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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럭굥

나를 죽인놈도 같이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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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5.13 18:38
최근연재일 :
2020.06.1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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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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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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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DUMMY

<25화>


"팀장님, 어제 방송은 보셨나요?"


독고PD와 작가 그리고 최고의 형사팀장이 한 커피숍의 야외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예... 봤습니다."

"어디 불편하세요? 안색이 그새 안 좋아지셨어요."


50대의 나이에도 운동선수 출신답게 다부지고 건강하게 봤던 작가는 얼굴이 어둡고 몸에 힘이 없어 보이는 그를 걱정했다.


"아... 허허... 요새 자꾸 잠을 설쳐서요."

"불면증이신거예요?"

"살면서 불면증을 겪은 적이 없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예, 암튼 잠을 통 잘 못자네요."


최형사는 괜히 테이블 위에 티슈를 접었다 폈다.


"요즘 신경 쓰이는 일이 많으신가봐요."

"아이, 아닙니다. 이제 나이도 있고 떠날 생각만 하는데요, 뭘. 허허."


독고PD는 취재수첩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팀장님, 방송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그 생방송 현장에서 강인성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또 총을 쐈다고 말씀하신 건 편집됐어요. 지금 공개되면 혼란만 가중될 것 같아서요."

"네."

"강인성이 지금 13번째 사건만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당시 올림픽 경기장에서 벌어진 사건만 가지고 저희가 후속 취재를 해보려고 해요."


독고PD의 말엔 힘이 있었다. 그가 취재를 한다고 하면, 프로그램 이름처럼 끝까지 가볼 기세가 느껴졌다.


"희박해보이지만, 정말로 유미를 쏜 괴한이 따로 있을 수도 있는 일이고 그게 아니라면 그가 왜 거짓말을 하는 지 그 이유에 대해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네. 그렇죠······."


카페 점원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3잔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고맙습니다."


형사가 인사했다.


"팀장님, 그때 최면에 걸린 후 보신 것에 대해 설명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카메라 켜고요."

"잘 하는 짓인가 모르겠군요. 저만 입 다물고 있으면 강인성이 혼자 쇼하는 걸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니까요. 괜히 일만 키우는 게 아닌가 싶어요."


형사 일이라고 해서 다를 것 없었다. 직장생활에선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는 게 상책이다.


독고PD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제가 <끝까지 간다>를 6년째 해오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일을 안 키우려고 쉬쉬 했던 일들이 결국엔 감당할 수 없이 일이 커져 있다는 거예요. 덮어놔도 괜찮은 사건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최형사는 유리컵에 맺힌 물방울들을 티슈로 닦았다.


"엎질러진 물이라고 하잖아요. PD님은 그 물을 보면 휴지로 닦을 생각을 하시겠지만, 이제 저 같이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그냥 두면 마를 것이라고 생각해요. 엎질러진 물은 누군가 밟고 넘어질 수도 있으니 바로 닦아야 하지만, 밟고 넘어질 누군가가 없다면······."


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


"나만 조심하면 되는 상화이라면 그때는 그냥 마르게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예요."


작가가 몸을 조금 테이블 쪽으로 기울였다.


"팀장님, 저희 취재 잘 도와주셨는데, 이번엔 힘드세요?"

"강인성을 잡는 데는 두 분의 공이 큰 걸압니다. 저의 숙원이기도 했고, 끝까지 도와드리고는 싶지만 그건 그냥 최면일 뿐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독고PD는 취재수첩에 원을 몇 번 그리고는 덮어버렸다.


"오케이. 팀장님께서 말씀하지 않으시면 이 이야기는 시작도 하기 어렵습니다. 팀장님 말씀대로, 팀장님이 아니면 제 2의 누군가가 쐈다는 주장은 그냥 강인성의 개소리에 불과하니까요."


PD는 아메리카노로 목을 축였다.


"오케이. 그럼... 이렇게 시간 내주셨는데 그냥 말씀한 번 해주시죠. 최면 받는 당시 뭘 보셨는지. 카메라 없이요."

"하하하하."


최형사도 컵을 입으로 가져갔다.


"방송도 못할 거 알아서 뭐하시려고요. 바쁘신 분들이잖아요. 그만 일어나시죠."


그가 컵을 내려놨다.


최형사는 카페에서 나와 차에 올랐다. 쪄든 담배꽁초 냄새를 맡자 담배가 당겼다.


경찰청에 도착할 때까지 담배 두 개비를 연달아 태웠다.


자신의 차 옆으로 형사과장의 차가 섰다.


"X발."


