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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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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0,967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06.01 19:20
조회
196
추천
3
글자
12쪽

제법 치네

DUMMY

리안은 세리가 나타나자마자 언제든 싸울 수 있도록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암살자 같으니 뒤통수를 조심해야겠어.’


난입은 한 필드에서 서로 사냥감을 두고 훼방 놓는 기능.

그가 전투를 대비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바로 전투가 일어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그들은 잠잠했다.


“근데 옆엔 친구야? 넌 좀 반응이 재미없다.”


“저분은 친구가 아니고, 그냥 아는 사람이에요!”


리안은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면을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저번 생에서 주노의 괴상한 접선방법도 그렇고.

유저들끼린 대화가 우선시되는 모양이다.


“아하, 형이랑 게임 중이구나? 하긴 친구라기엔 저쪽은 꼬마가 아니네.”


세리가 둘을 번갈아 바라보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중학생으로 보이는 성훈과 성인 남성에 가까운 리안이 상식적으로 친구라 말하긴 힘들었다.


“네, 형! 형이에요.”


성훈이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그는 어떻게든 리안의 정체를 숨기고 싶었다.


‘분명 리안을 빼앗아갈 거야.’


고인물에 가까운 저 여성 유저라면.

리안의 정체를 안 순간 필시 꼬드길 것으로 판단.

성훈은 차라리 자신이 죽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누구부터 놀아볼까? 너흰 어떻게 하고 싶어? 난 한꺼번에 덤벼도 상관없는데.”


성훈은 난입을 허용했을 때부터 반쯤 체념한 상태.

애초에 상대가 안 될 것을 알았다.


‘승산이 없어.’


난입 유저는 네임드를 사냥하려고 온 유저.

20레벨에 도달했거나 혹은 그만큼 자신 있는 유저 뿐이었다.

성훈은 그런 인간을 상대로 이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저기요, 너무 빨리 포기하는 거 아닌가요~? 너네 둘이서 반피 깎으면 그냥 가줄 테니까. 좀만 노력해보시길.”


인심 쓰듯 말하는 태도에서 성훈의 의욕은 더욱 꺾였다.

저 발언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든 자신의 발끝에도 못 미친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넘치는군. 네가 그렇게 싸움을 잘해?”


물론 리안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입가에 호기로운 미소를 띄우고 달려들었다.


“형 쪽은 아주 용기가 넘치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세리는 둘의 관계를 게이머 동생과 놀아주는 체육계 형 정도로 생각했고.

리안의 돌격을 경험이 적은 뉴비가 덤벼든 것이라 오해했다.


후웅-!


한껏 치켜든 도끼 두 자루가 위에서 아래로 세차게 찍어내린다.

세리가 그것들을 단검으로 빗겨치며 기분 좋게 외쳤다.


“당신도 쌍수야? 뭘 좀 아는 사람이네!!”


챙. 챙.


날붙이가 부딪치는 소음이 울리며 서로의 무기가 얽혀든다.

흠잡기 힘든 완벽한 방어.

세리는 모든 공격을 물 흐르듯 빗겨냈다.


‘강하다, 적어도 저번 생에서 겨뤘던 고인물 새끼보다 훨씬 강해.’


무게가 가벼운 단검의 장점을 살려서 빠르게 공격을 커버했다.

간신히 허점을 발견한 리안이 무릎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지만.


[세리가 ‘백스텝’을 시전했습니다.]


스킬로 물러서며 아슬아슬하게 회피하는 데 성공한다.

가늘게 뜬 그녀의 두 눈에 경계심이 어렸다.


“···제법 치네? 내가 오해하고 있었어. 저쪽이 뉴비고 당신이 버스 기사였구나?”


세리는 나직이 감탄하며 멋대로 납득한 표정이었고.

옆에서 구경 중인 성훈은 엄청나게 감동하고 있었다.


‘날 위해 싸워주다니···!’


