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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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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0,977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05.30 19:20
조회
195
추천
3
글자
11쪽

잭팟

DUMMY

첫 번째 사냥터로 향해 쭉 뻗은 길 위.

전직 전만 해도 힘차게 앞장서서 걸었던 성훈이 침울한 표정을 짓고선, 힘없이 걸음을 옮기고 있다.


"..."

"..."


리안은 이대로 조용히 사냥터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이대로는 곤란해. 가이드 일을 제대로 해줘야지.’


자신의 목적을 머리에 되새기며 입을 열었다.


“앨리온드 대륙 동쪽 끝 마을 워포드. 처음 듣는 이름이군. 혹시 그곳에 대해 알고 있나?”


“네? 아, 워포드 마을이요? 그게 저도 모르겠네요. 하하···.”


퀘스트 지역에 대해 알아볼 겸 질문을 해봤지만, 성훈도 아는 것이 없었다.

볼을 긁적이며 멋쩍게 말하다가 이내 멈칫하며 말을 바꿨다.


“그, 오늘 일 마무리하고 알아 올 수 있는데. 제가 한번 조사해볼까요?”


이를 기회라고 여겼는지 밝은 표정으로 리안에게 물었다.


“그래 주면 편하겠군.”


리안은 별 생각 없이 대답했으나.

성훈은 이번에야말로 뭐라도 부탁했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물론 간단한 질문인 만큼 보상이 짜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친밀도가 어느 정도 쌓일 거 같아.’


상훈의 노력이 성과가 결실을 맺은 듯 보였다.

풀 죽어있던 그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며.

기운을 차린 상훈은 리안이 바라는 대로 가이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로 단단히 마음먹었다.


“절 따라오세요!”


토끼들이 뛰어다니는 초원에 도착한 리안.

이제 사냥할 시간인가 싶었는데.

예상과 달리 성훈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토끼 서식지를 벗어나자 리안은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아! 죄송합니다. 제가 말을 안 했었네요. 지금은 다람쥐를 잡으러 가고 있습니다.”


아차 싶었는지 성훈이 재빠르게 설명한다.

그의 목적지는 초원과 깊은 숲 사이, 다람쥐가 리스폰되는 숲의 초입이었다.


‘처음부터 바로 다람쥐를 사냥한다고?’


어째서 토끼를 건너뛰고 3레벨이나 되는 다람쥐를 잡으려 하는지 리안은 이해할 수 없었다.

리안 본인이야 초기 상태부터 건너뛸 만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것이 유저한테도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토끼 잡는 건 너무 시간 낭비거든요. 빠른 레벨 업이 가능한 방법이 따로 있습니다.”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지만, 굳이 어떤 방법인지 묻지 않았다.

어차피 조금만 기다리면 직접 볼 수 있을 테니까.


이윽고 그들은 다람쥐 한 쌍을 찾아냈다.


“쉿, 저기 나무에서 다람쥐 부부가 내려오네요. 잠깐 기다리죠.”


기습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숨을 죽이고 다람쥐를 노려보는데.

아무리 봐도 공격을 감행하려는 모습은 아니었다.


‘구경만 해서 어쩌려는 거냐.’


리안의 짐작대로 성훈은 다람쥐가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람쥐 한 쌍이 사라지자 상훈이 몸을 일으켜서 다람쥐가 내려온 나무를 기웃거렸다.


“리안님. 여길 보세요. 이게 진짜입니다.”


멀뚱히 서 있는 리안을 향해 상훈은 다가오라며 손짓했고.

그는 상훈의 유도에 따라 나무에 있는 구멍을 들여다보았다.


“이건···.”


[새끼 다람쥐 (Lv.2)]

[새끼 다람쥐 (Lv.2)]

[새끼 다람쥐 (Lv.2)].

.

.

.

찍-. 찍-.


그곳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일곱 마리의 새끼다람쥐들이 보였다.


“7마리? 캬, 잭팟이다!”


흡사 마치 달디 단 사탕을 발견한 아이처럼 순수하게 기뻐했다.


자신들의 미래를 아는지 오들오들 떨고 있는 녀석들을 향해.

성훈은 망설임 없이 창을 힘껏 찔러넣었다.


푹. 피슉-.


구멍에서부터 선명한 붉은 색의 피가 튀었다.

성훈은 얼굴에 피가 튀어도 아랑곳없이 열심히 구멍을 쑤셨다.

창은 연약한 속살을 푹 파고 들어갔고. 왜소한 몸을 손쉽게 꿰뚫었다.


“오, 레벨업. 이거거든!”


찍-!

새끼 다람쥐들이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죽어갔다.

마지막 한 마리까지 처리한 성훈이 손등으로 뺨을 훑으며 말했다.


“자, 부모 오기 전에 얼른 튑시다. 하핫.”


새끼 동물을 죽였다는 죄책감 따위 없는 해맑은 얼굴.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잔혹한 풍경.

리안은 참담한 심정으로 그 장면을 응시했다.


‘맞아, 이게 유저의 방식이지···. 난 대체 뭘 기대를 한 거지?’


고상하고 기발한 아이디어 따위를 상상했던 걸까.

