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럭굥

나를 죽인놈도 같이 회귀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519
작품등록일 :
2020.05.13 18:38
최근연재일 :
2020.06.19 06:19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255
추천수 :
114
글자수 :
160,445

작성
20.05.22 02:40
조회
36
추천
2
글자
11쪽

타타타

DUMMY

"죽었... 어요."


이브의 눈이 금세 붉어졌다.


"죽었구나······. 그래, 죽었구나······. 왜? 나는 건강했는데? 어깨가 아파서 진통제를 좀 오래 먹기는 했지만... 그것 말고는 진짜, 진짜 건강했다고!"


그는 말하면서 점점 더 믿을 수 없어졌다. 그러나 소녀는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아!"


이브는 모래놀이밭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왜 하필이면 콘서트 전날······."


소녀가 그의 옆에 쪼그려 앉았다.


"콘서트 전전날이나... 콘서트 다다음날 죽는 건 괜찮아요?"

"아, 안 괜찮지! 그것도 안 괜찮지만 그래도 콘서트 보러 와준 팬들이 실망하니까······."

"와... 팬들을 엄청 아끼는 구나. 죽어서도 그런 소리를 하는 걸 보니."


소녀는 의외라는 표정을 했다.


"아니, 사랑하는 사람 없었어요? 팬들 말고 애인이요."


이브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대답도 없이 가만히 앉아있었다. 소녀는 이브 눈앞에다 자신의 손을 흔들었다.


"저기요? 여보세요? 듣고 있어요?"

"왁!"


단말마와 함께 소녀와 이브는 모래 밑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지구 반대편으로라도 도착할 듯이 한참을, 아래로, 아래로, 추락했다.


***


"이거 봐요! 정신 차려요! 아이 뭐야. 진짜 죽은 거예요?"


소녀가 이브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꾹꾹 찔렀다.


"진짜... 진짜...???"


갯벌 위에 쓰러져있던 이브가 벌떡 일어났다. 얼굴 반쪽은 진흙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진짜라니? 소녀, 다시 말해봐. 그럼, 그럼 내가 진짜로는 죽은 게 아니란 말이야?"


소녀는 제자리에서 돌며 주위를 돌아봤다.


저 멀리 수평선 끝까지 펼쳐진 갯벌.


"아하, 아하하, 그럴 줄 알았어. 내가 죽었을 리가 없지. 그럼, 그럼 지금 여기는 어디야? 천국도 지옥도 아니잖아. 맞아? 맞지?"


조급해서 어쩔 줄 모르는 이브와는 반대로 무표정한 소녀.


"여기는······."


숨도 안 쉬고 소녀의 말에 집중하는 이브.


"여기는... 그 쪽이 알겠죠. 그 쪽 머릿속인데."


화가 난 듯이 이를 앙다문 이브는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


"무슨... 말이야? 내 머릿속이라니?"

"말 그대로예요. 우리가 아니, 지금 그 쪽하고 나하고 같이 그 쪽 머릿속 안에 갇혔다구요."


이브는 할 말을 잊었다.


"쉽게 말해서 여긴 당신의 꿈속이에요."

"그, 그러니까, 내가... 식물인간... 뭐 그렇게 된 거야?

"그건 나도 몰라요. 난 현실세계로 못가니까."

"사람이 아니란 소리야?"

"뭐, 그런 것 같아요. 영적인 존재랄까······."


이브는 왠지 한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귀신도 자기가 귀신인 걸 아나?"

"귀신이라뇨! 귀신이랑은 차원이 다르다고요!"


갑자기 큰 소리 치는 소녀 때문에 이브는 화들짝 놀라 같이 언성이 높아졌다.


"영적인 존재를 한 마디로 귀신이라고 하는 거지! 그럼 뭐라고 해?"

"귀신은 이승을 떠도는 혼이지만 나는! 나는, 한 번도 이승이라고 불리는 세계에 가 본 적이 없다고요."


그때 아주 거센 바람이 불었고 이브가 걸치고 있던 하얀 호텔가운이 활짝 열려버렸다. 그 모습이 마치 바바리맨 같다.


몹시 당황한 이브는 가운을 여미려고 노력했지만 몸을 지탱하고 서 있기 조차 힘들 정도로 거센 바람이었다.


"누... 눈... 감아!!!"


바람 때문에 정신이 없기는 소녀도 마찬가지였다.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었지만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꺼... 꺼져!!!"


소녀의 외침과 동시에 이브는 바람에 휴지조각처럼 날아가 버렸다. 이내 소녀마저도.


***


두 사람은 아무것도 없는 '흑'인 곳으로 자석에 이끌리듯 빨려 들어갔다.


"눈을 감는 게 더 잘 보이겠네."


이브는 불안을 떨쳐보려고 일부러 소리 내어 말했다.


슥-.


이브는 무언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인기척에 반 바퀴 이상 제자리에서 몸을 돌렸다.


