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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큐 님의 서재입니다.

왜놈 때려잡는 조선각성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타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7.23 14:41
최근연재일 :
2023.09.27 10:00
연재수 :
63 회
조회수 :
79,906
추천수 :
1,725
글자수 :
338,928

작성
23.09.22 10:00
조회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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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2쪽

양반나으리 길들이기(1)

DUMMY

여섯개의 일본도가 짓눌리는 강한 힘에 모두 부숴져나갔다.

검을 쥔 채 눌린 왜구들은 그대로 손목과 함께 갈비뼈가 눌리다 못해 부러져버렸다.


“끄윽..”


반면, 강화된 원융검은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평소 나의 강함을 아는 별동대원은 이미 자리를 비웠고, 옆에는 둘만의 시간을 갖고있는 성수원과 왜구만 있을 뿐이다.


“끄아악!! 아파! 아프다고!! 제엔장! 왜놈 주제에 어딜 감히!”


도발에 걸린 성수원은 제 실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왜구보다 그의 몸에 상처가 훨씬 많았다.


“진검으로 벨 자신이 없군.”


지금껏 몽둥이나 목검을 사용해 훈련했을 것이다.

진검을 써봤자 상대의 목숨을 취하긴 커녕 깊은 상처조차 내본 적 없겠지.


“저걸 언제 병사로 키우지···”


이대로 두었다간 성수원은 결국 왜구한테 죽임을 당할 것이다.

그래도 좀 더 지켜볼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성수원에 몸에 상흔이 늘어만 갔다.


“어허! 이건 위험하잖아. 임마 적당히 해!”


왜구의 공격이 성수원의 목숨을 취하려고 할 때면 원융검을 뻗어 공격을 막아줬다.


“염병할 진짜! 이럴거면 별동대장 당신도 제대로 도와!”

“칙쇼!! 네 놈부터 죽여주마!”


두 놈 모두 내게 호통을 쳤다.

하지만..


“둘다 싫은데?”


당장은 성수원 대신 왜구를 죽여줄 생각도 없다.

그렇다고 왜놈한테 죽어줄 생각은 더더욱 없다.


왜구놈이 나를 상대로 다가올라치면 공격을 피해가며 멀어졌다.

결국 왜놈은 비교적 쉬운 성수원을 먼저 처리할 수 밖에 없다.


두 사람의 전투가 재개되었고, 서로 지쳐갔지만 성수원은 여전히 왜놈에게 치명상을 입히진 못했다.


“서우랑 천형이 형은 피떡으로 만들어놓고 칼로 찌르는건 무서운가보지.”


앞으로 저딴걸 동생이자 부하로 두고 갱생 시킬 생각을 하니 골치가 아픈 동시에 설레기도 했다.


“앞으로 뒤지게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어.”

“사..살려주십시오.. 별동대장.. 제발 부탁입니다.”

“제기랄..! 이 야비한 조센징들! 이제와서 제대로 할 마음이라도 생긴게냐!”


성수원은 이제 한계다.

이대로 두었다간 세 합안에 죽임을 당하겠지.


지친 성수원은 더 이상 놈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피하던 차에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아직 두 사람과 나 사이에는 약 10미터.

왜구의 검은 이미 성수원의 심장을 향했다.

하지만···


퍼엉-!


강하게 박찬 땅이 꺼지며 엄청난 속도로 왜구를 향해 쏘아졌다.


쐐애액!

퍽!


일본도가 성수원의 심장을 꿰뚫기 직전.

발길질 한방에 일본도가 부러졌다.


“으앗!!”


엄청난 속도에 바람이 일었고 깜짝 놀란 왜구놈이 되려 뒤로 자빠졌다.


서-걱.


단번에 원융검을 휘둘러 놈의 목을 베었다.


“허억..헉..허억..”

“괜찮느냐.”


성수원은 거친 숨만 내뱉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바로 직전까지 일본도가 자신의 심장은 노렸고 죽음을 목전에 두었다.


“거동은 할 수 있겠느냐.”

“예..”


힘겹게 대답을 뱉어낸 후로도 성수원은 꽤 오랫동안 일어나질 못했다.

