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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럭굥

나를 죽인놈도 같이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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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
작품등록일 :
2020.05.13 18:38
최근연재일 :
2020.06.1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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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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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DUMMY

<20화>


2002년 올림픽 경기장.


텅 빈 경기장에 후드를 뒤집어 쓴 검은 망토가 서 있다.


"개미 한 마리 없네······."


후드를 젖히자 해나의 얼굴이 드러났다.


"다들 어디에 있는 거지?"


해나는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긴장을 풀었다.


"이연 언니는 엄마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건가?"


[지직, 직]


(뭐지?)


해나는 다시 후드를 뒤집어썼다. 돔 위쪽을 올려다보니 화면에 노이즈가 생긴 것처럼 유선형 모양의 돔이 움직거리더니 2~3초 만에 뾰족한 돔 모양으로 바뀌었다.


(여긴······.!)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아보는 해나. 그녀는 2020년 K스타 스태디엄에 와 있었다.


스태디엄을 울리는 음악 소리.


[노래/ 떠나지 마. 그댄 이미 알고 있잖아요. 모래성처럼 부서질 거라는 걸.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라는 걸.]


"이 노래······."


해나는 얼마 전 김이연으로부터 받은 앨범에서 인상 깊게 들었던 곡을 기억하고 있었다.


"애쉬······."


어느새 무대 위에 홀로 서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나타났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헷갈리는 중성적인 음성이지만, 지레 남자 가수일 것이라 짐작했었다.


그의 얼굴을 본 해나는 여전히 성별은 분간하기 어려웠다.


놀이공원 페스티벌에서 공연자들이나 할법한 짙은 화장에 화려한 의상, 긴 머리, 가는 몸······. 여성으로 착각할 뻔 했지만 그는 분명 남성이었다. 그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울대뼈의 움직임이 선명히 보였다.


애절한 그의 노래는 해나의 발을 붙잡았다. 끝까지 노래를 들은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발각되기 전에 조용히 사라질 생각이었다.


"어떠셨나요?"


스피커를 통해 애쉬의 음성이 경기장 곳곳을 울렸다.


쉽게 뒤돌아보지 못하는 해나.


"라이브를 들은 제 1호 청중이신데, 그냥 가실 거예요?"


어차피 그가 잠에서 깨면 제대로 기억도 못할 꿈속이었다. 해나는 그의 질문을 무시하고 망토를 날리며 출구 쪽으로 나갔다.


[드르르륵, 쿵.]


출입문에 방화벽이 내려와 닫혔다.


바로 뒤를 돌아보는 해나.


"헙!"


눈앞에 애쉬가 서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그의 눈동자는 회색 렌즈를 낀 듯 푸른빛이 돌았고 두꺼운 화장을 감안하더라도 그는 상당한 미남이었다.


"1호... 당신은 지금 깨어있군요?"


후드 속에 푹 싸여 그림자진 해나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뭐, 뭐지, 이 사람? 그냥 꿈을 꾸는 게 아니었어······?)

"흥미롭네요."


긴 인조 속눈썹 때문인지, 애쉬가 눈을 감고 뜨는 시간은 유독 길게 느껴졌다.


정신을 홀리는 분위기에 현기증까지 느끼는 해나.


"엄...마······."


애쉬가 고개를 삐딱하게 꺾자 머리위에 꽂혀 있던 새의 깃털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엄마를 찾고 있어요?"


점점 어지러움을 느끼는 해나의 눈이 풀어졌다.


"엄마가 있는 곳을 보여줄게요."


해나는 카메라가 넘어지듯 그대로 옆으로 고꾸라졌다.


[응애! 응애!]


갓난아기의 울음소리에 천천히 정신이 돌아온 해나는 자신이 산부인과 병동에 있는 걸 깨닫고 벌떡 일어났다.


"어떻게 된 거지?"


해나는 자신이 여전히 망토를 입고 있는 걸 확인했다.


"꿈 속... 그런데 여긴 어디지? 처음 와보는 곳인데...?"


분만실 문이 열리며 한 산모가 침상에 실려 해나 앞을 스치고 지나간다.


얼굴이 퉁퉁 부은 산모는 잠시 눈을 떠 해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자신이 왜 그곳에 있는 지 영문을 알 수 없는 그녀는 일단 병원 밖으로 나왔다.


[삐요- 삐요-]


응급차가 급하게 응급실 앞에 차를 세우더니 안에서 환자를 실은 들것이 내려왔고,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여 해나의 시선을 끌었다.


환자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곧 도착한 모터바이크에서 웬 남자가 허겁지겁 내리더니 헬멧을 벗어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응급실로 뛰어 들어갔다.


"아...빠?"


비극적인 예감.


"아빠!"


해나가 아빠 뒤를 따라 응급실로 달려갔으나 달려 들어간 그곳은 다시 K스타 스태디엄이었다.


