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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럭굥

나를 죽인놈도 같이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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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
작품등록일 :
2020.05.13 18:38
최근연재일 :
2020.06.1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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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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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탁!]


휴대폰이 교실바닥에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야!"


짝꿍의 얼굴이 턱 끝부터 빨갛게 차올랐다.


"이거 이제 2주 됐는데!"


구해나의 짝꿍은 타짜가 결정적인 패를 뒤집듯이 천천히 휴대폰을 뒤집어 보았다. 다행히 액정에 금이 가진 않았다.


"워~! 이거 깨졌으면 너랑 절교할 뻔 했다. 하늘이 도운 줄 알아라."

"그러게 하늘이 도왔네. 평생 안 잡힐 줄 알았는데."


구해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짝꿍은 자신의 안경통을 꺼내 클리너로 휴대폰 액정을 반질반질하게 닦아주었다.


"어? 아 연쇄살인마? 진짜 잘되지 않았냐? 세상을 싸돌아다니는 범죄자가 하나라도 줄어들어 좋다. 그치?"

"폰 좀 다시 줘봐."


구해나는 짝꿍에게 한 손을 내밀었다.


"왜?"

"빨리 줘 봐."


짝꿍은 못이기는 척 폰을 내밀었다. 해나는 새로고침 버튼을 터치했고 인터넷 페이지가 새로 열렸다. 기사가 업데이트 돼 있었다.


(1보) 연쇄살인범은 43세 강인성... 폐암말기 시한부


"어머 시한부래. 잡히지 않았어도 곧 죽었겠네. 벌 받았나보다."

"······."


해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누구 마음대로 벌을 받아. 아직 벌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딩-동-댕-동]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해나는 심란한 마음으로 앉아있다.


"구해나?"


생명과학선생님이 그녀를 불렀다. 해나는 수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선생님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해나는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는 책들 중에서 얼른 교과서를 찾아 아무 페이지나 펼쳤다.


다리를 저는 선생님은 주로 교탁에만 계시는 편인데 어쩐 일인지 해나 책상 앞까지 나름의 리듬감을 갖고 걸어왔다.


선생님은 교과서 밑에 있던 책 중에 하나를 꺼내 들었다.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


선생은 겉표지에 제목을 소리 내어 읽었다.


"아버지가 뇌과학자라 그런가 본인도 뇌과학에 관심이 많은 가보군?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는 어떻게 된 영문이지?"

"코타르증후군을 말하는 거예요. 자신이 죽었다고 믿는 증상을 보이죠. 죽었다고 생각하고 믿는 것 자체가 살아있다는 건데 존재자체를 부정하죠."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했는데 망상이 심하구만."

"망상······. 어차피 자아는 환상 아닌가요?"

"글쎄, 그 질문은 아버지가 전문가시니까 여쭤보고 다음에 나에게도 알려줘."


선생은 책을 내려놓고 다시 자신만의 보행 리듬에 맞춰 교단으로 돌아갔다.


해나는 순간 반 아이들의 이목이 자신에게 집중됐던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책을 서랍 안으로 감추었다.


수업에 집중하려 일부러 필요이상으로 필기를 했음에도 순간순간 그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나'는 지금, 여기에 없었다. 그녀의 자아는 끊임없이 연쇄살인범 강인성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학교가 끝나고 해나는 PC방으로 갔다. 자신의 폰으로 연쇄살인범을 검색해서 기록이 남는 것조차 꺼려졌기 때문이었다.


아침에 연쇄살인범을 체포했다는 속보 이후 그녀가 학교에서 시간을 보낸 한 나절동안 많은 것들이 밝혀졌고, 그녀는 기사를 모두 꼼꼼히 읽어보았다.


"강인성은 18년 전 담당사건 강력계의 신입이었다가 지금은 형사팀장이 된 최고의 경감에 의해 검거됐다. 미제사건을 다루는 유명 시사프로그램 <끝까지 간다> 팀과 함께였다. <끝까지> 측은 믿을만한 제보원의 제보에 따라······."


해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보자가 있다고? 그때 당시에도 얼굴을 본 목격자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는데... 어떻게 찾았지?"


그녀는 계속해서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서 검거된 강인성은 이미 폐암 말기환자로 수척한 모습이었고, 죄를 인정하며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고 전해진다."


해나는 아랫입술을 물어뜯으며 스크롤을 내렸다.


"그의 엄지손가락에는 흉이 있었는데, 당시 범행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된 살점과 DNA 대조를 통해······."


당시 범인은 주위에 있던 학생에 의해 총을 쏘면서 손가락을 다친 것 같다는 증언이 나왔었다. 뉴스에서는 리볼버 사격시 엄지손가락을 감아쥐는 강화파지를 하지 않고 쐈기 때문에 다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녀는 이번에는 방송뉴스 영상을 틀고 헤드폰을 썼다.


