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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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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0,976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05.18 19:20
조회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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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이거 순 사기꾼 새끼 아니야

DUMMY

정오가 막 지난 시각.

리안은 마을 종합 거래소에 도착했다.


“이번엔 제법 값진 것들을 가지고 오셨네요?”


새벽에 했던 거래가 기억났는지 상인이 작게 웃었다.

리안은 애써 무시하며 묵묵히 배낭에서 물건을 꺼냈다.

차곡차곡 쌓이는 아이템들 사이.

상인은 유난히 돋보이는 송곳니를 집어 들었다.


“이건··· 렌달의 송곳니? 와우! 대단하신 모험가셨네요?”


새삼스럽게 쳐다보는 상인의 눈동자에 이채가 깃들고.

그녀의 감탄사에 리안의 어깨가 으쓱거렸다.


렌달은 유명한 몬스터이긴 했으나 송곳니가 보기 쉬운 아이템은 아니었다.

난이도가 높은 탓에 포기하는 유저들도 더러 있었고. 드랍 확률도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전부 계산 해줘.”


“네, 총 이천 구백 골드입니다.”


계산해 달라고 말하기 무섭게 상인이 돈주머니를 건넸다.

송곳니를 구경하면서도 그녀는 정확한 값을 도출해내는 모습. 상인답게 정말 계산이 빨랐다.


‘들인 시간은 이전보다 적은데, 소득은 대충 여덟 배군.’


리안은 주머니 속의 금화들을 보았다.

물론 송곳니가 천 골드의 가치가 있다곤 하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훨씬 효율이 높았다.


‘이 돈으로 마법을 배워야 할까, 아니면 장비를 맞춰야 할까.’


예상보다 거금을 수령한 리안.

그만한 금액을 벌었음에도 고민에 사로잡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또 찾아주세요-!”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상인에게 손을 흔들고.

당당한 걸음으로 마법사의 집으로 향했다.


* * *


마법사의 집에 도착한 리안은 곧바로 마법사에게 배틀 메이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잘 선택했어. 분명 자네는 배틀 메이지로 대성할 수 있을 걸세.”


“정말 그랬으면 좋겠군.”


마법사는 그의 앞날을 기원했고.


“이럴 때가 아니지. 돈은 두둑이 챙겨왔나?”


곧장 그가 소지하고 있는 자금 현황을 물었다.

딱히 리안의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는 건 아니고.

그저 그의 예산에 따라 마법사의 추천이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이천 구백 골드 있다.”


“흠, 보아하니 사냥을 게을리하진 않은 것 같은데, 고작 그거 밖에 없나?”


아쉽다는 듯이 리안을 쳐다보는 마법사.

그의 눈엔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금액인 모양이다.


“···그렇게 됐다. 이 돈을 어떻게 쓰면 되지?”


리안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며 물었다.

안 그래도 어떻게 소비해야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마법사에게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마법사는 리안의 물음에 질문으로 응수했고. 리안이 당연하다는 듯이 답변했다.


“보나 마나 마법이겠지.”


“맞아. 그럼 배틀 메이지한테도 마법이 중요할까?”


“뭐 그러지 않겠어?”


정확한 답을 알 수 없는 리안이 모호하게 대답하자.

마법사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답이 틀렸다고 선언했다.


“배틀 메이지가 서 있을 장소는 상대와 지척.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전사의 정면 혹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장이지. 과연 평범한 마법사가 그곳에서 맞서 싸우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그건··· 아무래도 힘들겠지.”


태생부터 근접에서 싸우는 전사와 유리한 고지를 점하며 싸우는 마법사.

굳이 가까이서 싸워야 하는 환경이라면, 누가 웃을지는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그래, 우선 밀리지 않고 대등하게 서는 것부터 출발점인 셈이지.”


마법사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점점 리안의 표정이 괴상하게 변했다.

계속 듣다 보니 배틀 메이지는 비효율적인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게. 정면 대결이 가능한 전사와 마법사 둘 중 누가 이기겠는가?”


“···그야 마법사가 이기겠지.”


접근전에서 압도하지 못하는 전사가 마법사를 어떻게 이기겠는가.