"하아!...하...하아...아빠······."


해나는 주변을 돌아보고 혼란스러워했다.


"엄마는 잘 봤어요?"


해나는 후드를 벗어 얼굴을 드러냈다.


"당신! 당신 누구야?"


***


ㅇㅇ병원 VIP 입원실.


이브는 엄마 신연오와 짐을 싸고 있다.


"퇴원 수속 끝났어요."


매니저가 영수증과 약봉지를 들고 병실로 들어왔다.


"그럼 이제 가면 되는 거죠?"

"응. 짐은 이리 주세요."


매니저가 신여사 손에서 짐가방을 받아 들었다.


이윽고 세 사람은 흰색 벤을 타고 병원을 빠져나갔다.


"바로 집으로 가면 되지? 어머니, 혹시 어디 들를 데 있으세요?"

"엄마, 집에 들어가기 전에 뭐 필요한 거 없어?"

"필요한 거? 없어. 배달시키면 되지."

"그래요. 나중에라도 생각나면 배달시키면 돼."


신호에 걸려 차가 정차했다.


"아, 아까 병원에서 퇴원 수속 밟으러 가는데 사람들이 그러더라. 병원에 강인성이 입원해 있다고."

"네? 누구요?"

"하루 종일 뉴스에서 떠들어대는데 너 몰라? 연쇄살인범?"


신여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브는 그런 엄마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 뭐 보긴 봤는데 자세한 건 안 읽어봤고.... 근데 왜 감옥에 안 있고 병원에 입원했대?"

"아, 그 사람이 체포됐을 때 이미 폐암말기였는데 최근에 그게 심해져서 이제 오늘 내일 하나 보더라고."


신여사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엄마, 멀미 해?"

"어? 어······. 아니... 창 밖 좀 보면 될 거야."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는 신여사.


[렐렐렐렐렐]


이브의 휴대폰이 울렸다.


"이모부! 네, 매니저 형이 지금 집까지 데려다주고 있어요."

"수술 받은 데는 괜찮고?"

" 네, 괜찮아요."

"휴가라고 생각해. 재충전해서 더 좋은 음악 만들어야지."

"그럼요."

"근데, 기담아."

"네."

"김이연 실장이랑 그때 구연모 박사랑 같이 네 꿈에 들어가서 너 깨웠던 거······."

"아, 네."

"신세를 갚아야 할 것 같다."

"네?"


이브는 손으로 간지러운 코끝을 문질렀다.


"나도 참, 이게······. 네가 이렇게 깨어났으니 믿어야 하는 거긴 한데, 아직도 사기를 치는 건 아닌가 의심도 되고 하거든······. 근데 뭐 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니까 사기는 아닌거 같고······."

"그 사람들이 대표님한테 뭐 요구했어요?"

"밥이나 한 끼 대접해드리려고는 했는데 계속 못했지. 그러다가 오늘 전화가 왔는데, 김 실장을 깨우려면 이번엔 네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네?"


이브는 전화를 반대 손으로 바꿔 들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게...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김실장이 지금 잠에서 못 깨어나고 있대. 근데 네가 지금 김실장이 어디 있는 줄 아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하던데?"

"제가요?"

"그래. 뭐 지난번에 너 깨우러 갔을 때 만난 곳으로 갔다던데······. 참 나. 꿈에서도 뭐 어디 어디서 만납시다, 하면 만날 수 있는 건가?"


이브의 벌어진 입이 다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럼... 그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기로 갔단 말이야? 아니, 왜? 거기 뭐가 있다고 거길······. 소녀... 소유미 만나러?)


"네가 싫다고 한다면 내가 정중하게 거절해 볼게."

"아, 아뇨, 이모부. 알겠다고 전해주세요."


이브가 전화를 끊자 운전 중인 매니저가 백미러(뒷거울)로 그를 보았다.


"대표님?"

"네."

"무슨 일 있으시대?"

"김실장님한테 무슨 일이 생겼나봐요."

"김실장님이? 무슨 일?"


이브는 뭔가 말을 하려다가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 관두었다.


"저도 잘 몰라요. 암튼 김실장님한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신여사가 아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네. 빨리 안 가면 너무 무서울 거예요."


영문 모를 표정을 하는 신여사.


"형, 내비 찍고 이리로 좀 가줘."


이브는 대표에게서 문자로 받은 주소를 매니저에게 보여줬다.


"여기, 김실장님 집 아니잖아?"

"응. 김실장님 지금 구박사님네 계시대."


신여사가 아들이 다시 착석하자 물었다.


"구 박사님? 전에 그... 꿈 박사님?"

"꿈박사? 하하하. 응. 꿈 박사님."

"근데 네가 거길 왜 가는데?"

