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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럭굥

나를 죽인놈도 같이 회귀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519
작품등록일 :
2020.05.13 18:38
최근연재일 :
2020.06.1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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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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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0,445

작성
20.06.16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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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사죄의 이유

DUMMY

<28화>


ㅇㅇ병원 앞.


신연요 여사는 동생 신후섭과 강인성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았다.


미리 강인성이 있는 병실을 알아둔 신후섭이 앞장섰다.


신여사는 다리가 후들거려 잠시 벽을 짚고 섰다.


그녀가 잘 따라오고 있나 뒤를 돌아봤던 신후섭은 걸음을 멈췄다.


"누님, 괜찮겠어? 괜찮지, 괜찮아. 누님 아들이잖수."


복도 끝 후미진 곳에 경찰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누님은 여기서 잠시 기다려보쇼. 내가 가서 면회가 되는 지 물어보고 올게."


신후섭이 경찰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다시 신여사에게로 왔다.


"누님... 스읍... 참······. 가족이라도 면회가 안 된다는데."


신여사는 약간의 안도와 어쩌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는 마음이 뒤섞여 어떤 얼굴을 해야 할지 몰랐다.


강인성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와 수사관이 검은 양복을 입고 이들을 스쳐지나갔다.


이쪽 복도로 간다는 건 강인성을 보러가는 것이기에 신여사와 신후섭은 이들을 눈으로 좇았다.


검사가 목걸이 줄에 달린 명찰을 경찰에 보여주자 경찰이 병실 문을 열었다.


"잠깐만요!"


신후섭이 소리치자 검찰과 수사관이 동시에 돌아봤다.


신후섭이 다가가자 경찰이 다시 문을 닫았다.


"안녕하십니까. 검사님 되세요?"

"네. 왜 그러시죠?"

"아, 저는 여기 입원해있는 사람 가족입니다."

"네?"


강인성이 문 밖의 소란에 귀를 기울였다.


(가족?)


"당장 면회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전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제가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아니, 저기 계신 분이 강인성, 아니 우리 주한이 낳은 친모예요. 친모도 못 만나게 해 줘요?"


(어머니가 왔다고?)


"아... 어머님이시군요. 미국으로 오래 전에 떠난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멀리에서부터 오셨는데, 죄송합니다. 피의자 전주한 씨의 인권변호사와 방법을 논해보도록 하세요."

"수사관님, 번호 안내 좀 해드리세요."

"네."


검사가 혼자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어머니가... 제 어머니가 오셨나요?"

"아, 다 들으셨군요. 네, 미국에서부터 오셨나봅니다. 면회를 허락할 수 없어 저 역시 유감입니다."

"쿨럭."


강인성이 손에 쥔 휴지에 각혈이 묻었다. 휴지엔 여러 번 각혈한 흔적이 있다.


"이제 죽는 마당에 쿨럭 쿨럭 쿠우우큭."


검사는 코로 한 숨을 내쉬었다.


"오후에 간이재판이 열리면 그때 모친 얼굴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어머니께 전할 말이 있소."

"좋습니다. 말은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13번째 피해자. 13번째 피해자를 찾아가서 저 대신 사과해달라고 전해주십시오. 그리고 사과를 받아줬는지 아닌지 꼭 답변을 들어달라고 쿨럭! 쿨럭! 쿨럭!"


검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전주한 씨. 왜 13번째 피해자에게 사과를 부탁하시는 거죠? 당신이 쏜 게 아니라고 주장하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그 피해자는 사망했습니다. 잘 알고 계실 텐데요."

"그 피해자는 죽지 않았습니다! 다시 확인해보십시오."


드르륵.


수사관이 들어왔다.


검사는 수사관 귀에다 대고 무어라 속삭였다.


"검사님, 그거 아십니까? 죽을 때가 되니 머리가 아주 맑아집니다. 항상 올림픽 경기장에서의 일이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헷갈렸는데······. 이제는 명확히 알겠습니다. 제가 쏜 게 맞습니다."


검사가 수사관에게 눈짓하자 수사관이 휴대폰에 녹음 기능을 켰다.


"전주한 씨, 더 이상의 번복은 안 됩니다. 다시 한 번 진술하십시오. 지금부터 하는 말은 녹음됩니다. 동의하시죠?"

"쿨럭쿨럭. 네. 13번 째 피해자도 제가 쏜 게 맞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죽지 않았습니다. 꼭 사죄하고 싶습니다. 그녀를 쿨럭 찾아주세요. 쿨럭 쿠루르르르."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2002년 이후에 또 다른 살인은 없었습니까?"

"변호사와 얘기하겠습니다."


검사는 힘이 빠졌다.


***


이브의 저택.


