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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큐 님의 서재입니다.

왜놈 때려잡는 조선각성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타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7.23 14:41
최근연재일 :
2023.09.27 10:00
연재수 :
63 회
조회수 :
79,867
추천수 :
1,725
글자수 :
338,928

작성
23.09.02 10:00
조회
613
추천
18
글자
12쪽

어부가 도적이 된 이유.(1)

DUMMY

대감 댁에 들어간 포도장이 한참동안 나오질 않았다.


“아무래도 이 앞쪽에는 없는 것 같다.”


할 수 없이 높은 담까지 뛰어올라 안쪽을 둘러봤다.


“와··· 사람이 뛰어오를 수 있는 높이란 말이야?”

“저 양반 전생에 개구리였을거요.”


넓디 넓은 양반댁 주변을 돌며 몇번이나 담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여기 있었구나. 대체 이게 몇대야..”

“찾았습니까?”

“배는 여기 있는데 넘어갈 수 있겠나?”

“흠··· 안될 것 같은데요.”


물론 배는 혼자 꺼내올 수 있다.

비교적 큰 배도 한 척이 있지만, 5명이 타기엔 나머지도 충분하다.


“내가 넘겨줄테니 한명씩 달려와서 내 손을 밟고 뛰어오르게.”

“아니 그런다고 얼마나 높게 뛰어오를 수 있다고...”

“내가 먼저 하지.”


평소 겁이 많은 임천형이 먼저 나섰다.

꽤나 긴장한 모습이지만 나를 믿고 겁먹은 어부들을 위해 먼저 나선 듯 했다.


“오세요.”


내 신호에 맞춰 임천형이 뛰어왔고 나는 깍지낀 손을 임천형이 밟기 쉽게 살짝 앞으로 내밀었다.


툭.


임천형의 발이 손에 닿았고 그가 발을 구르는 순간.

동시에 손바닥을 들어올리며 그를 담장 너머로 던져버렸다.


후웅-!


“으..!훕!”


임천형이 날았다.

그 높은 담장보다도 훨씬 높이까지 올라간 임천형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뻔 했으나 겨우 입을 틀어막았고.

잠시후


쿵.


담장 안쪽에서 착지한 소리가 들렸다.


“저..저는 못하겠습니다.”


어부 중 한명은 오히려 더 겁에 질린 듯 했다.

임천형을 너무 높이 띄운 탓이다.


“못해? 다시 속초로 가 옥에 갇히고 싶은겐가?”

“제..제가 가겠습니다. 어차피 우리 배만 가져오면 되는거 아닙니까? 나름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 걱정 마시게, 내 먼저 들어간 우리 병사에게 잘 받으라 일러둘 터이니.”


담장 높이로 뛰어올라 임천형의 상태를 확인했다.


기껏 묶어둔 상투는 여기저기 풀어졌고, 그의 철릭도 군데군데 찢어졌지만 크게 다치진 않아보였다.


“괜찮죠? 여기 어부 하나 던질테니까 형이 잘 좀 받아요.”

“아..응.. 알겠어 대장.”


담장에서 내려와 어부를 바라봤다.


“병사는 문제 없다는군. 자 넘어가지.”


임천형과 같은 방식으로 어부 하나를 담장 너머로 넘겼다.


“이쪽으로 배를 넘겨 올 터이니 자네는 여기에서 누가 오는지 잘 감시하게.”

“예.”


어부 하나를 남겨두고 가볍게 담장을 뛰어넘었다.


“시간이 없으니 자네들 배부터 찾게.”

“예.”


어부를 따라 이동하려는 찰나.


“자 이 중에 골라보게. 머슴 놈들이랑 어부 몇놈 불러다 옮겨다주지.”

“송대감 목소리입니다.”


어부가 큰 배 옆으로 달라붙으며 몸을 숨겼고, 나도 임천형도 함께 숨었다.


“그래주시겠습니까?”

“아 그럼! 대신 도총관 어른께 내 이야기 좀 해주게, 그다지 대단한 얘기를 해줬으면 하는건 아니고···”


잠시후, 익숙한 포도장의 목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아무래도 이야기가 순조롭게 풀려간 듯 했다.

