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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큐 님의 서재입니다.

왜놈 때려잡는 조선각성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타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7.23 14:41
최근연재일 :
2023.09.27 10:00
연재수 :
63 회
조회수 :
79,909
추천수 :
1,725
글자수 :
338,928

작성
23.09.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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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도총관의 차남(2)

DUMMY

성수원을 부하로 데려가겠다는 말에 도총관이 고민에 빠졌다.


“저것이 과연 네 말을 들을까 싶구나..”

“물론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게 가능하려면 나으리께서 도움을 주셔야 합니다.”


성수원 같은 한량은 이전 삶에서도 많이 봐왔다.

저런 놈은 집안에서 팽 당하면 가진거라곤 알량한 자존심만 남는다.


평소 자신이 무시하던 것들을 피하게 된다.

게다가 명문 양반가의 자제로서 자존감만 쓸데없이 높아 노동을 통한 밥벌이를 하지 않을거다.

죽음의 문턱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내가 뭘 어찌해야겠느냐.”

“도련님에게 한가지 약조를 하는 것이지요.”


저딴 인성파탄자를 데려가는 것이 좋을리 없지만..

시스템을 무시할 수 없기에 도총관을 설득해야했다.


“병사로 시작하여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준다면 그때는 다시 성씨가문의 이름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흠··· 그런다고 사람이 달라지진 않을 터인데.”

“그래도 혈육이지 않습니까?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저를 믿고 마지막 기회를 주시지요.”

“그래, 내 네놈을 믿어보겠다. 헌데 너와 함께가면 막내놈의 수하로 들어갈 수 있겠느냔 말이지.”

“할 겁니다.”


간단히 이야기를 마치고 나오자 마당에는 성수원의 짐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옥분이의 말로는 몇가지 귀중품만 챙겨 집을 떠났다고 한다.


자존심 때문이겠지.

일평생 고생없이 자란 도련님은 바깥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를거다.


“멀리가진 못했을겁니다. 하루이틀 안에 돌아오겠지요.”

“돌아오지 않아도 상관없다.”

“일단 저희가 가져 온 물건부터 보시지요.”


도총관을 모시고 포도장의 방으로 향했다.


*


“한시라도 빨리 처리했어야 했는데···”


최소한의 귀중품만 챙겨 집을 나온 성수원은 오랜 벗의 집으로 향했다.


“미안하네 나는 처자식이 있지 않은가.”

“아닐세, 할 수 없는 일이지. 곡주나 한사발 하러가지.”

“그럽세.”


기생들이 넘쳐나는 기방에 간 성수원은 집안에서 팽 당한 사실부터 아버님에 대한 한탄까지 모든 걸 털어놓았다.


“오늘 이 자리는 자네가 사는 게 아니었나?”

“어..?! 아 오늘만 자네가 사게, 그간 내가 많이 사지 않았나.”

“자네가 사는 줄 알고 아무것도 들고오지 않았지, 아이들이 기다리니 난 이만 가보겠네.”


모든 친우들이 관직에 올라 떠나고, 유일하게 남은 벗이었다.

그런 그마저 집안에서 팽 당했다는 성수원을 두고 떠났다.

결국 수중에 있던 금품 대부분을 술값으로 써버렸다.


“제기랄.. 날 받아줄 곳이 한 곳도 없단 말인가..”


그동안의 성수원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는 하루였다.


“날이 어두워가는데..”


묵을 곳은 없다.

그렇다고 인근에 숙박시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원(조선 공무여행자들의 숙박시설)’은 많으나.. 공직에 있지도 않은 내가 갈 수 도 없고..”


반대로 주막도 많았지만, 이미 천하디 천한 것들이 가득 차 몸을 부대끼고 있다.

게다가 급히 들고 온 재산목록 몇가지를 이런 곳에 쓸 수 없었다.


“저런 천박한 곳에서 어찌 저들과 몸을 섞어가며..”


집안에서 팽 당한 성수원은 모든 사람들의 눈빛이 자신을 하찮게 보는 듯 했다.

해가 질 즈음까지 마을을 전전하던 그는 결국 마을을 벗어나 인근의 숲으로 향했고···


“젠장! 명일(오늘의 다음날)에 들어가면 아버지가 받아주시겠지..”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성자욱은 곧 입궐할 것이다.


“집이 비면 그때 들어가도 늦지 않겠지. 하아.. 돌아가고 싶구나..”


고작 하루지만 성수원은 외출이 아닌 출가라 생각하니 집이 그리웠다.

인적이 드문 숲 속 작은 바위 위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던 그때.


“나으리.. 이 늦은 시각에 이런 곳에서 어찌 그리 깊은 한숨을 쉬십니까.”

“허..업..!”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목 옆으로 커다란 백정의 칼이 다가왔다.


“제엔장···”


성수원도 웬만한 지방군 병사들 정도의 무력을 가졌지만, 상대 산적의 수가 너무나 많았다.

결국 가지고 나온 물건들을 전부 빼앗겼다.


