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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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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0,982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05.16 19:20
조회
355
추천
5
글자
11쪽

여러분 제가 돌아왔습니다

DUMMY

“누구나 밖에 나가서 사냥할 수 있는 게 토끼인데, 가격이 얼마나 되겠어요···.”


상인의 설명에 리안은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마을에서 구하기 쉬운 토끼 가죽은 헐값은 물론이고.

낱개로는 상품 취급도 해주지 않는, 잡템 중의 잡템이란다.


‘하···.‘


물론 토끼 가죽이 아예 돈이 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해가 질 때까지 사냥해서 드랍된 부산물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양이다.


‘절반만 챙겨올 수 있었어도···!’


하지만 그중 태반을 평야에 내버려두고 왔으니, 전부 무의미한 가정이었다.


“저어, 손님. 이 가격으로 처분하겠습니까?”


허탈해하는 리안의 눈치를 살피며, 상인이 조심스레 물었고.

리안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곳이 아니라면 마땅히 처분할 장소도 없었으니 어쩔 수 없다.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템을 전부 처분하고 그의 수중에 떨어진 돈은 총 370 골드.

그가 저번엔 얼핏 본 기억으론, 분명 마법서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최소 삼백 골드 이상, 비싸면 천 단위를 훌쩍 뛰어넘었다.

끽해야 마법 하나 배우면 리안은 다시 빈털터리가 되는 셈이었다.


‘더 강한 놈을 잡을걸 그랬네.’


강한 몬스터를 잡을수록 더 많은 골드를 주어지는 시스템.

한순간 쾌락에 심취하여 간단한 규칙을 망각했고, 안일한 플레이를 하고 말았다.


‘한 번 더 가야겠어···· 그래도 구경은 해볼까.’


본래 다음으로 퀘스트를 수행할 계획이었는데.

리안은 이를 잠시 뒤로 미뤄두고, 다시 사냥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마침 가는 길이니까, 잠깐 들려서 가격만 알아두자.’


예상보다 적긴 하지만 자금을 확보했으니.

시장조사라도 할 겸, 우선 마법사의 집으로 향했다.


* * *


“돈은 충분히 챙겨왔나?”


안으로 들어서자 마법사가 예의 연기를 내뿜으며 질문을 던진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는 이해했다는 듯이 가볍게 웃었고. 리안은 기분이 매우 언짢아졌다.


한껏 비뚤어진 자세로 책장을 살피는데.


[체인 라이트닝 - 3000 Gold]

[아이스 해머 – 8500 Gold]

[어스 퀘이크 – 10000 Gold]


서적마다 붙여져 있는 가격표를 보고, 삐딱한 고개를 아래로 내릴 수밖에 없었다.


‘저렴하고 강한 마법은 없나.’


가성비 제품을 찾는 심정으로 시선을 바닥까지 내렸다가 올리기를 반복했다.

아무리 눈높이를 내린다고 해도, 그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 있었는데.


‘무조건 화염 마법이다.’


기껏 속성 특화 가호를 얻었건만, 아직 그 효과를 누려본 적이 없었다.

이왕이면 쓸만한 화염 마법을 구매할 생각이었는데.


‘음··· 괜히 왔네.’


화염 속성 마법은 가장 저렴한 파이어 애로우조차 오백 골드였다.

혹시나 싶어 와봤으나, 역시나 돈이 턱없이 부족했다.


지금 당장 사냥터로 뛰어가야 하나 싶어질 무렵.

마법사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뭘 살지 결정했나?”


“아직.”


사실 구입하고 싶어도 그럴 돈이 없다.

그렇다고 대놓고 구경하고 있다 말하기도 껄끄러웠기에, 리안은 좌우로 고개를 흔들어 부정했다.


“따로 원하는 종류가 있나? 내가 추천해주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마법사는 마침 잘되었다는 듯 화색을 띄운 얼굴로 입을 열었고.

리안은 일부러 예산을 정해두지 않은 척 물었다.


“일단 화염 계통을 생각 중인데, 그쪽으로 괜찮은 게 있을까?


어차피 무엇을 보여주든지 못 살 테니까.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하고, 다음에 오겠다고 말하면 되겠지.’


그가 머릿속으로 할 말을 정리하고 있을 때.

마법사의 손짓에 책 한 권이 뽑혀 나왔다.


불꽃이 회오리치는 지팡이를 양손으로 힘차게 휘두르는 삽화.

표지만으로도 어떤 마법일지 대충 짐작이 가능했다.


“블레이즈, 인챈트 후에 가격하는 흔치 않은 타격 마법이라네.”

“타격 마법?”


리안은 구매할 의사는 없었지만.

