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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럭굥

나를 죽인놈도 같이 회귀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519
작품등록일 :
2020.05.13 18:38
최근연재일 :
2020.06.1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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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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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4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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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너였어

DUMMY

<26화>


바늘이 없는 시계.


김이연은 자신의 목에 걸린 시계 덮개를 닫았다.


그녀는 강인성의 꿈에 한 번 도킹이 됐기 때문에 2002년 그날의 올림픽경기장에 자신을 데려다 놓는 일이 조금 더 수월했다. 자신은 실제 그날 그곳에 있지 않았지만, 꿈을 통해 자신의 '꿈 지도'에도 그날 그곳이 생긴 것이다.


십 여 년 전에도 김이연은 물론 올림픽 경기장에서 강인성과 유미를 기다렸다. 하지만, 사건 1년 후 그날 그곳에 대해 꿈을 꾸는 이는 이들을 포함해 아무도 없었다.


그러다 18년만에야 김이연과 강인성이 그날 그곳에 대해 같은 날 밤 꿈을 꾸게 된 것이다.


(오늘은 경기장 밖이 너무 썰렁하네.)


강인성의 꿈에 도킹했을 때는 많은 인파가 있었고, 그 중에 강인성이 최고의 형사를 피해 콘서트가 있는 올림픽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었다.


(유미 씨가 여기 있어야 할 텐데······.)


소유미에게서 아무런 의식 반응이 없었을 때와 달리, 이제 그녀는 노래에도 반응을 보였고 무엇보다 이브와 함께 꿈을 꾸고 있지 않았던가.


"아무래도 그 암흑 같은 공간에서 18년 만에 나올 수 있게 된 거 같아. 그래, 그 때 했던 작업을 이번에 다시 한다면 이번엔 진짜로 깨울 수 있을 지도······."


흰 색 연예인 벤 한 대가 올림픽 경기장 입구 앞에 섰다.


(뭐지? 유미 씨가 타고 있는 벤인가?)


운전석에서 내리는 호리호리하고 긴 다리.


그는 다름 아닌 이브였다.


"이브?"

"실장님!"


이브는 선글라스를 벗고 여유 있는 얼굴로 김이연을 불렀다.


"지금 우리 꿈이 도킹된 건가요? 저는 분명 유미 씨를 타깃으로 암시를 걸었는데······."

"저도 지금 유미 씨 꿈에 들어온 거예요."

"네?"

"저번에 구박사님이 가르쳐준 대로 마음을 비우고 오직 이날 이곳에만 집중했더니 되는데요?"

"하!"


김이연은 그의 도킹 실력에 탄복했다. 무의식의 세계라고 하는 꿈. 우리는 모두 쉽게 꾸지만, 일부러 꾸려고 하면 또 되지 않는 게 꿈이다. 스스로에게 암시와 최면을 거는 일은 연습과 훈련이 필요한 일인데, 그는 불과 어제 배우고 오늘 정확히 타게팅을 했다.


"근데 이거 이브 벤 아녜요? 이게 왜 여기 있죠?"

"아, 사실은 올림픽 경기장에서 좀 먼데로 들어왔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거 벤이 있어야겠는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빈 도로에 벤이 나타나더라고요. 정말 멋지지 않아요?"


해맑은 이브의 얼굴을 보고 김이연은 이마를 쳤다.


"이브!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와서는 함부로 무언갈 만들어내선 안돼요! 또 함부로 꿈 속 인물들과 말을 섞어서도 안 되고요!"

"왜죠? 그냥 꿈일 뿐이잖아요. 꿈에선 모든 가능하잖아요?"

"꿈을 통해서 현실을 바꿀 순 없지만, 꿈이 바뀌어요. 꿈이 바뀌면 기억에 왜곡이 생기고, 현실에선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죠."


이브는 뭐라 반박할 말이 없었다.


"끄응······. 그럼, 이 벤은 어쩌죠?"

"벤을 만들어 낸 것처럼, 지워요. 이제부터는 걸어 들어가야 하니 필요도 없고요."

"네."


이브는 무슨 주술이라도 거는 것처럼 한 손을 올리고 벤을 지워보려고 노력했다.


"하······. 안되는데요?"

"지워야한다고 의식하는 게 아니라 의식하지 않아야 하는 거예요. 그냥 가요."

"그냥, 가요?"


김이연이 앞장섰다.


"의식하는 것보다 의식하지 않는 게 천 배는 어렵거든요. 그냥 가요. 그럼 저절로 없어질 거예요!"

"아······. 네!"


이브가 뒤따라갔다. 이브의 모습 뒤로 사라지는 차.


두 사람은 무대 뒤에 대기실에서 소음이 들리자 그곳으로 들어갔다.


관객 한 명 없는 바깥 상황과는 달리 대기실은 당시 활동하던 가수들과 방송을 준비하는 스태프들로 정신이 없었다.


