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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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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0,972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05.19 19:20
조회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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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요즘 유행인가

DUMMY

시뻘게진 얼굴로 왼 손에 든 술병을 쉴새없이 들이키는데.

노인은 휘청거리면서도 리안에게 다가오는 걸 멈추지 않았다.


“저어어기-. 비단 집이나 가 봐.”


망치로 삿대질하며 구박했지만.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노인의 표정은 변해갔고.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어이 너. 마법사 맞냐?”


명백히 무례한 태도. 그 모습을 보고 점원이 마른세수를 했다.

리안이 무표정하게 내려다보자, 노인이 히죽 웃었다.


“이거 재밌는 놈이 왔어! 크하하하핫-!”


입에서 풍겨오는 알싸한 술 냄새.

리안은 코를 움켜잡았으며 물었다.


“주정이 심하군···요. 손님 응대는 하실 수 있습니까?”


말하는 도중, 멈칫하며 어투를 바꿨다.

상대는 나이가 지긋한 대장장이 노인.

이럴 땐 존댓말 하는 것이 유저의 규칙이었다.


“미안하네, 내 심심한 사과를 건네지.”


리안은 대장장이의 사과 따위 필요 없었다.

얼른 괜찮은 갑옷을 구매하고 퀘스트를 받으러 가고 싶었다.


“말로만 하는 사과는 성의가 없으니 교정은 공짜로 해주지.”


리안의 불만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술주정 좀 부리면 어떤가. 저렇게 진심으로 사과하는데.


“감사합니다.”


“크흐흐, 어디 마음에 드는 거라고 있나?”


냉큼 받아들이자 대장장이가 웃으며 물었고.

리안은 가장 커다란 갑옷을 가리켰다.


“저거 어떻겠습니까?”


[무거운 잡철 갑옷 세트] -일반- 1800 Gold

질이 안 좋은 재료를 사용한 것치고 내구성과 방어력이 높다.

매우 무거운 편.

방어력 : 87

제한 : 레벨 10, 힘 80


“잘 선택했군. 무게가 나가지만 방어력 하나는 끝내주는 놈이지. 덩치도 비슷해서 손질할 것도 얼마 없겠어.”


치수라도 재는 것인지 대장장이는 손에 든 망치로 리안의 몸을 이리저리 대었다.


“조금만 기다리게. 금방 끝내줄 테니.”


그는 호언장담하고 손을 휘적거리며 안으로 들어갔고.

점원이 능숙하게 의자와 테이블을 끌고 와, 자리를 내주었다.


“손님, 차 한잔 드시겠어요. 홍차랑 커피, 물 중에 뭐가 좋으세요?”

“아무거나.”


그가 대충 답변하자, 점원은 미지근한 물을 따라 테이블 위에 놓았다.


“저렇게 보이셔도 나름 실력 있으신 분이세요.”

“그래 보여.”


점원은 가만히 있기 심심했는지 그에게 살갑게 말을 붙였다.

리안은 적당히 대꾸해주며 점원의 말을 들어주었는데.


“혹시 메마른 평원에 가실 일이 있으시면 조심하세요. 그 너머의 메마른 황야에서 표범이 목격되었다고 하니까요.”


[메마른 황야의 ‘???’의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


의도치 않게 다음 네임드의 힌트를 받아버렸다.

리안은 혹시나 또 다른 귀한 정보를 얻을까 싶어, 점원의 말에 계속 귀를 기울였지만.

이후 특별한 정보는 없었다.


“그리고···.”


미지근한 물을 다마시고 점원의 말수가 줄어들 무렵.

갑옷 수선이 끝났다.


“다 됐네. 이리 와서 입어 보게나.”


갑옷을 전부 착용한 리안이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완전 대박! 손님, 너무 잘 어울리세요!”


점원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그를 칭찬했다.

멋들어진 검이나 방패가 없었지만.

중갑과 헬름을 걸친 것만으로 리안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푸핫, 누가 보면 기사인 줄 알겠군.”


대장장이도 크게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다.