그동안 함께하며 쌓아둔 친밀도가 의미 없지 않았구나 싶으면서도.

이것으로 쌓아둔 스택이 날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아까웠다.


‘그건 그렇고··· 둘다 대단해.’


둘의 공방은 지속되며, 전투가 길게 이어졌다.

리안의 관찰과 세리의 완급 조절이 합쳐진 덕분이기도 했으나.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스킬의 차이였다.


‘배쉬.’


리안이 열심히 세리의 방어를 두들기고.

몰아붙인 결과, 빈틈을 찾아 스킬을 사용하지만.


[세리가 ‘백스텝’을 시전했습니다.]


세리는 뒤로 멀찍이 물러서며 맞서 싸우는 것을 거부했다.

지속된 공방으로 리안의 강함을 눈치챈 건 그녀도 마찬가지.

정면으로 대결하면 패배할 것이 뻔했으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못 본 얼굴 같은데 실력이 좋네. 골드, 아니 플래티넘이려나? 근데 플래 중에 이 실력이면 내가 모를 수가 없는데.”


평가하는 듯 말하고 있었지만.

세리는 자존심에 상처가 난 상태였다.

무명의 유저를 상대로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니 참 어이가 없었다.

심지어 그녀의 현재 캐릭터는 주로 쓰는 도적인데 말이다.


‘장비도 없는데 어떻게···! 대체 레벨이 몇인 거야?’


무기는 훌륭했으나 방어구는 미착용.

사용하는 스킬도 나중에 버려지는 기초 스킬 베쉬뿐.

도저히 컨트롤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를 상대하는 리안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이동 기술이 이렇게 까다로웠나?’


리안은 여태까지 이동기의 부재가 딱히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그가 도망 다닐 이유가 없었으며, 대부분 알아서 다가와 줬으니까.

하지만 쥐새끼처럼 도망 다니는 모습에서, 리안은 새삼 이동기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었다.


“주로 어디에서 활동해? 아이디 좀 불러 봐.”


“내가 굳이 알려줘야 하는 건가?”


“빼지 말고, 아레나에서 본캐로 한번 붙어보게.”


세리는 단순하게 승부욕과 호승심에 물었지만.

자신의 정보는 누설하지 않고 이득만 취하고 싶은 그에겐 달갑지 않은 제안이었다.


“어서 대라니까? 응?”


“...”


“뭐야, 말하기 싫다는 거야? 내가 밥 한 끼 먹자고 한 것도 아니잖아. 이거 너무 기분 나쁜데?”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리안의 태도에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순간 정이 뚝 떨어진 표정을 지으며.


[세리가 ‘그림자 밟기’를 시전했습니다.]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리안의 등 뒤에 나타났다.


“그냥 죽여버릴까?”


섬찟한 말이 리안의 귓가에 들리고.

성훈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리안!”


한 쌍의 단검이 엑스자를 그리며 리안의 목을 향하고 있었다.


‘끝이다!’


여태까지 나눈 딜교환에 더해진 결정타.

그녀의 계산에 따르면 아마 이번 공격으로 목숨을 끊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찌이익-!


가죽이 찢어지며 살을 가르는 소리가 퍼진다.


“끅!”


하지만 그것은 리안의 목덜미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소리의 진원지는 세리의 복부.

일자 형태의 상처에서 피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어떻게 반격한 거지? 아니 그보다···!’


[정확한 타이밍에 반격을 허용하였습니다. 크리티컬 카운터 발동!]

[방어력 수치를 아득히 넘어서는 참격을 허용하였습니다. 출혈이 발생했습니다. 피가 멎을 때까지 생명력이 소모됩니다.]

[한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통증으로 5초 동안 몸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야?’


그녀는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공격이 빗나가고 맞은 순간부터 카운터와 출혈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이 될 줄은 몰랐다.


‘도적이 아무리 체력과 방어력이 약하다고 해도 이건 말이 안 돼.’