자세히 보니 도포 자락 사이로 드러난 다리 사이로 내의가 촉촉히 젖어있었다.


“정신 차리고 가서 내의부터 갈아입거라. 서우에게 도움을 받아 의원을 찾아가도록 하고.”

“예에.. 먼저 가시지요..”


조금 전까지 도발에 걸려 나를 죽일 기세였던 성수원은 잔뜩 주눅이 들었다.


*


생애 처음 진정한 혈투였고,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했다.

형님을 자처하는 별동대장 놈이 아니었다면 죽었겠지..


“아니지..! 그 놈이 밀어넣지만 않았어도 다칠 일도 없었잖아.”


최소한의 목숨은 보장해주겠단건가.

단 한번의 전투만으로 목숨을 잃을 뻔 했는데··· 지원이 녀석은 이것이 일상이었던거겠지..


조금 전까지 이 곳에서 함께 전투를 하던 병사들 중.

대충봐도 나보다 약한 놈은 없었다.

그 누구도 왜구를 버거워하지 않았으니까.


“다친건 나 뿐인가.. 하.. 양반이 되어서 이꼴로 어찌 돌아간단 말이냐..”


찝찝한 느낌에 도포 자락을 들춰보니 바지적삼이 다 젖어있다.


“아··· 이런 못볼 꼴을 보이다니..!”


자리를 뜨기 전.

별동대장놈이 한 말이 떠올랐다.

분명 이런 흉한 꼴을 본게야..


그 망할 놈에게 약점이 잡혀버리다니..


도포자락으로 내의를 잘 가리고 힘겹게 움직였다.


걸음을 뗄떼마다 상처부위 곳곳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내 이곳에서 살아서 돌아갈 수나 있을까···”


앞날이 걱정됐지만 일단 무거운 몸을 이끌고 병사들 숙소로 돌아갔다.


“야 너 꼴이 왜 그래.”

“하씨···”


병사들 대부분이 훈련을 간 사이 내의를 갈아입으려 했는데..

임천형이란 나이 많은 놈이 들어왔다.


“어디 양민 주제에 양반의 호칭을 그리 부르는게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설설 기던 놈이 이제는 대놓고 말을 놓고있다.


“꼴이 왜 그러냐고.”


놈은 이제 내 말에 대꾸 할 생각도 없는 듯 했다.

이곳에 있는 놈들은 죄다 이 모양이다.


“그리고 석준 대장이 너도 이제 똑같은 병사니 잘 지내라고 하셨거든? 여긴 대장 말이 곧 법이다.”

“이곳의 책임자는 내 아우인 성지원이가 아닌가?”


도착한 이후.

쭉 의문스러웠다.

소수이지만 이 군사들의 지휘관은 아우인 지원이가 맞다.

병사들 모두가 포도장인 지원이가 아닌 훈도 따위의 말을 듣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석준 대장이 얼마나 강한지 못 본게로구나?”

“강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조선은 계급사회다 이놈아!”

“맞지, 근데 여긴 달라.”


놈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런 깡촌에서는 강한 자가 최고란다.

그럼에도 계급을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또 아버지인가···”


아버지가 놈에게 너무 많은 힘을 주셨다.

자신의 친아들들보다 놈을 신뢰했고 지금 이 사달이 났다.


“그래서 꼴은 왜 그러냐고, 의원부터 가야될 것 같은데.”

“왜놈들이랑 싸우다 왔다.. 서우란 놈한테 안내를 받으라던데..”

“아 너도 갔었구나? 내가 데려다줄게 가자 이놈아.”


일전에도 느꼈지만, 이놈은 말이 너무 많다.

어서 이곳에서 벗어날 생각 뿐이지만··· 저 놈의 주둥이를 틀어막고 싶다.


“자 이곳이다. 참 명일(다음날)부터 네 훈련은 나와 서우가 하기로 했다.”

“뭐? 내 네깟 놈들에게 훈련을 받는다고?”

“그래, 다행인 줄 알아라. 대장에게 훈련 받았다간 지금 그 정도 상처로 안 끝났을거다.”

“··· 대체 그 놈이 뭐길래..”

