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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럭굥

나를 죽인놈도 같이 회귀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519
작품등록일 :
2020.05.13 18:38
최근연재일 :
2020.06.1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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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6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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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DUMMY

"안 주무시고 뭐하세요."


신연오 여사는 어두운 방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아들이 방으로 들어오자 급하게 폰을 껐다.


"뭐 게임이라도 하세요?"

"아이, 얘는······. 게임은 무슨."

"그럼 뭔데 감춰요?"

"아무것도 아니야. 너는 왜 안자고 나왔니?"


이브는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일주일 내내 잠만 자서 그런지 잠이 잘 안 오네요."

"따뜻한 물 좀 마셔볼래?"

"괜찮아요. 책 좀 갖다가 읽어보죠 뭐. 잠자고 싶을 때 책만한게 없잖아. 흐흐."

"그래. 그럼 서재 가서 하나 골라다가 책 좀 읽어."

"근데, 엄마? 괜찮아요? 아까, 외삼촌 왔을 때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는 것 같던데."

"네가 깨어나서 긴장이 풀려서 좀 예민했나봐 엄마가. 잠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알겠어요. 그럼 제가 침대로 모셔다 드릴게."


굳이 엄마를 안아 들어 침대에 내려놓는 이브.


"엄마, 왜 이렇게 가벼워졌어?"

"가볍기는. 고마워 아들."

"잘 자요, 엄마."


이브는 엄마의 이마에 입을 살짝 맞추고 방에서 나갔다.


서재에서 두꺼운 책을 하나 골라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이 의식을 잃고 있는 동안 검거됐다는 연쇄살인범의 기사를 검색했다.


살인범과 관련된 수백 건의 기사들엔 범인의 얼굴 사진이 썸네일로 붙어있었다. 그 중 하나를 클릭했다. 새로운 페이지가 열리며 강인성의 얼굴이 폰 화면을 가득 채웠다.


"아는 사람인가?"


폰을 침대 위에 던지듯 놓고 책을 펼친 그는 두꺼운 책을 고른 걸 곧 후회했다. 팔만 아프고 잠은 오지 않았다.


***


43년 전.


"나 좀 내버려 둬!"


20대 후반의 훤칠한 남성이 대학교 새내기인 신연오를 강제로 끌어안았다.


피부가 하얗고 큰 눈을 가진 서구적인 미인형인 신연오는 입학하자마자 캠퍼스의 모든 남성 학우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녀는 사회운동을 하다 징역까지 살다 와 겨우 복학한 과내 최고 연장자와 교제했다.


덕분에 이제 대학교 1학년생이었지만 교제중인 복학생과 곧 결혼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게 되었다.


소문은 아주 틀린 말은 아녔다. 교제 중 두 사람 사이에 아기가 생기자 둘은 결혼 허락을 받으려 했다. 그러나 신연오의 집에서 반대가 심했다. 결혼에 찬성할 이유가 없었다.


딸 셋에 아들 하나. 신연오는 셋째였는데, 위로 언니들이 아직 결혼하지 않은데다 공부하라고 보내놓은 대학에서 연애질이나 했다는 것도 괘씸했으며, 아이 아빠라고 데려온 남자는 전과까지 있었으니까.


"안 봐도 뻔하다. 당장 애부터 지우고 너는 저 자식 졸업할 때까지 휴학하거라."

"아버님, 제발 다시 생각해주세요. 아이를 지우라뇨, 아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요."


복학생은 무릎 꿇고 신연오의 아버지에게 간청했다.


"사회운동가? 그게 입에 밥을 넣어주냐, 콩을 넣어주냐! 애기는 무슨 돈으로 옷을 해 입힐 거며, 무슨 돈으로 배 곪지 않게 할래?"


신연오의 어머니가 매섭게 쏘아붙였다.


"아이 낳을 수 있게 허락만 해주신다면, 제가 무슨 일이든 해서 돈을 벌겠습니다."


복학생은 고개를 숙였다.


"학업은 어쩌고? 대학 졸업장도 못 따고 무슨 대단한 일을 할 거라는 거냐! 그게 언 발에 오줌 누기지! 지금 당장 입에 풀칠하겠다고 일을 구했다가는 반드시 자네도 후회할 날이 올걸세!"

"연오 너는 애 키운다고 남들 공부할 때 허송세월하면, 너 이도 저도 아니고 애나 키우라고 우리가 대학까지 뒷바라지 한 줄 아니?"


