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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럭굥

나를 죽인놈도 같이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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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5.13 18:38
최근연재일 :
2020.06.1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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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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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타이틀

DUMMY

<21화>


"이 사람······."


액정엔 강인성의 사진이 떠 있었다.


"알아보시는 군요. 18년 만에 검거된 연쇄살인범입니다."

"네, 기사에서 사진 봤어요. 그런데 왜······."

"소유미와 김이연, 두 사람 다 이 사람을 무서워할 겁니다."

"살인범이라서요? 어쨌든 이 사람 사진은 왜······?"


구연모는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잘 들으세요. 당신이 꿈에서 내가 강인성이다 생각하는 순간, 빙의가 되는 것처럼 상대방의 눈에는 당신이 살인범으로 보일 것입니다."

"네? 빙의요? 제가 강인성이라고 생각하라고요?"

"맞습니다."


토독. 토독.


빗물이 창문을 노크하기 시작했다. 이브와 구연모는 동시에 창밖을 내다봤다. 창문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이 갑자기 쏟아지는 비로 어른어른 거렸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상의 힘은 강력하죠. 멜로디와 가사에 담긴 당신의 상상력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당신과 같은 상상을 하게끔 작용하니까요."


이브는 거기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영감이 떠오르는 대로 써내러 갔을 뿐, 내 음악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느냐는 차트 순위가 보여준다고 믿었다.


"예를 들어...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라는 노래를 들으면 나의 아버지가 택시기사고, 나는 막둥이고, 지금 양화대교 위를 건너가는 나를 상상하죠. 행복하자고 아프지 말자고 말을 하는 내가 바로 자이언티가 되는 거예요. 단순 '공감'이 아니라 빙의 수준이죠."


왠지 설득력 있게 들렸지만, 살인범이라고 상상하라는 건 양화대교를 건너는 자이언티가 되는 상상을 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박사님... 그건 좀 제가 힘들 것 같은데요. 물론 연습생 때 연기수업도 받기는 했지만······."

"연기를 하라는 게 아니에요. 머리로 상상하세요."


[쏴아아아아]


위층에선 해나가 자꾸만 거세지는 빗줄기를 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애쉬... 애쉬······."


해나는 컴퓨터 키보드에 한글로 애쉬를 검색했다. 아직 데뷔 전이기 때문에 그는 인물정보 조차 뜨지 않았다.


"애쉬······."


이번엔 구글로 들어가 영어로 Ashe 라고 타이핑했다. 마땅히 눈에 띄는 게 없어 검색 결과 페이지를 한 참이나 넘겨보다가 그녀는 한 웹 페이지를 클릭했다.


[Ash was the ancient Egyptian god of oases······.]


"애쉬는 고대 이집트의 오아시스의 신이었다."


설명 옆엔 전해지는 그림도 있었다. 새의 머리를 한 사람이 새가 올라가 있는 긴 창을 들고 있다.


순간 해나는 그의 화려한 의상과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하늘거리던 머리에 꽂힌 새의 깃털이 떠올랐다.


"오아시스의 신······."


생각해보니 자신이 꿈속에서 어떤 병원을 보게 되고, 거기서 어떤 산모와 응급차에서 내리는 엄마와 오토바이를 타고 온 아빠를 마주친 건, 신기루를 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해나는 고개를 세게 가로저었다.


"아! 아니야, 아니야! 이제 뭐 하다하다 꿈에 이집트 신까지 나오려고.... 스펠링도 애쉬는 끝에 e가 붙어있었고······."


펼쳐진 문제집에 Ashe라고 적어본다.


"she······."


해나는 다시 애쉬의 중성적인 목소리와 이미지에 대해 떠올렸다. 그리고 울대뼈!


"분명, 남자였는데 화장은 여자같이 하고 이름에도 she가 붙어 있네······. 일부러 그런 건가?"


해나는 갑자기 책상에서 벌떡 일어나 섰다.


"안되겠다. 이렇게 계속 그 인간만 생각하다가는 꿈에 또 나오고 말겠어. 푸르르르르."


해나는 말이 씨가 될까봐 고개를 흔들며 입을 풀었다.


***


애쉬의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이브의 활동 중단을 아쉬워하는 전 세계 팬들이 애쉬의 음악을 듣고 신선한 감동을 받았다. 그의 얼굴은 앨범 발매 후에 공개되었는데 팬들은 이제 그의 외모에 더 열광하기 시작했다.


비주얼 디렉터 차차는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주인공들이 입었던 블라우스를 차용했는데, 가슴이 깊이 파인 브이넥에 러플이 과하게 달린 팔소매로 중성적인 매력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벨트랑 슈즈는 에나멜 블랙으로 통일해."


차차가 주문한대로 코디가 애쉬의 벨트와 슈즈를 바꿨다.


"그래, 됐다. 그리고 반지는······."


코디가 액세서리 상자를 들고 왔다.


"이게 좋겠다."


차차는 금색티타늄에 핑크색 깃털장식이 달린 독특한 반지를 집었다. 애쉬의 검지에 끼우자 한 마디를 다 덮을 정도로 너비가 넓다.


