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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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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0,962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05.13 19:20
조회
478
추천
6
글자
11쪽

본래 입문은 간단한 법이지

DUMMY

리안은 병사를 따라서 골목길 사이를 누볐다.

높다란 가옥과 건물들이 그의 눈길을 빼앗았지만.

병사가 빠른 속도로 걷는 탓에 자세히 구경할 틈은 없었다.


“모험가님. 실례가 안 된다면 용건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미심쩍은 눈빛을 보내는 병사.

단순한 호기심에 질문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질문을 받는 당사자는 추궁에 가깝게 느껴졌다.


'내가 그렇게 수상한가?'


동굴을 벗어난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만나는 자마다 의심을 하니.

그는 자신이 오해 받기 쉬운 체질이었나 의문이 들었다.


‘생긴 것은 번듯하게 생겼던데.’


안개산을 내려오는 과정에서, 우연히 개울에 비친 본인의 외견을 보았다.

유저와 비슷한 차림의 조금 험상궃은 얼굴.


‘눈매가 살짝 매섭긴 한데. 그래도 이 정도면 훈훈하고 호감형이지.’


스스로는 남자답게 생겼다며 결론지었지만.

빈말로라도 선한 인상이라고 말하기 힘든 얼굴이었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뒤로하고, 병사의 물음에 흔쾌히 대답해주었다.


“마법사로 전직하려고.”


전직은 범죄가 아니고, 딱히 숨길만 한 비밀도 아니었다.

이로써 병사의 눈에서 의심은 지워졌으나.


“전직, 이요?”


금세 다른 의문이 피어올랐다.

전신을 위아래로 훑고 지나가는 시선.

종아리, 허벅지를 거쳐서 허리, 팔뚝 어깨 그리고 마지막으로 얼굴에서 멈췄다.


‘이 새끼가?’


리안이 한 대 쥐어박을까 고민하는 사이.

그의 말을 농담이라고 생각했는지 병사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 혹시 웃어야 하는 겁니까?”


아무런 대꾸도 없는 그를 보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는지 나직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역시 정상이 아니야.”


“뭐?”


“아닙니다, 곧 있으면 도착합니다.”


더이상 질문은 없었는지 병사가 묵묵히 걸음을 옮겼는데.

그는 병사가 하는 생각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대충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인 거야? 정도겠지.’


직접 말하지 않아도, 병사가 느낀 당혹스러운 감정을 이해하고 있다.

겉모습으로 모든 걸 판단할 수는 없다지만.

육체에서 뿜어지는 거친 박력만 봐도, 그의 재능이 신체 능력에 있다는 사실을 알 테니까.


‘황당할 만해. 말도 안 되는 선택이니까.’


마법사로 전직하겠다는 사람이 이런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니.

이는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유저들은 집요할 정도로 효율을 중시하는 습성을 지녔으니까.

아마 병사의 눈엔 그가 엄청난 별종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래도 궁금한 건 해봐야지 않겠어?’


지하굴에서 대기했던 기나긴 시간.

오가는 유저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가 제일 보고 싶었던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마법.

천지를 뒤엎는 화려하고 강력한 마법이었다.


‘전사 쪽은 상상과 큰 차이가 없겠지.’


격투와 마찬가지로 어렴풋이 연상되었다.

하지만 마법만큼은 그의 빈약한 상상력으론,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마 나한테 어울리지 않겠지.’


그도 좋은 선택은 아니란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마법사를 해보고 싶었다.

재밌을 테니까.


“예전부터 꿈이 마법사였거든.”


리안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내뱉었다.

여태껏 해온 망상의 대다수가 마법사였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 네.”


관심 없다는, 무성의한 답변이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무의미한 대화를 나누는 것보단, 잠시라도 주변 거리를 구경하는 게 훨씬 나았으니까.


“모험가님, 도착했습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병사의 설명과 확연히 다른 상황.

리안은 문득 전에 그가 했던 발언이 떠올라 물었다.


“백덤블링은 안 하냐?”


이렇게 질문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치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우물쭈물하는 병사를 내버려 둔 채 집 문을 두드렸다.


* * *


벽면을 가득 채우는 책장과 천에 가려진 진열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마법사다운 내부 풍경이 보인다.


“흐음······ 마법사가 되고 싶다고?”


공밤대를 문 젊은 마법사가 미심쩍은 듯 의중을 물었다.

가늘게 뜬 두 눈이 리안이 진심인지 가늠하고 있었고.

그 의견에 동의하는지 뒤에 서 있던 병사가 느리게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아깝지 않나?”


후우-.

한껏 연기를 내뿜은 마법사가 곰방대로 병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경비병은 잘 모르는 것 같다만, 난 알 수 있다네. 자네의 육체는 꾸준한 단련 끝에 완성에 가까워졌다는 걸.”