눈을 한차례 감았다 뜨며 진정하려,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노력했다.


“바로 다음 가정 방문하러 출발해볼까요?”


쾌락에 젖은 눈동자와 쭉 찢어져라 벌린 입.

뭐든 죽이고 싶어 손이 근질거리는 악마가 눈앞에 있다.

불쾌감이 스멀스멀 올라와 표정 관리가 점차 어려워졌다.


‘내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그는 유저처럼 되어보겠다고 했었는데.

첫 삶에서 결심한 다짐이 지금 무너져내릴 것 같았다.

이것이 정말 자신이 원했던 길일까.

마음 한쪽에 의심이 들었지만.


‘일단 해보고 판단하자.’


애초에 그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저번 생에서 온종일 토끼를 무차별하게 때려죽이지 않았던가.

이 또한 사냥의 연장선일 뿐이라고.

이를 악물며 속에서 생겨난 불쾌감을 도려냈다.


사냥이 재개되고.

새끼 다람쥐와 그들을 잃은 부모의 울음소리가 처연하게 울린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부터.


“너희가 부모냐? 어디 네 자식을 죽인 창을 맛봐라!”


성훈은 뒤이어 도착한 다람쥐 부부까지 사냥하며 일가족을 몰살시키기 시작했다.


‘나도 토끼를 사냥할 때 저렇게 보였나.’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는지 리안이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수많은 다람쥐 가족을 파멸시키고.

레벨 10을 찍은 성훈이 사냥을 멈추었다.


“휘유~. 역시 몰이 사냥이 최고라니까. 끝났습니다! 이제 마을로 돌아가죠.”


* * *


거래소에서 잡템 정리를 마친 다음 곧바로 신전을 방문한 두 사람.

리안은 성훈을 신전 안으로 들여보냈다.


“후딱 다녀오겠습니다!”


리안이 지켜본 결과.

오늘 성훈의 하루 수입은 대략 천 골드 안짝.

금액만 보면 매우 효율적인 방식이었지만.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은 추후도 없었다.


‘애초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도 하고.’


초반부터 바로 늑대도 사냥 가능한 그였기에.

유저의 사고방식을 알았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리안님. 저 왔어요! 그보다 저 지금 빨리 나가야 해요!!”


그의 예상보다 빠르게 나온 성훈이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듯 급하게 굴었다.


“오늘 재밌었어요!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 아니다. 잘 쉬도록 해. 내일은 언제 올 생각이지?”


잠시 말을 끊은 리안이 물었다.


“일요일이니까 아침부터 하루 종일 할 계획이에요. 덧붙여서 월요일도 개교기념일이라서 문제없습니다!”


성훈은 밝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리안의 시시한 반응 탓에.

성훈은 머쓱하게 웃으며 접속을 종료했다.


‘갔군.’


리안은 홀로 신전 앞에 남았다.

그는 본래 한가지 조사를 부탁하려 했었는데.

그건 바로 준호와 드라곤 길드에 관한 정보였다.


‘아직 복수할 단계는 아니지.’


그는 막 걸음마도 시작한 초반 단계.

벌써 복수를 계획하기엔 이른 시기라 판단했다.


‘그리고 괜한 정보를 흘릴 수도 있으니까.’


굳이 알리 이유가 없었고 성훈은 신뢰할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나중에 스스로 알아보는 것이 안전했다.


‘자정까지 대략 4시간.’


리안은 다시 사냥터로 향했다.

상대와 진행을 맞추기 위해 자신도 10레벨을 찍어두어야 했다.


‘생각보다 여유롭겠어.’


앞으로를 생각하면 미리 레벨을 올려놓는 게 좋았다.


‘10레벨 정도야 가뿐하지.’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 * *


“후-.”


접속을 종료하고, 캡슐에서 나온 성훈은 상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첫 플레이가 기대 이상이며 정말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재밌다!’


너무 즐거운 나머지 조금 흥분해버렸다.

예의를 중시하는 형이 그의 플레이를 봤다면 목덜미를 잡았을 터.

특히 다람쥐 가족을 죽이면서 한 드립은 크게 나무랐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은 튜토리얼이니까 괜찮겠지만.’


당연히 사람들하고 플레이할 땐 조심할 생각이었다.


‘맞다! 이벤트 참여.’


현재 신규 접속자에 한해 후기 글을 작성하면 여러 가지 경품을 주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

라스트 월드 공식 커뮤니티에 접속한 상훈은 곧바로 후기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라린이 1일 차 후기!]

오늘 라월 처음한 뉴비임다.

10렙까지 찍고 신전 가서 종료했는데.

왜 라스트 월드가 갓겜인지 알았음ㅇㅇ.

접속하자마자 보스한테 죽을 뻔함ㄷㄷ.

처음에 보스 버그 걸린 것 같아서 그냥 문열고 나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딱 내 뒤에 서 있는 거임!

와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하던 거 마저 하라고 기다려주더랔ㅋㅋㅋ.

그래서 무사히 빠져나왔음.

(근데 열리자마자 나 제끼고 지가 먼저 나가더라ㅅㅂ.)