김이연과 이브가 긴긴 복도를 지나 대기실을 찾아갔다.


"어, 잠깐만요, 세븐비! 여기 있으면 안 되고 준비하셔야 하는데요?"


한 스태프가 대기실로 들어가려는 이브를 잡아 세웠다.


이브는 김이연이 방금 전, 사람들과 말을 섞어선 안 된다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김이연이 뒤돌아 이브에게 스태프를 따라 가라고 턱짓했다.


"아... 네, 지금 가려던 중이었어요."


이브가 스태프를 따라 걷기 시작하자 김이연은 지켜보고 있다가 이브를 다시 잡아끌었다.


[쑤응.]


분명 이브가 스태프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자신과 외형이 비슷한 또 다른 남자가 계속해서 뒤따라 걷고 있는 게 아닌가.


"뭐, 뭐죠? 저게 나예요?"

"아니요.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꿈 속 인물 중 누구로든 '빙의' 될 수 있어요."


이브는 이제 빙의라는 단어가 놀랍지도 않았다. 이제 그의 삶은 빙의라는 말을 썼을 때와 안 썼을 때로 나눠도 될 정도로 빙의는 이제 그의 일상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상 중에 누가 신내림이라도 받으셨던 건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이브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는 동안 김이연은 대기실 안 구석에서 거울을 보고 있는 유미를 발견하고 이브를 툭툭 쳤다.


"저기 있네요."

"어디, 어디요?"


신인 가수들이 모두 한 대기실을 쓰고 있어서 이브는 한 눈에 유미가 들어오지 않았다. 게다가 그의 기억에는 화장기 하나 없이 교복을 입고 있던 학생 시절의 그녀만 있기에,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는 그들 중엔 유미로 보이는 인물은 없는 듯 보였다.


"저기요, 저 쪽 구석에."

"저게 소유미 씨라고요?"

"네."


소유미는 흰 색 미니드레스에 흰색 롱부츠를 신고 다른 멤버들과 잡담을 하면서도 손에서 폰을 놓지 않았다.


꾸미지 않은 얼굴도 예쁜 얼굴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저렇게 마음먹고 꾸며놓고 보니 연예인이었다.


"예쁘네요."

"얼굴로 들어갔으니까요. 지금이야 얼굴도 예쁘고 실력도 있지만, 이때는 얼굴이 곧 실력이었거든요. 노래 담당, 랩 담당, 얼굴 담당이 따로 있을 정도로."


이브는 김이연을 내려다 봤다.


"지금 질투······."

"제가요? 그냥 그땐 그랬다는 걸 얘기하는 거일뿐이에요!"


그때 또 다른 스태프가 문쪽에 서 있던 그들 사이에 불쑥 들어와 '타투'를 찾았다.


"'타투' 준비해 주세요!"


김이연과 이브는 유미가 자신들 쪽으로 돌아보자 딴청을 했다.


유미는 마지막으로 거울을 본 뒤 나머지 두 멤버들과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우리도 따라 가요."

"그냥 지금 말하죠."

"안돼요!"


김이연이 이브의 팔을 붙잡았다.


"이건 그녀의 꿈이면서 기억이에요.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악몽으로 바뀌면서 우리를 꿈에서 내쫓아버릴 수도 있어요."


김이연이 이브의 눈을 올려다보았다.


"기억해요? 이브가 쓰러지고 얼마 뒤에 제가 이브 꿈에 들어갔었을 때.... 제가 이브를 각성시키려고 하자 이브는 저를 거대한 캐릭터로 만들었죠. 꿈이 순식간에 악몽으로 탈바꿈하는 바람에 저는 꿈에서 밀려 나왔어요."


이브는 그녀의 기둥만했던 신발 굽이 자신의 어깨를 짓밟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의 아팠던 어깨를 주물러보는 이브.


"그리고 한 가지, 확인해볼게 있어요."

"그게 뭐죠?"


김이연은 서둘러 유미를 따라 무대 바로 뒤까지 따라갔다.


"강인성이 그랬대요. 유미를 쏜 건 자신이 아니다.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고 그가 총을 쐈다."

"네? 너무 터무니없는 소리 아녜요? 여기가 미국도 아니고 총을 가진 사람이 또 있었다고요?"

"저도 미친 소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당시 강인성을 뒤쫓던 형사가 한 분 계셨는데... 그분이 최면조사 중에 같은 소리를 했대요. '누군가가 강인성을 쐈다'고요."

"뭐라······."


김이연은 이브의 입을 손으로 가려 막았다.


유미와 멤버들이 파이팅을 외치더니 무대 위로 올라갔다. 함성 소리가 쏟아졌다. 좀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던 경기장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브는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유미의 모습이 많이 어색했다. 하지만 그녀가 긴장을 감추고 무대에서 만큼은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데뷔 시절 자신의 모습이 스치기도 했다.