강인성이 전해달라는 말은 검사 쪽에서가 아니라 그의 변호사를 통해 신여사와 신후섭에게 전해졌다.


신여사는 변호사가 전해달라는 말이 있었다고 말을 꺼냈을 때 무척이나 긴장했다.


왜 자신을 잃어버렸는지, 찾지는 않았는지, 아들이 없이도 잘 먹고 잘 잤는지 같은 원망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13번 째 피해자가 살아있으니 찾아가 대신 사과해 달라.'


변호사는 물론 사실 13번 째 피해자도 사망했다고 덧붙였지만, 어찌됐든 아들이 자신이 저지른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니 다행이었다.


그가 지금의 강인성이 된 데에는 자신의 책임도 크다고 믿고 있기에, 그녀는 13번 째 피해자의 무덤에라도 찾아가 석고대죄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강인성 13번째 피해자]


검색엔진에 키워드를 입력하니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졌다.


(걸그룹... 유미······.)


그녀가 며칠 뒤 사망했다는 기사는 있었지만, 비공개 장례식이었던데다가 화장을 했는지 매장을 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아라한테 전화해봐야겠다."


거실 시계를 보니 저녁 6시가 훌쩍 넘어간 시간이었다.


"얘는 밥 먹을 시간인데 어디 가서 안 오지?"


이브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응. 아들. 어디야? 저녁 먹고 오니? 어, 김실장님이랑? 알았어. 너무 늦진 말고. 응~ 끊을게."


이제 아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아라야."

"이모! 식사는 하셨어요?"

"응. 이제 먹어야지."

"아까 낮에 갔었는데 안 계시더라고요."

"어, 어디좀 잠깐······. 근데 왜?"

"태국 갔다 와서 인사도 할겸, 이모 선물도 사왔고요."

"어, 그랬구나."

"근데, 전화는 왜 거셨어요?"

"어, 참, 알아봐줬으면 하는 게 있는데······. 너 그 옛날에 무대에서 총 맞아서 죽은 걸그룹 아니?"

"어? 아~ 네, 알죠. 최근에 그 범인 붙잡혀서 난리도 아니잖아요."

"그 죽은 멤버, 어디 묘소에 있는지 아니면 납골당에 있는지 좀 알아봐줄래?"

"네? 이모가 그건 왜요?"


신여사는 당황했다. 당연히 나올만한 질문이었는데 어떻게 둘러댈지 생각해두지 않았다.


"저, 그게······. 어, 아무래도 아는 사람 딸이 아닌가 싶어서. 연락이 끊어진지 오래라 찾을 길이 없네?"

"아... 그래요? 그 소속사가 아직도 일을 하는지 모르겠네······. 암튼 알아보고 연락줄게요."

"어, 그래. 부탁한다."


전화를 끊고 나서 신여사는 유미가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확대해 보았다.


"이렇게 예쁜 사람을······. 미안해요, 내가······."


***


구연모의 집.


구연모 박사는 유미의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임 슬은 그런 구연모를 보며 안타까우면서도 미련하게 느껴졌다.


"이제 그만해."


구연모는 조용히 사진을 책 속에 끼웠다.


"이건 처음부터 바보 같은 짓이었어! 설사 김이연 씨가 거기서 강인성을 만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유미 씨가 깨어날 수 있었을 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당신은 김이연 씨에게 사과해야 해."

"그래,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아. 대니얼 박사님께 연락해."


구연모는 책상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임 슬은 그의 뒷모습조차 냉랭하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기뻤다. '마인드 업로딩' 연구가 성공이든 실패이든 끝이 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병수발도 3년이면 효자 효부 없다고 했어. 유미 씨, 미안해요. 이 사람을 위해선 이 짓을 끝내야 겠어요.)


관 속에 누워있는 소유미는 천사처럼 하얗고 평온해 보였다.


[뚜르르르.]


"대니얼 박사님! 저 임 슬이에요. 네. 구연모 박사가 드디어 승낙했어요. 내일······. 네, 피험체는 내일 바로 연구실로 이송하도록 할게요. 오래 기다리신만큼 일사천리로 진행하시죠. 네. 그럼 내일 연구실에서 뵙겠습니다."


열린 문틈 사이로 구해나가 통화를 엿들었다.


(엄마······.)


자기 방으로 돌아온 해나는 임슬의 통화내용을 곱씹어 봤다.


"엄마를 다른 연구실로 옮기겠다고 하는 것 같은데······. 왜 갑자기 데려가겠다는 거지? 아빠가 흔쾌히 승낙한 일도 아닌 거 보면 엄마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걸까?"


[또잉 또잉 또잉]


친구에게 메시지가 왔다.


- 야 너 왜 학원 안 나와?