"그럴 일이 있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저번에 나 깨우는데 십분, 십오분 정도 걸렸다고 했지?"


***


구연모의 집. 거실.


매니저는 신여사를 태우고 이브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브가 도통 잠에 들지 않아 작업이 이뤄질 수 없었다. 구박사가 최면을 시도해봤지만 걸리지 않았다.


"입원해 있는 동안 할 게 없으니 밤에도 자고 낮에도 자고... 그래서 그런가? 하하."


이브는 초췌한 얼굴을 하고 있는 구박사를 보면서 어쩐지 미안했다.


"오늘 주무시고 가도 괜찮으시겠어요?"

"네, 그럼요. 여기 소파가 아주 푹신하고 좋으네요. 원래 집에서도 소파에서 자요. 하하."

"누추하지만 손님방이 있습니다."


이브는 전혀 웃지 않는 구박사와 임슬을 보면서 뻘쭘해졌다.


"저 그럼 화장실 좀..."

"네, 현관 쪽에 있습니다."


어느덧 밤 9시 반이 되어 해나가 학원에서 귀가했다. 마주친 두 사람.


"어?"

"안녕?"

"혹시······."

"응, 맞아 네가 생각하고 있는 그 월드스타."

"하······."


시덥지않은 유머에 기가 찬 해나.


(예능에 나온 거 보니까 푼수 같더라니······.)


이브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가는 해나를 보며 살짝 부아가 치밀었다.


"이 집 사람들은 뭐 이리 다 시크해?"


이브가 중얼거리자 뒤돌아보는 해나.


"아, 여기가 화장실이구나!"


화장실로 들어가는 이브.


"아빠, 나 왔어!"

"어. 어서 와."

"왜, 저 사람이 우리집에 있는 거야?"


유미는 수염도 못 깎고 초췌해진 아빠의 얼굴을 보니 안쓰러웠다.


"그건, 나중에 얘기해 줄게. 얼른 올라 가."

"아빠, 잠은 자고 있는 거야?"

"응... 아빠는 괜찮으니까 내 걱정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얘기가 항상 기승전공부야 어떻게 된 게."

"네가 항상 딴 데 한 눈을 파니까 그렇지."


구연모는 딸의 코를 한 번 쥐었다 놓았다.


"아아아!"

"말을 잘 안듣나봐요?"


화장실에 다녀온 이브가 그것 참 고소하다는 얼굴로 참견했다.


"그럼, 가 봐."

"아빠, 꼭 주무세요!"


두 사람은 이브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


(부녀가 쌍으로... 그 아버지에 그 딸이구만, 쳇.)


"기담 씨, 그럼 손님방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아, 네!"


손님방은 1층에 있었다. 바로 위층이 해나의 방이다.


"선풍기는 붙장이장 안에 있습니다. 출출하시면 부엌으로 가셔서 뭐든 드셔도 괜찮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브는 침대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주무실 때 꼭 자기 암시를 주셔야 합니다. 김이연 씨를, 또 그들을 만났던 마지막 공간을 마지막까지 생각하셔야 합니다. 일단, 꿈에서 그들을 만난다면 이브 씨가 할 일은 딱 한 가지입니다. 김이연 씨와 소유미... 교복을 입은 소녀 둘 다 잠에서 깰 수 있도록 쇼크를 주셔야 해요."

"쇼크요?"

"네. 김이연 씨가 당신을 깨우기 위해 주사를 꺼낸 것처럼 말이죠."

"아, 다 들으셨구나. 제가 그깟 바늘 때문에 무서워서 깬 건 아니고요······."


구박사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액정을 이브 쪽으로 들었다.


"어? 이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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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력 20.06.08 20 0 12쪽
20 21그램 20.06.07 18 1 12쪽
19 두려움 20.06.06 21 1 11쪽
18 세기말 20.06.05 18 1 12쪽
17 내 꿈에 들어와 20.06.03 32 0 11쪽
16 변하지 않는 것 20.05.30 29 1 12쪽
15 다시, 너를 +1 20.05.29 28 1 13쪽
14 너의 이름 +2 20.05.28 29 2 13쪽
13 후회 20.05.26 41 0 11쪽
12 보여줄게 +2 20.05.26 43 4 12쪽
11 히프노시스 20.05.24 29 2 13쪽
10 마지막 기억 20.05.24 39 3 12쪽
9 네가 없다면 +2 20.05.23 28 1 13쪽
8 타타타 +2 20.05.22 35 2 11쪽
7 빛줄기 20.05.15 35 3 13쪽
6 꿈 그리고 꿈 20.05.14 41 3 13쪽
5 호접몽 20.05.13 48 3 14쪽
4 20.05.13 57 2 12쪽
3 오로라는 사라지고 20.05.13 74 6 12쪽
2 어떤 직감 +1 20.05.13 130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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