이거 괜히 넘어온 모양이군···


“저 쪽으로 이동하지.”


손짓과 함께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앞장서서 배 뒤로 이동하려던 그때.


빠각.


“아후 죄송합니다..”

“어서 대장님을 따라가시게.”


뒤에서 따라오던 어부가 나뭇가지를 밟아 부러뜨렸고, 맨 뒤에서 오던 임천형이 그를 진정시키며 앞으로 이동시켰다.


“저 대감? 저 배는 어떻습니까?”

“흠.. 잠시만 기다리게.”


소리를 들었는지 송대감과 포도장의 목소리가 바로 근처로 다가왔다.

어떻게든 포도장이 주의를 돌리려 했지만, 송대감의 발소리는 점차 가까워졌다.


“게 누가 있는게냐?”


임천형에게 다가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형 발소리 죽이고 배 위로 올라가.”

“알겠어 대장.”


큰 배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는 하나 뿐이다.

임천형의 뒤로 따라가기엔 너무 늦다.


“이리와요.”


어부를 불러 공주님안기를 한 뒤.

발소리를 죽여 뛰어올랐고, 단번에 배 위에 올랐다.

어찌나 부드럽고 안정적인 착지였는지 소리가 거의 나질 않았다.


“내가 잘못 들은겐가.”

“제가 한시가 바쁜지라, 이 배로 빌려주시겠습니까?”

“어··· 이 배 말인가?”

“안되겠습니까? 안되신다면 근처 다른 고을에 가 빌리도록 하지요.”


그때 포도장이 예정에 없던 돌발행동을 했다.

어부들의 배를 돌려주기 위해 그들의 배를 선택하려 했건만, 포도장이 선택한 배는 지금 우리가 올라 탄 가장 큰 어선이다.


“아..아닐세! 어딜가려고 그러나. 내 빌려줍세.”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럼, 원래 배는 바다에 나가줘야 망가지지 않는걸세. 계속 이곳에 둘 수만은 없는 일이지.”

“감사합니다.”

“그래, 내 머슴들 편으로 항만까지 옮겨줄 터이니 가서 기다리게.”

“예.”

“안그래도 왜적놈들 때문에 골치가 아팠는데, 한시름 덜겠구만! 울진의 도총관 나으리께 말 좀 잘 해주게.”


배를 약속 받은 지금.

송대감에 말에는 그저 웃어보일 뿐이다.


송대감의 연통에 머슴들이 고을에서 부리는 인부 몇 놈이 더 찾아와 배에 묶인 밧줄과 통나무를 이용해 항만까지 옮겼다.


대감댁에 들어올 때부터 지친 기색이 역력한 인부들은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


“자네들이 고생 좀 해주게, 내 이곳에 오는 왜구들을 줄여줄 터이니 그것은 걱정말고.”

“예..”


힘없는 대답과 인부들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아 계속 신경쓰였다.


“혹 무슨 일이 있는겐가?”

“아···아닙니다요.. 괜찮습니다.”


단순히 지금 일이 힘든 것이 아닌 듯 했다.

애초에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송대감댁에 올 때부터 지금과 같은 얼굴이었으니까.


4리쯤 밖에 되지 않는 거리를 한 시진 가까이 걸려 도착했다.

그나마도 인부들은 이 일이 익숙한 듯 일사분란한 덕에 빠르게 도착한 것이다.


“저희는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

“자네들은 잠시만 기다리게.”


송대감댁 머슴들이 먼저 떠났고, 나머지 인부들을 붙잡았다.


“무슨 일인지 말해보게, 송대감과 관련 있는 일인가?”


개인의 일이라기에는 모든 인부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송대감댁 머슴들이 떠나자 인부들 표정이 조금은 돌아온 듯 했으니까.


“맞습니다.”


대답이 들린 곳은 바로 옆 인부에게서가 아닌···

배 위였다.


“어?! 동죽이냐?!”

“그래,나다 석중아.”