“대장이 얼마나 강한지는 곧 알게 될거다.”


임천형은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내뱉고 돌아갔다.


아버지부터 시작해서 이곳 병사들과 기패관.

심지어 놈의 상관인 지원이 마저 놈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그래봤자 양민인 놈일 뿐인데.. 어찌.. 모자란 놈 같으니라고..”


부하놈 하나 다스리지 못하는 아우놈이 답답했다.

제 아무리 강하다한들 양반 된 자로서 양민에게 빌빌대는 것은 한없이 부끄러울 일이다.


“헌데··· 병사들을 물려놓고 홀로 무슨 수로 막은게지.”


당시엔 왜구의 공격을 피하고 막아내느라 정신을 못차렸다.


안그래도 왜구들 수에 밀리던 차에 병사들을 물렸을 땐 훈도놈이 정말 미쳐버린 줄 알았다.


“대체 혼자 어찌 처리한 것이지..”


게다가.. 찬찬히 그때를 떠올려보니 죽음 직전.

그 멀리 떨어져있던 훈도놈이 어느새 코 앞까지 와서 왜구의 목을 단숨에 떨어뜨렸다.


“무슨 술법이라도 쓰고 있는건가···”


죽음 앞에 겁에 질려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나는 왜구의 공격을 피하는 것조차 벅찼다.

아무리 왜구가 나를 공격하고 있었다한들 그 강한 놈을 단박에 제압했고···

사람을 죽이는데 망설임이 없어보였다.


“이곳에선 다들 그런 괴물이 되는겐가···”


어려서부터 우리 삼형제의 교육을 전담한 것은 현재 도총부의 부총관 나으리다.

삼형제에게 숙부님과 같은 그는 기품이 넘치고 교양있는 인물이다.


“그런 분께만 훈련 받다가 이런.. 위아래도 모르는 상것들에게 교육을 받으라니···”


의원에서의 치료가 끝나자마자 놈들 몰래 아우를 찾았다.


“지원이 게 있느냐. 지원아, 형님이 오셨다. 성수원이다.”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지 않도록 문 앞에 대고 소근거리자 방 안에서 가까워지는 발소리가 들렸다.


끼익.


잠시후 문이 열렸고···

깜짝놀라 뒤로 자빠졌다.


“무슨 일이냐.”

“별동대장 당신이 왜..”

“내가 네놈의 허락을 받고 다녀야한단 소리로 들리는구나?”

“아니.. 그건 아니지만..”

“너는 앞으로 이곳 포도장의 침소를 찾는 것을 금할 것이다. 건의할 것이 있으면 나와 기패관을 통하도록.”

“예..”


저 뒤에 곤란한 듯 엉덩이를 들썩이는 아우가 보였지만···

우리 두 형제는 별동대장을 사이에 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의 말에 따를 뿐..


“젠장.. 내 어쩌다 이런 꼴이 된게야..”

“아 여기 있었네! 빨리 와 오후 훈련 가야한다.”


또 임천형이다.

이 놈은 몸이 몇개인지 어딜가나 보인다..


치료를 받았지만 아직 상처가 아물시간도 없었다.

그럼에도 지나가던 놈에게 붙잡혀 훈련장으로 끌려갔다.


“자, 발목에 이것부터 채워라.”

“이걸 왜 채우는게야.”

“이제부터 이걸 차고 산악구보를 갈거다.”

“뭐? 이 무거운 걸 차고 산을 올라간다고?”

“그래, 정상에 도착한 뒤에는 노루 사냥을 할 거야.”

“사냥꾼도 아니고 무슨 노루를 잡으러 간다는게야, 정상에 말을 매어둔게냐?”

“말 따윈 없다. 재주껏 노루 한마리를 잡아 들고 내려오면 된다.”


생전 처음 듣는 훈련법은 듣는 것만으로 토가 나올 지경이다.

지금껏 받아 온 훈련은 그저 검술 훈련과 무투술이 대부분이었다.

그마저도 아우에게 밀려 포기했는데..

성년이 되어 갑작스레 이런 훈련이라니.


“허억..허억···”


모래주머니가 묶인 다리는 그야말로 천근만근.