"지옥에 오신 걸 환영해요."

"뭐, 뭐? 아니, 아니 지금 뭐라고 했어? 지옥? 지오옥?"


그는 자신의 손과 발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아무 곳에나 대고 떠들어댔다.


"아오······. 없던 폐소공포증도 생길 것 같네. 여기... 여기 진짜 지옥이야?"

"까르르르. 아하하하! 이 오빠 진짜 쉽네."


소녀가 얼굴을 이브의 코앞까지 들이 밀었다.


이브는 깜짝 놀랐지만 소녀의 얼굴을 보니, 아니 그게 무엇이라도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었다.


"너······."


이브는 침을 꼴깍 삼키더니 소녀의 양팔을 꽉 잡았다.


"너! 진짜 속을 알 수가 없네. 너 대체 뭐야? 귀신 아니라며? 저승사자도 아니고, 나 죽은 것도 아니라며? 여기가 어디냐니까 내 머릿속이라는 이상한 말만 하고. 미(성년)자 주제에 어른 놀리지 말고 이제 그만 진실을 말해!"


어색한 공기의 흐름. 이브는 말하면서 흥분한 자신을 뉘우치듯 꽉 잡았던 손을 풀었다.


"저는... 저는 귀신도 아니고 저승사자는 더더욱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쪽이 죽은 게 아니라는 거고요! 아까 거기는 그쪽 머릿속이 맞아요. 지금은 아니지만."

"아, 뭐라는 거야 대체! 그래, 이게 지금 너무 생생하지만 생시일리는 없고 꿈이겠지. 꿈이라고 치고, 뭔 꿈을 이렇게 길게 꿀 수 있냐고. 꿈이라면 깨야지 정상 아니야?"

"그 쪽은 곧 깨어날 거예요. 적어도 꿈을 꾸고 있으니까."

"그래, 나도 깰 거라고 믿어. 꼭 깨어나야만 하고. 근데... 근데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이것도 꿈이라고 할 수 있나?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잖아 여긴."

"여긴... 그 쪽이 아니라 내 머릿속이에요."


어차피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걸 알면서도 다시 주변을 돌아보는 이브.


"어째서······."

"그건 나도 몰라요. 내 머릿속엔 왜 아무것도 없는 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내가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 그 노래 알아요? <타타타>라고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이렇게 시작하는 노랜데······."

"모르겠는데? 그런 노래가 있어? 언제 적 노래야?"

"몰라요? 완전 히트한 노랜데······. 암튼 나한테 자꾸 묻지 말라고요."

"근데... 너는 어떻게 내 머릿속에 들어왔고, 나는 어떻게 지금 네 머릿속에 있는 거지? 내가 네 머릿속에서 나올 수는 있는 거야?"

"'한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노래를 부르며 대답을 대신하는 소녀.


"어떻게 이 노래를 모르지.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노랜데. 아무튼... 이 암흑 속에서 어느 날 목소리가 들렸어요. 아빠인가 싶기도 하고 어떤 남성의 목소리였는데... 처음엔 하나님인 줄 알았죠. 저는 그동안 깨어있었던 건지 잠들어 있었던 건지도 긴가민가했어요. 목소리를 들었을 때 비로소 정신이 차려진 느낌이었죠. 내가 관 속에 들어가 있는 건가? 나 아직 안 죽었는데, 사람들이 나 죽었는줄 알고 묻은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구 소리쳤어요."


소녀는 손으로 두드리는 시늉을 했다.


" '엄마! 아빠! 나 안 죽었어요! 나 여기 있어! 살아 있다고!' 한참을 울면서 소리쳤는데 아무 대답이 없는 거예요. 그렇게 정신이 깨고 나니 미칠 것 같았어요.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데 제일 궁금한 게 뭐였는지 아세요?"

"꿈인가 생시인가?"


고개를 가로 젓는 소녀.


"지금 몇 시지? 였어요."


***


"지금 몇 시지?"

"10시 10분 전."


구연모 박사는 딸 해나와 주말을 맞아 집 청소를 하는 중이다.


"왜? 아빠 오늘 약속 있어?"

"응. 슬슬 준비하고 나가봐야겠는데?"


구박사는 해나 방걸레질을 마무리하고 고무장갑을 벗었다. 책상 정리를 마친 해나는 아빠의 등 쪽에 앞치마 매듭을 풀었다.


"점심 먹고 오시겠네?"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그래도 아빠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국은 끓여놨으니까 냉장고에서 반찬 꺼내다가 알아서 차려 먹어. 알았지? 밥 거르지 말고. 확인할 거야."

"아우. 알겠어. 얼른 씻으세요."


채비를 마친 구박사는 곤히 잠들어있는 아내의 이마에 입맞춤했다.


"나 잠깐 외출 좀 하고 올게. 햇살이 참 좋다."


열린 창문 사이로 햇살이 들어와 아내의 백발에 닿아 빛났다.


