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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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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0,979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05.14 19:20
조회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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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좀더 해보면 알려나

DUMMY

[인벤토리- 마법사 전직서, 마법의 기초(사용완료), 수습생의 마법봉, 수습생의 로브]


리안은 별 볼일 인벤토리에서 고개를 돌려, 특성이 적혀있는 부분을 찾아냈다.

그곳에 정리된 목록을 차근차근 살펴보더니.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크으. 그래, 이게 나야.’


컨디션 관리(C), 강인한 육체(B), 피해 보정(A).

무려 세 개나 되는 고유 특성.

거기다 유저도 함박웃음을 짓게 만든다는 A등급이 떡하니 존재했다.


‘좋군, 좋아’


리안은 흡족하게 웃으며 특성을 하나하나 눌러가며 효과를 확인해갔다.

능력치 세부사항 또한 펼쳐보려는 순간.

그 밑줄에 적힌 특이사항이 눈에 들어와 손을 멈추었다.


[Warning! 오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들키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오염이 진행되고 있다고?’


통상적으로 오염은 어딘가 더럽게 물들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곳, 라스트 월드에서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바로 배신자 혹은 변절자를 가리키는 용도였다.


‘에이, 설마··· 아니지?’


일견 두렵기 짝이 없는 상상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제발 그 예상이 틀리기를 바라며.

황급히 맨 위로 시선을 옮겼다.


[골리안] Lv.1 오염종.


‘이거 오타는 아니겠지.’


어이가 없던 나머지 한순간 엉뚱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리안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소리없이 절규했다.


‘내, 내가 오염종이라니!’


왕국에서 시민, 귀족, 왕 등 능력과 신분에 따라 계급을 나누듯이.

신전에서도 창조주의 시선에서 피조물을 구분지었는데.

그 예시가 세상의 기본 구성원인 일반종과 특별한 사명이 부여된 특수종이었다.


‘난 특수종이었어! 분명 처음 봤을 때만 해도···!’


그밖에도 종족을 막론하고 해악으로 규정한 유형이 있었는데.

죽음과 질병을 퍼뜨리는 언데드. 악의 근원지 마족.

그리고 금지된 실험이나 다른 이유로 형체가 변형된 뮤턴트까지.

오염종으로 분류된 그들은 공존이 불가능하다 판단되었고, 발견 즉시 제거해야하는 정화의 대상이었다.


“이런, 씨이이이발!!!”


욕설이 리안의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오염종은 세계의 공적이자 모든 인류가 증오하는 대상.

신전에 들켰다간, 지하굴 생활이 천국으로 보이게 될 것이다.


‘수십년만에 겨우 빠져나왔다고.’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몹시 억울하고 혼란스러웠다.


분명히 유저들은 그를 ‘특수종’이라고 말했었다.

설마 여태껏 만나봤던 유저의 눈깔이 전부 잘못되었던 걸까.

그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언제부터 오염되었던 것일까.

전직하고 나서? 태초 마을에 온 순간? 안개산을 빠져나왔을 때?

아니면.


‘지하굴을 탈출했을 때부터?’


어쩌면 처음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어느 것이 원인인지 알 수 없었으나.

난데없이 찾아든 위기에 피가 거꾸로 솟았다.


‘나는 계속 그곳에 있어야 했나···? 영문도 모른 채로?’


현기증이 일며 눈앞이 캄캄해진다.

깊은 좌절감과 더한 억울함이 머리를 어지럽혔지만.

그는 늘 그래왔듯이 인내하고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에겐 심정을 토해낼 장소도,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괜찮아. 괜찮고말고.’


리안은 이대로 좌절하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보란 듯이 살아가야겠다는 열망이 끓어올랐다.


‘웬만해선 들킬 일 없어··· 그래, 신전만 조심하면 되겠지.’


실제로 명시된 대로 경각심을 가진다면, 타인이 그의 정체를 알아챌 확률은 지극히 낮았다.

오염종이 작정하고 정체를 숨기면. 색적 조차 불가능했으니까.

신의 힘을 빌린 사도가 아니고서야, 오염종을 구분 짓는 건 어려웠다.


‘스릴 있고 좋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리안은 겁먹고 주저앉기엔,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 * *


풀이 무성하게 자라있는 드넓은 초원.

새하얗고 작은 토끼들이 들판을 깡충깡충 뛰어다녔다.

마음이 평안해지고 치유되는 풍경이었지만.

리안은 눈살을 찌푸릴 뿐이었다.


‘쨍쨍하네.’


언덕 위로 내리쬐는 햇살에 눈이 따가웠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안개산을 벗어나고 햇빛에 적응한 지 오래니까.

이전의 일로 조금 신경이 날카로워진 모양이다.


‘그보다 진짜 이걸 무기로 쓰라고 준 건가?’


리안이 가늘게 뜬 눈으로 초원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손에 들린 무기를 내려다보았다.

짧고 뭉툭한 초보자의 지팡이.