몸을 마비시키는 통증은 단숨에 체력이 50% 이상이 빠졌을 때 걸리는 상태 이상이었다.

레이드에서 보스의 필살기에 적중할 때나 보는 문구로.

적어도 PVP에서 나올만한 문구가 아니었다.


“미친···! 고작 튜토리얼에서 레벨을 몇까지 올린 거야?!”


경악에 찬 목소리를 내는 세리에게 리안이 다가갔다.


털썩-.

억지로 몸을 움직이려던 그녀는 가까스로 유지하던 자세마저 무너지며 쓰러졌다.


“큭, 야, 아까 리안이라고 했지?!”


세리가 분개하며 서서히 다가오는 리안을 향해 외치는데.

리안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승자의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재미있었다.”


후웅!

조금 전 세리에게 치명타를 가한 전사의 기초 스킬 배쉬.

그 강력한 일격이 세리의 정수리로 향한다.


“너 아레나에서 정식으로···!”


콱-!


세리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리안의 도끼가 머리를 쪼개버렸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침입자를 무찔렀습니다.]

[정당방위로 ‘세리’ 님을 살해하였습니다. 명성 +5]

[오염이 진행됩니다. 0->5]

[업적 ‘살인’을 달성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1 증가합니다.]


리안은 먼지처럼 소멸하는 세리의 시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날 너무 무시했군.’


리안이 지하굴에서 숱하게 해온 일이 눈치 싸움이다.

어떻게든 그를 따돌리고 탈출하려 타이밍을 재는 유저들.

그의 시선에 세리의 눈동자가 굴러가는 것이 훤히 보였다.

굳이 눈썰미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그녀의 움직임에 반응했을 것이다.


‘기본 스킬도 쓸만하네.’


리안은 처음 받는 기초 스킬치고는 상당히 훌륭하다 느끼고 있었는데.

이는 순전히 그의 기량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기본기가 부족한 전사는 스킬을 남발하고 숙련된 전사는 적재적소에 치명적으로 활용하기 마련이니까.


‘에너지 볼트는 쓰레기였는데.’


그리고 리안이 본 기초 스킬이 마법사의 에너지 볼트가 전부였으니.

배쉬가 괜찮게 보이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던 성훈이 뒤늦게 다가와 사과를 건넸다.


“리안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난입 설정을 제대로 못 하는 바람에···.”


리안은 사죄하고 있는 성훈을 지긋이 응시하다 툭 내뱉었다.


“괜찮다. 다음번엔 실수하지 말도록.”


“넵!”


성훈이 얼굴에 화색을 띄우며 대답했다.

그는 방금 전 대화로 리안과의 친밀도는 하락하지 않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휴, 다행이다.’


그렇게 성훈이 안도하고 있을 무렵.

한차례 전투가 벌어져 정신이 없었던 탓일까.

그들은 이곳에 온 이유를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크르르릉-!


짐승의 낮은 울음소리가 들리고.

등장한 거대한 그림자가 성훈을 덮쳤다.


“우와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는 상훈.

침입자가 사라지자 네임드가 등장한 것이다.


“살려주세요!!!”


늑대에게 깔린 성훈이 발버둥을 치며 살려달라 외치고.

그 우스꽝스러운 광경에 리안이 피식 웃음 지었다.


“잠깐만 그렇게 붙잡고 있어라.”


* * *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어렵지 않게 렌달을 퇴치한 리안.

그는 엄살을 떠는 상훈과 함께 거래소로 향했다.

그들은 인벤토리를 정리하고 점심시간 및 스킬 습득 같은 정비 타임을 가질 계획이었다.


“어서 오세요. 모험가님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간사해 보이는 콧수염의 상인이 그들의 방문을 환영했다.

척하면 척이었는지 상인은 익숙하게 손짓으로 한쪽을 가리켰는데.


“판매하실 부산물이라면 저쪽에 올려주시면 되겠습니다.”