자신도 충분히 알고 있다는 듯, 답답해하는 병사를 무시하고.

마법사는 할아버지 같은 인자한 눈빛으로 리안을 바라보았다.


‘태초 마을의 마법사는 기초적인 마법만 아는 수습 마법사라고 들었는데.’


수습 마법사라도 마법사라는 걸까.

그에게서 뭔가 형언하기 어려운 지혜가 엿보였다.


“벌써 내면의 가지가 곧고 길게 뻗어져 있군. 고유 특성을 얼마나 가지고 있지? 두 개, 아니 세 개인가?”


개인의 수행으로 이루어낸 경지를 내면의 나무, 세계수라 표현하는데.

가지는 육체를, 뿌리는 정신을 의미했다.

순수한 단련으로 경지를 이룬 인간은 가호와는 결이 다른, 자신만의 고유 특성을 개방할 수 있었다.


‘분명 세 개 였었지. 전직하고 나서 자세히 살펴야겠어.’


마법사의 우려에도 리안은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이 아니면 다신 손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별로 아깝지 않아. 그래서 된다는 거야, 안 된다는 거야?”


자꾸 딴지를 걸자 그의 입에서 퉁명스러운 말투가 나왔다.

당사자가 하고 싶다는데, 왜 이리 말리는 걸까.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리안이 답답함을 토로했자.


“된다, 자격은 충분하니까 문제는 없지.”


마법사도 더는 말리지 않았다.

계속 뒤에서 구시렁거리는 병사와 달리, 마법사는 그의 선택을 존중해주었다.


“신기해서 그랬네. 허허, 역시 유행은 돌고 돌기 마련인가?”


피식 웃은 마법사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책장에서 두꺼운 책 하나를 꺼내어 건네주었다.


“이제 자네는 마법사일세.”


[‘마법사’로 전직했습니다. 스탯 '지혜'가 생성됩니다.]

[심상 속 세계수의 뿌리가 토지를 깊이 파고듭니다.]

[정신이 한 단계 성장했습니다. 최대 마나와 마력, 지능이 증가합니다.]

[기초 마법 ‘에너지 볼트’를 습득했습니다.]


신기한 문양이 그려진 서책을 받아들자, 푸른 마나의 기운이 새어 나오며 리안의 몸에 깃들었다.

리안은 본인이 원했던 마법사가 되었지만, 어째 아리송한 표정이었다.


“···설마 이게 끝이야?”


절차가 너무나 간결해서 실감이 나지 않았던 모양.

마법사가 작게 웃으며 그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본래 입문은 간단한 법이지. 무기를 들면 전사고, 주먹으로 싸우면 격투가라 부르지 않나? 단지 모험가들은 선택을 돌이킬 수 없다는 게 문제일 뿐이라네.”


마지막에 웃음기를 지우며 말하는데.

마치 후회하지 않냐고 묻는 것 같았다.

리안은 마법사가 참 끈질기다고 생각했다.

그가 콧방귀를 뀌며 상관없다는 뜻을 표출하자, 마법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디 보자··· 읏차, 여기 있군.”


마법사는 서랍장을 뒤지더니 허름한 로브와 나뭇가지를 건넸고.

리안은 로브를 받아 그대로 몸에 걸쳤다.

펑퍼짐한 것이 외견을 감추기에 적당했다.


‘휘두르기엔 짧고 가벼워. 찌르기에도 너무 뭉툭하고.’


이윽고 함께 받은 나뭇가지를 살폈다.

어떤 용도의 도구인지 물어보려 고개를 돌린 순간.


“프흐흐.”


마법사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시선이 마주친 마법사가 그에게 사과했다.


“웃어서 미안하네. 자네가 들고 있으니 마법 지팡이가 정말 작아 보여서 말일세.”


지하굴이였다면 바로 주먹이 날아갔을 테지만. 탈출하고 마음의 여유가 생긴 덕분일까.

리안은 마법사의 웃음이 딱히 불쾌하지 않았다.

그것보단 지팡이라는 단어에 신경이 쏠렸다.


“이게 마법 지팡이라고?”


그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되물었다.


마력을 증대시켜주는 지팡이 혹은 마법서, 오브는 마법사의 필수적인 아이템.

설마 이 작은 게 마법 지팡이일 줄은 몰랐다.


[수습생의 완드] -저급-

초보자용 보급 지팡이.

공격력 : 1

마력 : 10

제한 : 없음.


‘사기 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이딴 이쑤시개 같은 게 무기라니’


리안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마법사가 지닌 지팡이와 비교하면.

자신의 손 안에 있는 지팡이는 작고 초라했기 때문이다.


“아직 볼일이 남아있나 보군.”


낙심한 상태로 괜히 지팡이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마법사가 물었다.

그의 말대로 리안은 아직 용건이 남아있었다.


“잘도 알아맞히는군. 그래, 상위 마법을 배우고 싶은데 보여주겠나?”