임천형이란 선배는 더 이상 보이지도 않는다..

이대로 내려가버릴까.


“저 괴물보다.. 지원이가 더 한 괴물이고.. 별동대장은 그보다 더 한 괴물이라고···?”

“빨리 올라와, 해지기 전에 내려가야한다.”

“젠장.. 아직 상처도 다 회복이 되지 않았다고..”


인근에서 가장 낮은 산임에도 정상에 오르기까지 수시간이 걸렸다.


“이제 끝난겁니까..”

“한시진 내로 노루를 잡아 출발지로 도착해야돼.”

“대체 노루를 왜..”


활도 없이 노루를 잡는 것부터 무리다.

근데 그걸 들고 내려가라고..?


“하··· 추워 죽겠네.”


점점 날이 저물어가자 겁이났다.

결국 시간이 지나 해가 질 때까지 노루 한마리 발견조차 하지 못하고 산길을 헤맸다.


“임천형..! 임천형 어디갔느냐!”


아무리 소리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소리칠 수록 인근에서 알 수 없는 짐승의 소리만 되돌아 올 뿐.


“어···어디..”


부스럭!!


“으아아악!!”


작은 소리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어두워진 산길을 미친듯이 도망쳤다.

어느새 다리에 힘이 풀렸고, 겁에질려 어느 방향으로도 움직일 수 없었다.


“에잇!! 이딴 쓰레기는 왜 묶어둔거야!”


다리에 매어두었던 모래주머니를 풀어 집어던졌다.


“아직도 안내려오고 뭐하고 있습니까.”

“으어아아아겅악!”


귀신을 본 줄 알았다.

갑자기 들려 온 목소리는 임천형의 것이었다.

어깨 위에 노루를 짊어진 임천형이 아무렇지 않게 산길을 헤치며 올라왔다.


“내려가자고.”

“흐어엉..”


그제야 긴장이 풀려 눈물 콧물이 쏟아졌다.


“눈물 닦아, 내일은 또 훈련 해야하니까.”

“아..아직도.. 훈련이 안 끝난겁니까.. 제발 끝내주십시오..”


동시에 다음날도 훈련이 있다는 말에.. 더 많은 눈물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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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가덕도로의 출항 +3 23.09.27 180 14 11쪽
62 새로운 임무. +1 23.09.24 266 14 11쪽
61 양반 나으리 길들이기(2) +2 23.09.23 264 13 13쪽
» 양반나으리 길들이기(1) +4 23.09.22 268 16 12쪽
59 양반나으리 길들이기 +1 23.09.21 302 14 11쪽
58 양반가 별동대원 +2 23.09.20 319 12 11쪽
57 도총관의 차남(2) +2 23.09.17 372 17 11쪽
56 도총관의 차남(1) +2 23.09.16 368 16 12쪽
55 도총관의 차남 +2 23.09.15 383 14 11쪽
54 최고병사의 금의환향 +3 23.09.14 416 14 12쪽
53 몰락한 야쿠자 +2 23.09.13 403 15 11쪽
52 노부나가의 집(2) +1 23.09.10 469 15 12쪽
51 노부나가의 집(1) +1 23.09.09 436 16 11쪽
50 포로를 구출하라. +4 23.09.08 460 16 11쪽
49 노부나가의 집 +1 23.09.07 489 18 12쪽
48 야쿠자와의 첫 대면. +1 23.09.06 481 14 12쪽
47 왜국으로의 출항. +1 23.09.05 508 17 11쪽
46 볏짚 의용군. +2 23.09.04 533 15 12쪽
45 왜놈보다 못한 놈. +1 23.09.03 597 18 12쪽
44 어부가 도적이 된 이유.(1) 23.09.02 614 18 12쪽
43 배 옮기는 미친자. +2 23.09.01 657 18 12쪽
42 어부가 도적이 된 이유. +1 23.08.31 692 23 13쪽
41 약골 도적단. +3 23.08.30 713 21 12쪽
40 도총관의 총애를 받는 자. +2 23.08.29 775 21 13쪽
39 한양에 간 포도장 +1 23.08.28 757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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