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럭굥

나를 죽인놈도 같이 회귀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519
작품등록일 :
2020.05.13 18:38
최근연재일 :
2020.06.19 06:19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225
추천수 :
114
글자수 :
160,445

작성
20.05.29 02:00
조회
27
추천
1
글자
13쪽

다시, 너를

DUMMY

"애쉬는... 이브를 뛰어 넘을 거예요. 제가 그렇게 만들 겁니다."


디렉터 차차가 자신했다.


"우리는 이제 다 같은 팀이에요. 이브가 잘 돼서 애쉬가 쉽게 갈 수 있는 거고, 또 애쉬가 잘 되면 이브한테도 득으로 돌아올 거야."


윤아라가 상황을 정리했다.


"어쨌든 이브는 내일 라이브 기자회견이 마지막 활동이야. SNS에 손편지를 올리는 것도 좋겠어. 그리고 수술 경과를 보면서 다음 활동을 언제 재기할 수 있을 지 논의해보자."

"이런 기회에 음악 작업에 더 열중해 볼 수도 있으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해. 항상 스케줄에 시간에 쫓겨서 곡 하나 완성하는 것도 더뎠잖아."


윤대표가 다독였다.


이브는 양 팔을 테이블 위에 괴고 머리를 붙들었다.


의식이 돌아오기만 하면 다시 모든 게 원상복귀가 될 줄 알았는데, 그 일주일 사이에, 겨우 일주일 사이에도 자신을 빼곤 상황은 흘러가고 있었고 흘러간 상황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다.


***


이브는 수술대에 누워 천장에 달린 환한 조명을 바라봤다.


차가운 수술방 온도 때문인지 그가 긴장해서 인지 손발이 시려왔다. 머릿속은 복잡했다.


전날 진행된 온라인 기자회견은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다. 해외 언론까지 200여개가 넘는 매체가 하루 만에 질문지를 보내왔고, 중복되는 질문 등을 제하고 무려 여든 개에 가까운 질문에 답했다. 2시간 반이 넘는 시간이 걸렸으며 실시간 스트림을 시청한 시청자는 3백만 명에 달했다.


이날 인기검색어는 이브 기자회견, 위중독, 마약성 진통제, 이브 수술 등이 오르내렸다. 기자회견은 윤중천대표와 윤아라이사가 함께 했고, 이브의 건강상태와 그간 의식불명 상태였던 의료 기록 등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담당의도 다녀갔다.


물론, 의학적인 방법이 아니라 증명되지 않은 '꿈 치료법'으로 깨어난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악플러에 대해서는 선처 없이 법적으로 대응할 것을 시사했고, 기자회견 이후 마약루머는 잠잠해졌다.


소속사 입장에서는 체증이 씻은 듯이 내려가는 결과였지만, 이브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수술 끝나고 빨리 회복하는 데에만 집중해. 그럼, 다시 예전처럼 활동하면 되는 거야."


윤아라의 격려는 마음에 와 닿지가 않았다.


(예전처럼······.)


한 달도 아니고 일주일, 열흘 만에 상황은 예전과 달라져 있었다.


(의식만 돌아오면 모든 게 의식을 잃기 전 상황에서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하물며, 자신의 소속사는 자신이 의식이 없는 사이 이미 후속 가수를 선보일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가.


(이 수술을 받고 나면······.)


이브는 자신의 손등에 꽂힌 니들이 불편해 손의 위치를 바꿔봤다.


연습생시절부터 자신을 괴롭혔던 어깨 통증을 치료하는 수술을 받고 나면, 재활기간까지 수개월이 걸릴 터였다. 세상은 완전히 바뀌어 있을 게 분명했다.


이브는 자신이 유행을 타는 '물건'이 된 기분이었다. 패스트 패션을 입고, 패스트 뮤직을 듣는 시대라지만 창작자로서, 아티스트로서 자존감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내가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지 못하면... 나는 뭐지? 무대 밖에서 권기담은 아무 것도 아니야······.)


문득, 비주얼 디렉터 차차가 했던 말이 떠올라 이브는 슬펐다.


