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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큐 님의 서재입니다.

왜놈 때려잡는 조선각성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타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7.23 14:41
최근연재일 :
2023.09.27 10:00
연재수 :
63 회
조회수 :
80,207
추천수 :
1,727
글자수 :
338,928

작성
23.07.24 18:00
조회
3,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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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글자
12쪽

범 잡는 백정

DUMMY

수레를 끌고 도착한 곳은 한옥 마을에서 본 듯한 대궐 같은 대감댁 그 자체였다.


“우와아··· 진짜 넓다.”


잠시 후 작은 문이 열렸고, 웬 여노비 하나가 뛰어나왔다.


“으윽! 냄새! 이쪽으로 와요! 저기 중앙으론 절대 가지말고.”

“예.”


여노비는 수레에 실린 고기들을보며 코를 틀어막았다.

비슷한 수준의 노비 주제에도 우리를 무시하는게 역력히 드러났다.


“이 안쪽에 들여다 놓으라고.”

“예.”


주방인지 뭔지 이 정도면 궁 안에 있는 수랏간도 이 정도가 될까 싶을 정도로 넓은 공간이었다.

여기저기서 음식을 준비중이었고, 수레에서 고기를 옮기자 웬 남자가 바로 손질을 이어갔다.


‘꽤나 실력이 좋군.’


일반적인 집에서는 고기를 부위별로 나누어줘야하지만, 여기선 그럴 필요가 없었다.

헌관 나으리께서 드실 음식에 백정의 손을 최대한 닿지 않게 하려는 노비들의 뜻이었다.


“뭐하고 섰느냐! 고기 가져다 놨으면 썩 꺼지거라!”

“예.”


구경하는 사이.

고기손질하던 놈이 우리를 쫓아냈다.

1년간 나도 이런 취급이 익숙해졌다.

아니 헌터시절에도 익숙했다.


이 상태로는 백헌관에게 왜란에 대비하란 말은 커녕.

그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불가하다.


그동안 백정들과의 정이 두터워졌지만 조선시대와 다를 바 없는 이곳에서 친한 백정 몇 있다고 도움 될 것은 없다.


“형님, 저희 요깃거리라도 사러 갑니까?”

“그러자꾸나.”

“저기! 이거 가져가!”


처음 봤던 여노비가 노란색의 커다란 짐 보따리를 힘겹게 들고왔다.


“이게 뭡니까.”

“오늘 잔치 음식들인데, 대감님께서 모두와 나누라는 명이 있으셨다.”


어린 녀석이 자꾸 반말을 해대는게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여긴 계급사회라는 것을 ···은 무슨..


“고맙소. 근데 한참 어린 것 같은데 왜 자꾸 반말이오?”

“우리가 백정이랑 같아? 백정 주제에 발끈하기는.”

“백헌관 나으리께서는 아주 어진 분이라 들었는데, 노비까지 돌보진 못하신 모양이구나.”

“뭐?! 감히 백정 놈이 대감나으리를 입에 올려?!”


주인의 이름이 나오자 노비는 당황한 듯 노발대발하며 얼굴이 붉어졌다.

더 이상 이 어린 것에게 공손히 대할 필요가 없을 듯 했다.


“네 년이 헌관 나리 명예에 먹칠을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냐!”

“이이···!”


헌관 나으리 명예에 먹칠을 한다니 여노비는 입을 다물고 끓어오르는 화를 참아냈다.


“말을 함부로 하면 모두 네게 돌아올 것이다. 이 음식들을 챙겨 준 것이 고마우니 얘기해주는 것이다.”


고작 어린 여노비가 이곳에서 내가 상대해야할 인간일리 없다.

그렇다고 왕이나 양반도 나의 적은 아니다.


백정의 신분을 가지고 있지만, 애초에 내가 살던 곳은 이곳의 계급사회와는 다른 세상이었다.

물론 거기서도 헌터라는 등급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최하위도 아니고 상위도 아닌 그저그런 존재였던 나였지만..

이 곳에선 다르다.

신조선 유일의 각성자이니까.


A급이고 B급이고 그딴건 없다.

오로지 각성자는 나 하나.

나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게 웬 소란이냐.”

“아이고..! 대감나으리!”


여노비와 투닥대는 사이.

한 사내가 깨끗하고 짙은 보랏빛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나타났다.

그간 그렇게도 만나고 싶어했던 백두용 헌관이었다.


“네 놈들은 백정놈들 아니더냐.”

“예..”


백두용은 지척까지 다가와 내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


“체구도 좋고, 힘도 좋아보이는구나.”


1년간 백정들과 지내면서 이곳에서 살아남는 법에는 도가 텄고, 그가 질문하지 않는 이상 대답없이 고개를 숙였다.


“···”

“복장은 백정놈인데.. 어딘가 백정스럽지 않은 기품이 느껴지는군.”

“아닙니다요..”

“어인 연유로 감히 백정놈이 대감댁 노비에게 화를 내고있는게냐. 대답에 따라 내 당장 관아에 가서 네 놈을 숙청토록 할 수도 있다.”