상인의 말을 따라 리안과 상훈이 각자의 가판대에 물품을 꺼내기 시작했다.

잠자코 그들의 행색을 지켜보던 상인이 리안이 꺼내든 물품을 발견하곤 헛숨을 삼켰다.


‘저건··· 렌달의 송곳니?!’


꿀꺽-.


목울대가 움직이며 상인은 리안의 손을 주목했다.

모든 것을 잡템을 털어내고 마지막으로 송곳니를 무심하게 올려둔 순간.


‘대박이다. 얼마나 남겨 먹을 수 있지? 적어도 이천까지는···!’


상인은 순식간에 머릿속으로 이득을 계산해냈다.

땡잡았다는 생각에 기뻐하고 있는 찰나.


“스톱! 그거 여기서 파는 거 아닙니다.”


성훈이 리안의 행동을 제지했다.

올려져 있는 송곳니를 집어 리안에게 돌려주었다.


“쳇.”


이를 지켜보던 상인이 낮게 혀를 하며, 성훈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제가 알기론 렌달의 송곳니는 어느 대륙에서든 최소 삼천 골드는 받을 재료템이에요.”


어떤 종류든 네임드의 부산물은 재료로 쓰이기에 고가에 거래되기 마련이었지만.

낙후된 시설뿐인 태초 마을에선, 대륙 시세의 반의반 값도 건지기 힘들었다.


“정 귀찮으면 상인하고 흥정해서 이천 오백 정도에 판매하시던가, 아니면 인벤토리에 보관하세요.”


리안이 눈을 돌려 상인을 쳐다보자.

상인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죄송하지만 그 가격엔 안 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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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발 나까지만 23.06.13 168 2 13쪽
32 네 말대로 잠이나 잘 걸 그랬네 +1 23.06.12 165 4 12쪽
31 생각보다 할 만한데? 23.06.09 166 3 12쪽
30 설마 하루종일 하겠어 +2 23.06.08 172 4 13쪽
29 원래 도적은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23.06.07 176 4 12쪽
28 그냥 혼자 다닐 걸 그랬나 23.06.06 179 4 11쪽
27 혹시 따로 원하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1 23.06.05 186 3 13쪽
26 또 같이 게임하자 23.06.04 184 4 14쪽
25 드디어 모든 걸 되찾았다 23.06.03 190 4 12쪽
24 너무 수상한데 +2 23.06.02 197 4 13쪽
» 제법 치네 23.06.01 197 3 12쪽
22 넌 좀 반응이 재미없다 23.05.31 195 3 12쪽
21 잭팟 23.05.30 195 3 11쪽
20 까비요 23.05.29 210 3 13쪽
19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23.05.28 220 2 12쪽
18 이거 거짓말이지? 23.05.27 221 3 12쪽
17 이 새끼 왜 이래 23.05.26 230 3 12쪽
16 더럽고 치사해도 이기면 그만이야 23.05.25 245 3 13쪽
15 이제부턴 너희가 날 즐겁게 할 차례야 23.05.24 245 4 13쪽
14 하나도 남김없이 정화해야 한다 23.05.23 263 3 12쪽
13 참 요란스럽게 구네 23.05.22 273 4 14쪽
12 무슨 자신감이지 23.05.21 275 5 13쪽
11 파이어볼 23.05.20 284 5 13쪽
10 요즘 유행인가 23.05.19 292 5 12쪽
9 이거 순 사기꾼 새끼 아니야 23.05.18 321 5 12쪽
8 얘 어디 갔는 지 아시는 분 23.05.17 344 7 14쪽
7 여러분 제가 돌아왔습니다 23.05.16 355 5 11쪽
6 그건 힘들겠는데. 23.05.15 378 5 13쪽
5 좀더 해보면 알려나 23.05.14 410 6 12쪽
4 본래 입문은 간단한 법이지 23.05.13 479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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