딱히 칭찬은 아닌 듯했지만, 리안은 노인의 말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음, 멋진데.’


옷이 날개라고 했던가.

보면 볼수록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쁜 마음으로 1800 골드를 쾌척한 뒤 바로 의뢰소로 향했다.


* * *


[퀘스트 ‘고블린 던전 소탕’을 받으셨습니다.]

[메마른 들판에 자그마한 동굴에 고블린이 터전을 잡았습니다. 던전이 커지기 전에 얼른 고블린을 소탕하길 바립니다.]


의뢰소에서 퀘스트를 고른 리안은, 곧장 던전이 있는 메마른 들판으로 직행했고.

던전 입구에서 서성이는 고블린 무리와 만났다.


고르르륵-!

고오륵-!


다섯 마리의 고블린이 각자 몽둥이를 꼬나쥐고 달려들었다.


“어디 그러면, 새 무기를 시험해볼까.”


리안은 주변을 맴도는 오브를 잡아챘다.

녀석들이 다가오기 전에 견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상식이겠지만.


“블레이즈.”


그는 에너지 볼트 대신 타격 마법인 블레이즈를 영창했다.


탁, 타닥-!

손아귀에 있는 오브가 타오르며 불똥이 튀었다.


‘더블 부스트.’


[‘더블 부스트’를 시전했습니다. 공격력과 마력이 짧은 시간 소폭 상승합니다.]


한순긴 리안의의 머리 위로 검과 지팡이가 교차된 형상이 떠오르고 사라졌다.


“후···.”


왼발을 내밀어 자연스럽게 몸을 틀고.

양손으로 오브를 감싼 채로 왼발을 들어 올렸다.

그대로 앞다리를 쭉 내뻗으며 힘껏 던졌다.


“으랏차!”


기합과 함께 불타는 오브가 붉은 궤적을 그리며 고블린들에게 날아갔고.

앞에 서 있던 고블린에게 직격했다.


쾅-! 콰아아앙!!!!


제일 먼저 맞은 고블린이 공중에 떠오르고.

속도가 죽었지만, 아직 힘이 남아있었는지 오브는 한 차례 더 폭발을 일으켰다.


“휘유-, 효과 죽이는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감탄했다.

리안은 처음 오브를 보면서 가진 의문이 있었다.


‘꼭 쥐거나 공중에 띄운 채로 사용해야 하나?’


그 호기심은 오브를 돌팔매질하듯이 던지게 만들었고. 실험은 이렇게 보란 듯이 성공했다.


‘직접 때리는 것 못지않은 위력이야.’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파괴력이 뛰어났다.

두 마리 정도나 쓰러뜨릴까 싶었는데.

첫 번째 폭발에 휘말린 두 마리는 빈사 상태였고. 그 뒤로 세 마리가 와르르 넘어져 있었다.

고작 한방으로 고블린 다섯이 와해된 셈이었다.


‘항상 일대일 전투라 몰랐었는데, 블레이즈는 폭발 범위 공격이었군.’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어쩐지 마나를 그렇게 처먹더라니.

물론 범위가 좁아서 많아봐야 둘 셋 정도겠지만, 그거라도 있는 게 어딘가.


“회수.”


땅에 떨어져 있던 오브가 사라지고, 리안의 근처로 이동했다.


‘걸리는 시간은 1초 남짓··· 예비용으로 몇 개 사둘까?’


전투에서 1초는 매우 긴 시간.

혹시나 대비를 해둘까 싶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겠지.’


아직 맞춰야 할 장비가 많을뿐더러.

그는 정면 대결이 가능한 배틀 메이지기에.

한시도 쉬지 않고 계속 폭격을 가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투척술-포환(Lv.1)’을 습득하였습니다.]


* * *


여우와 늑대가 주로 출몰하는 서식지.

어두운 숲속에 익숙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제가 찾아다니고 있는 몬스터는 어둠 숲의 네임드 회색 늑대 렌달입니다.”


허리춤에는 검을, 팔뚝에는 방패를 착용한 전사.