"머리는 웨이브 안 죽게 고정좀 더 해."


헤어 디자이너가 애쉬의 이마에 투명한 가리개를 대고 스프레이를 흔들어 뿌렸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기장에 굵은 웨이브를 넣어 메이크업을 진하게 하지 않았는데도 애쉬의 얼굴이 화려해 보였다.


"아우~ 화려해, 화려해! 처음이자 마지막 음악토크 방송인데 대중들한테 각인을 딱 시켜줘야지. 애쉬가 보기엔 어때? 마음에 들어?"

"네."

"마이크를 잡을 땐, 요, 요 반지가 잘 보이게 검지를 이렇게 세워서 잡고."


벌컥.


"애쉬 스탠바이 해주세요!"


방송 스태프가 다녀가자 애쉬와 차차, 그리고 매니저가 무대 밑까지 함께 걸어 나갔다.


방송진행자가 애쉬를 소개했다.


"아, 얼굴 없는 가수로 데뷔해서 처음엔 내 과인줄 알았는데, 흐흐, 알고 보니 얼굴까지 미남이었던 신인 가수······."

"우오오오오오~"

"여기 요 앞에 여자 세 분은 난리 났네 벌써. 누군지 알아요?"


여기저기서 애쉬라는 이름을 불렀다.


"네, 애쉬 무대로 불러보겠습니다!"


애쉬가 저벅저벅 걸어 나가자 박수와 함성이 섞여 나왔다.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애쉬라고 합니다."

"꺄! 잘 생겼어요!"


사람들의 박수소리를 뚫고 한 여성 팬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잘생겼죠? 네, 저도 오늘 처음 봤는데, 진짜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지금까지 봤던 남자 가수들 중에 제일 잘생겼네요."


애쉬가 수줍게 웃었다.


"아니 음악도 너무 좋고 그래서 얼굴은 후진데 음악은 기가 막히게 잘하는구나 했잖아요. 근데 얼굴 공개하고 와, 배신, 배신감이~ 하하하."

"아, 죄송합니다."


방청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본인도 아는 구나? 자기가 잘 생긴 거?"

"아이, 아닙니다."

"아니긴 뭘~ 애쉬 같은 남자가 잘 생긴 게 아니라고 그러면 나는, 내 얼굴은 뭐가 돼요, 하하."

"아... 죄송합니다."


방청객들이 더 크게 웃었다.


"애쉬는 방송이 처음이죠? 근데 긴장 별로 안 한 것 같아요. 무대 체질인가 봐."

"예... 처음이고요, 또 이렇게 토크를 하는 거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아요."

"어? 아니, 왜, 왜요? 긴장안하고 말도 잘 하는 거 같은데."

"신비주의 콘셉······."

"하하하.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지금은 소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에요! 애쉬 소속사 어디예요? 이거 대표님이 누구신지 생각을 해도 한참 잘 못하신 거 같은데?"


애쉬가 마이크를 대지 않은 채로 진행자에게 소속사 이름을 말했다.


"아! 이브네 소속사였어?"

"네."

"아~ 거기 대표님보다 대표이사님을 내가 더 잘 알기는 하는데, 그렇게 감각 없지 않은데... 흐흐. 아무튼 우리 방송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하니까 최대한 많은 얘기를 해야겠네. 그럼 일단 노래 먼저 듣고 계속 얘기하죠. 준비 됐죠?"

"네."

"본인이 본인 노래 소개해주세요."

"아, 제가 부를 곡은 데저트(Desert)입니다."

"디저트 아니고 데저트죠? 사막? 흐흐."

"네. 사막이요."

"알겠습니다. 그럼 애쉬의 디저트 아니고 데저트 듣고 다시 얘기 나누겠습니다. 박수!"


방청객들의 박수소리와 함께 MR이 재생되고, 방송스태프가 애쉬 앞에 스탠딩 마이크를 서둘러 세우고는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노래/ 네가 없는 이 사막에서 너를 기다려.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될 거야. 폭풍이 불어 와 금빛 신기루 네가 보여. 나를 데려가 줘. 내 손 꼭 잡아 줘.]


노래가 끝나고 다시 무대 중앙에서 만난 두 사람.


"와... 잘 들었습니다. '내 손 꼭 잡아 줘어!' 하면서 반키 더올리는데 고음이 대단하네요. 소름 돋았어요, 진짜."

"감사합니다."

"제가 저 옆에서 이렇게 눈을 감고 들었거든요. 근데 처음 노래 시작할 때는 여자 목소리인줄 알았어요. 목소리가 중성적이라는 소리 많이 듣고 계시죠?"

"네. 가수 되기 전에는 그렇게 중성적이라는 생각은 못해봤는데, 얼굴 공개 전에 여러분들께서 애쉬가 여자냐 남자냐 추측도 많이 하시고 그러시더라고요."

"여러분, 남자 여서 좋죠?"

"네! 꺄!"


여자 방청객들만 소리를 질렀다. 방송스태프가 의자 두 개를 올려주고 무대에서 내려갔다.


"자 이제 앉아서 앨범 얘기 좀 해볼게요. 지금 부른 곡이 타이틀곡인가요?"