- 이브 오빠랑 그날 무슨 얘기 했는지 좀 들어보려고 했구만. 어떻게 아는 사이야?

- 나도 그때 같이 탈 걸. 일생에 한 번 올까말까한 기회를 놓쳤네. ㅠㅠ


생각해보니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 하나가 더 있었다.


이브가 자기 집에 온 일이 엄마와 관련된 일이었다는 것.


(엄마가 누군지조차도 모르면서 '소유미를 아냐'고 물어봤지.)


해나는 창가에 앉혀놓은 곰인형을 데려다가 품에 안았다.


"아빠한테 다 털어놓을까? 아냐, 아냐. 내가 자각몽을 꾸는 걸 알면, 또 잔소리부터 하겠지. 결국엔 신경 끄고 공부나 하라고 할 텐데······."


[똑똑]


해나는 노크소리가 나자 몸을 날려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네!"


구박사가 들어왔다.


"몸은 좀 어때?"

"진통제 먹어서 괜찮아요."

"음. 그럼 잠깐 얘기 좀 할까?"

"네."


해나는 몸을 세워 앉았다.


"엄마가 내일부터는 다른 연구실로 옮겨질 거야."

"······."

"그래서... 아빠도 같이 가서 엄마를 지켜야하는데······. 그럼 집에 늦게 들어오거나 못 들어오는 날이 많을지도 몰라."


해나에게 청천 벽력같은 소리였다.


"아빠, 나 고3인데······."

"알아. 그래서 아빠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근데, 엄마를 위해서······. 지금은 다 설명해줄 순 없지만 엄마를 위해서 연구에 참여하기로 했어."

"엄마한테 위험한 건 아니고?"

"그래... 솔직히 말할게. 아무도 몰라. 그래서 아빠가 엄마가 위험해지지 않도록 항상 지켜봐야 할 것 같아.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연락했어. 내일부터 와 계실거야."

"······."

"미안해. 아빠가 너무 이기적이어서."

"... 괜찮아. 아빠가 사랑하는 사람을 끝까지 지키려고 그러는 거잖아. 아빠는... 괜찮은 거야?"


구연모는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해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아빠...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내가... 내가... 기도할게······."

"그래, 고맙다. 우리 딸. 정말 다 컸구나."

"나 다 컸다고 빨리 출가시킬 생각은 마. 나는 아빠랑 평생 같이 살 거니까."


구연모는 해나가 예닐곱때 '아빠랑 결혼할거야!'라고 혀짧은 소리로 말했던 사랑스러운 모습을 기억했다.


"그래, 아빠는 이제 나가볼게. 쉬어라."

"네."


해나는 곰인형 품에 얼굴을 묻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엄마도 아빠도 지킬 수 있을까?"


곰인형은 새깃털이 꽂힌 페도라를 쓰고 있었는데, 이 깃털이 누구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래, 애쉬! 애쉬 꿈에 도킹해보자. 엄마가 어디 있는지 그 사람은 알지도 몰라."


해나는 틴 캔 뚜껑을 열고 향초에 불을 붙였다.


(애쉬... 애쉬······. 제발 거기 있어요······.)


흔들리는 불빛과 아지랑이를 보며 해나는 의식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그녀의 손에서 곰인형이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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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너였어 +2 20.06.14 2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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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낯선 사람 +3 20.06.12 27 3 11쪽
24 불안 +2 20.06.11 30 2 12쪽
23 커피콩 +4 20.06.09 23 2 12쪽
22 더블 타이틀 +8 20.06.08 32 3 12쪽
21 상상력 20.06.08 21 0 12쪽
20 21그램 20.06.07 19 1 12쪽
19 두려움 20.06.06 21 1 11쪽
18 세기말 20.06.05 19 1 12쪽
17 내 꿈에 들어와 20.06.03 34 0 11쪽
16 변하지 않는 것 20.05.30 30 1 12쪽
15 다시, 너를 +1 20.05.29 28 1 13쪽
14 너의 이름 +2 20.05.28 29 2 13쪽
13 후회 20.05.26 42 0 11쪽
12 보여줄게 +2 20.05.26 45 4 12쪽
11 히프노시스 20.05.24 31 2 13쪽
10 마지막 기억 20.05.24 39 3 12쪽
9 네가 없다면 +2 20.05.23 28 1 13쪽
8 타타타 +2 20.05.22 37 2 11쪽
7 빛줄기 20.05.15 36 3 13쪽
6 꿈 그리고 꿈 20.05.14 41 3 13쪽
5 호접몽 20.05.13 49 3 14쪽
4 20.05.13 59 2 12쪽
3 오로라는 사라지고 20.05.13 75 6 12쪽
2 어떤 직감 +1 20.05.13 131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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