준호였다.


- 아, 그 개새끼요?

- ㅋㅋㅋㅋ개새끼가 맞긴 하지.


회색늑대 렌달는 튜토리얼 사천왕 중 최약체지만.

게이머들이 다소 만만하게 보고 덤볐다간 큰코다치는 몬스터 중 하나다.


“20레벨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도전하면 무난하게 잡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지금 잡지만요.”


- 레벨 15에 렌달 잡기라니. 캬, 지리는구먼.

- 그게 뭐가 대단함? 그거 못하는 사람도 있음? ㅋㅋ

- 20레벨에 네임드 잡는 사람도 절반이 안 되는데, 저건 뭔 개소리래.

- 어그로니까 냅두셈.


“여기쯤일 텐데······ 찾았다!”


렌달이 자주 머무는 보금자리.

햇볕이 내리쬐는 공터에 도착했지만.


“아, 얜 또 어디 갔어.”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죄송한데, 올 때까지 잠시 대기할게요.”


- 한 10분 기다리면 올 듯.

- 지금 시키면 10분 안에 치킨 오냐?

- 되겠냐.


그렇게 시청자들과 같이 렌달이 나타나길 기다렸지만.


“대체 언제 와. 이 새끼도 탈주했나? 탈주가 요즘 유행인가?”


도통 등장할 기미가 없었다.


- 또 몰래 사냥해놓은 거 아님?

- ㅋㅋㅋ솔직히 이건 버그 맞는 듯.

- 와, 징하네.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 안 나타나?

- ㄴㄴ 지금 58분 12초.

- 그게 그거잖아. ㅅㅂ.


“이럼 안 되는데. 골리앗도 그렇고··· 이번 맵 조금 이상한 것 같아요.”


준호가 아쉽다는 듯 내뱉고.


- 다른 건 몰라도 송곳니는 내놓고 가야지. 이놈아!

- 목덜미 물려서 출혈사하는 것 보고 싶었는데 아쉽넹.


이번에는 시청자도 오류라고 생각하며 크게 아쉬워했다.


“제가 그런 거 당할 짬입니까? 바로 당수로 컷! 하면 그만이죠.”


그들을 달래기 위해 준호가 손날로 허공을 때리는 시늉을 하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장난스럽게 말했으나 딱히 허세는 아니었다.


그의 입장에서 렌달이 지닌 특성 ‘날카로운 어금니’만 조심하면 문제없기 때문이다.

물론 한번 물리면 당해낼 재간이 없긴 했지만, 그에 대한 대비를 완벽하게 해왔으니 문제 없었다.


‘제대로 된 갑옷만 갖추면 무서울 거 없지.’


기껏 철을 덧대 제작한 팔 보호대가 소용없어졌다.


- 걍 리셋하죠.

- 상남자 특, 네임드 잡고감.


렌달과 싸우는 걸 보고 싶었는지 리셋, 즉 튜토리얼 재시작을 요청했는데.

준호가 정색한 얼굴로 대답했다.


“선 넘지 마세요. 절.대. 리셋할 생각 없습니다.”


평소라면 시청자들의 부탁을 들어주며, 초기화 후 재육성을 했겠지만.

이번만큼은 도저히 그럴 마음이 없었다.

그가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님들은 이걸 포기합니까아아아? 네에에???”


양손을 확- 펼치며 상태창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고.


[강철 거신의 보호(S)]


그곳에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S’가 있었다.


- 와! 거신! 그것도 S급!

- 미쳤다 미쳤어.

- 이건 절대 포기 못하제ㅋㅋ.


별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캐릭터 생성 가호가 아주 기가 막히게 떴다.

이 캐릭터는 꼭 무조건 키워야만 했다.


- 배 아프니까 저리 치워라. 새꺄.

- 씨발놈아 리셋하라고ㅡㅡ


일부가 험한 말까지 하며 질투와 시기를 표출했는데.

이대로 육성만 잘 끝마친다면 막강한 캐릭터가 탄생할 테니. 부러움을 느낀 것이었다.