"네. 더블 타이틀이에요. 좀이따가 또 부를 텐데, <떠나지 마>라는 곡이랑 더블 타이틀로 가게 됐어요."

"본인이 작곡, 작사를 다 한 거죠?"

"네, 맞습니다."

"영감은 어디에서 얻어요?"


애쉬가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았다.


객석에서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뭐? 뭔데? 그냥 다리 꼬고 앉은 것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지금?"


고개를 끄덕이는 여성 방청객.


"난리 났다, 진짜. 흐흐흐. 다시 대답해 봐요. 영감은 어디에서 얻어요?"


애쉬가 다리를 풀고 다시 반대쪽으로 꼬았다. 환호하는 방청객들.


"와, 이 사람 이거 신인 맞아?"

"하하하. 영감이요? 작업할 때 영감은 저는 꿈에서 얻어요. <떠나지 마>라는 곡은 실제로 꿈에서 들은 노래를 떠올려서 만든 거예요."

"정말요? 폴 메카트니 처럼? 아시죠, 여러분. 비틀즈에 폴 메카트니. <예스터데이> 선율을 꿈에서 듣고 일어나자마자 피아노로 가서 음을 땄다는 유명한 이야기 있잖아요. 저는 그 자서전도 읽었었는데, 이걸 내가 쓴 곡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었어요. 본인은 어때요? 본인이 쓴 게 맞습니까?"


애쉬는 반지를 낀 검지로 머리카락을 얼굴 옆으로 넘겼다.


"제 머릿속에 저를 제가 아니라고 한다면, 제가 만든 게 아니라고 답할 수 있겠는데요?"

"어? 잠깐만. 너무 어렵잖아. 철학적인데 이거?"

"여러분도 여기 앉아 있는 여러분이 있고, 여러분 안에 또 여러분이 계시잖아요. 자아라고 할지, 의식이나 영혼이라고 불리는, 여러분 안에 그것 말이에요. 그건 내가 아니고 또 다른 누군가로 분리해서 인정하기로 우리 모두 약속한다면, 그럼 그땐 제가 쓴 곡이 아닌 거겠죠."

"그러니까, 이건 애쉬가 쓴 곡이 맞다, 이거잖아요! 이걸 왜 이렇게 어렵게 얘기해요! 응? 하하하."


진행자가 일어나서 팔을 허리춤에 대고 따지듯이 말했다.


"네, 제 머리에서 나왔으니까 제가 쓴 곡이 맞습니다."

"그렇게 말하니 시원시원하잖아요. 순간 머리 아파지려고 그랬어요. 이거 잠들기 전에 보는 방송인데 사람들이 머리 아픈 소리 하기 시작하면 채널 돌린다고요!"

"하하. 알겠습니다."


다시 착석하는 진행자.


"자 그럼, 이제 두 번째 타이틀 곡 <떠나지 마> 듣고 인사하도록 할게요. 박수주세요!"


무대가 잠시 암전됐다.


***


ㅇㅇ병원 입원실.


문 밖에는 경찰이 서 있다.


강인성은 TV를 껐다. 이미 시간은 새벽 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내 안에 그것이라······. 흐흐."


강인성은 손을 뻗어 서랍장 위에 십자가를 가져다 가슴위에 올렸다.


"나랑 분리할 수 없다고 믿었던 내 안의 그 놈을... 나는 인정해. 그놈은 나와는 달라. 아프고 썩어지는 몸따위는 없어. 영원히 살지. 그리고 무엇보다 전지전능하잖아? 난 그놈이 아주 마음에 들어. 인정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고! 크흐흐흑... 크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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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작업 +2 20.06.13 25 2 12쪽
25 낯선 사람 +3 20.06.12 27 3 11쪽
24 불안 +2 20.06.11 30 2 12쪽
23 커피콩 +4 20.06.09 23 2 12쪽
» 더블 타이틀 +8 20.06.08 33 3 12쪽
21 상상력 20.06.08 21 0 12쪽
20 21그램 20.06.07 19 1 12쪽
19 두려움 20.06.06 21 1 11쪽
18 세기말 20.06.05 19 1 12쪽
17 내 꿈에 들어와 20.06.03 34 0 11쪽
16 변하지 않는 것 20.05.30 30 1 12쪽
15 다시, 너를 +1 20.05.29 28 1 13쪽
14 너의 이름 +2 20.05.28 29 2 13쪽
13 후회 20.05.26 42 0 11쪽
12 보여줄게 +2 20.05.26 46 4 12쪽
11 히프노시스 20.05.24 31 2 13쪽
10 마지막 기억 20.05.24 39 3 12쪽
9 네가 없다면 +2 20.05.23 29 1 13쪽
8 타타타 +2 20.05.22 37 2 11쪽
7 빛줄기 20.05.15 37 3 13쪽
6 꿈 그리고 꿈 20.05.14 41 3 13쪽
5 호접몽 20.05.13 49 3 14쪽
4 20.05.13 59 2 12쪽
3 오로라는 사라지고 20.05.13 75 6 12쪽
2 어떤 직감 +1 20.05.13 131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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