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럭굥

나를 죽인놈도 같이 회귀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519
작품등록일 :
2020.05.13 18:38
최근연재일 :
2020.06.19 06:19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257
추천수 :
114
글자수 :
160,445

작성
20.05.26 02:32
조회
45
추천
4
글자
12쪽

보여줄게

DUMMY

SSS방송국 14층. 모두 퇴근한 시각.


"자기가 보여주겠다더군. 자각몽이 가능하다는 걸. 처음엔 무슨 소린지 몰랐지. 또 전화 받았을 때 회식자리여서 엄청 시끄러웠거든. 그리고 그날 잠을 잤는데 꿈에 김실장이 나타나서 출연료를 꼭 달라고 하는 거야."


작가는 타이핑을 하다 멈추고 독고PD를 돌아봤다.


"에이! 그거는 선배가 김이연 씨가 마음에 걸려서 꿈에 나온 거 아녜요?"


독고PD는 다리를 책상 위에 올리고 양팔을 모아 머리 뒤에 받쳤다. 의자에서 삐거덕 소리가 났다. 모두 퇴근하고 난 후라 소음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아니, 김실장은 내 꿈에 의식이 있는 상태로 나타났어. 다음 날, 또 전화가 왔을 때 깜짝 놀랐지. 내가 꾼 꿈인데 본인이 꾼 것처럼 묘사를 하더라고."


"에에?"


작가는 한 쪽 눈썹을 치켜떴다.


"나는 그날 밤 군대로 돌아간 꿈을 꿨거든. 아직 예비역일 때라 민방위 훈련 통지서 나오면 가끔 군대 꿈을 꾸기도 했었어. 근데 김실장이 우리 내무반에 들어와서 난리가 난거야."


PD는 양팔을 만세 하듯 뻗어 '난리'라는 말을 강조했다.


"여자 친구를 내무반에 몰래 들인 벌로 졸지에 영창 갈 신세가 됐잖아. 그래서 내 여자 친구가 아니라고 믿어달라고 소리소리 지르는 꿈이었어. 이걸 김실장이 그대로 나에게 말을 해주는 거야. 나 아니면 누구도 알 수 없는 건데, 안 그래?"

"어머. 그거 좀 무섭네요. 꿈처럼 사적인 것도 없는데, 누군가 내 꿈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낯부끄러운 꿈좀 꾸나보지?"

"선배, 여기 작가일 맡은 후로는 무욕의 경지에 올랐다고요. 누구라도 제 꿈은 보고 싶지 않을걸요? 용의자한테 쫓기거나 살해된 피해자가 도와달라고 울거나 하는 그런 꿈만 꾸는데 으······."


말하다가 소름이 돋은 작가는 어깨를 움츠리며 부르르 떨었다.


***


(이번엔 절대 안 놓친다!)


강인성은 검은 망토를 뒤집어 쓴 누군가를 뒤쫓고 있다.


검은 망토는 건물 위를 뛰어다니며 반쯤 날고 있었다.


아무리 꿈이래도 강인성은 하늘을 나는 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대신 빠르게 달리는 건 가능했다. 그는 건물 위를 주시하며 계속 검은 망토를 쫓아갔다.


검은 망토는 발아래 바짝 추격해오고 있는 강인성을 내려다보고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쳇!"


검은 망토는 한 건물의 위성 접시를 밟고 하늘 위로 수직으로 솟아올랐다. 구름을 뚫고 성층권까지 진입했다. 비행기보다 높이 올라왔으므로 이제 더 이상 발아래 강인성의 모습은 확인하기 어렵다.


"치······."


검은 망토는 머리 위에 쏟아져 내릴 것 같은 푸른 오로라를 보며 환상에 젖었다.


(조금 더 올라가면 암스트롱 한계인가?)


암스트롱 한계에서는 대기압이 낮아 사람의 피가 끓어버린다고 했다. 검은 망토는 호기심이 생겨 조금씩 천천히 고도를 높였다. 점점 몸이 무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계속해서 올라가보는데 이제 머리까지 몽롱해지고... 그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뭐야... 언제부터······.)


검은 망토의 두 다리를 붙잡고 매달려 있는 강인성.


검은 망토는 뿌리칠 기운이 없었다. 정신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고 고도를 계속해서 높였다. 강인성은 검은 망토의 얼굴을 보기 위해 망토를 붙잡고 기어올랐다. 힘들게 몸을 이끌고 망토의 어깨까지 도달해 후드를 벗기려고 손을 뻗는 순간, 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면 유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무서운 속도로 빛까지 내며 지상으로 떨어졌다.


"이런, 젠장! 멈춰! 멈추라고!"


어느 도로 위에 충돌하기 전에 강인성은 꿈에서 깨버려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정신을 잃었던 검은 망토는 그렇지 못했다.


충돌 전 누군가 검은 망토를 양팔로 가뿐히 안아서 받았다. 검은 망토는 잠시 눈을 떴다가 감아버렸다. 그리고 연기처럼 흩어졌다.


***


"후!"


구연모 박사는 낮잠을 자고 있는 딸 해나의 방에 켜져있는 향초에 불을 입으로 불어 껐다.