“사실..”


여노비와 있던 자초지종을 간략히 설명했다.


“제 아무리 노비라 한들 대감댁 노비와 천하디 천한 네 놈이 같다고 생각하는게냐? 내가 네 놈보다 어렸다한들 내가 네놈을 높여불려야 하더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나으리..”

“썩 꺼지거라.”


대화의 내용은 거칠었지만, 희망을 보았다.

보통은 백두용 정도의 권력자가 백정따위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말을 거는 일은 없다.


“그럼 이만..”


빈 수레를 챙겨 작은 문으로 나가려던 그때 대문이 급히 열렸다.


“나으리..! 헌관 나으리!”

“아니 이게 무슨 꼴이냐.”


여기저기 큰 상처를 입은 사내들이 들어왔다.

다리를 절뚝이는 자부터 온몸에 피칠갑을 한 사내도 있었다.


“그런 커다란 범은 본 적이 없습니다···”

“검도 창도 그 범의 가죽을 뚫기란 불가능 합니다···”

“도저히..”


모든 사내가 겁에 질린 듯 제대로 걷는 것조차 힘겨워보였다.


“범 잡는 놈들이라 해서 그 큰돈을 줬건만 범에게 겁을 먹어?”

“10년 넘게 범을 잡아 온 저도 본 적 없는 물건입니다요.. 그것은 도저히..”

“듣기 싫다. 범이 더는 내려오지 못하도록 고을 주위로 덫을 설치하고 꺼지거라.”

“예..”

“내 너희들에게 지불한 삯은 돌려받지 않을 터이니 덫이나 제대로 설치하거라.”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던 사내들이 헌관댁을 떠났다.

백헌관은 꽤나 답답한 듯 큰 숨을 내쉬었다.


띠링-


[ 북한산 우두머리 범을 제압하십시오. ]


그저 백헌관 눈에 들 생각 뿐이던 그때.

시스템이 반응했다.


“제가 잡아오겠습니다.”


백헌관의 눈에 들 수 있는 기회였다.


최근 고을에 범이 수시로 드나들며 가축을 취하고 인명을 해하고 있다는 건 알고있었다.

모를 수가 없다.

범은 우리가 살고있는 백정마을을 가장 빈번하게 찾았으니까.


산 속에 위치한데다 고기와 피비린내 가득한 백정마을은 범의 방문 1순위 장소였다.

하지만, 그 모든 놈들을 제압해 돌려보냈다.

마력을 피어올리면 군침을 흘리던 호랑이도 전부 마을을 떠났다.


“뭣?”


갑작스런 발언에 백두용이 뒤를 돌아봤다.


평민들도 헌관씩이나 되는 권력자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이 쉽지 않다.

더구나 최하위 계급인 백정이 제안을 하는 것은 목숨을 건 일이다.


“혀..형님..”

“저..저. 미친놈이 드디어..”


옆에 있던 막내와 여노비의 반응도 다를 바 없었다.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겐지 알고 있는 것이냐.”

“예, 제가 범을 잡아오겠습니다.”

“좀 전의 저들의 꼴을 보지 못한게냐? 저들은 범 잡는 사냥꾼들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들도 하지 못한 것을 네 놈이 할 수 있단 말이냐.”


이미 그에게 말을 건 순간부터 목숨을 걸었다.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였다간 이도저도 되지 않는다.


“예, 할 수 있습니다.”

“흠···”


지척까지 다가 온 백헌관이 주변을 돌며 내 모습을 살폈다.


“다른 백정 놈들과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튼튼한 몸을 가졌구나. 어지간한 관군들도 쉬이 덤비지 못하겠어.”

“저희 형님이 힘이 장사입니다..”

“쉿!”


막내가 눈치없이 거들었고, 황급히 놈의 입을 틀어막았다.


“죄송합니다 나으리.. 이 놈이 아직 어려서..”

“아니다, 이름이 무엇이냐.”

“개똥이입니다.”


이석준이란 이름이 있지만, 백정 놈에게 이씨 성의 이름이 있다는 것을 발설할 순 없어 대충 둘러댔다.


“개똥이 기억하마. 네 놈이 힘 깨나 쓴다 이 말이지?”

“예..”

“일주일 주마.”


제 아무리 대단한 놈이라 한들 범 한마리 일 뿐이다.

각성자라는걸 밝힐 수도 없고 믿지도 않겠지만, 범의 흔적만 찾는다면 잡는건 시간문제다.


“충분합니다.”

“아니, 북한산 호랑이 다섯마리를 잡아와보거라.”

“예?”


생각하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일주일에 호랑이 다섯마리라니..

시스템의 주문과는 조금 다르지만, 결은 같았기에 별 문제는 아니었다.


“왜, 못하겠느냐?”

“아..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간단했다.


“네 놈이 해내기만 한다면 내 네놈이 원하는 어떠한 보상이라도 해주겠노라.”


어떠한 보상이든···이라

백헌관은 과연 천한 백정놈이 바라는 보상을 어디까지 예상하고 있을까.


“해내보이겠습니다.”