"예의가 바르셨어요. 조용하고, 종일 성경책만 들여다봐서 201호 환자가 연쇄살인범일 줄은 꿈에도 몰랐죠."


강인성이 머물렀다는 요양병원에 근무 중인 한 요양사의 인터뷰였다.


"이전 12번의 살인은 모두 청소년이었던 데 반해 마지막이 된 13번째 희생자가 당시 만 19세 소녀였던 점, 그것도 연예인이었던 점에 대한 미스터리가 풀릴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SSS뉴스······."


해나는 동영상을 멈췄다. 썸네일은 걸그룹 시절 유미가 그날 무대에서 밝게 웃는 얼굴이었다.


해나는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괜찮아?"


옆자리에 앉아 게임을 하던 남자 대학생K가 해나에게 휴지를 건네며 말을 걸었다.


해나는 휴지를 받아 코를 풀었다.


"휴지 좀 더 주세요."


한 손으로는 휴지로 코를 잡고 다른 한 손을 옆으로 뻗는 해나.


K는 해나의 손 위에 휴지를 좀 더 뽑아 올려놨다.


코를 닦고 난 해나의 코끝이 붉어졌다.


"나 이거 지인짜 오지랖인거 아는데, 너 왜 우는 거야? 혹시 아는 사람이 희생자 중에······."

"저기요, 오지랖을 떠실 거면 휴지 몇 장으로는 안 되는데요?"


맹랑한 고등학생의 말에 어이가 없는지 실소하는 K.


해나는 K와 눈짓으로 메뉴판을 가리켰다.


"아, 뭐. 메뉴? 참 내. 그래, 야 한참 클 나인데. 시켜.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약간 허세가 있으시네······. 짜파구리 시켜주세요. 잘 먹겠습니다."


[클릭 클릭]


"나 지금 주문했다. 자 이제 왜 울었는지 말해 줘."

"제가 왜요?"

"아니, 야. 내가 오지랖 아니 묻는 거 대답해주는 대가로 라면 시켜달란 거 아니었어?"

"이미 휴지 주시고 말 거신 거가 오지랖이었고, 라면은 그거에 대한 대가로 받는 건데요?"


K는 뒷목을 잡았다.


"요즘 애들 다 이러냐?"

"몇 살이에요? 스물? 스물 하나?"

"야, 내가 동안이어서 그렇지 군대도 다녀왔어. 스물 셋이다 셋!"

"하나나 둘이나 셋이나."

"네가 아직 뭘 몰라서 그러는데, 스무 살이랑 스물세 살은 어? 그 뭐야 인도 카스트제도에서 브라만이랑 수드라 그 정도 갭이야, 인마."

"군대 다녀왔으면, 총 쏠 줄 알겠네요?"

"총? 당연히 알지."

"이게 총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 잡아보세요. 진짜 총 쏘는 것처럼."


해나는 책상 위에 놓여있던 생수통을 건넸다.


"어? 갑자기?"


K는 네 손가락으로 물병을 감싸 쥐고 엄지손가락을 물병 한 쪽에 나란히 뻗었다.


"엄지 앞으로 파지법이라고 보통 이렇게 잡아."

"리볼버도 쏴 봤어요?"

"리볼버? 넌 뭐 그런 게 궁금하냐? 군대에선 권총은 K5를 써."

"그럼, 군인들이 어깨에 메고 다니는 장총은 뭐예요?"

"K2?"


해나가 검색란에 K2를 쓰는 사이 PC방 알바생이 라면 냄새를 풍기며 이들이 있는 자리에 도착했다.


"이건 내가 먹는다. 약속이 달라서."


K는 라면을 받아 자신의 책상에 안착시켰다.


(꾸르르르륵)


강인성이 붙잡혔다는 뉴스 때문에 점심도 제대로 못 먹은 해나의 배가 아우성쳤다.


K는 한 젓갈 떴다가 입맛만 다시고 라면그릇을 해나 책상으로 옮겨다 놓았다.


"오, 좀 착하네요?"


K는 해나의 얼굴에서 슬픔이 가신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


"학생! 학생! 일어나, 이제 집에 가야지."


PC방 사장이 잠들어 있던 해나를 깨운 건 밤 9시 반이었다. 깨어보니 자신의 주변으로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PC방을 나설 때 아빠 구연모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어... 지금 독서실 나왔어. 금방 갈게. 아, 아빠! 아빠!"


해나는 아빠가 전화를 끊기 전에 매운 떡볶이를 시켜줄 것을 주문했다.


"치즈는 두 배로 하고 주스는 냉장고에 있으니까 김말이만 추가해주세요."


해나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아빠 땡큐!'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휴······."


집에 도착하니 방금 배달이 된 모양이었다. 아빠가 포장을 뜯고 있었다.


해나는 현관 앞에 가방을 벗어 던지고 미끄러지듯 부엌으로 직행했다.


