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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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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0,968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05.23 19:20
조회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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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하나도 남김없이 정화해야 한다

DUMMY

“잘 모르지만 좋은 일이 있었나보군. 축하하네.”


기쁨이 얼굴에 빤히 드러났던 것일까.

집으로 들어선 리안에게 마법사가 넌지시 축하를 건넸다.


“고마워.”


리안이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는데.

단순히 축하에 대한 답변이 아닌, 그동안의 모든 가르침과 도움에 대한 감사였다.


지금이야 어떻게든 성장 방향의 가닥이 잡혔지만.

시작부터 얼마나 무모하고 엉망으로 계획을 세웠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마법사의 조언이 없었더라면, 그의 첫 여정은 보기 좋게 실패했을 것이다.


‘이도 저도 되지 못한 허접한 놈이 됐겠지.’


리안이 무사히 튜토리얼 과정을 마치는 것은 마법사 지분이 컸다.

그렇기에 마탑으로 향할 차례임에도,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마법사의 집을 방문한 것이다.


“그렇게까지 고마워할 것까진 없네. 자네는 마법사만 아니면 뭘 해도 수준급일 인재니까.”


리안은 마법사로 전직하고 나서 들었던 말을 떠올리며 웃어넘겼다.


“이젠 그 말 잘 이해했어.”


후회하지 않겠냐는 그 말.

리안은 뼈저리게 이해했다.


“여길 떠날 생각인가 보군.”

“그래.”


할 일이 남긴 했으나. 리안은 주절주절 떠들 필요 없이 한 단어로 축약했다.


“하기야 자네한테 수준이 맞지 않을 테니 당연한 일이지.”


마법사가 공감한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은 후 물었다.


“인사만 하러 온 건 아닐 테고. 어디 쓸만한 거라도 소개받을 텐가?”


마법사가 서랍장에서 곰방대를 꺼냈고.

그가 곰방대를 물자, 구석에 앉아있던 낯선 인물이 다가와선 담뱃잎과 불을 붙이곤 자리로 돌아갔다.


리안은 그 낯선 인물을 힐끔 쳐다보았다.

챙이 넓은 고깔모자와 고급스러운 자수가 새겨진 로브.

대충 훑어만 봐도 범상치 않은 마법사로 보였다.


“아, 신경 쓰지 말게. 오랜만에 찾아온 제자니까.”


마법사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능청스레 웃어 보였지만.

문외한인 리안의 눈에도 한 가닥 할 것으로 보이는 고위급의 마도사.

일개 수습 마법사가 어떻게 저런 제자를 가지고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쯧, 손님과 이야기하게 나가 있거라.”


리안이 마도사를 쳐다보고 있자.

마법사는 제자의 존재가 거슬렸는지 그를 밖으로 쫓아냈다.


‘평범한 수습 마법사가 아닌 것 같네.’


리안은 마법사의 정체가 다소 궁금했으나.

굳이 호기심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아무렴 어때.’


그도 정체를 숨기는 처지가 아닌가.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에게 가장 친근하다고 말할만한 존재.

리안은 이 감정을 지닌 채 마법사와 작별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괜찮은 것들로 가져다주겠네.”

“기대할게.”


고개를 끄덕이며 리안이 대답하자, 마법사는 책장을 앞을 서성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마법사는 최소 두 가지 속성을 다루지. 왜 그런지 아나?”


그 이유는 리안도 알고 있는 기본적인 지식이다.


“속성 내성, 최종적으로 면역 때문인 걸로 아는데.”


흔치 않은 상황이겠지만.

한가지 속성에 관해 엄청난 저항력, 혹은 아예 공격도 통하지 않은 몬스터가 존재한다.


“그렇지, 그런 점 때문에 주로 사용할 것 말고도 보조를 쓰일 속성이 필요해. 그러면 여기서 문제. 지금 자네한테 어울리는 보조 속성은 무엇일지 한번 맞춰보겠나?”

“불이니까, 바람이 좋겠는데.”


조금은 본인의 바람을 담아 말하자.