처음에 뭔지 몰라서 어버버하다가 나중에 특수 NPC인 거 알고 친구먹었음ㅋ.

아, 그리고 님들 가호받은 건 처음인데.

-황금빛 S급 가호 세 개가 가지런히 모여있는 장면.-

이거 좋은 건가요?


이후로도 그는 자신이 1일 차에 겪었던 일들을 차곡차곡 써 내려갔다.

새로고침을 통해 자신의 게시글이 확인한 후.

이번엔 ‘신속 질문 답변 게시판’을 클릭했다.


‘여기다 질문하면 되겠지.’


간략하게 질문을 작성한 뒤 엔터를 누른다.


[앨리온드 대륙, 포워드 마을이 궁금합니다.]

퀘스트 때문에 그곳에 가야 할 것 같은데.

어떤 장소인지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형한테 물으면 왜 물어보냐고 꼬치꼬치 캐묻겠지.’


성훈은 몰래 보상을 흭득한 다음, 나중에 직접 보여주면서 형들을 놀래킬 생각이었다.


‘오, 벌써 답이 왔네?’


정말 ‘신속 질문 답변 게시판’이라는 이름답게 1분도 지나지 않아 답글이 달렸다.


- 안녕하세요. 앨리온드 대륙 혈맹 길드 소속. 키란이라고 합니다.

포워드 마을은 동쪽 미개척지대인 오염구역 경계 부근에 위치한 작은 마을입니다.

근처 몬스터의 레벨은 60 정도지만, 살짝만 들어가도 바로 200이 넘는 몬스터가 등장해서 솔직히 잘못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은 장소입니다.

아직 개척이 완료되지 않은 지역인 데다가 걸핏하면 산적을 만나서 매우 위험한 곳이니 방문에 주의하시길.

추가로 저희 혈맹 길드에 들어오시면 저 키란이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


“큭큭.”


깨알 같은 길드 홍보에 웃음이 터졌다.

그는 리안에게 줄 내용을 따로 정리하고.

조금 전에 자신이 올렸던 후기 글을 클릭했다.


‘내 S,S,S급 가호를 보고 전부 부러워하고들 있겠지?’


지금쯤 난리 났을 댓글 창을 상상하며 화면을 밑으로 내렸다.


- 뉴비인 줄 알고 핥으려고 헐레벌떡 뛰어왔더니 중간에 변화구 맞았네ㅆㅂ

- 야 이 개새끼야 구라치다 손모가지 날아간다

- SSS에서 빵 터짐ㅋㅋ 저게 말이 되겠냐고

- 이미지 보소 진짜인 줄. 참 정성스럽게도 만들었다


“엥? 반응이 왜 이래.”


분명 확실하게 증거자료까지 첨부했는데.

예상과 다른 반응들이었다.


“음, 아!!!”


상훈은 문득 지나간 달력을 뜯어내며 날짜를 확인했다.

그리고 하필 오늘이 만우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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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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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발 나까지만 23.06.13 168 2 13쪽
32 네 말대로 잠이나 잘 걸 그랬네 +1 23.06.12 165 4 12쪽
31 생각보다 할 만한데? 23.06.09 166 3 12쪽
30 설마 하루종일 하겠어 +2 23.06.08 172 4 13쪽
29 원래 도적은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23.06.07 176 4 12쪽
28 그냥 혼자 다닐 걸 그랬나 23.06.06 179 4 11쪽
27 혹시 따로 원하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1 23.06.05 186 3 13쪽
26 또 같이 게임하자 23.06.04 184 4 14쪽
25 드디어 모든 걸 되찾았다 23.06.03 190 4 12쪽
24 너무 수상한데 +2 23.06.02 197 4 13쪽
23 제법 치네 23.06.01 197 3 12쪽
22 넌 좀 반응이 재미없다 23.05.31 195 3 12쪽
» 잭팟 23.05.30 196 3 11쪽
20 까비요 23.05.29 210 3 13쪽
19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23.05.28 220 2 12쪽
18 이거 거짓말이지? 23.05.27 221 3 12쪽
17 이 새끼 왜 이래 23.05.26 231 3 12쪽
16 더럽고 치사해도 이기면 그만이야 23.05.25 245 3 13쪽
15 이제부턴 너희가 날 즐겁게 할 차례야 23.05.24 245 4 13쪽
14 하나도 남김없이 정화해야 한다 23.05.23 264 3 12쪽
13 참 요란스럽게 구네 23.05.22 273 4 14쪽
12 무슨 자신감이지 23.05.21 276 5 13쪽
11 파이어볼 23.05.20 284 5 13쪽
10 요즘 유행인가 23.05.19 293 5 12쪽
9 이거 순 사기꾼 새끼 아니야 23.05.18 322 5 12쪽
8 얘 어디 갔는 지 아시는 분 23.05.17 344 7 14쪽
7 여러분 제가 돌아왔습니다 23.05.16 355 5 11쪽
6 그건 힘들겠는데. 23.05.15 378 5 13쪽
5 좀더 해보면 알려나 23.05.14 410 6 12쪽
4 본래 입문은 간단한 법이지 23.05.13 479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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