기간은 일주일.

헬창이든 전문 사냥꾼이든 불가능하겠지만···

나는 다르다.


백헌관과의 거래를 성사시키고 돌아가는 길은 발걸음이 가벼웠다.

백정마을에 도착하기 전까진···


“석준아 대장이 부르신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막내에게 수레를 맡기고 대장이 있는 작은 헛간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대장 외에 열 한명의 사내가 있었다.


“왔구나, 고기는 잘 넘겼겠지?”

“예, 이상 없습니다.”

“그래 근데 이 놈들 다 무어냐?”

“···”


열 한명의 사내는 도성에 가기 전 만났던 산적놈들이었다.

막내에게 죽임을 당한 놈을 제외하곤 두목 놈까지 모두 모여있었다.


“네. 새볔녘에 내려갈 때 고기를 노리고 왔던 놈들이예요.”

“네가 무슨 말을 했길래 이 놈들이 백정 노릇을 하겠다는건지 모르겠구나.”


산적이라도 천하디 천한 백정을 무시하는게 자연스러운 세상인데..

운이 좋았다.


“도망갔던 대장놈도 잡아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께서 저를 단번에 죽일거란 생각에 겁이 나서···”

“됐다.”

“어쩔 생각이냐.”


대장은 산적들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너희 이곳에서 지내고 싶은거겠지?”

“예.. 받아주신다면.. 어떻게든 기술을 배워서..!”

“됐다, 네 놈들 기술 가르치려면 고기를 얼마나 많이 버려야할지 감도 안온다 이놈아.”


가만히 듣고있던 대장도 궁금했는지 산적들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희는 백정이 될 수 없다. 그저 내가 시키는 일만 잘하면 입에 풀칠은 하고 살 수 있을 것이야.”

“석준아.”

“걱정마세요 대장, 이놈들 때문에 우리 몫이 줄어들 일은 없을 겁니다.”


대장의 우려스러운 목소리를 듣고 그를 안심시켰다.


“막내야!”


밖에 있던 막내를 불러 산적들이 지낼만한 빈 헛간으로 안내했다.


“대장, 앞으로 저는 백정일을 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내 언젠가 그럴 줄 알고 있었다 이놈아.”


배움은 없었지만 대장은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

갑자기 굴러들어 온 정체모를 놈이 떠나는 것은 언제나 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당장 떠나겠다는 건 아닙니다.”

“그럼?”

“동생들과 저 산적놈들을 훈련시킬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일주일간은 산적놈들과 백헌관의 하명을 받들 생각입니다.”

“뭐? 고귀하신 나으리께서 너에게 하명했다고?”

“예.”

“이번엔 얼마나 가져오라더냐?”


아무리 똑똑하다 하더라도 백정에게 직접 하명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백정에게 시킬게 고기를 가져오란 것 밖에 없다고 믿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그런게 아닙니다. 내일부터 범 사냥을 다닐겁니다.”

“뭐? 범을 사냥해?”

“예.”

“범을 쫓아내는 것이랑 잡는 것은 차원이 다를텐데..?”

“그러니까 제가 한다는 말입니다.”


할 말을 잃은 대장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지금껏 전투를 벌이거나 사냥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백정들은 힘에 대해선 나를 의심하지 않았다.


대장에게 통보하고 산적들이 자리잡은 헛간으로 향했다.


끼익-


빈약한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자 두목놈을 포함한 산적 몇놈이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오셨습니까.”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전에 수레를 끌었던 덩치가 큰 놈도 함께였고 다들 목숨을 구원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었다.


“너희는 내일부터 나와 범을 쫓는다.”

“예?”


갑작스런 발언에 산적놈들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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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양반나으리 길들이기(1) +4 23.09.22 271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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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양반가 별동대원 +2 23.09.20 325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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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도총관의 차남(1) +2 23.09.16 372 16 12쪽
55 도총관의 차남 +2 23.09.15 387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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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몰락한 야쿠자 +2 23.09.13 405 15 11쪽
52 노부나가의 집(2) +1 23.09.10 473 15 12쪽
51 노부나가의 집(1) +1 23.09.09 439 16 11쪽
50 포로를 구출하라. +4 23.09.08 464 16 11쪽
49 노부나가의 집 +1 23.09.07 492 18 12쪽
48 야쿠자와의 첫 대면. +1 23.09.06 483 14 12쪽
47 왜국으로의 출항. +1 23.09.05 511 17 11쪽
46 볏짚 의용군. +2 23.09.04 535 15 12쪽
45 왜놈보다 못한 놈. +1 23.09.03 600 18 12쪽
44 어부가 도적이 된 이유.(1) 23.09.02 616 18 12쪽
43 배 옮기는 미친자. +2 23.09.01 660 18 12쪽
42 어부가 도적이 된 이유. +1 23.08.31 697 23 13쪽
41 약골 도적단. +3 23.08.30 717 21 12쪽
40 도총관의 총애를 받는 자. +2 23.08.29 780 21 13쪽
39 한양에 간 포도장 +1 23.08.28 762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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