부모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옆에서 무릎 꿇고 흐느껴 울고 있던 신연오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무작정 뛰었다.


"여, 연오야!"


복학생은 다리가 저려 한 번 다리를 접었다 편 뒤에야 연오의 부모님께 급하게 인사를 한 뒤 따라 나갈 수 있었다.


골목끝 전봇대 뒤에서 처량하게 울고 있는 그녀를, 복학생은 뒤에서 끌어안았다.


"나 좀 내버려 둬!"

"연오야······."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은 나도 싫어. 생각해보니 그래. 이 결혼은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야. 솔직히 생명을 앗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서잖아. 욕먹고 싶지 않아서, 책임감 있어 보이려고 그게 아니면 그냥 양심 때문이잖아!"

"연오야······."

"나랑 사귀면서 결혼할 생각 해봤어? 그래? 난 아냐. 재수를 했지만 76학번 새내기고 오빠는, 오빠는 언젠가 헤어질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구!"


그녀는 이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연오야, 미안해. 울지 마. 아기가 생겨서 그렇지, 나는 너랑 결혼할 마음 있었어."


복학생은 연오를 살며시 품으로 당겨 다독이며 말했다.


"물론 졸업도 하고 취직도 하고 나면 프러포즈할 생각이었지······. 순서가 조금 바뀌어서 그렇지 돈도 벌고 아기도 좀 크고 나면 그때 가서 공부해도 늦지 않을 거야. 대단한 일은 못해도 밥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돈 벌 자신도 있어."


9개월 후 신연오는 아이를 낳았다.


부모님과 연을 끊은 그녀는 아이와 함께 시댁으로 들어갔다. 아이 아빠는 컴퓨터를 수리하는 일을 배웠고, 아이가 두 돌이 될 쯤에는 직접 컴퓨터 수리 센터도 차릴 수 있게 되었다.


생활이 안정적으로 바뀌면서 두 사람은 다시 신연오의 집을 찾았다. 정식으로 허락을 받고 늦게라도 아이를 위해서 혼인하기 위해서였다.


"대신 조건이 있다. 집에 들어와 살아라."

"아빠, 지금 이이한테 처가살이 하라는 거예요?"

"다 너 편하라고 그러는 거야! 방은 군대 간 네 동생 방 쓰면 돼. 삼년 정도 있다가 목돈을 모아서 독립하려무나."


두 사람은 딱 삼 년만 처가에서 살기로 하고 혼인신고를 마쳤다. 집안에 아이가 있으니 매일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이 아이 때문에 부모와 절연까지 했었던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목했다.


컴퓨터 수리 센터가 2호점을 낼 정도로 사업이 잘 됐고 돈도 착실히 모았다. 아이가 5살이 되면서는 집을 보러 다녔다. 드디어 나의 집이 생긴다는 생각에 두 사람은 감격했다. 그 사달이 난 날도 부부는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집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네? 애가 없어져요? 언제, 어디서 없어졌는데요? 아빠, 그걸 이제서 말하면 어떡해요! 경찰, 파출소엔 가봤어요? 알았어요. 저희도 지금 갈게요, 끊어요!"


부부는 애를 놓쳤다는 시장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다. 해가 지고 밤이 새도록 두 사람은 물도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동네를 찾아 다녔다. 급기야 탈수가 와 실신하게 된 연오.


"여보! 연오야! 정신 차려!"


***


아이는 삼 일이 지나도 일 년이 지나도 찾지 못했다.


신연오는 아이 때문에 부모님과 다시 멀어졌다. 부모님뿐만 아니라 남편과도 멀어졌다. 모든 게 남편 때문인 것 같았다.


(차라리 그 때 아이를 지웠더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남편과 만난 걸 후회했다.


(재수를 해서 그 대학에 가는 게 아니었는데······.)


원망은 후회가 됐고, 후회는 자책이 되면서 마음의 병이 생겼다. 신연오의 부모는 미안한 마음에 노후자금까지 털어 딸을 유학보내주기로 했다. 그렇게 그녀는 아이를 잃어버린 지 3년 만에 미국으로 떠났다.


신연오의 남편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아이를 찾으러 다녔다. 해가 바뀔 때마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아이가 성장한 얼굴을 예상해 만든 몽타주로 전단지를 뿌렸다. 그렇게 다시 6년이 지났다.


지금쯤이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할 나인데······. 수염도 좀 나기 시작하고, 변성기는 벌써 왔겠지?"