"음! 매운 냄새! 아빠, 주스 주스!"

"너는 종일 집에서 너 오기만 기다리는 엄마 아빠보다 매운 떡볶이가 더 좋냐?"


구연모가 종이팩에 든 주스를 해나 앞에 놓았다. 해나는 김말이를 떡볶이 소스에 찍어 한 번 후, 후, 하고 분 뒤 입어 넣었다.


"아이, 아빠는 무슨 음식한테 질투를 해."


쩝쩝 거리며 맛있게도 먹는 해나. 엄마 역할까지 해 온 구연모였지만 음식 솜씨만큼은 늘지 않았고, 제 손으로 맛있는 요리를 딸에게 해주지 못하는 게 항상 마음에 걸려하는 그였다.


"이게 질투하는 거냐, 그냥 좀 섭섭해서 그렇지. 우리보다 떡볶이를 더 반가워하니까······. 아, 밑반찬 있는데, 그것도 좀 꺼내줄까?"

"밑반찬 뭐? 사왔어?"

"어, 슬이 이모가 해왔어. 진미채볶음이랑 이것저것."

"시집 가셨을 때나 잘 하시지······."

"구해나. 말버릇이 그게 뭐야."


아빠의 눈치를 보는 해나.


"아으, 알았어요. 잘못 말했어."


아빠의 눈치를 한 번 더 보더니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나 옷 갈아입고 엄마한테 인사하고 내려올게. 그 사이에 다 먹으면 안 돼! 특히 김말이!"


해나는 이층으로 올라가 자기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엄마가 있는 방으로 건너갔다.


"엄마······."


문을 밀고 들어가는 해나.


"다녀왔어요."


대답이 없는 엄마. 그리고 대답을 바라고 말하는 것도 아닌 딸.


해나는 후~ 하고 엄마 코쪽으로 입김을 불어 본다.


"매워? 매운 떡볶이 시켰어. 난 사실 아빠처럼 매운 거 잘 못 먹는데, 엄마가 매운 거 좋아했다고 그래서······."


울컥하는 기분에 말을 줄이는 해나.


"엄마는 아직 모르지? 이 세상 소식에 둔감하니까······. 엄마 이렇게 만든 나쁜 사람······. 잡혔대. 잘됐지? 근데, 근데 있잖아. 그 나쁜 사람이 암에 걸려서 곧 죽을 거래. 어떡해야 해? 그냥 죽어버리라고 어디 가서 뒈져버리라고 기도했었는데, 진짜로 이제 죽을병에 걸렸다니까 그것도 싫다? 내가... 내가 벌주고 싶어. 내가 직접. 엄마 대신.


엄마를 한참 쳐다보던 해나는 엄마 귀에 입을 갖다 대고 무언갈 속삭였다.


***


이브의 매니저는 회의실 블라인드를 닫았다.


"이제 저희들 밖에 없습니다. 대표님."


김이연 실장은 자신이 제시했던 방법, 연쇄살인범에 대한 기사로 이 사태를 덮어보겠다는 방법이 제법 통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위축돼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작고 왜소한 체구가 더 가냘프게 보였다.


"그런데, 자네 어떻게 연쇄살인범을 콕 찍어다가 바쳤나? 공소시효가 지나서 처벌은 못한다지만 미제로 끝날 뻔 한 사건이었는데."


윤중천 대표는 이날 아침 연쇄살인범 구속 기사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제아무리 용한 무당이라도 그렇게 하진 못했으리라.


"그래요, 저도 궁금해 죽는 줄 알았어요. 진짜... 신내림이라도 받고 뭐 그런 거예요?"


대표의 딸이자 이사인 윤아라는 김이연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게... 그건······."


항상 똑부러지게 말하는 김이연은 그 답지 않게 망설이고 있었다.


"실장님이 예지몽 같은 걸 꾸시는 거 같던데······."


김이연과 독고PD가 하는 대화를 우연히 엿듣고 하는 말이었다.


김이연은 호흡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저는 루시드 드리머예요."


작가의말

3화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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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세기말 20.06.05 1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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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변하지 않는 것 20.05.30 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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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너의 이름 +2 20.05.28 29 2 13쪽
13 후회 20.05.26 41 0 11쪽
12 보여줄게 +2 20.05.26 45 4 12쪽
11 히프노시스 20.05.24 30 2 13쪽
10 마지막 기억 20.05.24 39 3 12쪽
9 네가 없다면 +2 20.05.23 28 1 13쪽
8 타타타 +2 20.05.22 36 2 11쪽
7 빛줄기 20.05.15 36 3 13쪽
6 꿈 그리고 꿈 20.05.14 41 3 13쪽
5 호접몽 20.05.13 49 3 14쪽
» 20.05.13 59 2 12쪽
3 오로라는 사라지고 20.05.13 75 6 12쪽
2 어떤 직감 +1 20.05.13 130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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