구박사가 차를 끌고 도착한 곳은 이브의 저택이었다.


대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르려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초인종이 없다.


[띠잉.]


저절로 열리는 대문. 구박사는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돌계단을 몇 계단 오르고 나니 잘 꾸며진 정원이 나왔다. 긴 테이블과 주위에 둘러진 흰 천이며 조명들을 보니 해가 지고 나면 더 근사할 것 같았다.


"구연모... 박사님?"


정원 한 구석에서 꽃을 심던 이브의 엄마가 손에 목장갑을 벗으며 손님을 맞이하러 나왔다.


"네. 안녕하세요. 연락주신······."

"아니요, 저희 조카가 연락했어요. 저는 기담이 엄마, 아 이브 엄마예요."

"아, 어머님... 되시는 군요."

"제가 아이를 좀 늦게 봤어요."

"그렇게 안 보이시는데요?"

"환갑도 지났는걸요."


이브의 엄마 신연오 여사는 지레 자신이 나이 많음을 고백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연락드렸던 윤아라라고 해요."

"안녕하세요. 구연모입니다."


윤아라가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나눴다.


"저희 직원이 아시는 분일 줄은 몰랐어요. 세상이 이렇게 좁네요. 안으로 들어가시죠."


대리석 바닥이 번들거리는 넓은 거실에는 큰 테이블과 크림색 소파가 배치돼 있었다. 특이하게도 거실 벽면에는 벽난로가 있었는데, 벽난로 안에 모니터가 있고 모닥불 화면이 반복해서 재생되었다.


"오셨어요."


김이연이 2층에서 내려오면서 인사했다.


"올라가시죠."


구박사는 윤아라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2층 이브의 방으로 갔다. 그곳에는 윤중천 대표도 있었다.


윤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며 자신을 소개했다. 인사말이 오간 후 구박사는 이브의 눈을 손가락으로 벌려 동공을 확인했다.


"환자의 뇌에 약한 전류를 흘려보내서 꿈을 안정시킨 다음 김이연 씨가 꿈에 도킹 해보도록 해보죠."


구박사가 가져온 의료가방에서 작은 금고같이 생긴 기기가 등장했다. 윤대표는 처형인 신여사의 걱정스런 표정을 눈치 챘다.


"전류요? 깨어났을 때 이상은 없는 거죠?"

"먼저 체험해 보시겠어요?"


미세전류패치를 이브의 머리에 붙이던 구박사는 그중 하나를 내밀어보였다.


"아, 아닙니다. 박사님."


윤대표는 멋쩍게 웃었다.


"걱정마세요, 대표님. 저도 다 해봤던 거예요."

"아 그래? 김실장이 해 봤다면 뭐······. 허허."


여전히 걱정스런 표정의 신여사.


구박사가 이브의 머리에 전류를 흘리기 시작하자 이브의 눈동자가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이연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건넛방으로 가서 잠을 청했다.


잠시 후 침대 밑으로 시계 펜던트 목걸이가 떨어졌다.


작가의말

7화 수정 완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를 죽인놈도 같이 회귀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모전 마감이 일주일 남았습니다. 20.06.12 32 0 -
30 아무것도 모른 채 +1 20.06.19 18 1 12쪽
29 사죄의 이유 +2 20.06.16 16 1 11쪽
28 비밀 +2 20.06.15 20 1 12쪽
27 너였어 +2 20.06.14 25 2 12쪽
26 작업 +2 20.06.13 25 2 12쪽
25 낯선 사람 +3 20.06.12 27 3 11쪽
24 불안 +2 20.06.11 30 2 12쪽
23 커피콩 +4 20.06.09 23 2 12쪽
22 더블 타이틀 +8 20.06.08 32 3 12쪽
21 상상력 20.06.08 21 0 12쪽
20 21그램 20.06.07 19 1 12쪽
19 두려움 20.06.06 21 1 11쪽
18 세기말 20.06.05 19 1 12쪽
17 내 꿈에 들어와 20.06.03 34 0 11쪽
16 변하지 않는 것 20.05.30 30 1 12쪽
15 다시, 너를 +1 20.05.29 28 1 13쪽
14 너의 이름 +2 20.05.28 29 2 13쪽
13 후회 20.05.26 42 0 11쪽
12 보여줄게 +2 20.05.26 45 4 12쪽
11 히프노시스 20.05.24 31 2 13쪽
10 마지막 기억 20.05.24 39 3 12쪽
9 네가 없다면 +2 20.05.23 28 1 13쪽
» 타타타 +2 20.05.22 36 2 11쪽
7 빛줄기 20.05.15 36 3 13쪽
6 꿈 그리고 꿈 20.05.14 41 3 13쪽
5 호접몽 20.05.13 49 3 14쪽
4 20.05.13 59 2 12쪽
3 오로라는 사라지고 20.05.13 75 6 12쪽
2 어떤 직감 +1 20.05.13 131 1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