“···정답을 맞혔군.”


단번에 맞출 줄은 몰랐는지 마법사가 놀라워하며 말을 이었다.


“최신 추세에 따르면 배틀 메이지는 주로 화염, 얼음, 대지. 이 세 가지 속성을 중점으로 삼고있다네.”


그중에서 얼음과 대지는 공수 양면에서 보조하고.

화염은 오직 마력에 치중되는 실정이었다.


“화염은 바람, 대지는 화염, 얼음은 전기 속성을 보조로 쓰고 있지.”

“화염과 대지는 반대가 될 수 없는 건가?”

“효율이 별로라서 비추천하지.”


의아한 부분을 느껴서 질문은 던졌지만,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마법사도 자세한 설명은 귀찮은 모양.

사실 설명을 들어도 머리가 복잡하기만 할 뿐, 큰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았다.


‘어쨌든 바람 마법을 배운다는 거지?’


중요한 건 다음에 배울 마법이었다.

그가 원했던 바람 마법이라 더욱 달갑게 느껴졌다.


마법사가 리안의 앞에 서적 두 권을 가져왔다.


“자, 마음에 드는 걸 골라보게.”


직선으로 날아가는 공기의 탄환, 윈드 불릿.

거센 폭풍이 휘몰아치는 기류, 에어로 봄이란 마법이었다.


“위력이 어떻지?”

“당연히 블레이즈만은 못하네만, 각기 다른 장점이 있다네.”


윈드 불릿은 적은 마나 소모로 평소에도 사용할 정도로 부담이 적었고.

에어로 봄은 블레이즈의 부족한 범위를 충족해주었다.


“가격은 얼마나 들어가나?”


리안이 조심스레 가격을 물었고.


“윈드 불릿은 육백, 에어로 봄은 천 오백 골드.”


마법사의 입에서는 예상보다 낮은 금액이 나왔다.


합쳐서 2100 골드.

리안의 전 재산을 털어낸다면 지불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마탑에서 스태프를 구매하는 일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둘 다 구매하면, 오늘 안에 배를 타는 건 힘들다고 봐야겠네.’


마지막 남은 네임드를 잡고.

스태프를 구매하기 위해 사냥을 했다간 또다시 하루가 훌쩍 지나갈 것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조금 늦을 걸 감수하면 살 수 있다는 소리겠지.’


합리화한 그는 두 개의 서적을 전부 구매했다.


[‘에어로 봄’과 ‘윈드 불릿’를 습득했습니다.]


리안이 가벼워진 주머니를 느끼며, 항구 도시로 떠나려 한 순간.

마법사가 그를 향해 나직이 말했다.


“자네의 재능은 정말이지 특별해. 흔한 실드 마법조차 배우지 않고 싸운다니. 정말 경이로울 정도야.”


갑작스러운 칭찬이었지만, 그 속에 진심이 담겨있었다.


“가일스.”


그가 뜬금없이 툭 내뱉었다.


“가...뭐?”


“가일스. 그게 내 이름이네.”


가일스는 멀뚱히 서 있는 리안을 향해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자네 이름이 리안인 건 잘 알고 있지.”


일방적으로 통성명이 끝나며, 리안의 눈 앞에 반투명한 메시지창이 나타났다.


[특수 NPC ‘가일스’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이후 그가 참여하는 시나리오가 당신의 개입에 따라 변질될 수 있습니다.]


‘변질이라니, 참 기분 나쁘게 표현하네.’


세계는 그의 개입을 부정적인 관점에서 보는 듯했다.

오염종의 입장으로서 그 문장이 썩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도 눈에 띄기 싫다.’


리안이 질색하고 있을 무렵.

이전의 담뱃불을 붙였던 인물이 또다시 등장하며 가일스에게 기다란 무언가를 전달했고.

가일스는 받은 물건을 대뜸 내밀었다.


“이게 뭔지 알겠나?”


“···알고말고.”


그 정체는 리안이 장만하고자 했던 스태프였다.


[강철 스태프] -고급-

일반적인 스태프보다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스태프.

