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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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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1,018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05.12 19:20
조회
613
추천
7
글자
12쪽

제가 이럴 줄 알았겠습니까

DUMMY

세계가 리안의 육신으로 캐릭터가 생성되었음을 알려주었다.

이로써 그은 손님과 같은 유저의 자격을 얻게 되었다.


‘옛쓰!’


이루말 할 수 없는 짜릿한 감각이 그의 피부를 타고 올라온다.

여태까지 해왔던 걱정이 무색해질 정도로 훌륭히 해냈다.

앞으로 어떨지 모르겠으나, 지금까지 과정은 아주 순조로워 보였다.


‘정확한 명칭은 유저였군.’


어째서 유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차차 알아가면 그만이다.


‘이것도 나중에 천천히, 자세하게 살펴봐야겠네.’


마음 같아선 환호성이라도 지르고 싶었으나.

그는 억지로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고 상태창을 치웠다.

앞에서 계속 자신을 의심스럽게 쳐다보는 여인이 있었으니 말이다.


“크흠. 누나, 이제 저희 뭐해요?”


그는 부담스러운 시선을 피하며 물었다.

대놓고 다음을 진행하라고 요구하자, 그제야 무녀는 행동을 이어갔다.


“골리앗···. 당신에게 하늘의 은총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골리안.”


“네, 골리앗.”


이름을 가지고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고.

잠시후, 신목이 찬란한 빛을 내뿜었다.

나무에서 새어 나온 빛줄기는 안개를 꿰뚫으며 하늘 높이 치솟았다.


‘이게 가호 이벤트겠군.’


하늘의 은총이라고도 불리는, 신의 가호는 육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일종의 축복이나 재능으로 부여되는 캐릭터의 태생 능력.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신이라고 이름 붙은 것과 달리, 그 안에는 지상의 모든 존재의 능력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뭐가 나올지는 모른다라··· 조금 기대되네.’


랜덤성이라는 기능에서 미지의 떨림을 느꼈다.

보통 처음부터 높은 등급을 가져가는 것을 선호하기 마련.

그도 유저의 기풍을 따라, 기왕이면 고등급의 가호가 나오기를 바랬다.


[신의 축복이 감지되었습니다.]

[화염 거인의 심장(B), 난쟁이의 주머니(F), 퇴역병의 낡은 활(C)]

[가호를 선택하세요. *주의, 한번 선택한 가호는 튜토리얼이 끝날 때까지 변경할 수 없습니다.]


빛무리가 모여 각기 다른 형태를 만든다.

아는 것이 적었지만, 대박이 터지진 않았다는 걸 눈치챘다.

그도 그럴 것이.


‘S랭크는 커녕 A랭크도 없잖아?’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예상보다 낮은 등급들이 보였고 리안은 다소 실망했다.


‘자랑하는 이유가 있었어.’


그간 유저가 왜 그렇게 침을 튀기면서 자랑했는지 내막을 조금 이해할 것 같았다.

여튼 리안은 상심을 뒤로 한 채, 가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름을 보고 예상하라고 했지?’


가호는 똑같은 이름이라도 나타나는 효과가 다양했다.

이름 자체에 주목하기보단 부여되는 효과를 추측해내는 것이 옳았다.

예를 들어, 화염 거인의 심장은 화염의 불 속성, 거인의 신체 능력 등을 유추하는 것처럼.


‘유저들이 왜 치를 떠는지 알겠군.’


이름이 길수록 내포된 능력이 많고, 그만큼 효력이 뛰어났지만.

원하는 것을 얻을 확률은 낮았다.


대다수가 쌍욕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여러모로 예상과 다른 능력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활이라··· 배워두면 언젠가 쓸 것 같기는 한데.’


그런 점에서 무기 명칭이 붙은 가호는 무난하고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단순하고 의외성이 적었으니까.

하지만 인권 등급이라고 할 수 있는 B등급을 놓고, C등급을 고를 이유는 없었으며.

F등급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었다.


‘화염 거인의 심장밖에 없네.’


사실 화염 거인의 심장도 ‘거신’이라는 상위호환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조금 아쉬운 면이 있었다.

때문에 유저들 사이에선 ‘짭거’ 라고 놀림을 당하는데.

리안은 모르는 소문인 데다가 애초에 꺼릴만한 요소도 아니었다.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무녀가 어서 고르라는 듯이 재촉했다.

하얀빛으로 박동하는 심장과 넘실거리는 형상, 그리고 덩그러니 놓인 활까지.

각자 자신을 고르라며 자태를 뽐내는 것 같았지만, 어림도 없다.


“화염 거인의 심장이요.”


주저 없이 심장을 선택하자,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허상들이 스러졌다.

남아있는 심장 또한 연기처럼 흩어지더니, 리안의 신체 곳곳으로 스며들었다.


[가호 ‘화염 거인의 심장(B)’가 생성되었습니다. 화염 속성의 저항력과 마력이 향상됩니다. 모든 화염 공격이 추가 피해를 줍니다.]


