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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럭굥

나를 죽인놈도 같이 회귀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519
작품등록일 :
2020.05.13 18:38
최근연재일 :
2020.06.19 06:19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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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14
글자수 :
16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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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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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내 꿈에 들어와

DUMMY

검찰청 조사실.


"당신이 5살 때 당신은 실종신고가 됐습니다. 실종되기 전에는 아마도 평범한 한 가정의 아이로 자랐겠죠. 이후엔 당신이 기억하는대로, 강인성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살아간 삶이죠."


검사는 발걸음을 옮겨 수사관 뒤에 섰다.


"여기 저희 수사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강인성 당신은 강인성이 아니라 전.주.한. 그러니까 당신을 낳아주신 부모님이 당신에게 처음으로 지어준 이름은 전주한이었어요."


강인성이 불안한 듯 눈동자를 좌우로 굴렸다


"연쇄살인마라 할지라도 부모는 있는 법이죠. 당신이 지난번 조사 때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전주한 씨."


강인성은 기침인지 웃음인지 모르게 몇 번 쿨럭 거리더니 곧 진정했다.


"낳아주신 부모님이... 살아계신가요?"


검사는 착잡한 듯 입으로 스읍 소리를 내며 숨을 들이쉬었다.


"안타깝게도 부친께선 돌아가셨습니다. 실종신고 후 3년이 지나 이혼하셨더군요. 모친께선 이후 이민을 가셨고요. 곧 모친과 연락이 닿을 수 있을 겁니다."

"왜... 왜 제 어머니를 찾죠? 우린 남이나 다름 없는데요? 이제 와서... 이렇게 이런 모습이 되어서 연락 한다고요?"


강인성은 자신의 손목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차가운 금속을 내밀어 보였다.


변호사가 그를 보며 진정해야한다는 무언의 암시를 줬다.


"법이 그렇습니다. 가족에게 구속통지를 보내게 돼있죠."

"아니요, 보내지 마세요, 엄마, 엄마를 찾지 말아주세요!"


쿨럭, 쿨럭, 쿨럭, 쿨럭, 쿨럭, 쿠르르르르.


강인성이 기침을 심하게 하며 의자 옆으로 떨어졌다.


***


"엄마! 엄마! 엄마아아아앙!"


5살 전주한이 엄마를 찾았다.


아이는 시장에서 멀지 않은 어느 골목길의 한 집에 들어와 있었다. 시장에서 폐지를 줍던 노파가 아이를 리어카에 태우고 그대로 집까지 끌고 왔다.


노파는 치마속 바지춤에서 자두맛 사탕하나를 꺼내 아이 입에 물렸다. 그렇게 아이는 사탕이 입에서 다 녹아 없어져 노파의 집에 도착했을 때에야 엄마를 찾으며 울었다.


집안은 작은 마당까지 살림이 다 나와 있을 정도로 어수선했다. 노인은 애가 울거나 말거나 폐지를 정리했다.


"엄마.... 엄마..... 엄마...."


전주한은 울다 지쳐 마루에서 잠이 들어버렸고, 그의 부모는 대문을 사이에 두고 그 앞 골목을 몇 번이고 지나다녔다.


탕,탕,탕!


"저기요! 안에 누구 계세요?"


그들은 대문을 두드리고 다니며 일일이 아이의 행방을 물어보기도 했는데, 노파는 그때도 듣지 못했다. 노파는 심한 난청이었다.


다음 날 새벽같이 일어나 간밤에 길가에 버려진 폐지까지 모아 고물상에 판 노파는 소금물에 두부를 끓여 잠이 깬 아이의 입에 넣어줬다.


"엄마, 훌쩍.... 엄마...."


전주한은 엄마를 찾으며 울다가도 노파가 떠 넣어주는 두부를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어 삼켰다. 잠시후 용달차가 도착해 얼마 안 되는 집기들과 노파, 그리고 전주한을 싣고 떠났다.


***


[노래/ 떠나지 마. 그댄 이미 알고 있잖아요. 모래성처럼 부서질 거라는 걸.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라는 걸.]


핑크색 헤드폰을 머리에 쓴 구해나는 김이연이 주고 간 애쉬의 미발매 앨범을 감상하고 있다.


김이연이 아빠와 방에서 작업을 하는 동안 내내 음악을 들어보고 있던 그녀는 앨범이 썩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대형기획사가 돼버린 김이연의 소속사에서 밀어주는 가수라면, 그는 이미 등장도 전에 주류 반열에 오를 것이었다. 너무 인기가 많은 가수는 해나의 흥미를 떨어뜨렸다.


"아깝네. 노래는 좋은데."


해나는 받았던 음반 재킷을 살펴봤지만 가수의 사진은 없었다. 그녀는 음반을 들고 아빠의 방 앞으로 가서 노크를 하려다 문에 잠시 귀를 갖다 댔다.


"그럼, 준비가 되시면 알려주세요."