다만 매우 무겁다.

공격력 : 55

마력 : 80

요구 : 레벨 10, 힘 70, 지능 70


“이별 선물일세.”


이것도 개입에 따른 보상일까.

리안은 가일스가 건네는 스태프를 거절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받았다.

“마침 스태프 살려고 했는데··· 잘 쓰도록 할게. 마지막까지 정말 고마워.”


리안은 뜻하지 않게 추억으로 간직할만한 선물까지 받았다.

그렇게 가일스와의 작별 인사를 끝내고. 튜토리얼의 마지막 여정, 항구 도시로 이동했다.


* * *


무지하지만 열의가 가득했던 청년이 떠났다.

아마 다시 이곳을 찾아올 일은 없을 터.

끝까지 싹퉁바가지 없었지만, 참 재밌는 청년이었다.


“브란.”

“네, 가일스님.”


가일스가 부르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마도사가 나타났다.

아무 말 없이 기다리는 제자를 위해, 스승인 그가 먼저 입을 열어주었다.


“네가 변방까지 찾아온 걸 보니, 대충 알겠군. 나보고 복직하란 소리겠지?”

“네 그렇습니다. 지금 복귀하시면 스승님의 장비와 함께 매달 천만 골드 상당의 다양한 혜택이······.”


미리 대본이라도 써둔 듯한 말이 나왔지만.

가일스는 아무런 감흥 없이 그를 지켜볼 뿐이었다.


“브란, 내가 그런 것에 욕심낼 사람으로 보이느냐.”


못난 제자를 꾸짖는 듯한 엄한 목소리.

보기도 싫다는 듯이 가일스는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만약 내가 거부한다면?”

“제 뜻을 존중해주셨으니 저도 스승님의 뜻을 존중할 따름입니다.”


사실상 포기한다는 발언에 가일스는 한껏 치켜뜬 쌍심지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은 그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잠시 창고에 들리겠다. 금방 다녀오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가일스는 브란을 뒤로한 채, 마당의 창고로 향했다.

제자의 간청을 무시하고 싶었지만.

이번 일은 까마득한 위에서부터 제자한테까지 대물림한 문제.

그 세대를 살았던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었다.


‘계속 이곳에 머무르고 있을 순 없겠지.’


리안의 열의와 태도에 전염이라도 된 것일까.

그는 가만히 있겠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대륙으로 향할 생각에 당장이라도 출발할 것처럼 몸에선 활력이 샘솟았지만.

가일스는 그 열기에 잡아먹힐 인물이 아니었다.


‘서둘러서 일을 그르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지.’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준비할 것이 많았다.

배우고 익힌 기술들이 어디 가진 않았겠지만. 세월에 무뎌지고 녹슬며 실력이 퇴화한 건 분명했다.


‘한번 점검을 해보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아.’


장식용으로 전시해 두었던 지팡이를 치우고.

가장 깊숙이 자리한, 그가 애용했던 무기를 찾았다.


케케묵은 먼지 더미에 파묻힌 기다란 목관.

가일스는 위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어 열어젖혔다.


‘...들 수는 있을지 모르겠군.’


장식용 지팡이보다 족히 두 배는 더 두꺼워 보이는 금속 봉.

한 손으로 쥐어보자 그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가일스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봉을 한차례 돌려보았다.


부웅-.


“콜록, 콜록!”


공기를 가르는 힘찬 소리와 함께 희뿌연 먼지가 한순간 솟구쳤다.

환기부터 할 걸 그랬나.

숫제 수년을 넘게 방치한 수준이었다.

그래도 몇 년 전까진 가끔 청소를 했었는데.


‘쯧, 다 내가 신경을 쓰지 않은 탓이지.’


미련 없다는 듯이 관심을 일절 두지 않았으니까.

관리하지 않는다고 부식되거나 무뎌지는 무기는 아니라서 다행이었지만.


‘끙, 적응하는데 시간 좀 걸리겠어.’


고작 한 바퀴 돌렸는데 관절 마디마디가 쑤신 것으로 봐선.