너무도 뻔한 말에 자신이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 리안은 속으로 의구심이 들었다.


“여튼 요점은 배틀 메이지한텐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맞붙을 깡다구와 못지않은 전투 센스가 중요하단 거라네.”


결국, 전투에 관한 천부적인 재능으로 전사의 공격을 버티며. 강력한 마법으로 승리한다는 황당한 주장.


‘말이야 쉽지. 이거 순 사기꾼 새끼 아니야?’


그게 됐으면 마법사를 하고 있을까.

리안은 눈을 질끔 감으며, 몰려드는 후회의 파도를 견뎌냈다.

조금이나마 낙관적으로 생각하자면, 다행히 전부 그에게 부합하는 조건이었다.


“지금 자네는 다른 마법을 배워봤자 쓸데없을 게야.”


엉터리 같은 주장과 달리, 마법사는 리안의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했다.

휴식이 없다는 가정하에, 블레이즈를 서너 번 사용하는 것으로 그의 마나는 바닥이 드러난다.

공격 마법은 블레이즈만으로 충분하며, 자잘한 것은 배우지 않는 것만 못했다.


“장비가 너무 부실해. 특히 그 지팡이.”


마법사는 수습생의 완드를 향해 탐탁지 않은 눈길을 보냈다.

그건 리안도 같은 심정으로. 어서 이 초라한 지팡이를 바꾸고 싶었다.


“그렇단 말은, 무기를 바꾸란 거지?”


리안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지며, 짐짓 기쁜 목소리로 마법사에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의 기대와 달랐다.


“마음 같아선 바로 무기를 바꾸라고 권하고 싶네만.”


마법사는 중앙에 위치한 진열장의 휘장을 걷으며 내뱉었다.


“아쉽게도 이곳엔 자네한테 알맞은 지팡이가 없어.”


형태도 색도 가지각색의 지팡이가 진열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물건은 볼 수 없었다. 리안은 마법사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초보자라서 쪼매난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 건 아니었군.’


수습생의 완드 보다는 조금 커 보이기는 하나.

솔직히 말해 거기서 거기였다.

회초리로나 써먹을 법한 나무 막대기.

리안의 눈엔 전부 마땅찮았다.


“이런 완드(wand) 보다는 스태프(staff)가 낫지.”


마법사는 구석에 기대어 놓은 지팡이를 가리켰다.

굳이 그렇게 보여주지 않아도, 리안 또한 마음 깊이 통감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이런 지팡이로는 모양이 안 살겠어.”


리안은 완드 중 하나를 집어 들며 동의했다.

재질도 나무인 데다가 가벼워서 내구성이 형편없어 보였다.


“스태프는 다음 도시에서 장만하고. 차라리 방어구를 먼저 맞추는 걸 추천하지. 자네라면 튼튼한 갑옷을 착용할 수 있을 테니까.”


튜토리얼의 두 번째 도시이자 마지막 도시.

대륙과 왕래하는 자들이 머무는 지역이다.

그곳이라면 스태프 형태의 지팡이쯤이야 구비하고 있을 것이다.


“적당히 마음에 드는 녀석으로 고르게나.”


마법사는 구경하라 말하고는 홀로 책장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도 그에게 추천해줄 마법이 있었던 모양이다.


감흥 없는 눈으로 진열대를 쳐다보고 있는 와중.

리안의 눈을 끄는 물건이 있었다.


‘이것도 무기인가.’


한 구역를 차지하고 있는 동그란 구체들.

무심코 집어 들려는 순간.


“오브에 관심이 있나?”


뒤에서 불쑥 들린 목소리에 멈칫했다.


“오브··· 저게 오브라고?”


리안이 보기 드물게 놀란 목소리를 내었다.

그야 그가 알고 있는 지식으론, 오브는 이곳에서 보기 힘든 물품이었기 때문이다.


전사의 병기에 검, 도끼, 창 같이 다양하게 있듯이.

마법사들 또한 지팡이 말고도 책, 빗자루 등 여러 종류가 존재하는데.

그중에서도 오브는 꽤나 특이한 무기였다.