"애쉬는 이브를 뛰어 넘을 거예요."


자신이 탑이라고, 왕이라고 믿고 건방을 떨기도 했던 자신이 우스웠다.


"나 따위가 뭐라고······."

"네?"

"아녜요."

"권기담 씨. 이제 마취하겠습니다."


간호사가 마취약을 그의 혈관에 연결된 링거에 주입하자 그는 빠르게 정신을 잃었다.


***


오드 아이를 가진 검은 고양이. 창밖으로 스태디움을 보고 있는 이브.


호텔 창문에 하얀 호텔가운을 입은 이브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고양이는 긴 꼬리를 세우고 이브의 다리 사이를 빠져나간다.


"내일 마지막 콘서트까지 파이팅 해야지."


이브의 매니저가 리모컨 버튼을 누르자 벨벳 커튼이 자동으로 닫혔다.


"그래야죠."


매니저가 불을 끄고 나가려는데 이브가 그를 불러 세웠다.


"형! 왠지 가위눌릴 것 같은 기분인데······. 문 꽉 닫지 마요."

"어린애도 아니고. 여기 호텔이야."

"그럼! 어... 같이 자는 건······."

"내일 뵙겠습니다!"


탁.


이브는 긴장한 채로 잠을 청했다.


(그래... 내일 공연 이미지 트레이닝이나 하자.)


그는 머릿속으로 스타디움 무대를 떠올렸고, 인트로부터 공연 순서대로 자신이 취할 제스처나 댄스동작 등을 차근히 그려나갔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 처음으로 선보일 노래는 입으로 허밍까지 하면서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자신을 상상했다.


팬들은 이미 가사를 외워 떼창을 부르고 있고, 땀까지 흘리며 열창하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에 열광했다.


눈을 감고 노래에 집중하는 이브. 성공적으로 노래를 마치자 흡족한 미소가 번진다.


짝. 짝. 짝.


한 사람의 박수소리에 눈을 뜬 그는 소녀를 보고 당황했다.


교복을 입고 있는 소녀는 무대 끝에서 이브 앞으로 다가왔다.


걸을 때 반동은 없고 미끄러져 오는 듯 보였다.


이브의 심장이 터질 듯이 쿵쾅 거렸다.


"왜 또 망부석처럼 굳었어요?"


소녀는 이브의 눈앞에 손을 좌우로 흔들어보았다.


"나예요. 나! 메두사도 아니고, 저승사자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존재."

"왜 또 내가... 여기에······. 너는 또 어떻게 여기······."


이브가 횡설수설하자 소녀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처음이 힘들지, 그 다음은 쉬운 것 같아요. 혼선은 있었지만."

"매니저, 아니, 아니지. 김실장님! 김실장님을 불러야겠어!


소녀는 이브 앞에 놓인 스탠딩마이크를 잡으려는데 자신의 키보다 높이 있어 까치발을 들었다.


"아, 아! 하나 둘! 하나 둘!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후! 후!"


이브는 스탠딩 마이크를 가로챘다.


"이건 내 개인 마이크야! 어디다 입김을 불어!"

"어으 깔끔떨기는!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새 되게 예민해졌네요?"


자신의 소매로 마이크를 닦는 이브.


"다 너 때문이야."


억울하다는 듯 쳐다보는 소녀.


"네가 나타난 후로는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별도 안 되고, 내가, 내가 아주 미친놈이 된 것 같아!"

"섭섭하게 말씀하시네요! 난 그래도, 그쪽이 그렇게 눈앞에서 사라지고 난 다음 매일 그쪽 생각만 하고, 너무 보고 싶었는데!"


소녀는 뭔가 사랑 고백이라도 한 것 같아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이브는 마지막에 깜깜한 어둠속에 두고 온 소녀의 모습이 떠올라 살짝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가만 생각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네가 나를 자꾸 불러내는 거 아냐? 도깨비 소환하듯이?"

"제가 소환술을 쓸 줄 알았으면 그쪽이 사라진 그 순간 바로 다시 불렀을 거예요. 오빠가 사라지고 나서 얼마나 후회했는데······."