인챈트, 타격 마법이라는 생소한 단어에 호기심이 생겼다.

흥미를 드러낸 그를 보고 마법사가 눈을 반짝였다.



“자네는 근접에서 치고받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어떤가? 혹시 ‘배틀 메이지’의 길을 걸어 볼 생각은 없는가?”


잠깐 혹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리안은 차마 사겠다고 말할 수 없다.

그는 블레이즈가 뽑힌 위치를 보았기 때문이다.


‘분명 육, 칠백 자리였어.’


거의 보유 자금의 배가 되는 수준.

아쉽지만 미리 생각했던 대로 거절하려 입을 여는 찰나.


“특별히 할인해서 삼백오십 골드에 판매하도록 하지.”


이어진 마법사의 말에, 잠시 결정을 보류했다.

삼백오십 골드··· 그가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이다.


‘일단 써보고 판단하자.’


어차피 어떤 마법사가 될지는 온전히 그의 선택.

저런 값비싼 마법을 싸게 팔아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리안은 그럴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거래를 받아들였다.


“좋아, 사겠어. 하지만 배틀 메이지는 조금 고민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군.”


마법사는 그 답변으로도 충분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리안은 이십 골드를 제한 금액을 지불하기 위해 주머니를 꺼내, 마법사가 건네는 책과 교환했다.


[‘블레이즈’를 습득했습니다.]

[‘블레이즈’를 주요 스킬로 등록하시겠습니까?]


‘아니.’


라스트 월드의 능력치는 직업에 맞춰서 자동으로 분배되는 형식이었는데.

인위적으로 캐릭터의 스탯 조절이 가능한 시스템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주요 스킬 기능이었다.

사실 엄청난 차이는 없었지만.

유저들은 각자 원하는 컨셉의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 이를 적절히 이용하곤 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니까.’


배틀 메이지가 되겠다고 결정한 건 아니었기에, 등록을 미뤘다.

그렇게 리안이 잠시 생각에 빠진 사이.

마법사는 난처한 표정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손에 힘 좀 빼주지 않겠나?”


리안이 의아하게 자신의 손을 쳐다보았다.

첫 수입을 홀라당 넘기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것일까?

그의 손이 제멋대로 금화 주머니를 콱 움켜잡고 있었다.


“아.”


머리와 입으론 만족스러운 거래라고 생각했으나.

마음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살짝 손의 힘을 풀자, 주머니는 순식간에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갔다.


‘이걸로 어제 수입을 전부 탕진했군.’


리안은 버는 건 어려우나 쓰는 건 참 쉽다는 것을 몸소 깨우칠 수 있었다.

텅 빈 손을 쳐다보는 것이 안타까웠던 걸까.


“오늘 아침거리지만 자네가 들겠나?”


마법사가 포장지에 싸인 빵과 우유를 건넸다.

리안은 한순간 ‘이것들을 다시 값 주고 판다면 뭐라도 살 수 있을까.’ 싶었는데.


‘···됐다. 사냥이나 하러 가자.’


하도 궁핍해서 그런 거라고 자조하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접었다.

건네준 음식을 받아들고 마법사의 배웅을 끝으로 집 밖으로 나섰다.


‘이번엔 강한 놈들을 사냥하자.’


어제 낭비한 시간을 만회하겠다는 생각으로, 그는 숲속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볼 참이었다.


사냥터로 향하는 길.

리안은 거칠게 입안에 바게트 빵을 쑤셔 넣고 우유를 부었다.

식사보다는 흡입한다가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이게 얼마만의 식사지.’


[포만감이 상승합니다. 25->40]


텅텅 비어있던 위장에 음식물이 들어가고.

리안은 허기가 가시는 기분을 맛봤다.


하도 굶고 허기에 익숙했던 탓일까.

그는 배고픔이 사라진 감각이 참 생소하게 느껴졌다.


싸우고 난 후, 굶어 죽는 것이 일상이었던 지하굴의 삶.

그동안 입안으로 들어가는 건 먼지와 피, 그리고 바닥에 고인 지하수가 전부였다.


‘,,,근데 왜 아무런 맛도 안날까.’


아득한 시간을 지나 오랜만에 먹은 제대로 된 음식이다.

감격의 눈물을 흘려도 모자랄 판에 그는 눈만 끔벅이고 있었다.


빵의 부드러운 식감은 느껴졌으나 향긋한 버텨향에 비해 맛은 무미건조했고.

우유는 지하수를 마셨을 때와 똑같은 맛이었다.


‘미각이, 죽었군.’


그는 자신이 미각을 상실했다는 것을 자각했다.

멀쩡한 모습으로 탈출에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슬퍼해야할지 아니면 고작 이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라 봐야할지 알 수 없었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리안은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를 잃어버렸다는 점이었다.