그는 나지막이 욕을 한 뒤 차에서 내렸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팀장님."


과장은 최고의 보다 나이가 어렸지만 먼저 승진했다. 경찰간부시험에서 번번히 낙방해온 그는 발이 아니라 머리로 올라간 이들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다.


이름처럼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던 국가대표 선수시절과 달리, 금메달이 없는 형사직에서 그는 매번 갈등했다.


(오늘이라도 관둘까?)


그는 유도선수 생활을 은퇴한 후에도 영웅으로 불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의 어린 시절, 티비에서 보던 흉악범을 제압하는 형사의 모습은 바로 그가 생각하는 영웅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강인성. 그놈을 놓친 일 때문에 관둘 수가 없었다. 그놈을 잡는 날에야 은퇴하리라고 마음먹었다.


"어제 방송 잘 봤습니다. 그 팀장님이 딱 요양원 문 열고 들어갔을 때 강인성 표정이 뭐랄까... 놀랍고, 두렵고, 반갑고? 나는 이제 구원 받았다? 암튼 이, 이 표정이 오묘~하더라고요. 팀장님은 처음 딱 봤을 때 어떠셨어요?"


깔끔한 외모와는 달리 과장의 말투에는 사투리 억양이 배어 있었다.


"너무 늦게 찾아내서 안타까우면서도······. 이제라도 찾을 수 있어서 안도감도 들고······."


뭉툭한 귀에 짧은 머리, 투박한 외모의 최형사는 오히려 표준어를 구사했다.


"아, 공소시효가 지나도 한참 지나서······. 검찰들이 지금 금마 최근에 죄지은 거 잡아내려고 혈안이든데요? 털어서 먼지나는 사람 없다고, 이 잡듯이 뒤지고 있으니 조만간 뭐라도 하나 걸어서 징역 때릴 겁니다."


두 사람은 계단 네댓 개를 올라 경찰청 입구로 들어갔다.


"뭐, 그것도 시한부라고 하니 그전에 죽을 수도 있지마는, 일단 여론이 이렇게 들끓고 있는데 죽은 시체라도 교도소에 쳐 넣어야지 별수 없지 않겠습니까."

"네. 그럼."

"팀장님."


최형사가 자신의 팀부서로 가려하자 과장이 그를 불러 세웠다.


"팀장님, 진짜 너무 늦었다. 그죠?"


최형사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과장은 순수한 듯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X발새끼.)


고개만 살짝 돌려 목례한 뒤 갈 길을 갔다.


그는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와 다리를 주물렀다. 손도 저려왔다.


머리는 안되도 몸으로는 자신 있었는데, 머리보다 몸이 더 빨리 늙는다는 사실조차도 분할 지경이었다.


그는 서랍을 열어 사직서를 확인했다.


***


구연모의 집.


김이연은 '꿈 지도'에서 2002년 올림픽 경기장을 목적지로 설정하고, 스스로 암시를 주었다. 강인성의 꿈과 도킹했던 그 곳으로.


십여 년 전 구연모 박사가 자각몽 연구 참가자를 모집했을 때, 평소 자각몽을 쉽게 꾸던 그녀는 연구 참가비가 세서 지원했었다.


사실 그 참가자모집은 자각몽 자체를 연구하기 위함이었다기보다, 자각몽을 꾸는 사람을 이용해 아내를 구해보려는 개인적인 이유에서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다.


6명의 지원자들 중 뇌파가 가장 활성화 돼있던 그녀는 구연모의 개인적인 '작업'에 돌입하게 됐다.


"매번 작업을 하러 올 때마다 5만원을 줄거야. 매일은 못 오겠지만 한 달에 20일만 와도 100만원이야. 네가 하고 있는 전단지 알바보다도 이게 나을 거야."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김이연은 전단지 알바를 그만두고 최대한 많이 구박사의 집에 드나들었다. 당시엔 해나가 많이 어렸고, 구박사의 부모님이 함께 사셨다.


"그리고 비밀을 지켜주는 대가로 100만원을 미리 줄게. 이건 계약이야. 만약 네가 앞으로 이 집에서 네가 보고 듣고 한 모든 것들을 외부에 누설하게 되면, 그게 네 친한 친구든 부모님이든, 10배를 물어야해. 위약금. 알지?"


구연모는 서랍에서 미리 준비한 계약서 한 장과 100만원을 꺼내 김이연에게 내밀었다.


자신이 비밀만 지킨다면, 당장 눈앞에 저 돈 100만원이 자신의 지갑에 들어올 터였다.


"네. 비밀 지킬게요."

"좋아."