"그래? 그래, 암튼 의심해서 미안하다."

"바깥세상은 어때요?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예요?"

"내가 정신을 잃은 기간은 약 1주일이었고, 정신을 깨고 나서 또 1주일의 시간이 지났어."

"아, 그렇구나······. 그럼 내가 정신을 잃은 지는... 그것보단 오래 된 거 같으니까 한... 두 달? 세 달 되었을까?"

"글쎄······. 다음에 내가 정신이 들면 너부터 찾아야겠다. 너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깨워야지 매번 꿈 꿀 때마다 너 볼까봐 무서워서······."


이브는 소녀가 자신을 노려보는 걸 보고 말을 멈췄다.


"그쪽을 현실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아는 척도 안할게요!"

"아잇, 뭘 또 삐지고 그래. 내가 깨어날 동안까지는 잘 지내도록 하자."

"제가 먼저 깰 수도 있고요."

"그래, 네가 먼저 깰 수도 있지."


갑자기 공연장을 울리는 음악소리.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어? 이 노래?"

"맞아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 타타타."


[아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호탕한 웃음소리에 흠칫 놀라는 이브.


"뭐야, 저것도 노래의 일부야? 노래에서 저렇게 호탕하게 웃는다고?"

"아하하하하! 아하하하하!"


소녀가 배를 잡고 복식호흡으로 따라 부르자 이브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런데, 이거 어디서 들려오는 거야 대체?"


***


구연모 박사의 집.


컴퓨터 모니터엔 요동을 치는 그래프가 끝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구박사는 아내의 뇌파 그래프를 보며 감격한 얼굴을 하고 있다.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아빠!"


구해나는 아빠의 침실이자 연구실인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꼭 끌어안았다. 구연모 박사는 스페이스 바를 눌러 음악재생을 멈췄다.


"해, 해나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방학 첫 날이라 늦잠 자도 안 깨웠더니, 안 좋은 꿈이라도 꿨어?"


해나는 아빠를 더 꽉 끌어안았다.


"그래, 괜찮아. 아빠 여기 있잖아."


어릴 때부터 해나는 유독 악몽을 자주 꾸는 아이였다. 그럴 때마다 구박사는 아이의 이마에 손을 얹어주거나, 잠이 깨 우는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수밖에 없었다.


"큰일이네. 이렇게 다 커서도 악몽 꿨다고 아빠한테 쪼르르 달려오고. 아빠 없으면 이제 어떡할래?"

"아빠······."

"그래."

"아빠는 나 없이 살 수 있어?"

"아니, 아직은, 아빠가 준비가 안 됐지만, 언젠가는 너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테니까. 그때는 아빠도 연습을 해야겠지. 우리 딸 없이 아침에 일어나고 밥 먹고 잠에 드는 연습······."

"엄마가 더 이상 깨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때... 아빠는 어떤 마음이었어?"


해나는 팔을 풀고 엄마가 누워있는 침대 끝에 앉았다.


"엄마는 아빠를 떠나지 않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어. 눈을 바라볼 수 없다는 건 조금 슬펐지만, 세월이 흘러 기술이 발전하면 언젠가는 엄마가 긴 잠에서 깰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했지."


구박사는 슬픈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나중에 엄마가 아무것도 모른 채 깨어났을 때 아빠가 옆에 없었다는 걸 알면... 아마 엄마는 아빠 정강이를 세게 걷어찬 다음 꼴도 보기 싫다고 하면서 토라질 거야. 하하."


아내의 이마를 쓸어 넘기는 구박사.


"화가 났을 때 엄마 얼굴은 참을 수 없이 귀여웠지. 그런데 엄마가 우는 건 아빠 마음이 너무 아파서······.


구박사는 잠시 회상에 잠겼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왔어도 교제한 기간은 길지 않았는데, 일 년 정도 되는 연애기간 동안 딱 한 번 두 사람이 다툰 일이 있었다.


"오빠는 항상 그런 식이야.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오빠는 호불호가 없어?"