‘잘됐어. 식비 아낄 수 있겠네.’


리안은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애초에 음식에 대한 지출은 줄일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정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되뇌었다.


* * *


어느덧 해가 뜨고 낮이 된 시각.

깊고 어두운 숲속에 한 리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지간히 담이 큰 인간도 꺼릴만한 장소였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이 나아갔다.


‘확실히 성문 앞과는 많이 다르군.’


앞선 사냥이 원체 쉬웠던 탓인지 몸을 풀겸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대체 몇방을 때려박아야 죽는 거냐.’


일단 맷집부터 차이가 컸다.

한방에 죽던 토끼와 달리 이곳 몬스터는 에너지 볼트로 죽을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 몬스터들이 어둠 속에서 그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난이도가 확 올라간 것이 체감되었다.


부스럭-.


근처의 수풀이 살짝 흔들리고, 그 속에는 숨어서 기회를 엿보던 여우가 기습을 감행했다.


“아씨, 깜짝이야!”


리안은 마법을 생각도 못하고 반사적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엉겹결에 내뻗은 주먹이 여우의 턱에 정확히 명중하고.

그 충격으로 공중에서 수직 낙하하는 녀석의 몸통을 걷어찼다.


“에너지···!”


뒤늦게 마법으로 후속 타를 날리려 했지만.

추가적인 공격을 가하기도 전에 여우의 숨통은 이미 끊어져 있었다.


‘죽었어?’


에너지 볼트로는 다섯 번을 맞춰야 하는 몬스터가 고작 주먹질과 발길질에 죽어버렸다.

눈앞에 펼쳐진 믿기 힘든 현실에 리안은 당혹스러움과 함께 짙은 허탈감을 느꼈다.


‘난 대체 뭘 하고 있던 거지?’


여태껏 마법으로 여우 한 마리 잡겠다고 기를 쓰던 자신이 너무 바보같았다.

그리고 마법사라는 직업이 진심으로 실망스러웠다.


‘이딴 게 마법사라고?’


* * *


휘잉-.

바람 소리만 울리는 적막한 지하 동굴.

입구 반대편의 동굴 끝, 가장 깊숙한 장소에서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인다.


[접속 완료.]

[라스트 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모험가님.]


허공에서 갑자기 인간의 형체를 가진 그림자가 나타났고.


“많이들 기다리셨죠? 여러분 제가 돌아왔습니다.”


어디선가 본듯한 아주 낯익은 인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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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네 말대로 잠이나 잘 걸 그랬네 +1 23.06.12 165 4 12쪽
31 생각보다 할 만한데? 23.06.09 166 3 12쪽
30 설마 하루종일 하겠어 +2 23.06.08 172 4 13쪽
29 원래 도적은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23.06.07 176 4 12쪽
28 그냥 혼자 다닐 걸 그랬나 23.06.06 179 4 11쪽
27 혹시 따로 원하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1 23.06.05 186 3 13쪽
26 또 같이 게임하자 23.06.04 184 4 14쪽
25 드디어 모든 걸 되찾았다 23.06.03 190 4 12쪽
24 너무 수상한데 +2 23.06.02 198 4 13쪽
23 제법 치네 23.06.01 197 3 12쪽
22 넌 좀 반응이 재미없다 23.05.31 195 3 12쪽
21 잭팟 23.05.30 196 3 11쪽
20 까비요 23.05.29 210 3 13쪽
19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23.05.28 220 2 12쪽
18 이거 거짓말이지? 23.05.27 221 3 12쪽
17 이 새끼 왜 이래 23.05.26 231 3 12쪽
16 더럽고 치사해도 이기면 그만이야 23.05.25 245 3 13쪽
15 이제부턴 너희가 날 즐겁게 할 차례야 23.05.24 245 4 13쪽
14 하나도 남김없이 정화해야 한다 23.05.23 264 3 12쪽
13 참 요란스럽게 구네 23.05.22 274 4 14쪽
12 무슨 자신감이지 23.05.21 276 5 13쪽
11 파이어볼 23.05.20 284 5 13쪽
10 요즘 유행인가 23.05.19 293 5 12쪽
9 이거 순 사기꾼 새끼 아니야 23.05.18 322 5 12쪽
8 얘 어디 갔는 지 아시는 분 23.05.17 344 7 14쪽
» 여러분 제가 돌아왔습니다 23.05.16 356 5 11쪽
6 그건 힘들겠는데. 23.05.15 378 5 13쪽
5 좀더 해보면 알려나 23.05.14 411 6 12쪽
4 본래 입문은 간단한 법이지 23.05.13 479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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