김이연은 무대 옆에서 고개를 빼고 관중 속을 살폈다.


"저기! 강인성!"


음악소리가 커서 이브는 소리쳐야 했다.


김이연과 이브는 그의 주위에 수상한 사람이 있는지 재빨리 눈을 움직였다.


[펑.펑.펑.]


폭죽효과가 터졌다.


강인성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쿵쿵쿵쿵. 마음이 급해진 만큼 김이연의 심장도 빨리 뛰었다.


무대에서 유미의 파트가 나오고 유미가 무대 앞으로 나섰다.


드디어 강인성이 시야에 들어왔을 때는 아예 맨 앞에 나와 총을 겨누는 게 보였다. 김이연은 자신도 모르게 무대 밑으로 내려가 그를 막아보려 했다.


'타앙!'


리볼버에서 불꽃이 터지며 총알이 미끄러져 나왔다.


"흡!"


김이연은 눈을 감고 귀를 막아버렸다.


비디오로 수십 번 본 장면이었고, 강인성의 꿈에서는 유미로 빙의되어 총에 맞기 까지 했다. 그런데도 누군가가 총에 맞는 장면을 본다는 건 끔찍했다.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떴을 땐 강인성과 모든 청중들이 사라지고 '타투'의 노래만이 왕왕 울려 퍼지고 있었다.


[노래/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우린, 만나선 안 되는 인연이었던 거야 우린······.]


김이연은 시선을 무대 위로 돌렸다.


총에 맞은 건, 유미가 아니라 이브였다.


"이봐요! 이봐! 오빠! 일어나요!"


유미가 각성했다.


"오빠! 오빠!"

"쿨럭······. 아 되게 아프네 이거······. 근데, 나 오빠 아니에요······."


유미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이브는 유미의 품에서 사라져갔다.


"간섭하지 말라니까."


김이연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한 걸음에 무대 위로 올라갔다.


"유미 씨. 저예요. 저 누군지 알아보겠어요?"

"아흑흑흑. 아······."


유미는 김이연의 얼굴을 봤다. 자신만의 세계이자 암흑의 공간에 나타났던 의문의 여성.


"네······."

"잘 들어요, 유미 씨. 제가 다시 이렇게 온 이유는······."


[퉁!]


무대 위로 떨어진 두 발.


두 사람이 놀라 쳐다봤다. 강인성이다.


"아~ 너였구나? 너였어······. 걸그룹. 다른 희생자들은 1차, 2차 피해자로 불릴 때 너 만큼은 걸그룹이라며 이름을 불러주더군, 뉴스에서. 그래서 내가 널 잘 알고 있는데 말이야······. 네가 교복에 명찰만 달려 있었더라면 벌써 알아봤을 텐데 아쉽군. 유명인인데 못 알아봐서."


강인성은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이 주절거렸다.


김이연은 손을 더듬더듬 움직여 유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당신······."


강인성이 특유의 살기 어린 눈빛을 하고 김이연을 바라봤다.


김이연은 소변이 마려운 느낌이었다. 사람들이 겁나면 오줌을 지린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당신도 낯이 익은데······. 사람을 몰라봐주면 실례인데 말이야, 내가 워낙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편이라······."

(그래, 그때 아주 잠깐 눈이 마주쳤을 뿐이데, 못 알아보겠지······.)

"아! 생각났다!"


강인성은 오른손에 든 총구로 이마를 긁었다.


"내가 그날도 꼭 기억하고 싶은 날이었그덩······."


그는 두 사람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내 방을 누가 몰래, 귀.신.같.이. 훔쳐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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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상상력 20.06.08 21 0 12쪽
20 21그램 20.06.07 18 1 12쪽
19 두려움 20.06.06 21 1 11쪽
18 세기말 20.06.05 19 1 12쪽
17 내 꿈에 들어와 20.06.03 33 0 11쪽
16 변하지 않는 것 20.05.30 30 1 12쪽
15 다시, 너를 +1 20.05.29 28 1 13쪽
14 너의 이름 +2 20.05.28 29 2 13쪽
13 후회 20.05.26 41 0 11쪽
12 보여줄게 +2 20.05.26 45 4 12쪽
11 히프노시스 20.05.24 30 2 13쪽
10 마지막 기억 20.05.24 39 3 12쪽
9 네가 없다면 +2 20.05.23 28 1 13쪽
8 타타타 +2 20.05.22 36 2 11쪽
7 빛줄기 20.05.15 36 3 13쪽
6 꿈 그리고 꿈 20.05.14 41 3 13쪽
5 호접몽 20.05.13 49 3 14쪽
4 20.05.13 58 2 12쪽
3 오로라는 사라지고 20.05.13 75 6 12쪽
2 어떤 직감 +1 20.05.13 130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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