그가 사용하기엔 지나치게 앙증맞은 크기였다.


‘후··· 짜증 낸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어차피 고민한다고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

그는 불안을 잊기 위해서라도 사냥에 집중하기로 했다.


‘생긴 게 뭐가 중요해. 마법만 쓸 수 있으면 장땡이지.’


심란한 마음을 억지로 내려놓고.

최대한 다른 생각을 하여 오염종이란 현실을 잠시 잊으려 노력했다.


문득 멋있고 화려했던 마법사의 긴 지팡이가 그의 머릿속을 차지했다.


‘하필 떠올라도, 왜 이런 게 떠오르는 건지. 거참.’


불안감에 의해 신경이 날카로워진 것과 별개로, 지팡이에 대한 불만은 진심이었던 모양.

그래도 욕심을 부리는 게 우울한 것보단 나았다.


‘그래, 내가 멋진 걸로 꼭 하나 사고 만다.’


그는 꼭 괜찮은 지팡이를 장만하겠다고 다짐하며 사냥감을 물색했다.

무리에서 떨어져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토끼.

타켓을 정한 그가 지팡이를 꽉 쥐고 녀석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에너지 볼트.”


전직하면서 배운 매우 기초적인 마법.

지팡이 끝에서 희뿌연 기운이 모여, 구체를 만들어 날아갔다.


빡-.

토끼의 머리통에 정확히 명중하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단번에 절명해버렸다.

그 자리에 가죽 하나를 남긴 채, 시체는 서서히 흩어져 사라졌다.


‘흠···. 생각보다 별 느낌 없는데. 좀 더 해보면 알려나?’


마법을 사용하는 재미는 있었지만, 어딘가 미지근한 기분이다.

그는 반신반의한 심정으로 사냥을 재개했다.


“에너지 볼트.”


지팡이를 가볍게 쥐고 처음보다 더 깔끔해진 동작으로 마법을 쓰자.

털썩-.

또 한 마리의 토끼가 목숨을 잃었다.


“에너지 볼트, 에너지 볼트, 에너지···.”


리안의 손짓에 생명이 픽픽 쓰러져 토끼들.

그는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자그마한 희열이 가슴 속에서 차올랐다.


‘이게 대체 무슨 감각이지? 뭔가, 뭔가다.’


무슨 감정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으나.

리안은 가슴이 시키는 대로 에너지 볼트를 쏟아냈다.

초보자 사냥터에서 펼쳐지는 학살극, 토끼들의 떼죽음이 펼쳐졌다.


[마나를 전부 소진했습니다. ‘에너지 볼트’ 시전이 취소됩니다.]


푸쉬이-.

지팡이 끝에서 에너지 볼트 대신 가느다란 연기가 흘러나왔다.


“아.”


유저를 상대할 때와는 환경이 달라서였을까.

리안은 살생이라는 똑같은 행위를 했음에도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마구잡이로 난사한 나머지 마나가 바닥을 드러냈지만.

그는 사냥을 멈추지 않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리안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주먹을 내질렀다.


‘하다 보니까 나름 괜찮네.’


열 받게 만든 진상들을 죽이는 쾌감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때론 질보단 양이 좋을 때도 있는 법이다.

그는 무아지경에 빠져든 채 토끼를 잡았고.


[토끼를 처치했습니다. EXP + 1]

[경험치가 충족되었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Lv.10]


기어코 레벨 십을 찍고 나서야 멈추었다.


‘음? 왜 이렇게 어두워졌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하늘에 떠 있었던 해가, 어느새 뉘엿뉘엿 땅으로 저물고 있었다.

리안은 그제야 주변 상황을 파악했다.


‘미친, 얼마나 사냥한 거야?’


인벤토리에도 토끼 가죽이 수북하게 쌓여있을 뿐만아니라 사방에 온통 토끼 가죽이 널려 있다.

리안은 경악스러워하는 한편. 무언가 새롭게 깨달은 표정이었다.


‘어쩐지 상쾌하네. 이래서 사냥이 재밌다고 한 건가?’


최초라는 특수한 환경과 불행한 사건이 겹쳐서 더욱 사냥에 몰두했을 뿐.

스트레스 해소에 아주 탁월한 활동이었다.

실제로 머리가 맑고 개운해졌다,


[Tip. 10레벨을 달성하셨나요? 신전에 방문하여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이 문구를 봐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미리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덕분인지, 그는 그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담담하게 바라보았다.


‘다음 장소는 역시··· 신전인가.’


오염종이 되어버린 그가 덜컥 찾아가기엔 위험한 장소.

신전의 영역에는 발을 붙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지만.

그는 대륙으로의 여정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고작 여기서 만족할 순 없어.’


리안이 밖에서 적당히 먹고 살 생각이었다면, 튜토리얼 진행을 그만뒀을 터.

충분한 힘을 지니고 있었으니,

구태여 전직할 필요도 없이, 적당하게 이곳에서 머물렀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평안한 삶이 아니었다.