"음... 엄마?"

"아빠야."


정신이 든 해나가 기지개를 켜며 겨우 눈꺼풀을 들었다. 구박사는 엎드려 누운 딸의 등을 두 번 손바닥으로 쳤다.


"이제 공부하시죠, 고3님."


구박사는 딸의 책상위에 뇌과학 관련 서적들이 여기 저기 섞여 있는 걸 보고 입을 열었다.


"뇌과학 전공하고 싶어?"

"아니. 아빠를 보니까 뇌과학은 질려서 못할 거 같아."


해나는 상체를 세워 앉았다.


"근데 뭘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잘 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그렇잖아. 학교에서 하루 종일 교과서만 들여다보고 문제집만 푸는데 어떻게 알겠어. 안 그래? 그 책들을 읽는 이유는 내 뇌를 알면 내 진로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찾아본 거야."


구박사는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훑어봤다.


"그래서 뭐 좀 알아냈어?"

"두뇌활용능력을 검사하는 BQ TEST 라는 게 있는데 실제 생활에 대입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유명한 신경생리학자가 개발한 브레인 테스트가 있는데 이건 과제를 주고 공간지각 능력이랑 기억력을 뇌파로 측정해서 두뇌활용 패턴을 진단할 수 있대."

"신경생리학은 슬이 이모가 전문이니까 다음에 물어 봐."


해나는 이불을 박차고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럼, 공부해라."


구박사는 방을 나섰다.


"아빠!"


돌아다보는 구박사.


"아빠는 슬이 이모랑 무슨 사이야?"

"무슨 사이냐니. 동료지."

"아빠 겨우 마흔 초반인데, 아빠는 결혼 안 해?"

"아빠는 네 엄마랑 결혼 했잖아."

"아빠 미혼부잖아."


구박사는 해나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결혼이라는 건 사람들끼리 만든 제도일 뿐이야.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시간을 공유하면서 살면 그걸로 되는 거야. 아빠는, 엄마를 사랑해."

"슬이 이모는 아빠를 사랑하는 것 같아."


구박사는 딸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렇지 않아. 슬이 이모는 이미 결혼도 한 번 했잖아."

"3개월 만에 이혼했잖아. 그리고 그 결혼도 아빠가 안 받아주니까, 질투 나게 하려고 한 거 아니야?"

"해나야! 그런 말 하면 못 써! 결혼이란 제도는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 지독히 사랑해도 쉽게 할 수 없는 게 결혼이야. 누구도 장난 같은 마음으로 결혼하지 않아."


구박사는 문고리를 잡았다.


"이제 그만 책상에 가 앉아라."


그는 문을 닫고 나갔다.


해나는 다시 침대 위에 쓰러지듯 엎드려 누웠다.


***


도로 위 접촉사고 현장.


"그러니까 나이를 먹었으면 그에 걸맞게 행동하시라고요."

"뭐? 너 내가 누군 줄 알고 어디서 따박따박 말대꾸야?"

"그런 말 하는 꼰대치고 잘 나가는 꼰대 하나 없던데요?"

"와! 이 어린노무 새끼가 말하는 본새 보소~!"


이브의 외삼촌인 신후섭은 접촉사고를 낸 젊은 운전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유턴을 하던 차량이 주정차하고 있던 신후섭의 차를 긁은 것이다.


"여기 이거 주정차 금지 구역 보이시죠? 여기에 차를 대 놓은 아저씨 잘못이 맞잖아요. 경찰 부르도록 할게요. 알겠죠?"


경찰 소리에 신후섭은 한 발 물러서며 10만원을 지갑에서 꺼내 내밀었다.


"아저씨, 지금 장난해요? 이 차 안보여요? 이거 외제차예요, 이거 이거 이거 갈려면 30은 주셔야죠!"


신후섭은 운전자가 가리키는 곳으로 가 손으로 문질러보았다. 가루가 털리는 정도로 약하게 긁혀 자국도 남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젊은 사람이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돈을 뜯어먹으려고 해, 이 사기꾼 새끼가 말이야."

"아오, 이 아저씨 말 안통하시네."


운전자는 휴대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새끼야, 전화 끊어!"


신후섭은 지갑에서 오만원짜리 넉 장을 더 꺼내 운전자 얼굴에 뿌렸다.


"너 이거 나중에 구리게 나오면 쫓아가서 혀 뽑아버릴 줄 알아!"


그는 으름장을 놓은 뒤 썬텐이 짙게 된 차에 올라타 문을 세게 닫았다.


"어휴! 내가 우리 이브 얼굴봐서 참는다, 내가!"


신후섭은 이브가 이번엔 정말 정신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저택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집 앞에 도착해 문 앞에 서 있는데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CCTV에 대고 손을 훠이훠이 흔들었다. 한참만에야 문이 열렸다.


집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아무도 나와 보는 사람이 없다.


"아이, 누님! 우리 조카 보러 왔수다."

"어, 왔어."


신 여사는 피곤하다는 얼굴로 이층으로 올라가보라는 손짓을 했다.


신후섭이 이브의 방으로 들어가 보니 이브는 김이연과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기담아! 이브!"