김이연이 의자에서 일어나 방문 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해나는 잽싸게 노크를 한 뒤 문을 열었다.


"어, 깜짝이야."

"아, 죄송해요. 끝나셨어요?"

"응. 오늘은 준비가 좀 덜 돼서, 곧 다시 올 거야. 어, 다 들었니?"


김이연이 해나의 손에 있는 음반을 가리켰다.


"어땠니?"

"글쎄요. 별로던데요?"

"그러니? 알겠다. 고마워."


김이연은 음반을 한 쪽 어깨에 멘 가방에 쏙 집어넣었다.


"<떠나지 마> 라는 곡이 타이틀이에요?"

"아니... 그 곡이 좋았니?"

"네, 제 귀에는요."

"감상평 고맙다, 다음에 또 보자!"


김이연이 떠난 후 해나는 아빠에게 돈을 요구했다.


"저번처럼 진하고 어두운 색 말고 좀 가볍고 옅은 파스텔톤 컬러로 사와."

"아빠, 네일에도 다 유행이 있다고. 이번에는 네온컬러가 인기야."

"형광색 말하는 거야? 난 별론데······."


구박사는 지폐를 주려다 뒤로 물렀다.


"어? 슬이 이모가 주말에 웬일이지?"


해나가 아빠 뒤에 창문을 보면서 말하자 뒤를 돌아보는 구박사.


"갓 츄! 땡큐 아빠!"


지폐를 낚아챈 해나는 빠르게 방을 빠져나갔다.


"어? 야! 구해나!"


딸의 뒷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짓던 구박사는 창 밖에 진짜로 임 슬 박사가 서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구박사가 창문을 열어 고개를 내밀자, 아래층에서 손을 흔들어 보이는 임 슬.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야?"

"당신이 좋아할 소식이 있어서 깜짝 놀래 주려고 이렇게 왔지!"

"올라와!"


두 박사는 옥상 테라스로 올라갔다. 나무 화분 몇 개와 빈 백, 그리고 향초가 놓여있다. 구 박사의 집은 온 동네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사실 의자 하나만 갖다놔도 그림이 되는 공간이었다.


"무슨 일이지?"

"시티 앤 더 스타스."

"아서 클라크의 소설?"


임 슬이 머리를 쓸어 넘기자 짙은 향수 냄새가 바람을 따라 구박사를 감쌌다.


"응. 우리 학교 다닐 때 재미있게 읽었잖아. 마인드 업로딩 기억나?"

"정신을 컴퓨터에 이식하는 거 였지?"

"맞아, 한 미래학자가 2030년까진 현실 가능해진다고 했었지."

"그런데?"

"이 마인드 업로딩을 연구하는 과학자 중에 재미 한국인 박사가 계셔."


구박사는 임 슬이 다음에 꺼낼 말을 짐작한 듯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오늘 대니얼 최 박사님한테 메일이 왔어. 내가 당신과 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 상의 드린 적이 있었는데, 유미 씨의 상태에 관심이 많으셨어. 애니웨이, 컴퓨터 기술은 어느 정도 완성이 되었고 이제 테스트가 남았는데, 유미씨에게 마인드 업로딩 기술을 재현해보지 않겠냐는 거야."


구박사는 멀리 한강 위를 내달리는 전철을 바라보았다.


"힘든 결정이라는 거 알아. 실험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유미씨에게 오히려 스트레스만 주게 되는 일일 수도 있어. 하지만... 루시드 드림 같은 걸로는 유미 씨를 깨울 수 없어."


임 슬은 구박사의 옆모습을 가련하게 바라봤다.


"당신은 과학자야. 당신이 부모님처럼 의사나 교수가 되지 않고 과학자가 되려 한 것도 유미 씨 때문이었잖아. 언젠가 과학기술이 진보해 있을 때, 그 때를 기다렸잖아. 지금이 그 때야. 때가 온 거라구!"


전철이 사라지자 시선을 거두어 임 슬을 바라보는 구박사.


"유미의 정신을 컴퓨터에 이식했다고 치자. 두 번 째, 세 번 째 컴퓨터에 똑같이 복사 가능한 그 정신을, 과연 유미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세상에 유미 씨는 한 명 뿐이야. 당신 기억 속에 이미 이식되어 살고 있지. 아니야? 유미 씨는 지금 자신의 몸에 갇혀 있어. 그 몸에서 유미 씨를 꺼내 줘야지, 구해 줘야지! 그녀의 몸은 늙고 있어. 하얗게 센 그녀의 머리카락을 보라고. 그녀를 살리고 싶으면 언젠가 늙어 없어지는 몸 따위는... 포기해."


한강물은 햇빛을 반사시켜 아롱아롱 빛나고 있고, 다음 전철이 그 위를 쏜살같이 갈랐다.


***


"패션이며, 음악, 브랜드까지 내가 세상의 트렌드를 바꾸는 줄 알았는데, 그냥 나는 빠르게 달리는 세상이라는 열차에 잠깐 올라탔던 거였더라고."


