 시간이 없다. 지금은 행동에 옮길 때다. 저들을 죽일 수는 없지 않느냐."

"... 네."

"출정식을 좀 거창하게 한다고 생각하자꾸나."

"그 말뜻은 저희 모두 간다는 겁니까?"

"그래."


그녀의 말에 혁명단의 단원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으로 벌어질 모든 일이 미지수로 남아 있는 순간.

싸움이 벌어질 수도, 그 과정에서 누군가 죽을 수도, 또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었다.

정말이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두터운 안개 속에서 걸음을 내딛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혁명단에는 붙잡을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붙잡을 무엇, 의지할 무엇.

그게 무엇인지는 이레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일어난 자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이레가 말했다.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마라. 허리를 꼿꼿이 펴고 눈에 힘을 줘라. 원래 이런 것은 기선제압이 중요한 법이다."


구부정하게 위축되어 있던 이들이 어깨를 폈고.


"지팡이를 들어라.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험하지만 항상 그분의 의지가 함께할 것이니."


지팡이를 쥔 손의 떨림이 멎었으며.


"제 몸을 희생해 용을 죽이기까지 한 그 강철같은 의지가 우리가 재현하는 마법의 조각조각마다 깃들 것이다."


눈동자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겼다.


"이 순간, 이 땅 위에서, 우리의 삶 속에 재현되는 그분의 의지로인해 우리는 그 분을 증거할 것이니. 자부심을 가져라. 우리는 트리아트 셋을 따르는 자. 혁명단이다."


듀시아의 지팡이 끝으로 맺힌 커다란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가자. 동료를 구하러. 카밀로테를 구하러."


쏴아아아아


밝기를 더하며 퍼져 나간 빛이 곧 혁명단을 집어삼켰다.


***


하늘에 깔린 짙은 밤을 몰아내며.

큰빛이 떠올랐다.


밤을 몰아내고 잠시나마 아침을 이룬 빛은 금방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자들은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잠잠하라."


누군가의 나지막한 선언과 함께 알 수 없는 무형의 힘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적들의 수많은 정의의 숨결이 공기 중에 흩어져 사라졌다.

아군의 방어막이 사라졌고 폭풍이 멎었으며 불길이 사그라들었다.

묵직한 걸음을 옮기던 바위 거인 세 체 역시 무형의 힘 속에 제 모습을 감추었다.


"..."


긴 시간.

각자의 마법으로 소란스럽던 3월 마을에 비로소 침묵이 내려앉았다.


한 순간에 수많은 마법이 그치는 것을 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순간 말을 잃었다.

순간 어둠을 걷어낼 정도로 밝은 빛이 비춘 직후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뒤덮었던 두꺼운 구름은 어느새 사라지고 별들이 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별이 쏟아내는 엷은 빛을 맞으며 하늘에는 여자아이가 서있었다.


구불구불한 붉은 머리.

새하얀 피부.

모든 마법을 침묵시키며 트리아트 넷이 서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뒤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떼르 듀시아, 떼르 딜람, 펠페림 세슈람.

넷과 함께하는 3인방이 그녀 바로 뒤에 서있었으며.


떼르 이트나 학교장, 트리아트 율레 부대장, 뵈나 율레 치료사.

이들이 그 뒤를.


마지막으로 오르디나 이레 일번대 대장이 오르디나 이센 부대장의 부축을 받으며 서있었다.


초췌한 몰골의 이레 일번대 대장이 앞으로 나와 넷의 옆으로 섰다.

마법이 사라지고 침묵이 내려앉은 곳으로 이레의 조용한 선언이 울려퍼졌다.


"우리는 혁명단. 트리아트 셋을 따르는 자들이다."

카밀로테 작명표.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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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05. 내 옆에 계속 있어 22.10.26 147 1 12쪽
104 104. 왜 이제 왔어 기다렸잖아 22.10.25 45 2 12쪽
103 103. 검은 용이 울부짖었다 +1 22.10.24 38 2 12쪽
102 102. 민낯에 자신 있는 편 22.10.20 52 2 12쪽
» 101. 빛이 어둠에 비치되 22.10.19 44 2 11쪽
100 100. 도입부는 빠르고 힘차게 +1 22.10.18 55 1 12쪽
99 99. 실패의 이유 22.10.17 4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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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5. 구라 치다 걸리면 22.09.20 42 3 12쪽
84 84. 조금만 나에게 힘을 나눠 줘 +1 22.09.19 4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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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 넌 이미 함정에 빠져 있다 22.09.14 47 2 12쪽
81 81. 이젠 가망이 없어 +1 22.09.13 5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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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79. 가족과 함께하는 밀도 있는 시간 22.09.08 50 2 12쪽
78 78. 아가리 싸움꾼 22.09.07 5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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