태초 마을의 각 직업 담당자는 기술의 전수도 맡고 있었다.

마법사 또한 마법 장비 및 서적 판매를 겸하고 있을 터.

리안은 기초 마법인 에너지 볼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마법을 사용해보고 싶었다.


“좋은 자세다만, 괜찮겠나? 값이 제법 나가는데.”


마법사는 리안의 사정을 알고 있다는 듯이 넌지시 물었는데.

이는 정답이었다.

마법 서적은 고가의 물품, 구매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고.

리안은 땡전 한 푼 없는 거지였다.


“···이런, 그렇고 보니 지금은 돈이 부족하군.”


그는 태연스럽게 품 안에서 금화 주머니 꺼내어 뒤적이는 시늉을 했다.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한 행위였겠지만. 그건 실수였다.


손짓에 주머니가 움푹움푹 들어가는 것이 텅텅 비어 있는 게 훤히 보였으니까.

빈털터리인 걸 보란 듯이 과시한 셈이 되었다.


“...”

“그렇게 민망해할 것 없네. 그런 잔 실수는 많이들 하니까.”


마법사는 친철하게 자신도 집에 지갑을 두고 나갈 때가 있다며 그를 변호해주었지만.

리안은 차라리 가만히 있을 걸 그랬다며 후회했다.


“나중에 찾아오도록 하지.”


그는 말을 마친 뒤 곧바로 몸을 돌려 집을 나섰고. 마법사는 리안을 배웅해주었다.


[Tip. 전직을 완료하셨군요. 이제 사냥을 통해 레벨 10을 달성하세요!]


* * *


“모험가님,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시길.”


아까부터 시간을 확인하며 안절부절못하던 병사가 나오자마자 작별 인사를 건넸다.

아마 예상보다 시간을 많이 썼던 모양이었다.

병사가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로 바삐 걸음을 옮겼는데.

한편 리안은 실수를 생각하며 깊이 자책하고 있었다.


‘내가 왜 그랬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간단히 알아차릴 수 있는걸!’


마음만 앞선 나머지 경솔하게 입을 열었다.

이래서야 유저가 득실거리는 대륙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을까?

이런 어리숙하고 모자란 행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리안은 조심하자고 다짐하며. 지금 그가 해야 할 일은 정리했다.


‘확인이랑 점검부터. 상태창이라 했나.’


띠링-!


[골리안] Lv.1 오염종

직업 : 마법사

가호 : 화염 거인의 심장(B)

특성 : 컨디션 관리(C) 강인한 육체(B) 피해 보정(A)

능력치 : <상세히 보기>

종합 전투력 : 튜토리얼을 마친 후 확인해주세요.

특이사항 : Warning! 오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

...


‘뭐가 이렇게 많아. 눈 아프게시리.’


반투명한 창이 눈앞에 나타나며, 실시간으로 분석된 정보들이 목록별로 주르륵 나열되었다.

대충 훑어보았던 전과 달리 하나하나 살필 생각에 골치가 아팠다.


‘이걸 언제 다 보냐. 일단 특성 칸부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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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그냥 혼자 다닐 걸 그랬나 23.06.06 179 4 11쪽
27 혹시 따로 원하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1 23.06.05 186 3 13쪽
26 또 같이 게임하자 23.06.04 184 4 14쪽
25 드디어 모든 걸 되찾았다 23.06.03 189 4 12쪽
24 너무 수상한데 +2 23.06.02 197 4 13쪽
23 제법 치네 23.06.01 196 3 12쪽
22 넌 좀 반응이 재미없다 23.05.31 195 3 12쪽
21 잭팟 23.05.30 19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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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23.05.28 219 2 12쪽
18 이거 거짓말이지? 23.05.27 221 3 12쪽
17 이 새끼 왜 이래 23.05.26 230 3 12쪽
16 더럽고 치사해도 이기면 그만이야 23.05.25 245 3 13쪽
15 이제부턴 너희가 날 즐겁게 할 차례야 23.05.24 245 4 13쪽
14 하나도 남김없이 정화해야 한다 23.05.23 263 3 12쪽
13 참 요란스럽게 구네 23.05.22 273 4 14쪽
12 무슨 자신감이지 23.05.21 275 5 13쪽
11 파이어볼 23.05.20 283 5 13쪽
10 요즘 유행인가 23.05.19 292 5 12쪽
9 이거 순 사기꾼 새끼 아니야 23.05.18 321 5 12쪽
8 얘 어디 갔는 지 아시는 분 23.05.17 344 7 14쪽
7 여러분 제가 돌아왔습니다 23.05.16 355 5 11쪽
6 그건 힘들겠는데. 23.05.15 378 5 13쪽
5 좀더 해보면 알려나 23.05.14 410 6 12쪽
» 본래 입문은 간단한 법이지 23.05.13 479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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