‘적어도 대륙은 가봐야지.’


일종의 보상심리라고 봐도 좋았다.

지하굴에 죽치고 있어던 보답은 받아야겠으니까.

그 외에도 이유는 또 하나 있었다.


‘한번 녀석들처럼 살아보고도 싶고.’


내키는 대로 살아가는 상식 밖의 또라이들.

리안의 눈에 그들은 혐오의 대상이자, 동시에 질투의 대상이었다.


유저한테 이 세계는 유흥이자 오락거리.

진정한 의미로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직접 본 리안이 겨우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신전으로 가는 것도 멍청한 짓인데.’


털썩.


어떻게 하면 신전을 건너뛰고 진행할 수 있을지.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은 리안은 팔짱을 끼고 고심했지만.


“흐으으으음.”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누구라도 좋으니 정답이 있으면 알려줬으면 싶었다.

그는 이 상황을 타파할 다른 이의 충고나 조언이 간절히 필요했다.


‘···한번 찾아가 볼까?’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상담이 가능한 인물이 딱 한 명 있었다.


‘신목의 무녀.’


열심히 정체를 감추려 노력했지만, 그녀는 이미 리안을 꿰뚫어 봤을 것이다.

그가 골리앗이라는 걸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며, 신전과도 밀접하게 관련있는 인물이었다.

굳이 해결해주지 않더라도 가볍게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 * *


자리를 벌떡 일어나 안개산을 거슬러 오른 리안.

그가 무녀를 찾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진행이 막히셨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팁을 확인해 주세요.”


무녀는 그를 향해 유독 쌀쌀맞아 보였다.

도움말이나 설명서도 읽어보지 않았냐는 듯한 말투.

무감정했을 터인 목소리엔 귀찮음이 묻어 나오고 있었는데.


“...”


느닷없이 들이닥친 당사자가 아무 말도 없이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으니.

그럴만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다시 만나자고 작별인사 해두는 건데···.’


그가 어떻게 화두를 꺼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한숨이 섞인 무녀의 음성이 다시금 들렸다.


“진행이 막히셨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팁을 확인해 보세요.”


일정 시간마다 말을 해야 하는 강박증이라도 있는 걸까.

특이한 습관이었지만 덕분에 말을 붙일 타이밍을 잡았다.


“저기, 대화 좀 할 수 있을까?”


“없습니다.”


고심 끝에 말을 건넸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

너무나도 단호한 태도.

리안이 눈썹을 찡그렸다.


“난 진지하게 할 말이···.”


“이미 알고 있습니다.”


가볍게 느껴지는 대답에 그가 더 말을 이으려는 순간.

무녀는 그조차 끊어버렸다.


“그러니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말고, 신전으로 가세요. 골리앗.”


엄한 생각따위 용서치 않겠다는,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이 리안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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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네 말대로 잠이나 잘 걸 그랬네 +1 23.06.12 165 4 12쪽
31 생각보다 할 만한데? 23.06.09 166 3 12쪽
30 설마 하루종일 하겠어 +2 23.06.08 17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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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그냥 혼자 다닐 걸 그랬나 23.06.06 179 4 11쪽
27 혹시 따로 원하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1 23.06.05 186 3 13쪽
26 또 같이 게임하자 23.06.04 184 4 14쪽
25 드디어 모든 걸 되찾았다 23.06.03 190 4 12쪽
24 너무 수상한데 +2 23.06.02 198 4 13쪽
23 제법 치네 23.06.01 197 3 12쪽
22 넌 좀 반응이 재미없다 23.05.31 195 3 12쪽
21 잭팟 23.05.30 196 3 11쪽
20 까비요 23.05.29 210 3 13쪽
19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23.05.28 220 2 12쪽
18 이거 거짓말이지? 23.05.27 221 3 12쪽
17 이 새끼 왜 이래 23.05.26 231 3 12쪽
16 더럽고 치사해도 이기면 그만이야 23.05.25 245 3 13쪽
15 이제부턴 너희가 날 즐겁게 할 차례야 23.05.24 245 4 13쪽
14 하나도 남김없이 정화해야 한다 23.05.23 264 3 12쪽
13 참 요란스럽게 구네 23.05.22 273 4 14쪽
12 무슨 자신감이지 23.05.21 276 5 13쪽
11 파이어볼 23.05.20 284 5 13쪽
10 요즘 유행인가 23.05.19 293 5 12쪽
9 이거 순 사기꾼 새끼 아니야 23.05.18 322 5 12쪽
8 얘 어디 갔는 지 아시는 분 23.05.17 344 7 14쪽
7 여러분 제가 돌아왔습니다 23.05.16 355 5 11쪽
6 그건 힘들겠는데. 23.05.15 378 5 13쪽
» 좀더 해보면 알려나 23.05.14 411 6 12쪽
4 본래 입문은 간단한 법이지 23.05.13 479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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