브라운관에선 아내가 두 돌된 아이를 목욕시키며 즐거워하고 있다. 아이는 귀여운 목소리로 아빠, 오리, 아빠, 오리라고 옹알거리며 고무 오리인형을 힘껏 쥐어 물을 짜냈다.


그의 얼굴에 슬픈 미소가 번졌다. 아이와 함께한 5년이란 시간동안 더 많은 영상을 찍어두지 못한 걸 후회하면서 비디오를 껐다. 기계가 VHS 테이프를 뱉어냈다.


[치이이이이]


브라운관은 고장이 난 것처럼 엄청난 소음을 냈다.


"미안하다······."


소문이란 건 등기우편보다도 정확히 배달될 때가 있다. 아내와 연락을 안 한지 십 년 가까이 됐는데도, 타국에서 결혼을 했다는 소식이 그의 귀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또 몇 년이 지나 아내가 늦은 나이에 어렵게 임신에 성공해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까지도······.


***


"다시 돌아올 수 없겠지?"

"아마도······. 그 오빠는 우리처럼 이곳 현실을 각성하지 못했잖아."


소녀는 올림픽 경기장에 설치된 대형 무대 위에 서서 독백연기를 하듯 혼자 대화했다.


"우리가 이렇게 왔는데······."


소녀는 무대에서 뛰어 내려 객석으로 가 앉았다.


"근데 이 공간... 그 오빠를 만났을 때랑 약간 달라 보이지 않아?"

"그런가? 말을 들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 오빠 무대에는 커다란 스크린도 세워져 있었고 조명도 더 많고······. 그래 무대장치가 더 첨단이었던 거 같아.

"달라. 달라. 의자색깔부터 달라. 돔 모양도 유선형이었는데 지금은 뾰족 뾰족하지?"

"어떻게 된 거지?"


소녀는 입술을 입안 쪽으로 말아 넣어 물었다.


"혹시······."

"다른 사람 꿈속인가?"


소녀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까 그 하늘에서 떨어지던 사람들?"

"응. 여기서 본 사람이라곤 그 둘 뿐이니까."

"둘 중에 누구?"

"한 명은 우리 머리 위에서 사라졌고, 한 명은 우리 팔 안에서 사라졌지."

"무슨 사연일까?"

"모르긴 몰라도 좋은 일은 아닐 거 같아."

"기다리다보면 둘 중에 누구라도 나타나겠지 뭐."

"둘 다 나타나던가?"


돔 위에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경기장에 불빛이 하나 둘 팟 팟 소리를 내며 켜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객석이 사람들로 찼고, 무대를 보니 빨갛고 노란 염색머리를 한 댄스그룹이 나와 공연을 하고 있다.


스피커가 진동하고 사람들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응원을 하는데도 누가 음소거라도 한 마냥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소녀는 주위를 돌아봤다. 검은 야상을 입은 남자가 사람들 틈바구니 속을 헤치며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소녀는 그 남자를 쫓아 뛰었다. 그는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고, 소녀가 주위를 살폈을 땐 그런 대상은 보이지 않았다.


[타-앙!]


갑자기 정적을 깨고 들린 총소리에 소녀는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바짝 땅에 엎드렸다. 잠시 후 고개를 들어 본 소녀는 깜짝 놀랐다. 객석을 메웠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다만, 무대 위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소녀는 본능적으로 무대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시간이 느려진 듯 무대까지 가는 걸음이 무거웠다.


"하악. 하악."


그리고 무대 위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자기 자신을 목격했다.


작가의말

12화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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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다시, 너를 +1 20.05.29 28 1 13쪽
14 너의 이름 +2 20.05.28 29 2 13쪽
» 후회 20.05.26 42 0 11쪽
12 보여줄게 +2 20.05.26 45 4 12쪽
11 히프노시스 20.05.24 30 2 13쪽
10 마지막 기억 20.05.24 39 3 12쪽
9 네가 없다면 +2 20.05.23 28 1 13쪽
8 타타타 +2 20.05.22 36 2 11쪽
7 빛줄기 20.05.15 36 3 13쪽
6 꿈 그리고 꿈 20.05.14 41 3 13쪽
5 호접몽 20.05.13 49 3 14쪽
4 20.05.13 59 2 12쪽
3 오로라는 사라지고 20.05.13 75 6 12쪽
2 어떤 직감 +1 20.05.13 131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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