거인이라는 키워드가 아닌 화염에 초점이 맞춰진 속성 한정 능력.

솔직히 말하자면 좋다고 볼 수 없었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아. 아니, 오히려···.’


그가 세운 계획대로라면 쓸만한 가호였다.

모든 과정이 끝났는지 신목의 뒤쪽으로 안개가 걷히며. 산을 빠져나가는 길목이 생겼다.


[Tip. 캐릭터를 생성한 이후 가호를 받으셨나요? 그렇다면 전직을 위해 마을로 향하세요!]


초보자를 배려해서 땅바닥에 다음 행선지를 알리는 화살표가 나타났다.


“...”

“...”


리안은 눈치를 보다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걸어가는 내내 뒤통수가 따끔거렸으나 깔끔하게 무시했다.

그는 오직 앞으로 향할 뿐이었다.


* * *


‘작별 인사는 하고 올 걸 그랬나?’


지면에 표시된 화살표를 따라 도시로 향하는 길.

방금 전 무녀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온 탓인지, 리안은 다소 찝찝한 기분이었다.

이내 머리를 털며 괜스레 찝찝함을 떨어내고, 다음 행선지를 생각했다.


‘곧 있으면 태초 마을이다.’


튜토리얼에서 거치는 첫 번째 마을.

정식 명칭은 따로 존재하는 듯했지만, 유저는 입을 모아 ‘태초 마을’이라 칭했다.

그곳에서 기본적인 사냥과 채집을 경험하고 직업을 결정했다.


‘다른 것도 해보고 싶지만, 역시 직업부터 알아보고 싶은데···.’


멀찍이 마을을 둘러싼 목책이 리안의 눈에 들어왔다.

그 앞에 경비를 서는 두 명의 병사.

고개를 틀어 그를 한번 힐긋 보더니 곧바로 정면을 향했다.


‘그냥 이대로 들어가도 되나?’


리안이 뻣뻣한 몸짓으로 입구를 다가섰고.

젊은 병사가 친절한 목소리로 그의 방문을 환영했다.


“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모험가님.”


적당히 고개를 까딱이며 문을 통과하자, 목책에 가려져 있던 마을의 풍경이 펼쳐졌다.

길가를 오가는 사람들과 그 길을 따라 이어지는 건물들.


‘상상했던 것 이상이야.’


조그마한 섬의 마을이라기엔 상당한 크기로, 거의 도시에 견줄 정도였다.

지나치게 큰 마을 덕분에 뜻밖의 문제가 생겼다.


‘어디로 가야 하지.’


전직하기 위해선 마을에 존재하는 담당자나 교관들을 찾아가야 했다.

리안은 튜토리얼의 큼지막한 줄기들은 알고 있었지만.

직업 담당자의 위치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파악하진 못했다.


‘주민에게 물어봐야 하나.’


최대한 접촉을 피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다.

그가 마을 주민에게라도 목적지를 물어보려는 순간.

뒤에서 믿음직스럽고 힘찬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혹시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목책을 지키던 젊은 병사가 물었다.

병사는 초보 티가 나는 모험가의 곤란함을 익히 눈치채고 주시했던 모양.


‘젠장, 아직 마음의 준비를 못 했는데···!’


세상 무해하다는 얼굴로 다가오고 있었지만.

불시에 찾아든 말에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침착해. 유저처럼 행동하면 될 거야.’


병사가 다가올 동안 속으로 명심했다.

일전에 단번에 알아차린 무녀의 경우를 생각하면, 그는 유저로 철저하게 몰입할 필요가 있었다.


‘까칠하고, 건방지게!’


특유의 가벼운 말투를 포함해서, 제일 중요한 점은 반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유저는 귀족이나 노인에 가까운 이를 제외하곤, 거의 반말을 고수한다고 알고 있다.

오히려 아무한테나 존댓말을 쓰는 것이 특이한 케이스.

수상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유저스럽게 답했다.


“딱 보면 모르겠냐? NPC 새끼가 얼른 튀어오지 못해?”


그가 NPC(Non-Player Character) 뜻을 알고 말하는 건 아니다.

그저 유저들이 지껄이는 말을 그대로 따라 했을 뿐이었다.


“예? 허, 참.”


병사는 한순간 말문이 막히며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렇다고 걸음을 물릴 수도 없었는지, 내키지 않은 걸음으로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굼벵이가 따로 없군, 내가 친히 가야겠어?”


“죄송합니다. 모험가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가까스로 표정 관리에 성공한 병사가 웃으며 되물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입꼬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는데.

그제서야 리안도 결과가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번엔 또 뭔데? 정확했잖아!’


다년간 분석한 끝에 나온 완벽한 성대모사였다.

목소리 톤을 약간 조정하며 한마디 거들려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굳이 녀석들을 따라 할 필요가··· 있나?’


딱히······ 없어 보였다.

다급해지는 마음을 누르고 객관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억지로 그들의 행위를 따라 할수록 부자연스럽게 보일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되지도 않는 연기 집어치우자. 괴상한 놈들 많으니까, 대충 알아서 이해하겠지.’