제대로 다루기 위해 시간이 제법 필요해 보였다.


비록 가일스의 외견이 창창해 보였으나, 실상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인간이었다.

이 나이 먹고 단련을 해야 한다니, 세월이 참 야속했다.


‘더 늦었으면 나서지도 못했겠군.’


그렇게 되면 손을 놓고 포기했을지도.

하여튼 사서 고생이었다.

가일스가 집을 나와 마당에서 본격적으로 휘둘렀다.


헙-.

흐읍-.


소싯적에 한 손으로도 수수깡처럼 쉽게 다뤘었는데.

지금은 가벼운 준비운동만으로 숨이 찼다.

가일스는 일단 휘두를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웠다.


‘체력은 차차 늘리면 될 일이다.’


텅-!


바닥을 내려찍으며 운동을 마쳤다.

얼핏 보면 둔기로 착각할만한, 지팡이를 쓰다듬었다.


‘피를 보지 않고 끝나긴 어렵겠지.’


현재 꼴을 봐선 자신의 피도 적잖이 볼 듯싶었다.

영영 못 돌아올 수도 있지만 어쩌겠나.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 법이다.


‘그 치들도 여전히 잘 살아 있으려나.’


그리운 얼굴들이 생각난다.

그 옛날 악몽의 추종자들을 물리치고, 세상에 희망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동료들.

그리고 끝내 욕심을 버리지 못해 배신한 변절자들까지.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도 기꺼이 참전하지.’


그에겐 아직 풀지 못한 숙원이 있었으니까.

신전에서 자리까지 복원해준다고 했으니.

이왕 길을 나선 김에 가일스는 대륙의 평화에 제대로 이바지할 생각이었다.


‘요즘 녀석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지.’


배교자들의 세력, 오염된 자들이 다시금 대륙에서 설친다는 소문이 그의 귀까지 들려왔다.

정체를 숨긴 채 암약하는 더러운 오염종들.


‘하나도 남김없이 정화해야 한다.’


가일스는 전(前) 신의 사도로써 그 의무를 다시 수행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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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네 말대로 잠이나 잘 걸 그랬네 +1 23.06.12 165 4 12쪽
31 생각보다 할 만한데? 23.06.09 166 3 12쪽
30 설마 하루종일 하겠어 +2 23.06.08 172 4 13쪽
29 원래 도적은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23.06.07 176 4 12쪽
28 그냥 혼자 다닐 걸 그랬나 23.06.06 179 4 11쪽
27 혹시 따로 원하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1 23.06.05 186 3 13쪽
26 또 같이 게임하자 23.06.04 184 4 14쪽
25 드디어 모든 걸 되찾았다 23.06.03 19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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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넌 좀 반응이 재미없다 23.05.31 195 3 12쪽
21 잭팟 23.05.30 19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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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23.05.28 220 2 12쪽
18 이거 거짓말이지? 23.05.27 221 3 12쪽
17 이 새끼 왜 이래 23.05.26 230 3 12쪽
16 더럽고 치사해도 이기면 그만이야 23.05.25 245 3 13쪽
15 이제부턴 너희가 날 즐겁게 할 차례야 23.05.24 245 4 13쪽
» 하나도 남김없이 정화해야 한다 23.05.23 264 3 12쪽
13 참 요란스럽게 구네 23.05.22 273 4 14쪽
12 무슨 자신감이지 23.05.21 275 5 13쪽
11 파이어볼 23.05.20 284 5 13쪽
10 요즘 유행인가 23.05.19 292 5 12쪽
9 이거 순 사기꾼 새끼 아니야 23.05.18 321 5 12쪽
8 얘 어디 갔는 지 아시는 분 23.05.17 344 7 14쪽
7 여러분 제가 돌아왔습니다 23.05.16 355 5 11쪽
6 그건 힘들겠는데. 23.05.15 378 5 13쪽
5 좀더 해보면 알려나 23.05.14 410 6 12쪽
4 본래 입문은 간단한 법이지 23.05.13 479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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