배 위에 지푸라기를 뒤집어 쓴 어부가 인부를 향해 소리쳤고, 인부는 지푸라기에 가려졌음에도 목소리로 그를 특정했다.


“어딜 갔던게야 이놈아!”

“말하자면 좀 길다. 우리 가족들 소식은 알고있는게 있냐?”

“너 떠나고 임마 어머님이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알아? 말을 안해서 그렇지 제수씨는 또 어떻고!”


송대감은 자기잇속만 챙기는 놈이었다.

고을에서 최고가는 지방관 임에도 민생은 돌보지 않았다.


결국 고을의 병사들은 죄다 송대감댁 재산만을 지켰고, 소규모 왜적들에게도 고을 전체가 위험에 처하곤 했다.


“서..설마..! 다들 괜찮은게지? 제발 그렇다 얘기해라 임마!”

“그래 고생은 했겠지만 안전에는 이상 없다. 고을에서 자체적으로 그 망할 왜구놈들에게 대항하고 있으니까.”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다.

이곳의 수군들은 송대감과 다를 바 없이 썩을대로 썩었다.


덕분에 백성들은 스스로 의용군이 되어 왜구들의 약탈을 막았다.


“병사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가용인원이 몇이나 되는가?”

“예..?”


방금까지 잘도 얘기하던 놈이, 송대감과 같은 양반이라 그런건지 섣불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걱정말고 이야기 해보거라, 나는 송대감과 연이 없다.”

“그래, 이 분들께는 얘기해도 된다 석중아.”

“그게··· 인원은 서른명이지만 부상자가 워낙 많습니다.. 애초에 훈련을 받은 것도 아니고.”


무기도 부족했다.

대부분 농기구를 이용해서 왜구를 막았다.


“배를 뺏기기 전에는 왜구들이 들어오는 것 조차 막는 경우도 있었는데.. 송대감에게 모두 뺏겨버려서······”

“그렇다기엔 배가 그리 많지도 않던데?”

“이미 몇척이나 팔아서 해쳐먹었습니다, 자기 재산 불리기에만 급급한 인간이니까요.”

“흠..”


송대감의 부탁을 들어주긴 할 것 같다.

다음번에 한양에 갈 때 드릴 말씀이 아주 많을 것 같다.


*


“저 잠깐··· 정말 잠시만 가족들 좀 보고 오면 안되겠습니까?”

“그래요~ 포도장님, 별동대장님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아 사정이 딱하지 않습니까..”


어부의 간청에 임천형이 거들었다.


“포도장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번 일은 온전히 훈도 자네에게 맡기기로 하지 않았나, 좋을대로 하시게.”

“흠..”

“제발 부탁드립니다.”


사실 송대감 같은 탐관오리들은 어디에나 존재했다.

그들로부터 매번 모든 백성들을 지켜줄 순 없지만···


“가시죠.”


망할 왜구놈들에게 당하는건 참을 수 없다.

게다가 이곳 의용군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어부들을 따라 간 마을은 생각보다 작지 않았다.

송대감댁과는 거리가 꽤나 있었다.


“마을이 정말 조용하군..”

“얼마전까진 활기가 넘치던 마을입니다. 어촌 마을인지라 일도 많고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송대감이란 탐관오리와 왜구들의 괴롭힘에 지금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웠다.


“이쪽이 저희 집입니다. 어머니..! 어머니 저 왔습니다. 아들 동죽이요.”


끼익.


다 무너져가는 초가집 문이 힘 없이 열리더니 얼굴이 거뭇한 노파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동죽이..? 내 아들 동죽이놈이 맞으냐?”

“예 어머니!”


어부가 가족들과 재회하는 사이.

의용군 중 하나라는 인부가 우리를 의용군 비밀기지로 이끌었다.


“송대감은 알지 모르지만, 왜구들은 알 수 없는 곳입니다.”


마을에서 멀지 않은 산속 입구가 좁은 동굴이었다.


“이 좁은데 몇이나..”

“마..많은데요..?”


허리를 숙여 좁은 입구를 통과하자.