준호 또한 그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이건 무조건 계승각이다.’


기존 혹은 새로운 캐릭터에 또다른 캐릭터를 덧씌우는 계승.

고이고 고인 상위 유저들을 위한 스펙업 시스템이다.

물론 동일 직업만 가능하고, 계승에 쓰일 캐릭터들이 전부 50레벨 이상이어야 한다는 제약이 따르지만.

이 게임에 뼈를 묻은 유저들에겐 별 문제 없는 조건이었다.


‘이게 바로 되어버리네.’


오랜만에 본캐를 갈아끼울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몇 달간 정체되어 있는 개인 랭킹 갱신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욕하진 마시고요~.”


준호는 너그러운 목소리로 시청자들을 타일렀다.


“그럼 시간 낭비 그만하고 바로 퀘스트 받으러 가겠습니다.”


비싼 것만 알뜰하게 골라 담아 이미 삼천 골드 분량의 잡템을 확보했으니.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 탱커 떡락 기원! 탱커 떡락 기원!

- 이제부터 F! 이제부터 F!

- 제발, 제에에에발-! 다음 네임드도 탈주해라!


시청자들은 어떻게든 그의 신경을 건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는 여유롭게 흘러 넘겼다.


“네에. 네에. 그랬으면 좋겠네요.”


떡락해봤자 탱커는 레이드에서 필수 자원이었고.

가호는 후에 신전에서 골드를 소모해서 변경하면 그만이다.


네임드 업적이야 본 대륙에서도 가능했으니.

간지럽지도 않았다. 전부 의미 없는 저주에 불과했다.


‘그래도 가보긴 해야겠지?’


다음 네임드가 등장하는 메마른 황야.

그곳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재밌는 장면이 나올 것 같다고 생각하며.

준호는 의뢰소를 향해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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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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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발 나까지만 23.06.13 168 2 13쪽
32 네 말대로 잠이나 잘 걸 그랬네 +1 23.06.12 165 4 12쪽
31 생각보다 할 만한데? 23.06.09 166 3 12쪽
30 설마 하루종일 하겠어 +2 23.06.08 172 4 13쪽
29 원래 도적은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23.06.07 176 4 12쪽
28 그냥 혼자 다닐 걸 그랬나 23.06.06 179 4 11쪽
27 혹시 따로 원하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1 23.06.05 186 3 13쪽
26 또 같이 게임하자 23.06.04 184 4 14쪽
25 드디어 모든 걸 되찾았다 23.06.03 190 4 12쪽
24 너무 수상한데 +2 23.06.02 197 4 13쪽
23 제법 치네 23.06.01 197 3 12쪽
22 넌 좀 반응이 재미없다 23.05.31 195 3 12쪽
21 잭팟 23.05.30 195 3 11쪽
20 까비요 23.05.29 210 3 13쪽
19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23.05.28 220 2 12쪽
18 이거 거짓말이지? 23.05.27 221 3 12쪽
17 이 새끼 왜 이래 23.05.26 231 3 12쪽
16 더럽고 치사해도 이기면 그만이야 23.05.25 245 3 13쪽
15 이제부턴 너희가 날 즐겁게 할 차례야 23.05.24 245 4 13쪽
14 하나도 남김없이 정화해야 한다 23.05.23 264 3 12쪽
13 참 요란스럽게 구네 23.05.22 273 4 14쪽
12 무슨 자신감이지 23.05.21 275 5 13쪽
11 파이어볼 23.05.20 284 5 13쪽
» 요즘 유행인가 23.05.19 293 5 12쪽
9 이거 순 사기꾼 새끼 아니야 23.05.18 321 5 12쪽
8 얘 어디 갔는 지 아시는 분 23.05.17 344 7 14쪽
7 여러분 제가 돌아왔습니다 23.05.16 355 5 11쪽
6 그건 힘들겠는데. 23.05.15 378 5 13쪽
5 좀더 해보면 알려나 23.05.14 410 6 12쪽
4 본래 입문은 간단한 법이지 23.05.13 479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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