처음엔 2층에 있는 그의 침실로 보이는 방으로 들어가라기에 도망갈 생각도 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1층에 애기도 있고 부모님도 계시잖아.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말자.)


방문이 열리자 침실이라고 하기에는 처음 보는 기계장치가 많았다. 한쪽 벽엔 소파배드가 놓여있고 가운데엔 병상이 있었는데 웬 여성이 누워있었다.


"여기서... 제가 뭘 하는데요?"


구연모는 문을 잠갔다.


김이연은 순간 몸이 굳었다.


"긴장 풀고 여기 앉아."


구연모는 책상 의자를 끌어다 놨다. 그리고 본인은 등받이가 없는 회전의자에 앉았다.


김이연은 의자에 앉지 않았다.


"그래, 휴······. 네가 긴장이 풀리거든 그 때 앉도록 하고. 저기 누워 있는 여자. 누군지 알아보겠니?"

"네?"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 누군지 알아보겠느냐고."


김이연은 얼굴을 찬찬히 살펴봤다.


"글쎄요······."

"'타투' 멤버 유미야."

"네?"


너무 크게 소리를 쳐서 본인조차도 깜짝 놀랐다.


사건이 있고 1년의 시간이 지나간 뒤였다. 여전히 많은 방송들이 그 사건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방송 중에 사건 사고로 다치거나 사망한 비운의 연예인을 다룰 때가 많았다. 연말에는 연중 최대 이슈로 꼽혔으며, 1년이 되자 1주기라며 다시금 사건을 복기시켰다.


때문에 유미를 모르기가 힘들었지만, 더 믿기 어려운 사실은 그녀가 살아 있다는 것이었다. 분명 그 사건이 나올 때마다 그녀는 고인으로 불렸다. 그녀는 사망했다고 발표됐었다.


"죽...은 거 아니었어요?"

"······. 죽지 않았어. 유미 살아있어."

"그런데, 왜······."


구연모는 눈을 감고 있다 천천히 떴다.


"그 괴한이 왜 총을 쐈는지 알 수 없으니까. 혹시라도 죽이는 게 목적이라면, 유미가 살아있다는 걸 알려서는 안 되니까."

"그래도 어떻게······."

"알다시피 그 괴한의 정체가 연쇄살인범인걸로 나온 마당에, 숨기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믿어. 너도 이제 명심해. 유미는 살아 있지 않아. 죽었어. 알겠지? 밖에서 말조심해야 해."

"네······."


김이연은 주머니 속으로 돈을 꽉 쥐었다.


"가족 분이신 거예요? 친오빠?"

"응. 가족이야."

"근데······. 성이 다르지 않아요?"

"남편이야."


김이연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는 아직 대학생으로 밖에 안 보이는데다가, 걸그룹이 결혼을 했다? 생경한 일이었다.


(난 돈만 받으면 돼.)


어차피 그녀는 주머니 속 돈에만 관심이 있었다.


"제가 할 작업이라는 게 뭐죠?"


김이연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의자에 털썩 앉았다.


"유미는 지금 식물인간 상태야. 뇌사와는 달라. 몸을 의지대로 못 움직일 뿐이지 여전히 생각을 하고 꿈을 꾸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깨어날 거야."

"그래서요? 제가 여기서 뭘 할 수가 있죠?"

"자각몽. 자각몽을 통해서 유미의 꿈에 들어가 줘."


김이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구연모를 쳐다봤다.


"뭘 하라고요? 남에 꿈에 어떻게 들어갈 수 있다는 거예요?"

"그게 우리 '작업'이야. 각성상태로 다른 사람의 꿈에 접속할 수 있는가."


이거 받아.


김이연의 손바닥 위에 차가운 금속성의 무엇인가가 올려졌다.


그것은 시계 펜던트 목걸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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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두려움 20.06.06 21 1 11쪽
18 세기말 20.06.05 1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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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후회 20.05.26 41 0 11쪽
12 보여줄게 +2 20.05.26 45 4 12쪽
11 히프노시스 20.05.24 30 2 13쪽
10 마지막 기억 20.05.24 39 3 12쪽
9 네가 없다면 +2 20.05.23 28 1 13쪽
8 타타타 +2 20.05.22 36 2 11쪽
7 빛줄기 20.05.15 36 3 13쪽
6 꿈 그리고 꿈 20.05.14 41 3 13쪽
5 호접몽 20.05.13 49 3 14쪽
4 20.05.13 58 2 12쪽
3 오로라는 사라지고 20.05.13 75 6 12쪽
2 어떤 직감 +1 20.05.13 130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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