8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K스태디움에 이브와 소녀가 한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빠가 지금 그렇게 유명해요? 얼마나 유명한대요?"

"너는 유튜브도 안 보니? 한 번은 나를 봤을텐데. 어떻게 나를 아예 모를 수 있지?"

"튜브요? 그게 뭐예요? 물에 뜨게 하는 거... 는 아닌 줄 알았어요. 문맥상...."


이브는 유튜브를 못알아 듣는 소녀를 보며 원시인 보듯 처다봤다.


"네가 좋아한다는 그 아하하하하 웃는 아방가르드한 노래도 그렇고, 유튜브도 모르고, 너 사실 미래에서 온 게 아닐까? 노래가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시대를 앞서 있는 거 같은데."


이브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이 몇 년도에요?"

"2020년이지."

"네? 뭐라고요?"

"뭘 그렇게 놀래. 너 진짜 미래에서 왔어? 그래?"


소녀의 호흡이 점점 짧아졌다.


"여기... 여기는 어디에요, 그럼? 내가 아는 그곳이 아닌 거 같아요."

"K스태디엄. 아, 원래는 올림픽 경기장이었는데 이 나를 필두로 K팝이 너무 잘 나가서 내부 외부 싹 개조해서 한류 콘서트장으로 탈바꿈했지."

"K팝?..."

"응, K팝. 이런 말도 처음 들어? 이거 미래에서 과거로 온 게 아니라... 구한말 사람이 미래로 온 건가?"

"세기말..."

"응?"


이브가 옆자리에 앉아있는 소녀에게 귀를 들이밀었다.


"구한말이 아니라 세기말에서 왔다고! 1999년!"


***


소유미. 노란 명찰이 달린 교복을 입고 설레는 마음으로 고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그녀는 졸업반인 구연모가 연단에 올라가 신입생 환영 연사를 읽는 동안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야, 학생회장 잘 생겼다! 이 학교 들어오길 잘했어."


유미는 주위 신입 여학생들이 수근 대는 소리를 들으며 어깨가 으쓱해졌다.


어릴때부터 함께 자라온 구연모와는 친남매같은 사이였지만, 사춘기를 지나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이 피어나고 있었다.


연사가 끝나고 구연모는 허리 숙여 인사한 뒤, 맨 앞 자리로 돌아가면서 유미에게 눈길을 주었다.


"어! 뭐야! 나 봤나 봐. 나랑 눈 마주쳤어! 어떡해!"

(풉! 너네 본 거 아니거든!)


유미는 다른 학생들의 설레발에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입학식이 끝나고 교실로 올라 가기 전, 구연모가 유미를 따로 부르자 다른 여학생들이 부러움과 시샘하는 눈빛으로 유미를 처다봤다.


커다란 교목나무 아래 선 두 사람.


"아주머니가 입학식 사진 좀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셨어."

"그래? 알았어. 여기 서 있으면 되지?"

"응."


구연모가 조금 뒤로 가 한 다리를 접고 카메라를 들었다. 뷰파인더로 보이는 유미는 환하게 웃으면 손으로 브이자를 만들었다.


찰칵.


"오빠, 나 눈 감은 거 같아! 한 번 더 찍어줘!"

"알았어."


구연모가 뷰파인더를 보며 줌인을 하는 그때 등장한 낯선 얼굴.


클로즈업 된 얼굴을 보고 놀라 구연모는 카메라에서 눈을 뗐다.


"누구시죠?"

"저는 저기, 나무 밑에 있는 여자애랑... 그냥 아는 오빠 동생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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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낯선 사람 +3 20.06.12 27 3 11쪽
24 불안 +2 20.06.11 3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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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더블 타이틀 +8 20.06.08 32 3 12쪽
21 상상력 20.06.08 21 0 12쪽
20 21그램 20.06.07 18 1 12쪽
19 두려움 20.06.06 21 1 11쪽
18 세기말 20.06.05 19 1 12쪽
» 내 꿈에 들어와 20.06.03 34 0 11쪽
16 변하지 않는 것 20.05.30 30 1 12쪽
15 다시, 너를 +1 20.05.29 28 1 13쪽
14 너의 이름 +2 20.05.28 29 2 13쪽
13 후회 20.05.26 41 0 11쪽
12 보여줄게 +2 20.05.26 45 4 12쪽
11 히프노시스 20.05.24 30 2 13쪽
10 마지막 기억 20.05.24 39 3 12쪽
9 네가 없다면 +2 20.05.23 28 1 13쪽
8 타타타 +2 20.05.22 36 2 11쪽
7 빛줄기 20.05.15 36 3 13쪽
6 꿈 그리고 꿈 20.05.14 41 3 13쪽
5 호접몽 20.05.13 49 3 14쪽
4 20.05.13 58 2 12쪽
3 오로라는 사라지고 20.05.13 75 6 12쪽
2 어떤 직감 +1 20.05.13 130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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