지레 겁을 먹고 필요 이상으로 의식하고 말았다.

그는 스스로 잘못 생각했음을 인정하고, 유저처럼 행동할 것을 취소했다.

실제로 앞에 선 병사는 표정만 썩었을 뿐, 딱히 수상쩍은 눈빛을 보내진 않으니 옳은 선택으로 보였다.


“마법사의 집을 찾고 있다.”


목에 힘을 풀고 자신의 목적지를 말했고.

병사는 냉큼 손을 들어 올려 골목을 가리켰다.


“저기 골목 보이시죠? 저기서 오른쪽 돈 후 다음 사거리에서 왼쪽, 그리고 직진하다가 갈림길에서 오른쪽 다시 사거리에서 직진하시고···.”


병사의 설명은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이곳이 사실 마을이 아니라 미궁이었나.

설명만 들어선 도저히 혼자서 찾아갈 수 없는 길이었다.


“거기서 백덤블링 조지신 다음 한 시 방향을 바라보면···.”


“헷갈리니까 직접 안내해.”


병사의 말을 끊어내며 안내를 부탁했다.

초행자에겐 어려운 길, 병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했다.


‘마을의 경비병들은 범죄자에겐 냉정하지만, 선량한 시민에겐 친절하니까.’


곤경에 처한 그를 무시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리안의 예상과 달리, 병사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티끌만치도 없었다.


“제가 왜······.”


퍽-.

선임 병사가 거절하려는 병사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때렸고.


“끅!”


젊은 병사는 작은 신음을 내뱉었다.


‘야, 죽고 싶어? 딱 봐도 또라이잖아! 저것도 구분 못 해?’


선임이 리안에게 들리지 않는 낮은 목소리로 그를 나무랐다.

작게 속삭이는 탓에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리안은 ‘또라이’란 단어는 똑똑히 들었다.


‘워낙 미친놈들이 많다보니, 싸잡아서 이런 취급을 당하는군.’


어느 정도의 비난은 그도 각오한바.

오해를 받는 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병사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감내해냈다.


‘아, 싫습니다. 왜 제가 움직여야 합니까.’


‘그러게 누가 말 걸래?’


‘제가 이럴 줄 알았겠습니까?’


투닥거리는 두 경비병.

경비병이 자리를 비우기 쉬운 일은 아닐 터.

리안은 살짝 미안한 감정이 들었지만, 안내받는 게 시간을 아끼는 길이다.

경비병들의 대화가 끝나기를 묵묵히 기다렸다.


‘네네 알겠습니다. 뭘 그렇게 걱정하세요. 설마 살인이라도 하겠어요?’


‘으이구, 그러다가 큰코다친다. 됐고, 데려다주고 복귀하도록 해. 명령이다.’


‘네에.’


서로 대화가 잘 마무리되었는지 병사가 리안 쪽으로 걸어왔고.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잘 따라오세요.”


병사를 따라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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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네 말대로 잠이나 잘 걸 그랬네 +1 23.06.12 167 4 12쪽
31 생각보다 할 만한데? 23.06.09 166 3 12쪽
30 설마 하루종일 하겠어 +2 23.06.08 174 4 13쪽
29 원래 도적은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23.06.07 176 4 12쪽
28 그냥 혼자 다닐 걸 그랬나 23.06.06 179 4 11쪽
27 혹시 따로 원하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1 23.06.05 186 3 13쪽
26 또 같이 게임하자 23.06.04 184 4 14쪽
25 드디어 모든 걸 되찾았다 23.06.03 190 4 12쪽
24 너무 수상한데 +2 23.06.02 199 4 13쪽
23 제법 치네 23.06.01 198 3 12쪽
22 넌 좀 반응이 재미없다 23.05.31 195 3 12쪽
21 잭팟 23.05.30 196 3 11쪽
20 까비요 23.05.29 210 3 13쪽
19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23.05.28 220 2 12쪽
18 이거 거짓말이지? 23.05.27 221 3 12쪽
17 이 새끼 왜 이래 23.05.26 232 3 12쪽
16 더럽고 치사해도 이기면 그만이야 23.05.25 247 3 13쪽
15 이제부턴 너희가 날 즐겁게 할 차례야 23.05.24 245 4 13쪽
14 하나도 남김없이 정화해야 한다 23.05.23 265 3 12쪽
13 참 요란스럽게 구네 23.05.22 275 4 14쪽
12 무슨 자신감이지 23.05.21 276 5 13쪽
11 파이어볼 23.05.20 286 5 13쪽
10 요즘 유행인가 23.05.19 294 5 12쪽
9 이거 순 사기꾼 새끼 아니야 23.05.18 323 5 12쪽
8 얘 어디 갔는 지 아시는 분 23.05.17 344 7 14쪽
7 여러분 제가 돌아왔습니다 23.05.16 356 5 11쪽
6 그건 힘들겠는데. 23.05.15 379 5 13쪽
5 좀더 해보면 알려나 23.05.14 412 6 12쪽
4 본래 입문은 간단한 법이지 23.05.13 480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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