"하하. 나는 정말로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서 그래."

"그게 아니라,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인거겠지!"

"그렇지 않아, 유미야. 그래, 알았어. 앞으로는 더 좋은 거, 덜 좋은 거 이렇게 말할게. 됐지?"


길 건너 '유미네 분식' 간판에 불이 들어왔다.


"오빠, 오빠 솔직히 말해봐. 오빠는 나도 좋고 나랑 데뷔하는 나머지 두 멤버 언니들도 좋고 다 좋지? 저번에 인사할 때보니까 아주 입이 이~만큼 귀에 걸려서는 다들 인형같이 생겼다고 했잖아."

"그거야 너랑 같은 팀이라서 칭찬한 거지. 네가 제일 예뻐. 응?"

"오빠는 분명히 나 말고도 다른 사람 좋아하게 될 거야."

"내가 바람이라도 필 거라는 거야? 왜 일어나지도 않을 일로 더 화가 나게 만들어?"


유미는 코를 훌쩍이기 시작했다.


"오빠는, 오빠는 모든 사람들한테 친절하잖아! 그게 얼마나 사람 착각하게 만드는 지 알아? 우리가 사귀기 전에도 오빠를 좋아하는 내 친구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지금도 걔네들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 왜냐면 오빠가 연락도 잘 받아주고, 부탁도 한 번 거절하지 못하니까!"

"그거야, 다 네 친구들이니까.... 알았어. 그만하고 이젠 친절하게 굴지 않을게."

"지금도 봐. 오빠가 진짜 이렇게 물러 터지니까 다들 오빠를 쉽게 보고······."

"이제 그만해. 내 성격이 이런 줄 모르고 좋아했어? 어? 그런 줄 모르고 사귀었어?"


유미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유미가 입 꼬리를 아래로 내리며 눈 근육에 힘을 주자 유리구슬 같은 눈물이 굴러 떨어졌다.


작가의말

14화 수정 완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29 수수한칠성
    작성일
    20.05.29 02:05
    No. 1

    전체회차 싹 조회수 올려 드리고 갑니다. 건필하시고요 부디 들러 주셔서 (반사)해 주시면 참 행복하겟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를 죽인놈도 같이 회귀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모전 마감이 일주일 남았습니다. 20.06.12 29 0 -
30 아무것도 모른 채 +1 20.06.19 18 1 12쪽
29 사죄의 이유 +2 20.06.16 16 1 11쪽
28 비밀 +2 20.06.15 19 1 12쪽
27 너였어 +2 20.06.14 24 2 12쪽
26 작업 +2 20.06.13 24 2 12쪽
25 낯선 사람 +3 20.06.12 25 3 11쪽
24 불안 +2 20.06.11 29 2 12쪽
23 커피콩 +4 20.06.09 22 2 12쪽
22 더블 타이틀 +8 20.06.08 31 3 12쪽
21 상상력 20.06.08 19 0 12쪽
20 21그램 20.06.07 18 1 12쪽
19 두려움 20.06.06 20 1 11쪽
18 세기말 20.06.05 18 1 12쪽
17 내 꿈에 들어와 20.06.03 32 0 11쪽
16 변하지 않는 것 20.05.30 29 1 12쪽
» 다시, 너를 +1 20.05.29 28 1 13쪽
14 너의 이름 +2 20.05.28 29 2 13쪽
13 후회 20.05.26 41 0 11쪽
12 보여줄게 +2 20.05.26 43 4 12쪽
11 히프노시스 20.05.24 29 2 13쪽
10 마지막 기억 20.05.24 39 3 12쪽
9 네가 없다면 +2 20.05.23 28 1 13쪽
8 타타타 +2 20.05.22 35 2 11쪽
7 빛줄기 20.05.15 35 3 13쪽
6 꿈 그리고 꿈 20.05.14 41 3 13쪽
5 호접몽 20.05.13 48 3 14쪽
4 20.05.13 57 2 12쪽
3 오로라는 사라지고 20.05.13 74 6 12쪽
2 어떤 직감 +1 20.05.13 130 1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