꽤나 넓은 공동이 나왔고, 그 안에는 십수명의 백성들이 상처를 치유하거나 훈련 중이었다.


“정말이지 오합지졸이군.”


치료하는 방식이나 훈련 모두 제멋대로다.


“자 다들 모여보시게.”

“누..누굽니까.”


우리를 데려 온 인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동굴 전체에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분들이 동죽이 무리를 구해서 데려오셨다는군.”


임천형의 언변으로 어느새 우리는 그의 친구를 구해준 영웅이 되어있었다.


“아무리 그렇다고해도 외지인을 함부로 들이면 어떡합니까.”

“같은 조선인끼리 뭘 그러나,왜놈들도 아니고 송대감과도 딱히 좋은 인연은 아닌 모양이야.”

“끄응.. 그래도 그렇지.”


몇몇 사람은 외지인이 달갑지 않은 듯 했다.


그럴만 했다.

왜구로부터 그들을 지켜주는건 임금이나 고을 관리도 아닌 자신들 뿐이었으니까.


“다들 왜구들이랑 싸우는게 지겹지 않습니까?”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누군 싸우고 싶어 싸우나 살고자 싸우는거지.”

“왜놈들에게 뺏겨 죽으나 양반놈들한테 뺏겨 죽으나 매한가지라네.”

“쉿..!”


다리를 다친 젊은 남자가 양반을 왜구와 하나로 묶자 우리를 데려 온 인부가 그의 입을 막았다.

앞에 유일한 양반나으리의 눈치가 보였겠지.


“아 뭐 어때! 이러나 저러나 죽을 마당에! 하고싶은 말이나 하고 죽자!”

“괜찮습니다, 저도 백성들 등골이나 빼먹는 송대감 같은 양반은 같은 양반으로 취급하고 싶지도 않으니.”


다리를 다친 남자의 말에도 포도장은 화를 내진 않았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이곳에 온 이유가 뭡니까?”


병사 중 하나가 물었고, 포도장 대신 내가 앞으로 나섰다.


“송대감과 왜구들이 다시는 이곳을 넘보지 못하게 해주겠소.”


띠링-


[ 어부들의 배를 되찾아오십시오. ]


왜국에 넘어가기 전 해야할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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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가덕도로의 출항 +3 23.09.27 179 14 11쪽
62 새로운 임무. +1 23.09.24 266 14 11쪽
61 양반 나으리 길들이기(2) +2 23.09.23 264 13 13쪽
60 양반나으리 길들이기(1) +4 23.09.22 267 16 12쪽
59 양반나으리 길들이기 +1 23.09.21 302 14 11쪽
58 양반가 별동대원 +2 23.09.20 319 12 11쪽
57 도총관의 차남(2) +2 23.09.17 372 17 11쪽
56 도총관의 차남(1) +2 23.09.16 368 16 12쪽
55 도총관의 차남 +2 23.09.15 383 14 11쪽
54 최고병사의 금의환향 +3 23.09.14 416 14 12쪽
53 몰락한 야쿠자 +2 23.09.13 403 15 11쪽
52 노부나가의 집(2) +1 23.09.10 469 15 12쪽
51 노부나가의 집(1) +1 23.09.09 435 16 11쪽
50 포로를 구출하라. +4 23.09.08 460 16 11쪽
49 노부나가의 집 +1 23.09.07 489 18 12쪽
48 야쿠자와의 첫 대면. +1 23.09.06 481 14 12쪽
47 왜국으로의 출항. +1 23.09.05 508 17 11쪽
46 볏짚 의용군. +2 23.09.04 533 15 12쪽
45 왜놈보다 못한 놈. +1 23.09.03 597 18 12쪽
» 어부가 도적이 된 이유.(1) 23.09.02 614 18 12쪽
43 배 옮기는 미친자. +2 23.09.01 657 18 12쪽
42 어부가 도적이 된 이유. +1 23.08.31 692 23 13쪽
41 약골 도적단. +3 23.08.30 713 21 12쪽
40 도총관의 총애를 받는 자. +2 23.08.29 775 21 13쪽
39 한양에 간 포도장 +1 23.08.28 757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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