“생산하고 판매를 마탑에서 직접 관리할 텐데?”


오브는 현대 마법 공학의 집약체.

원재료 자체도 보석을 가공해야 하므로 갑부 마법사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고.

고도의 컨트롤을 요구하는, 마법사의 무기 중 유일하게 냉병기처럼 숙련도가 존재하는 물건이기도 했다.


“잘 알고 있군. 우선 오해하지 말도록, 전부 불량품이니까.”


마법사가 의외라는 듯이 그를 바라보곤, 이내 자랑스럽게 보라색 오브를 하나 꺼내 들었다.


“한번 구경해 보겠나?”


불량품이라도 희귀한 건 마찬가지.

리안은 그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마치 신기한 장난감을 바라보는 것처럼 구경했다.


“불량품이라고 해도 기본 기능들은 다 작동한다네.”


공중에서 머무르는 부양 및 사물과 부딪치지 않는 투과, 그리고 다시 곁으로 돌아오는 회수 기능은 멀쩡하다는 소리다.


우웅-.

마법사가 작동시키자. 손 위의 구슬이 떠오르며 주위를 천천히 맴돌았다.


“그렇게 바라만 보지 말고 한번 만져 보게.”


다른 각도로 이리저리 쳐다보는 리안에게 오브를 보냈고.

마법사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낚아채갔다.


[망가진 보라색 오브] -일반-

마탑에서 버린 불량품.

최소한의 기능은 작동한다.

최대 세 개까지 착용 가능.

공격력 : 25

마력 : 25

제한 : 지능 60


손안에서 느껴지는 묵직함과 단단한 촉감.

예상외로 제법 무거웠다.


“보통 이렇게 단단한 편인가?”


“보석같이 보여도 마력이 집약된 보옥이네. 재료와 기술자의 역량에 따라 금속으로 만든 구슬만큼이나 튼튼하지.”


예상한 질문인 듯 시원스러운 답변이 돌아왔고.

리안은 점차 오브에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다.


‘차라리 이걸 써 볼까.’


온힘을 다해 휘두르지도 못할 지팡이를 쥘 바에야.

이 기회에 새로운 무기를 체험하는 것도 좋다고 여겼다.

무엇보다 재밌어 보이기도 했고.


“구매할 생각이 있나 보군.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마법사는 그 생각에 가타부타 참견하지 않았다.

오브는 유용한 보조 무기이며.

컨트롤이 좋다면 주 무기로도 쓸 수 있었으니까.


“가격은?”


“이것까지 합쳐서 천 백 골드.”


조금 전 가져왔던 마법 책을 리안에게 들이밀었다.


“이번엔 할인은 필요 없겠지?”


“···그래.”


마법사가 내민 책의 표지는 검과 지팡이가 교차된 삽화가 그려져 있었다.

언뜻 보기엔 직관적인 그림이었지만 쉽사리 예상되지 않았다.


“더블 부스트, 마력과 공격력을 동시에 상승시켜주는 버프 마법이라네. 이것도 배틀 메이지의 핵심 마법이지.”


[‘오브 컨트롤(Lv.1)’과 ‘더블 부스트’를 습득하였습니다.]


“마을 대장간으로 가게나. 그곳이라면 자네에게 어울리는 방어구를 맞출 수 있을 터이니.”


* * *


땅-! 땅-! 땅-!


망치질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장소.

골목마다 대장간이 보이는 거리에서, 로브를 뒤집어쓴 리안이 간판을 연신 흘긋거렸다.


‘여기는 아니고. 아, 저곳인가.’


마법사와 대장간이라니.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상식적으로 마법사가 대장간에 들릴 일이 얼마나 있을까.

마법 물품 구매, 기타 장비 점검까지 마탑에서 웬만한 용무를 볼 수 있는데 말이다.


‘특별한 사건이 아닌 이상, 갈 일 없겠지.’


하지만 그는 평범하게 손님으로, 갑옷을 맞추기 위해 대장간을 방문했다.


성능이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철제 갑옷은 천 옷보다 비교도 안 될 만큼 싸지만.

그렇다고 판금 갑옷을 착용하는 마법사 유저는 드물다.