“젠장.. 의복도 없이 이 날씨에 어디서 잠을 청한단 말인가..”


점점 집 생각이 간절해졌고, 더 이상 숲에 있을 수 없다 판단한 성수원은 할 수 없이 고을 안 쪽으로 향했다.


*


포도장 성지원 방의 문을 열자 수십개의 나무상자가 그대로 쌓여있다.


“이 물건들이 다른 자의 수중에 들어갔다간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모릅니다.”

“병사들이 잘 지켜주었군. 내 수원이 그 놈을 좀 더 호되게 혼을 내고 쫓았어야 하는건데 말이야.”


말은 그리 단호히 했지만, 마음 한 쪽이 불편한 듯 도총관의 표정이 씁쓸했다.


“물건부터 확인하시죠. 직접 보시겠습니까?”

“그러지.”


도총관은 첫번째 상자를 열고도 조용했다.

미리 얘기해둔 덕분인가 싶었지만 이내 두번째 상자를 열고 바로 세번째를 열었다.


상자 안에 들어있는 금은보화를 확인한 도총관은 다급한 손으로 십여개의 상자가 가득찬 것을 확인하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이게 전부 이렇게 가득 차 있는 것이라고?”

“맞습니다.”

“이 정도면 해포치 군수자금 그 이상이다. 기껏해야 내가 보낸 것보다 조금 많을까 했더니 이건 뭐··· 비교할 데가 아니구나.”

“어떻게 쓰실 생각이십니까.”

“나랏님께 보고하겠지만, 최대한 군수자금으로 사용해야지. 너희가 있는 곳과 비슷한 지방의 작은 소도시들의 방비를 강화하는데 쓰는건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럴 필요 없습니다.”


감히 정2품의 어르신의 말에 토를 다는 짓은 목숨을 걸어야 할만한 것이지만.

나와 도총관 사이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는 진심으로 내 생각을 묻고 있는 것이다.


“네 생각은 무엇이냐. 애초에 답이 정해져있고 나는 실행만 하라는 것 같구나?”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정2품이란 위치까지 올라가는데는 빠른 눈치도 한 몫 한 것같다.


권력만으로는 당장 날 쳐죽일 수도 있는 자리의 도총관이지만 그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내게 이런 굴욕을 안겨주는 놈이 뭐가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좋다! 말해보거라.”

“군수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나, 조금 더 공격적인 활동을 하는데 사용했으면 합니다.”

“자세히 말해보거라.”


지방 소도시 몇곳의 방비를 강화해봤자, 조금 더 강한 적이 온다면 돈만 날릴 뿐이다.


조금 더 공격적인 수비로 왜놈들이 바다를 넘어오는 것 자체를 차단해야한다.


“왜놈들이 부수지 못할 함선을 만들고 그 수를 늘렸으면 합니다. 그에 맞는 병사들 훈련도 필요할 것입니다.”

“부수지 못할 함선이라.. 그런게 있을리가..”

“더욱 빠르고 쉽게 넘어오지 못하며 파괴력이 강한 그런 함선일 것입니다.”

“네 놈이 생각한 배가 있는게냐?”

“예.”


당장 현대의 기술이 들어간 함선을 만들 순 없다.

이 시기에 만들 수 있는 것 중.

내가 말한 것들을 모두 충족하는 배.


“거북선이라 칭합니다.”

“거북이라.. 내가 아는 그 거북이 맞는게냐?”


정2품의 군사라 한들, 도총관의 자리에서는 알기 힘든 내용이었다.


“맞습니다. 이미 전라남도수사께서는 나주에서 그 철갑선을 만들었으나, 아직 수정이 필요한데다 증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배만 늘린다고 되겠느냐?”

“제가 그 배의 발전 방향에 대해 생각해 둔 것이 있고, 철갑선의 수가 늘어날 수록 왜구들은 공포에 떨 것입니다.”

“흐음.. 그것은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높은 관직이라 한들 도총관이 병조의 일까지 깊이 관여할 수 없다.

다만···


“일부는 도총부에도 쓰여야할 것이다.”

“알고있습니다.”


다른 부서를 위해서만 쓸 순 없는 것은 진즉 각오했다.

결과적으론 도총관이 얻어낸 자금이 될텐데 타 부서에만 몰아줄 수는 없겠지.


“극히 일부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내 비밀리에 전달해 너의 뜻대로 만들어주마. 어디 한번 뜻을 제대로 펼쳐보거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지금의 제 위치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크크큭.. 그것이 네놈의 진정한 바람이었구나.”


궁극적으로는 그랬다.

진급이 필요하다.


“들어주시겠습니까?”

“그러려면 정말이지 내 네놈을 양자로 들여야겠구나.괜찮겠느냐?”

“저를 양자로 들이시면 부끄럽지 않은 자식이 되어드리겠습니다.”

“괜찮다는 뜻이겠지. 기대해보마.”