신후섭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조카의 이름을 불렀다.


"외삼촌 오셨어요?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어떻게 알았냐니! 세상이 네 얘기로 떠들썩한데······. 네가 의식불명일 때도 외삼촌이 다녀갔었어. 가족 좋다는 게 뭐냐. 힘들 때는 뭐 없어, 가족이 최고지. 안 그래? 허허허허."

"그럼, 말씀 나누세요."


김 실장은 조용히 자리를 비켜줬다.


"저 쥐방울만한 아가씨는 누구냐?"

"저희 회사 사람이에요.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로······."

"섭섭하게 왜 그러냐, 너까지. 꼭 무슨 용건이 있어야 우리가 얼굴 보는 사이냐?"

"아, 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 외삼촌은 진짜로 너 얼굴 보려고 온 거야. 네가 잘 깨어난 거 봤으니까 나도 이제 발 뻗고 잘 수 있겠구나."

"아 예······."


신 여사가 직접 따서 갈아 만든 알로에 주스 두 잔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누님도 이제 마음 놓고 주무실 수 있겠수! 너희 엄마 이거 고운 얼굴 상한 거 봐라. 넌 진짜 엄마한테 효도해야 돼. 네 소식 듣고 바로 비행기 타고 날아오셨어."

"알죠."

"쓸데없는 소리 그만 하고 이거 마시고 얼른 가. 얘, 쉬어야 돼."


신 여사는 잔을 떠넘기듯이 쥐어줬다.


"아니 누님은 방금 온 사람한테 너무 한 거 아니우?"


입을 삐죽거리는 신후섭.


"방금도 내가 접촉사고가 났는데, 이건 100프로 그 자식 과실이었지만 내가 이브 얼굴 봐서 참았다고요 누님. 좋게 좋게 말하니까 이 새끼가 나를 호구로 보는 지 30만원을 달라고 하잖아! 그런데도 내가 어? 우리 이브 생각해서 그 자리에서 30만원을 딱! 주고 죄송하다고 사과까지 하고 왔다니깐? 혹시라도 나중에 우리 이브 이름에 먹칠할까봐."

"그래, 욕지거리 안하고 참았다니 잘 했다."

"아니 누님은 그런 줄도 모르고 자꾸 나를 무슨 이 집 천덕꾸러기처럼 대하우? 나 그럼 정말 섭섭해요, 누님."

"그래, 알겠어."


신 여사는 못마땅한 듯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근데, 이브야. 너도 그 뉴스는 봤니?"

"무슨 뉴스요?"

"아, 연예면은 이브 네 뉴스, 사회면은 연쇄살인범 잡힌 얘기로 시끌시끌하잖아. 누님도 아들 때문에 정신없어서 뉴스도 못 봤지?"

"재수 없게 그런 흉측한 뉴스를 뭣 하러 봐. 다 마셨으면 컵 이리 주고 가 봐."


신 여사는 동생으로 부터 유리컵을 건네받았다.


"신상이 공개됐는데 이름이 강인성이라지 아마?"


[쨍그랑!]


신 여사는 그만 유리컵을 놓쳐 버렸다.


그리고 신후섭의 한 쪽 입 꼬리가 묘하게 올라갔다.


작가의말

11화 수정 완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를 죽인놈도 같이 회귀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모전 마감이 일주일 남았습니다. 20.06.12 32 0 -
30 아무것도 모른 채 +1 20.06.19 18 1 12쪽
29 사죄의 이유 +2 20.06.16 17 1 11쪽
28 비밀 +2 20.06.15 20 1 12쪽
27 너였어 +2 20.06.14 25 2 12쪽
26 작업 +2 20.06.13 25 2 12쪽
25 낯선 사람 +3 20.06.12 27 3 11쪽
24 불안 +2 20.06.11 30 2 12쪽
23 커피콩 +4 20.06.09 23 2 12쪽
22 더블 타이틀 +8 20.06.08 32 3 12쪽
21 상상력 20.06.08 21 0 12쪽
20 21그램 20.06.07 19 1 12쪽
19 두려움 20.06.06 21 1 11쪽
18 세기말 20.06.05 19 1 12쪽
17 내 꿈에 들어와 20.06.03 34 0 11쪽
16 변하지 않는 것 20.05.30 30 1 12쪽
15 다시, 너를 +1 20.05.29 28 1 13쪽
14 너의 이름 +2 20.05.28 29 2 13쪽
13 후회 20.05.26 42 0 11쪽
» 보여줄게 +2 20.05.26 46 4 12쪽
11 히프노시스 20.05.24 31 2 13쪽
10 마지막 기억 20.05.24 39 3 12쪽
9 네가 없다면 +2 20.05.23 28 1 13쪽
8 타타타 +2 20.05.22 37 2 11쪽
7 빛줄기 20.05.15 36 3 13쪽
6 꿈 그리고 꿈 20.05.14 41 3 13쪽
5 호접몽 20.05.13 49 3 14쪽
4 20.05.13 59 2 12쪽
3 오로라는 사라지고 20.05.13 75 6 12쪽
2 어떤 직감 +1 20.05.13 131 1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