‘평범하게 힘이 부족하니까. 현실적으로 착용하기 힘들지.’


물론 그에겐 해당되지 않는 사항.

오히려 자금의 여유가 있었다면, 보조 무기로 쓸 병장기까지 샀을 것이다.


판금 갑옷을 두르고 검을 휘두르는 마법사라.

과연 마법사로 보일진 모르겠다.


‘가관이겠군.’


리안은 실소를 터트리며, 마법사가 알려준 대장간의 가판대에 멈춰 섰고.

때마침 휴식을 취하고 있던 점원이 말을 걸었다.


“손님, 따로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십니까?”


“판금 갑옷을 보고 싶은데.”


가판대에는 장갑 정도만 보일 뿐, 온통 무기투성이로.

아무리 봐도 그가 찾는 중갑은 보이지 않았다.


“중갑옷 종류는 밖에 전시하지 않아서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점원과 같이 안으로 들어서자, 밖에는 없었던 갖가지 장비들이 놓여 있었다.


“점장님! 손님 오셨어요!”


점원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반응이 없다.


“작업에 열중하시고 계신가. 손님 잠시 구경하고 계시겠어요?”


“알겠다.”


“점장니이이임!”


점원이 사장을 부르며 사라졌다.

다양한 방어구들이 인형 더미에 전시되어 있었다.

형태가 조금씩 달랐으나 사실 모양이 중요한 건 아니다.


‘재료가 중요하지. 그보다 내가 입을 수는 있나?’


이곳에 전시된 기성품들은 그가 착용하기엔 작아보였는데.

주문하면 대장장이가 수선해줄 일이었다.

갑옷을 대충 둘러보고 있을 때, 점원이 사장과 함께 돌아왔다.


“엥? 마법사잖아. 마법사가 대장간엔 왜 왔어?”


대장장이인듯한 괴팍한 노인이 가게 안쪽에서 튀어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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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발 나까지만 23.06.13 168 2 13쪽
32 네 말대로 잠이나 잘 걸 그랬네 +1 23.06.12 165 4 12쪽
31 생각보다 할 만한데? 23.06.09 166 3 12쪽
30 설마 하루종일 하겠어 +2 23.06.08 172 4 13쪽
29 원래 도적은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23.06.07 176 4 12쪽
28 그냥 혼자 다닐 걸 그랬나 23.06.06 179 4 11쪽
27 혹시 따로 원하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1 23.06.05 186 3 13쪽
26 또 같이 게임하자 23.06.04 184 4 14쪽
25 드디어 모든 걸 되찾았다 23.06.03 190 4 12쪽
24 너무 수상한데 +2 23.06.02 197 4 13쪽
23 제법 치네 23.06.01 197 3 12쪽
22 넌 좀 반응이 재미없다 23.05.31 195 3 12쪽
21 잭팟 23.05.30 195 3 11쪽
20 까비요 23.05.29 210 3 13쪽
19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23.05.28 220 2 12쪽
18 이거 거짓말이지? 23.05.27 221 3 12쪽
17 이 새끼 왜 이래 23.05.26 231 3 12쪽
16 더럽고 치사해도 이기면 그만이야 23.05.25 245 3 13쪽
15 이제부턴 너희가 날 즐겁게 할 차례야 23.05.24 245 4 13쪽
14 하나도 남김없이 정화해야 한다 23.05.23 264 3 12쪽
13 참 요란스럽게 구네 23.05.22 273 4 14쪽
12 무슨 자신감이지 23.05.21 276 5 13쪽
11 파이어볼 23.05.20 284 5 13쪽
10 요즘 유행인가 23.05.19 293 5 12쪽
» 이거 순 사기꾼 새끼 아니야 23.05.18 322 5 12쪽
8 얘 어디 갔는 지 아시는 분 23.05.17 344 7 14쪽
7 여러분 제가 돌아왔습니다 23.05.16 355 5 11쪽
6 그건 힘들겠는데. 23.05.15 378 5 13쪽
5 좀더 해보면 알려나 23.05.14 410 6 12쪽
4 본래 입문은 간단한 법이지 23.05.13 479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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