최종결정권자는 병조판서이지만 도총관의 입김을 무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이 많은 군수자금을 지원한다면 병조입장에서도 거절할 수 없겠지.


“시간이 필요하다. 이 물건들은 내 직접 처리할 터이니 걱정말고 돌아가 기다리거라.”

“예, 그럼 둘째 아드님은 어떻게 하실겁니까?”

“네 말대로 기다려보마. 다시 돌아온다면 네게 보내도록 하겠다.”

“알겠습니다.”

“오늘은 푹 쉬고 병사들이 회복하는대로 돌아가 대기하거라.”

“예.”


올 때와 달리 짐은 없었지만, 서우와 임천형의 상태가 좋지 않다.


“이쪽 방을 쓰시랍니다. 큰 도련님의 방입니다.”

“아니다, 나는 저 물건을 지켜야하니 막내도련님의 방을 쓰겠다. 다친 두 사람을 저 곳에서 쉴 수 있게 해다오.”

“하지만.. 대감마님께서..”

“너에게 죄를 묻지는 않을 것이니 걱정말거라.”


비어있는 장남의 방에 두 사람을 휴식케하고 나는 성지원의 방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날이 새도록 차남 성수원은 돌아오지 않았다.


“의외로 고집이 있는 놈이군..”


빛이 푸르스름한 새벽녘.

도총관이 보내기로 한 병사들이 오기로 한 시각.


끼이익-.


다친 만구 대신 찬바람을 맞으며 나가 대문을 열었다.


“으으음..”


앓는 소리에 돌아 본 대문 옆 구석.

무슨 일을 겪은 것인지 흰 내의가 누래진 채 웅크린 성수원이 보였다.


“눈 좀 떠보거라.”

“으으음..”

“하아..”


짜악-!


추운 날씨에 바깥에서 잘도 자고있는 놈의 뺨을 후려갈겼다.

볼이 새빨갛게 부어오르고 나서야 잠이 깬 성수원이 상황파악이 안되는 듯 두리번거렸다.


“잠이 덜 깼군..”

“시..시리다..몸이 시려..”


잠에서 깨자마자 코를 훌쩍거리는 놈의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 없었다.

사람이 하루만에 이렇게 달라질 줄이야.

생각이상이었다.


“일어나거라, 네놈에게 기회를 줄 터이니.”

“뭐..뭣?! 지금 너 따위가 내게 무슨 말을 하는게냐.”


그제야 조금 정신이 돌아왔는지 놈이 화를 냈다.


“도총관 나으리의 뜻을 전달할 뿐이다.”


어제 도총관과 나누었던 대화 중 성수원에 대한 조치만을 들려주었다.


“내가 네놈과 아니 심지어 내 아우 지원이 놈의 밑으로 들어가란 말이렸다?!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느냐!”

“어제,오늘 같은 생활을 평생 이어가던지.. 기회는 단 하루 뿐이다.”

“훌쩍..”


이 생활을 평생 할거란 말에 놈은 함부로 대답할 수 없었다.


“지금의 네 대답에 따라 앞으로의 삶이 달라질 것이다. 네 놈이 나를 따라온다면 내 너를 완벽한 무관으로 만들어줄 것이야.”

“겨우 지방군의 별동대장인 놈이 무슨 수로..”

“내가 약조했다.”


때마침 도총관이 병사들을 데리고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아..아버님..!”

“성씨 집안의 이름을 유지하고싶다면 이 형님을 따라가거라, 오늘부터 너희 삼형제의 큰 형님이 될 석준이다.”

“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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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양반가 별동대원 +2 23.09.20 320 12 11쪽
» 도총관의 차남(2) +2 23.09.17 373 17 11쪽
56 도총관의 차남(1) +2 23.09.16 368 16 12쪽
55 도총관의 차남 +2 23.09.15 383 14 11쪽
54 최고병사의 금의환향 +3 23.09.14 417 14 12쪽
53 몰락한 야쿠자 +2 23.09.13 403 15 11쪽
52 노부나가의 집(2) +1 23.09.10 469 15 12쪽
51 노부나가의 집(1) +1 23.09.09 436 16 11쪽
50 포로를 구출하라. +4 23.09.08 460 16 11쪽
49 노부나가의 집 +1 23.09.07 489 18 12쪽
48 야쿠자와의 첫 대면. +1 23.09.06 481 14 12쪽
47 왜국으로의 출항. +1 23.09.05 508 17 11쪽
46 볏짚 의용군. +2 23.09.04 533 15 12쪽
45 왜놈보다 못한 놈. +1 23.09.03 597 18 12쪽
44 어부가 도적이 된 이유.(1) 23.09.02 614 18 12쪽
43 배 옮기는 미친자. +2 23.09.01 657 18 12쪽
42 어부가 도적이 된 이유. +1 23.08.31 692 23 13쪽
41 약골 도적단. +3 23.08.30 713 21 12쪽
40 도총관의 총애를 받는 자. +2 23.08.29 775 21 13쪽
39 한양에 간 포도장 +1 23.08.28 757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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